팩트는 없습니다.
플라자 The Plaza가 소프트브랜드 Soft Brand를 달았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두 늙은 몽돌의 편파적인 주관입니다.
독자 제위께서는 적절히 가려서 읽으시길 바라고요.....
드디어 플라자가 새로운 이름표를 달았군요.
관련 뉴스가 노출되는 즉시 이 글을 올릴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준비할 시간이 없더군요. 요즘 늙은 몽돌은 본연의 업무로 꽤 바쁩니다....
* * *
여하튼 오늘은 플라자가 체결한 이 새로운 계약의 의미와 그것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간단히 썰을 풀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 플라자의 새로운 명찰 그리고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
새로운 명찰을 달았지만, 새로운 이름을 추가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소프트 브랜드 컬렉션 Soft Brand Collection의 특성상, 컬렉션에 엮이는 독립호텔은 원래의 이름을 죽이지는 않고 새로운 이름과 병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플라자의 새로운 이름은 아마도 'The Plaza - Autograph Collection' 쯤 되겠지요.
http://www.autograph-hotels.marriott.com/
새로 추가한 이름표 오토그라프 Autograph는 메리어트의 대표 소프트 브랜드 컬렉션이고요, 2010년에 태어났으니 신상이나 진배 없는 브랜드이지만 이미 세계 전역에서 100여 개의 컬렉션을 수집했습니다. 그 확장세가 경쟁 브랜드인 힐튼 (Curio - Collection by Hilton)이나 Starwood (The Luxury Collection)에 비해 훨씬 드세군요.
소프트브랜드 컬렉션은 다소 느슨한 형태이지만 프랜차이징 계약의 일종으로 봐야 합니다. 비교적 새로운 호텔 경영 개념으로, 이에 대해서는 블로그에서 두어 차례 자세히 다룬 적이 있었으니 본 포스팅에서는 따로 설명 드리지 않고요, 선 보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분간 시장을 주름잡을 중요한 형태이니 아래 링크의 글은 꼭 읽어 두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새로운 강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 플라자의 속사정 ”
부티크호텔의 전형은 디자인이 아니라 로컬을 반영한 유니크한 고객 경험입니다. 제게도 새삼스러웠습니다만 플라자는 부티크호텔을 표방했더군요. 객실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인테리어가 꽤 차별적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인테리어와 디자인 외 플라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스토리나 고유한 고객 경험은 무엇일까요?
독립 호텔인 더 플라자가 부티크를 표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익히 짐작됩니다만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면 스스로가 붙인 그 부티크란 이름은 고객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부티크로써의 정체성이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주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미지출저: http://cafe.daum.net/skyscrapers/9o2Z
더플라자 The Plaza는 시청 앞 소공동 노른자위에 입지해 있으면서도 인터네셔널 체인인 웨스틴 조선과 일본 시장에 강점을 가진 호텔롯데의 틈바구니에서 다소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여왔었습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2013 호텔 영업현황 자료에서 발췌
한화그룹을 끼고 있는 계열 호텔로썬 만족스러울 수 없는 성적표, 그렇다고 그동안 노력을 게을리 해 왔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래디슨이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덜 알려진 외국의 명찰을 잠시 빌려 달기도 했었고, 2010년엔 천억 가까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호텔 문을 닫아 걸고 통채로 레노베이션하기도 했었더랬지요.
현재의 시장 환경은 더 골머리 아픕니다. Mix 하단의 저가 마켓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3, 4성 급 비즈니스 호텔들이 지근거리에 우후죽순 생겼고 (시장이 일부 겹칩니다. 혼탁한 시장 상황이라면 경게는 더 희미해지지요), 그나마 지키고 있던 고가 수요조차 송두리 채 빼앗길 수 있는 변수가 등장하고야 말았습니다. 간단치 않은 포스의 경쟁자, 포시즌스가 조만간 바로 코앞에서 문을 열 예정이거든요.
“ 플라자의 선택, 오토그라프 ”
플라자는 재벌그룹의 계열호텔 답게 꽤 우수한 인적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풍 역시 나쁘지 않았고 직원 처우도 괜찮은 편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쟁 호텔에 비해 딱히 처지는 게 없는데 왜 받아 오는 성적표는 그 위상과 괴리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응당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경영층은 이미 알고 있겠지요. 짐작되는 바가 있긴 합니다만 제가 왈가 왈부하기엔 적절치 않습니다.
눈에 가장 뚜렷이 들어오는 요인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 '이름표'입니다. 국내에서라면 모를까, 주된 고객인 외국인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힐튼, 메리어트 등의 안전한 이름을 제쳐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호텔에 투숙해야 할 이유는 없지요. 독립호텔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남들처럼 다소 편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0년 유지해 온 그 존귀한 이름을 한순간에 버리고 타인의 명찰을 빌려 달기엔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래도 국내에선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재벌 대기업의 계열회사이니까요... 더군다나 경쟁 재벌 신라나 롯데는 스스로의 이름으로도 꽤 굳건하게 살아 남고 있는 마당입니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 플라자에게 남은 대안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소프트 브랜드를 택했습니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긴 합니다만, 플라자에게 이 소프트 브랜드 컬렉션은 마치 만병통치약인 듯 보이는군요. 제가 보기엔 최선의 선택입니다. 생경한 이름의 독립호텔 처지를 단번에 일신할 수 있거든요. 이름표를 빌려 달지만 '플라자'라는 그 애증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껏 쌓아온 플라자 만의 정체성이 브랜드 스탠다드 Brand Standard에 의해 훼손되지도 않아요.
더군다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수천만 회원을 거느린 로열티 프로그램과 전세계 소비자를 아우르는 예약망 등 메리어트의 마케팅 자산을 오롯이 이용할 수 있으며, 울며겨자 먹기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손 벌렸던 OTA에 큰 소리를 쳐도 됩니다.
그나저나, 이번 계약으로 주된 타격을 받을 곳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포시즌스나 웨스틴조선 그리고 호텔롯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포시즌스나 웨스틴조선은 꽤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 또한 일본시장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니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다소 의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JW메리어트 계열 호텔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군요...... 이격되어 있지만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호텔들입니다. 더 중요한 요인은 메리어트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쉐어한다는 점이며 더군다나 호텔이 지향하는 정체성도 엇비슷해요.
* * *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간단치 않습니다.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왠만한 차별성으로는 독립호텔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 신라와 롯데가 세컨드브랜드를 늘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신세계조선이 결국 프랜차이즈 계약에 의탁할 수 밖에 없는 배경...
이미지: 럭셔리컬렉션의 수이란 Suiran/일본 쿄토 (39개 료관 스타일의 객실을 갖춘 부티크 호텔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프트 브랜드 컬렉션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으론 생각되지 않군요. 대형 브랜드의 성에 찰 만큼 유니크한 특성을 갖춘 독립 호텔들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되거든요. 오히려, 다소 작은 규모이더라도 한옥 스타일을 수용한 호텔들이 여러모로 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호텔리어의 바램이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자생해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 진 독립호텔.... 그것이 설령 소프트 브랜드를 빌려 단다손 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필요한 자산을 비용을 지불해 이용하는 것이니까요.
플라자 호텔, 부디 건승하길 빕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 호텔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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