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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객실에 러닝머신이 있는 이유/피트니스 룸 Fitness Room

운동 열심히들 하시지요?


늙은 몽돌은 쫌 게으른 편이라 숨쉬기와 출퇴근 때 걷는 것 정도도 생존에 지장없는 운동량이다 생각해 왔더랬죠. 하지만 요즘은 좀 후달리는군요. 어딜 가나 저질 체력이 금방 드러납니다.


저와는 달리 제 주변의 지인들은 정말 열성이더군요. 주말이 오면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들로 쏘다니기 바쁩니다. 건강에 좋다는 것만 가려서 먹고요.. 여러분들도 그러하시죠? 요즘 세대가 건강에 쏟는 정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분들이 해외로 빈번히 비즈니스 여행을 다녀야 할 사정이라면 어떨까요? 하루 한 시간 정도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 걸 느낄 분들인데, 해외에선 아무래도 운동할 여유는 부족하겠지요?! 환경도 그렇고..... 


하지만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고슴도치가 되어 귀국할 일은 없을 듯 하군요.


*  *  *


처음 본 객실 형태입니다. 


엊그제서야 외국 기사를 통해 이런 타입의 객실을 구경했는데 시장에 소개된 지는 꽤 되었군요?!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께서는 이미 투숙 경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HNN/Tryp Hotel Fitness Room


이런 객실 개념을 기사에서는 'In-Room Fitness 인룸피트니스'라 표현했던데,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피트니스型 객실' 쯤 되겠지요?! 그냥 피트니스룸이라 부르겠습니다. 


피트니스 룸?


짐작하셨겠지만, 말 그대로 요가 매트나 러닝머신 등 헬쓰 기구 몇 가지를 호텔의 객실 내부에 들여다 놓은 개념입니다. 여기에서도 흥미로운 시장 트랜드와 이를 따라 잡으려는 호텔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데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도록 하고요,,





국내의 호텔에선 경험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도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아직 없거든요. 하지만 아예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엔 다소 망설여지는군요. 


시장에 홍보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포장된 수준은 아니어도, 큰 사이즈의 객실 몇 개에 러닝머신 (트레드밀 treadmill이라고 부릅니다) 쯤은 들여다 놓았을 수도 있거든요. 아울러, 매트를 준비해 두고 트레이너 DVD를 대여해 스트레칭 정도는 가능토록 한 경우를 들었던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객실이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인 건 꽤 오래 전의 일이었더군요.


스타우드의 Westin 체인은 유사한 개념을 10년 이나 전인 2005년에 런칭했습니다. 웨스틴 워커아웃 룸 WestinWorkout Room이라 이름 했던데 웨스틴 웰빙 무브먼트 Westing Well-Being Movement 프로그램의 한 부분입니다.


이미지: 웨스틴/WestinWorkout Room


객실에 요가 매트, 짐볼, 덤벨은 물론이요, 트레드밀 또는 바이크 등을 들여 놓았는데 예약 시점에 원하는 고객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줍니다. 그렇다고 모든 객실이 이런 식으로 준비된 건 아니고요...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있는 우리나라 웨스틴 체인의 사정은 어떠냐구요?


전화로 확인해 봤더니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군요?! 브랜드 차원의 프로그램이긴 합니다만 강제성은 없습니다. 호텔마다 타깃하는 시장도 다를 뿐더러, 따라서 포지셔닝도 제각각이니까요. 모든 고객이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지: 웨스틴/WestinWorkout Room


웨스틴조선 서울의 경우, 런칭 초창기엔 WestinWorkout Room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장 반응이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겠지요. 10년이나 전이니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환경,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에서 너무 앞서 나갔을 수도 있어요.





웨스틴 말고도 이런 서비스로 잘 알려진 브랜드가 또 있더군요. 제겐 좀 생소했던 명찰인데, 윈덤 호텔그룹 계열의 upper midscale 체인인 트립바이윈덤 Tryp by Wyndham입니다.


2010년 피트니스룸 Fitness Room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구속력은 웨스틴에 비해 다소 강하군요?! 새로 들어서는 Tryp 명찰의 호텔들은 의무적으로 1 개 이상의 피트니스 룸을 둬야 한다고 강제합니다.


Tryp Hotel 피트니스룸


하지만 이들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놈이 등장했습니다. All or Nothing, '모 아니면 도'?..... 아예 이 컨셉에 올인한 도박?형 호텔이 나타났거든요.

IHG 계열의 중가 upscale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세그먼트에 속하는 EVEN이라는 체인이고요, 저야 당연히 처음 듣는 명찰인데, 호텔에 대해 잘 아는 분들도 아마 그러실 것이라도 감히 장담합니다.

