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반자라 하더군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 고쳐 부릅니다. 복잡다단한 세상, 인간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피해 반려동물을 키우며 고단한 삶을 위안 받습니다. 그야말로 가족의 일원. 말 없고 순종적인 짐승이 때때로 이해관계에 얽히는 가족 보다 차라리 나은 존재라 말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더군요. 개인의 취향 그리고 가치관의 문제이니 옳고 그름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는 증가일로에 있습니다. 늙은 몽돌 역시 그 중의 일인, 아이들 등쌀을 못 이겨 앵무새 한 놈을 기르고 있거든요. 모이 주고 똥 치우고,,, 위안은 커녕 덤탱이를 쓰고야 말았지만.
최근 기사에 의하면 국내 전체 가구의 약 16%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키우고 있다더군요.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1조8,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2020년에는 6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답니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2조 7,000억이라니 그 위상이 얼추 짐작되시지요?!
DoubleTree by Hilton의 Pet Policy
이 분들이 휴가나 장기간 출장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할 사정이라면 어떨까요?
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까지는 '택'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외국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동물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요, 더군다나 호텔에선 문지방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가까운 곳으로의 짧은 여행이라면 몰라도 기간이 길거나 먼 곳을 여행할 때는 아마도 시설 (애견호텔 등으로 부르더군요)에 위탁하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완만한 페이스이긴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군요. 일부 외국 호텔에서는 이들 애완동물을 오래 전부터 수용해 왔었습니다. 최근엔 이 추세에 동참하는 호텔들도 하나 둘 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호텔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뻔합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이니 '세심한 서비스'니, 표현은 아름다워도 결국 돈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게으름을 피우면 자칫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는 미완의 트렌드.... 트랜드라 칭하기엔 아직 설익은 상태이지만 번듯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정지작업이 천천히 진행중인 듯 하군요. 얼리버드 early bird에겐 곧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호텔에서 반려동물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 온 듯 합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런 수요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케팅 노력의 일환이겠지요. 이런 곳들을 펫 프랜들리 호텔 Pet Friendly Hotel이라 부르더군요.
DoubleTree by Hilton의 Pet Policy
하지만 동물을 호텔 안으로 허용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가지 추가적인 배려도 필요하거니와 다른 고객들도 따로 배려해야 하니까요. 달리 말하면 '추가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고객들을 배려해 별도의 층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거나,
배변이나 털 등 잔여물이 남고, 냄새도 남게 되므로 청소나 소독에 각별히 신경 쓰야 하며,
직원들을 적절히 교육해야 하고,
별도의 펫 어메너티, 즉 반려동물 용 침대, 취식용기, 장남감, 욕조, 그리고 욕실 용품, 배변봉투 등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
유명 체인 호텔의 규정 Pet Policy를 찾아 봤더니 너나 없이 체인 정책으로 허용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로컬 정부의 규정을 감안한 개별 호텔의 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생색은 체인 본부가 내고, 욕은 개별 호텔들이 먹어라 뭐, 이런 거???ㅎ
여하튼, 이들 Pet Friendly Hotel 들이 주로 적용하는 틀을 간단히 살펴 볼까요? 호텔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긴 합니다.
동반 투숙시 주의사항 등을 규정한 동의서를 작성한다.
추가 요금을 징수한다.
제한 규정이 있다 (무게나 앉은 키).
대중이 이용하는 식당의 출입을 금지한다.
반려동물을 홀로 남겨두지 않도록 한다.
공용지역에서는 항상 끈을 멘다.
이미지: Kimpton Hotels & Restaurant
추가로 과금합니다만 역시 호텔 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뉴욕의 럭셔리 플라자 호텔 Plaza Hotel (우리나라의 시청앞 더플라자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의 경우는 $35, 살펴 본 몇 곳은 $50~$70 정도인 듯 합니다. 평소에도 엑스트라 베드 Extra Bed를 요청하면 5만원 내외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니 이해할 만한 수준이군요. 호텔이 떠안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 오히려 너무 저렴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재미있는 점은 무게 제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 플라자호텔의 경우 20파운드 까지로만 제한하고 있군요? 9kg남짓이니 시베리안허스키나 레브라도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은 받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무게 규정은 호텔마다 제각각입니다. 40~50파운드도 수용하는 호텔들이 있던데 소비자 분들께서는 투숙 전에 반드시 확인을 하셔야 할 듯 하군요.
하지만 맹도견 Guide Dog의 경우엔 예외를 둡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은 펫프랜들리가 아니지만 맹도견의 투숙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허용한다는군요.
