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군요.
25년 차 호텔리어를 아직도 압도합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로비,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그리고 감춘 듯 은은하지만, 도도함을 한껏 발산하는 짙은 색 수트와 반짝이는 명찰...
우아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객을 맞는 그들은 옛날과 하나 다름없이 늙은 몽돌을 주눅 들게 하는군요.
미모의 호텔리어
오래 전 흥미롭게 읽었던 기사의 타이틀을 빌었습니다. 꽤 재미있는데, 호텔리어가 아닌 독자 분들도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1.
호텔리어를 일등 배우자감으로 꼽았더군요. 세간의 관심을 적잖이 받는 직업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일등 신부감이라니 제겐 금시초문입니다. 결혼 상대로써의 호텔리어를 염두에 둔 적이 없었는데, 기사를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 자격에 모자람이 없긴 하군요.
기사의 내용 일부는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불편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호텔리어라는 프로페셔널을 다뤘지만 매력적인 여성을 보는 대중의 시각도 함께 섞여 있거든요. 적절히 가려서 읽으면 좋겠고요.
오랜동안 함께 근무해 온 저야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소박하고 humble한 모습에도 익숙합니다만 밖으론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 이면이고요, 고객의 눈엔 기사에서 말한, 친절하고 지적이며 고상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그 화려한 피상 만이 눈에 띄겠죠. 할 말이 많은 부분이긴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 꺼리는 따로 있으니 아래 글로 대신하고요..
관련글: 호텔킹을 보는 호텔리어의 불편한 시각
2.
어쨋거나, 그 미모의 호텔리어는 위압적인 로비와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도 존재감이 전혀 훼손되지 않습니다. 외양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업종이라 애초에 외모 등을 따져 호텔리어를 선발하기도 하지만, 호텔이 규정한 까탈스러운 틀들이 그 존재를 마침내 완성시키기 때문이지요.
Grooming Standard
이 틀을 흔히 Grooming Standard라 일컫는데 우리말로 굳이 옮기면 '복장/머리 규정' 입니다.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업종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듯 하더군요. 항공사 뿐만 아니라 은행에도 꽤 타이트한 복장규정이 있던데, 외양과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호텔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간단히 소개 드려 볼까요?
복장 Attire: 스커트 길이, 노출정도, 양말, 액세서리 등
신발 Shoes: 낮은 힐사이즈 등
장신구 Jewelry: 심플한 시계, 결혼/약혼 반지 1개, 단추형 귀고리
화장 Makeup: 화려한 색조 화장, 과한 향수와 메니큐어 금지/식음료, 조리 쪽은 금지
머리 Hair: 수위 낮은 염색 가능, 긴머리는 묶어서.. 남성머리는 와이셔츠 깃 위로 짧게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illustrate by 전신영)
하지만 이 Grooming Standard가 단순히 복장과 머리 모양 만을 정의하는 건 아니에요. 호텔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복장 규정은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W호텔과 같이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며, 젊은 개성에 소구하는 호텔의 경우엔 일반적인 호텔의 그것과는 적지 않게 다른 색채를 띄기도 하거든요. Grooming 스타일은 호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3.
호텔리어들의 유니폼은 좀 달리 볼 면들이 있습니다.
도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날개'이기도 하고, 서비스에 대한 호텔의 약속을 상징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의 호텔리어들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제가 입사했던 20년 전에는 사무직 직원들도 유니폼을 착용했었습니다. 어린 제 눈에도 유니폼 속의 호텔리어들은 볼품 없었을 뿐더러 하나같이 비슷해 보였더랬지요. 유니폼은 호텔리어의 개성을 죽여 획일화시키고 개개인의 아름다움 마저 표준화합니다.
십 수년 전엔 이마저도 없앴습니다만 그것이 호텔리어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배려였는지, 아니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단순한 경영 수단이었는지에 대해선 따로 들은 바 없습니다. 아마도 둘 다 노렸겠지요?!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illustrate by 전신영)
위 복장 규정을 자세히 본 분들이라면 좀 놀라운 점을 발견했을 듯 싶은데, '염색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요.... 규율과 짜여진 틀에 목숨 걸 것 듯 했던 애초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많은 부분을 강제하진 않지요?!
호텔 정체성의 상징
브랜드 스탠다드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생각하는 대형 인터네셔널 체인들은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겠죠. 덩치가 커지면 개성이 희생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개성이 곧 경쟁력인 독립 부티크 호텔이나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도 호텔의 정체성을 투영하고자 노력하죠. 훨씬 자유분망한데, 엊그제 들은 지인의 말로는 명찰을 달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는군요?!
4.
스타일은 호텔마다 각양각색이라도, 호텔들은 정해진 이 Grooming Standard를 고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호텔리어 그리고 그 호텔리어의 복장은 곧 호텔을 대표하며 그 호텔의 퀄러티를 의미하거든요.
시간을 할애해 따로 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근무 투입 전엔 복장을 점검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합니다. 스케일에 따라 정도를 달리하고요, 다소 느슨하게 적용하는 곳도 없진 않겠죠. 교육 등을 포함한 경영층의 관심과 노력은 달리 말하면 모두 비용, 즉 돈이거든요. 하지만 사각지대라 할 만한 면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한 드라마에서 호텔 아르바이트로 출연했던 아이돌입니다. 무슨 옷을 입혀도 잘 어울릴 듯한 외모이긴 합니다만 머리 모양이 이런 식이면 담당 메니저는 꽤 난처하겠군요? 단정하게 묶는 게 일반적인 규정이고 여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지: SBS
호텔의 복장규정을 이들 아르바이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웨딩이나 대형 연회에 투입되는 일시성 manpower의 복장과 용모에 경제적 여력을 잘 배려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호텔마다 추구하는 서비스 퀄러티는 이런 부분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듯 하더군요. 추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교육을 따로 시키거나, 인력 공급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우수한 인력을 배정 받고자 노력하는 곳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부분이긴 합니다만 이런 면에서도 호텔의 서비스에 대한 오너의 철학을 간단히 엿볼 수 있어요.
5.
아름다운 호텔리어를 완성하는 더 중요한 요소는 사실 따로 있는 듯 해요. 위에서 실컷 읊은 '미모'나 '아름다움' 등의 외양이 아닙니다.
호텔리어를 완성하는 것
호텔리어 내면의 모습....
어쩌면 이는 호텔이 공들여 규정한 그 수많은 약속과 교육 활동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그것들에 의해 통제되고 개선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오너의 경영철학, 호텔의 전반적인 정책과 사풍,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비로소 만들어지는 로열티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정적인 요소들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그 수많은 호텔의 규정과 교육 훈련은 비로소 형성되는 이 로열티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작년에 올렸던 것을 토대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가볍게 쓰고 싶었지만 요즘은 왠지 글들이 경쾌하지 못하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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