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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비즈니스 여행자가 호텔에서 원하는 것

그 지리하고 불편했던 기내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공항에 도착합니다. 


처음 방문하는 곳, 사업 차 나온 해외의 출장지인데 이번 일정은 꽤 빠듯하군요... 


수화물을 찾아 버스 스탑으로 막 나서자, 어떻게 알았는지 예약해 둔 호텔로부터 알림이 하나 날라오네요?!



"호텔로 들어오는 길목에 공사가 있습니다. 혼잡이 예상되니 xx로 우회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호텔앱을 통해 이런 알람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셔틀이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에겐 크게 소용되지 않은 정보인가요? 하지만 만약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었다면? 더더군다나 여러분은 1분 1초의 시간을 다투는 비즈니스맨입니다.....



* * *



업무차 출장 간 해외의 호텔에서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호텔의 어메너티 Hotel Amenities는 과연 무엇일까요? 


네, 당근 무료 와이파이 Free Wifi입니다. 



이미지: Skift/The New Amenities Hotels Should Offer Business Travelers



좀 식상하게 들리지요?! 


사실 이런 트랜드를 다룬 보고서와 기사는 최근에 많았습니다. 작년 경부터 대부분의 대형 럭셔리와 어퍼업스케일 브랜드 호텔들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국내에 최근 들어선 3, 4성급 비즈니스 호텔들에서는 대부분 무료). 로비 뿐만 아니라 객실에서도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호텔의 수익률을 갉아 먹는) OTA를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 부킹 Direct Booking 을 통해서 투숙하는 로열티 맴버쉽 고객에 한한다는 단서가 붙긴 하지요?! 이 조건마저도 곧 없어질 듯 하지만.... 어쨋거나 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그것이 출장이거나 관광이거나, 여행 목적에 상관없이 호텔에 투숙하는 모든 고객들이 공히 원하는 '잇' 서비스입니다. 



이미 필수 호텔 어메너티가 된 이 와이파이 서비스 외 해외로 출장 나온 회사원들의 위시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GBTA[각주:1]가 아코르호텔의 협조를 얻어 따로 조사했습니다. 이 조사가 지니는 의미는, 그동안 레져 여행 시장에 쏠렸던 세간의 관심에 비해 다소 소외되어 왔던 상용 여행 고객의 니즈를 따로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에 따른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세그먼트[각주:2]는 레져여행 (관광 목적의 여행)과 엇비슷한 시장 규모를 보이는 듯 하더군요. 



 출장 나온 회사원들의 위시리스트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목적으로 출장 온 고객들은 호텔의 여러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더 민감합니다. 레저 여행객과는 달리 호텔에 더 오래 머물기도 하거니와, 반복 투숙이 이뤄지므로 호텔로써는 훨씬 세심히 신경 써야 할 계층이기도 해요. 


도심 상용 호텔의 경우 이들 (주로 Corporate나 FIT 등의 믹스)이 점하는 Occupancy 비중도 훨씬 크고요, 따라서 우리나라 특급 호텔들의 마케팅 포커스는 이들 상용 출장자들에게 주로 맞춰져 있습니다.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이런 조사는 저 같은 호텔리어들에게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미지: http://www.travelblat.com/




설문의 결과 중 흥미로운 것들만 몇 개 추려 볼까요?


■   편리하고 효율적인 공항 셔틀 서비스

■   필요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는 앱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

■   호텔 비용명세를 효율적으로 핸들링할 수 있는 시스템


타이틀만 뽑았는데 의외로 소박하군요?! 아마도 설문의 구성이 현실적이고 세세한 내용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저야 자주 출장 다니는 신분이 아니니 피부에 바로 와 닿지 않는데 출장을 자주 다니는 독자 분들은 공감하실까요? 


위 짧은 타이틀만으로는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좀 부연해 보도록 하지요.



 하이테크 공항 셔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공항과 호텔 사이의 셔틀은 일반화된 서비스입니다. 그렇지만 설문에서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원했던 서비스는 그렇게 간단치 않군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문적인 하이테크 영역을 건드리거든요. 


셔틀의 배차 간격이나 GPS 트래킹을 통한 셔틀의 현재 위치 정보, 예상 소요시간 등을 호텔의 모바일앱 등을 통해 제공 받길 원한다는 것이죠. 비즈니스 출장자가 이런 기능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공항에서 셔틀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 호텔로 빨리 오길 원하니까요. 