한 칼럼에서는 대표적인 펫프랜들리 호텔로 킴튼 (Kimpton Hotels & Restaurants - IHG에서 최근 인수한 소프트브랜드 컬렉션)을 꼽더군요. 비교적 오래 전인 1981년 부터 채용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Kimpton Hotels & Restaurant
킴튼이 내세우는 정책은 아주 파격적입니다. 반려동물을 동반할 때에도 추가요금을 징수하지 않고요, 무게 제한도 없으며, 엄청난 크기의 대형견 수 십 마리를 한꺼번에 데려와도 무방하다고 자랑하고 있더군요. 흠..... 당연히 층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full booking이면 그 층은 그야말로....
더욱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Pet Relation을 관장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이 부서의 책임자가 '개님'이라는군요?! 위 이미지의 견공께서는 킴튼 계열의 Hotel Monaco Alexandria에서 펫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의 Director로, Mrs.Charlie 입니다. 한창 바쁘신 와중에도 로비에 나와 반려동물을 직접 Greeting 하고 계시는군요.....
Best Western Plus Chateau Granville Hotel & Suites의 접근법도 꽤 흥미롭습니다. 체크인하면서 웰컴 패키지를 받는데 성분이 표기된 맛있는 먹이와 인근의 동물병원, 산책가능한 공원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군요.
이미지: Kimpton Hotels & Restaurant/위 이미지의 견공께서는 킴튼 Hotel Palomar Dallas에 근무하고 계시는 Mr.Higgins 이시라는군요. Mrs. Higgins인가????
흥미롭지 않나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유니크한 스토리와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개별 호텔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정보를 찾다보니 놀랍게도 이런 곳을 알려 주는 사이트가 있네요?! 뿐만 아니라, 트립어드바이저나 부킹닷컴 등 메타서치엔진과 OTA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역시 발빠른 OTA....
http://www.bringfido.com/lodging/hotels/country/south_korea/통화표기엔 오류가 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이군요. 아마도 여기에 리스팅되지 않은 중, 소규모 호텔들도 있겠지요?!
검증을 좀 해 볼까요? 몇 군데 전화를 넣어봤습니다.
W호텔
18kg 까지 1마리만 가능
추가요금 30,000/1박 + 120,000 (세금,봉사료 별도)
배변 봉투와 사료 등 제공/별도의 층 운영하지는 않음
(댓글로 의견을 추가해 주셨군요. W호텔의 형제 브랜드인 알로프트 강남도 동일한 정책을 채용했다고 합니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15kg 까지
1마리당 반환부 보증금 100만원/추가요금 55,000원
별도의 층 운영하지는 않음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소형견 가능 (앉은 키로 계측)
1마리당 반환부 보증금 100만원/추가요금 1박당 1만원 (최대 20만원)
별도의 층 운영하지는 않음
인천공항호텔 (1, 2급 규모의 소형 호텔)
무게 불문
소형견 3만원/마리/1박, 대형견 5만원
별도의 층 운영하지는 않음/배변 봉투 등 고객이 준비
W호텔의 Pet Policy
눈여겨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프레이저 플레이스와 오크우드가 펫프랜들리인 이유는 일반 호텔과 달리 주로 장기 투숙객을 겨냥한 레지던스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여행이라면 고려할 수 있는 대안들이 여럿 있겠지만 장기 출장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겠지요. 반려동물을 동반해야 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아울러, 가족단위 여행객이 주를 이루는 리조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한화리조트도 몇 곳을 뽑아 시범사업 중이라고 하네요?!). 그런 면에서 광장동의 W호텔은 꽤 진취적이지요?!
참고로, 위 윈저캐슬 (용인 소재 1급 호텔)의 정보는 잘못되었군요. 호텔로 전화했더니 단호하게 동반 불가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위 리스트에 나와 있지 않은 곳도 한번 확인해 볼까요? 이런 객실 수요가 많을 법한 우리나라 대표 휴양지 소재 대표 호텔입니다.
제주신라
역시 허용하지 않으나,
컨시어지에서 맡기는 건 가능 (케이지 제공/사료, 배변 봉투 등은 소유자가 준비)
전세계 대부분의 호텔로 확산되기는 아직 설익은 트랜드입니다. 보수적인 국내 호텔들이 이런 트랜드에 당장 올라 타기엔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지요?!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는 급증 추세이니 위 킴튼 등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을 이미 둔 셈입니다.
dog friendly 호텔카푸치노
국내 휴양지 소재 중소형 규모의 독립 호텔들이라면 10개 객실 내외의 한 두 층을 할애해 시도해 봄직 하군요?! 가뜩이나 차별화 요소를 찾기 힘든 레드오션, 이런 부분에서 유니크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글을 올린 후 몇 분께서 도움 말씀을 주셨는데, 일부는 본문에 반영했고요, 강남의 호텔 카푸치노 역시 대표적인 펫프랜들리 호텔입니다. 아울러 남해 힐튼 및 광화문 포시즌스 역시 펫프랜들리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네요?! 아마도 제가 모르는 펫프랜들리 중소형 호텔들이 제법 있을 듯 싶군요.)
참고한 글
Hoteliers embrace pet-friendly op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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