이미지: EVEN Hotel


현재 달랑 2개 밖에 없는 신삥이걸랑요. 2014년과 올해 하나씩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놈의 잠재력이 심상치 않아요. 머리의 피도 채 마르지 않은 미국 소재의 이 2개 호텔들은 최근 트립어드바이저 고객 평가에서 한 곳은 1등, 다른 곳은 2등을 먹었거든요.

EVEN 호텔의 모든 서비스와 오퍼레이션은 오로지 이 웰니스 Wellness와 피트니스 Fitness 하나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호텔의 모든 인벤토리를 피트니스룸으로 꾸몄어요. 로비 바로 곁에 붙은 최신 체련장에, (요가나 스트레칭 등 비교적 가벼운) 운동 기구들이 설치된 넓은 객실, 엄선한 오가닉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서빙하는 라운지,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예를 들어, 운동하면서도 간편히 소지할 수 있는 손목걸이 형 객실 키, 체크인할 때는 흔한 프론트가 아니라 구석 Welcome Center라 부르는 곳으로 데려가 차갑거나 뜨거운 물수건을 준다네요?! 스트레스를 씻어 내라고... 

글머리에서 냄새를 풍겼습니다만, 호텔들이 이런 theme의 객실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이유가 익히 짐작되지요? 


피트니스 룸이 탄생한 배경


다소 궁핍하지만 그나마 느긋하게 살아왔던 늙은 몽돌의 눈엔, 바삐 사는 요즘 세대들이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자신에 쏟는 정성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세상 살이가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방증, 사회나 국가는 더이상 비빌 언덕이 못되는군요. 약육강식의 정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 뿐..



이미지: https://www.linkedin.com/pulse


옆길로 잠시 샛습니다만, 여하튼 웰빙族, 웰니스족 Wellness (웰빙과 행복 happiness, 건강 fitness의 합성 신조어) 또는 로하스족 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이니 하는 유행어들은 복잡다난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의 소박한 꿈, '건강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사는 삶'을 대변하는 것들이겠죠. 피트니스룸이나 웰니스룸은 소비자의 이런 니즈를 겨냥한 호텔의 또다른 마케팅 산물일 뿐입니다.


업스케일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타임스퀘어/크진 않지만 꽤 알찹니다.


그나저나, 왠만한 호텔들은 번듯한 피트니스센터 (헬쓰클럽)을 다 갖추고 있는데도 왜 굳이 좁은 방에도 운동기구를 들여 놓을 생각을 했던 걸까요????





샤이한 고객 성향 때문에? 하긴, 동네 헬쓰클럽에 가면 흔히 마주치는, 몸매 자랑에 부러 벗고 다니는 그런 류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단지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리고 사생활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할 테고.. 아울러, 객실에서 피트니스 센터로 오르내리는 시간도 아깝겠지요.... 



럭셔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여긴 엄창납니다.


자리를 차지하는 운동 기구를 들이고, 트레이닝 존도 따로 만들었으니 객실의 사이즈는 일반 객실보다 당연히 커야 하겠지요?! 더군다나 이런 자산에 추가 투입된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니 투자를 집행한 오너를 만족시키려면 객실료도 높게 책정해야 하고, 그리고 추가적인 유입 효과도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면적당 marginal RevPar를 산출해 보면 간단히 투자 타당성을 테스트 해 볼 수 있을 듯 싶은데 기사에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더군요. 단순히 '피드백이 아주 좋았다' 정도로만 표현했습니다. 


피트니스 룸으로 노리는 것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이겠지요?! 하지만 이 소비자 트렌드는 꽤 오래 지속될 듯 합니다. 더 오래, 즐겁게 살고자 할 것이고, '약'만으로는 불가능하니까요...


우리나라 호텔들의 경우, 시장 환경이 같진 않을 터이니 EVEN호텔과 같은 도박?을 선뜻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 싶고요, 사이즈가 큰 스위트형 객실 몇 개에 도입해 반응을 테스트해 봐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객실이 넘쳐나던 시장에 메르스까지 겹쳤으니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그 많은 수의 객실을 그냥 놀려야 할 듯 싶은데 이런 시도라도 다시 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려나요?


무지랭이 몽돌이 아직 아는 바가 많지 않은데, 아마도 시도해 본 호텔들 있었겠지요?!



The-case-for-fitness-themed-rooms-in-hotels

7-best-hotels-business-travelers

even-hotels-wellness-fitness/10778527/

A-look-at-IHGs-new-EVEN-wellness-hotels_ST_U.htm

http://westinwellbeing.starwoodpromos.com/move-well/westin-workout-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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