이미지: http://www.huffingtonpost.com/



관광 목적의 여행객과는 다소 다른 어프로치이지요?! 이것 말고도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위시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보면 시간 가치를 더 중시하는 비즈니스맨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앱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 



코트야트 바이 메리어트 등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에서 '고보드 Go Board'라는 스탠드형 티비 전광판을 보신 분이 계실 듯 한데, 호텔리어를 찾아 직접 묻지 않아도 이 고보드를 통해 교통정보나 주변 관광지, 맛집 등 필요한 정보를 고객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이 고보드는 과도기에 잠시 비집고 들어 온 임시성 서비스로 보일 뿐입니다. 호텔은 이런 편의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 고객의 손바닥에서 적시適時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 안으로 끌고 들어 올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머리에서 언급했던 교통 정보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때마다 제공될 수 있는 이런 모바일 앱 기반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조만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이는군요. 



작년에 봤던 Alice라는 한 스타트업의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 앱/

정확히 이런 서비스를 겨냥하고 있던데 지금 사업현황이 어떤지 모르겠군요.

this-app-works-as-a-remote-control-for-hotel-concierge/#1



이런 세세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모바일 시스템들은 더딘 페이스이긴 합니다만 상용화 단계에 접어 들었습니다. 소형 브랜드들은 하나 둘 도입한 듯 하고요, 대형 체인들 역시 파일럿 테스트를 마치고 2016년을 전후로 브랜드 차원의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더군요. 대표적으로 모바일 체크인 mobile check-in 그리고 모바일 키 mobile key 시스템이 그것들입니다.


관련글: 

호텔 컨시어지의 하이테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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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호텔의 모습

스마트폰으로 호텔 객실을 연다

모바일시대, 호텔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




 효율적인 폴리오 관리 



세번째로 언급한 부분은 출장을 빈번히 다니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이나 제대로 이해할 만한 부분이군요. 사업차 출장 온 투숙객은 호텔에서 발생한 비용 명세를 회사에 제출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개인이 먼저 지불한 후 회사로부터 정산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출장자라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증빙인 것이지요.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프론트에서 명세(이걸 folio '폴리오'라고 흔히 부릅니다)를 출력 받아 회사에 제출하는 모양세가 일반적입니다만 좀 불편합니다. 번거롭게 프론트에 들려야 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분리해 회사에 제출할 명세를 따로 만들도록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종종 분실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미지: http://www.hotelchatter.com



이 정도 쯤이야 향후 보편화될 모바일 시스템이 쉽사리 수용할 수 있겠지요?! 수시로 자신의 계정 account를 조회할 수도 있고, 원할 경우 스스로 명세를 분리해 출력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더 있습니다만 쉽사리 수긍할 수 있는 내용들이니 타이틀만 간단히 소개 드립니다.  


■  전원 등 고객의 IT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객실 환경

■  원격 인쇄 등 고객의 사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객실 옵션

■  앱을 통한 온라인 메시징

■  객실 티비와 고객의 사무기기 간 연동 기능 






그나저나 꽤 흥미롭지요?! 다소 겹치는 내용도 있긴 합니다만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도 흔히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의 단면 



소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부분들은 비즈니스맨들의 시간 가치와 편의를 고려한 현실적인 서비스들이지만 크게 보면 최근에 부쩍 강조되고 있는 '새로운 고객 경험'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들입니다.


더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이들이 모두 하이테크 모바일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이란 것입니다. 이런 IT 하이테크를 도외시한 고객 서비스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시대가 느닷없이 도래했어요. 



Hilton: Smartphones to open up hotel rooms starting next year




이들 모바일 기반 서비스는 호텔의 진정한 경쟁력이라 회자되던 '인적 서비스'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당분간은 이를 보완하는 모양새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하이테크가 인간의 기능을 더 흉내내기 시작하면 '보완' 이상의 것들을 욕심내겠지요. 


어쨋거나 급변하는 시대, 모바일 하이테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굼뜬 호텔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퇴화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며 낙오할 수도 있어요. 



What-business-travelers-want-from-hotels 

http://www.4hoteliers.com/news/story/14624

More-News/GBTA-Projects-Record-U-S--Business-Travel-Spending-In-2015/?a=proc

the-new-amenities-hotels-should-offer-business-travelers

business-travel-market-to-surpass-1-trillion-this-year/

this-app-works-as-a-remote-control-for-hotel-concierge/#1



출장 다니는 비즈니스맨들이 호텔에 투숙했을 때 원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꽤 재밌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레져 여행객들이 원하는 것들과는 좀 달라 보이는군요?!http://oldhotelier.tistory.com/692#.VcForfPtlHw

Posted by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on 2015년 8월 4일 화요일






  1. 국제 비즈니스 여행 통계를 발간하는 세계 비즈니스 관광협회 Global Business Travel Association [본문으로]
  2. 최근 GBTA가 발간한 2015년 세계 비즈니스 여행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상용 여행시장의 지출규모는 2015년 1.25조 달러 (약 1,400조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군요. 아울러, 향후 5년 간 해마다 6.5% 내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으니 이들을 주된 먹거리로 삼고 있는 호텔들에게도 대단히 흥미로운 추세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