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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회춘 프로젝트, 문을 닫을 것인가 말 것인가?/호텔 레노베이션


호텔 개보수공사에 투자된 금액이 작년에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의 예로, 2010년 경기 침체를 벗어나면서 투자 금액이 꾸준히 늘더니 작년엔 60억 달러에 이르렀다는군요. 원화로 환산하면 6.6조원입니다. 


이런 방면엔 무지랭이인 늙은 몽돌이니 얼마나 대단한 금액 규모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이 기사를 보노라니 또 뜬금없는 잡생각이 들더군요.



'투자 적기는 경기가 최저점일 때이다'......

라는 말은 역시 바른생활 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고루한 이론인가?



우리나라나 호텔 선진국이나 이런 방면에선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군요. 이론적으로 따지면야 위 말이 정답이겠습니다. 시장이 불황을 벗고 한참 반등하고 있을 때 영업기회를 희생시키며 대규모 레노베이션에 들어 간다는 건 넌센스이니까요. 


이미지: Hotel Renovations on the Rise After Recession



그렇지만 불황기에 투자를 집행한다는 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단기 실적에 목메는 바지 사장이나 총지배인을 내세운 외국 호텔들의 경우, 경기가 차가울 땐 투자는 고사하고 비용 줄이기에 여념이 없거든요. 


따라서 투자에 대한 논의는 일반적으로 경기 저점을 한참 지나고 난, 안전한 시점에 비로소 이뤄지는 듯도 하더군요. 하지만 오너의 입김이 강하고, 상장되어 있지도 않아 눈치 볼 이해관계자도 없는 내국 호텔이면 제법 과감한 투자 결정을 종종 합니다. 



*****



말머리가 다소 길어졌는데, 오늘은 호텔의 공사, 고급스러운 말로 '레노베이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할까요?





호텔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채택하는 수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뜯어 고치는 것입니다. 얼마 전 포스팅에서 이를 '회춘'이라 빌어 썼는데, 되돌아봐도 딱 들어맞는 표현이군요. 



 호텔의 회춘, 또는 레노베이션 



이를 전문용어로 '레노베이션 renovation', 호텔리어들은 흔히 '프로젝트'라 부르고 일반 소비자들은 리모델링 또는 리뉴얼로 일컫기도 하더군요. 엎어치나 매치나 모두 회춘을 의미하는데, 이 회춘이 필요한 이유는 명료합니다. 오래되어서 낡았거나, 더 중요하게는, 최신의 유행을 덧입혀 새로운 경험을 팔기 위해서이지요.




이 레노베이션은 호텔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쉽사리 채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엄청난 규모의 돈질이 필요하거든요. 이전 포스팅들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객실 하나를 소프트한 터치업 수준(복도를 포함해 카핏 갈고, 벽지 바꾸고, 일부 가구 등을 교체하는 정도)으로 손 볼라 치면 1실 당 3, 4천만원은 족히 소요됩니다. 


순서를 나눠 한번에 200실 정도의 규모 (대형 호텔의 경우 인벤토리가 600실 정도 되니 3~4 phase에 나눠 집행합니다)라면 1 phase에 100억 정도 들겠군요 (2, 30평형 대 낡은 아파트를 사서 이사 들어갈 때 하는 리모델링 비용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아파트 처럼 호텔 객실도 가격으로 굳이 환산하자면 upper upscale 기준 1실당 2~3억 정도로 매기는 듯도 하더군요). 더 골치 아픈 사실은 이 돈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약 7~10년 전후의 사이클을 타며 계속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 유행은 변덕쟁이, 항상 흐르는 것이니까여.... 


더군다나, 돈을 쏟아 붓는다고 모든 회춘 프로젝트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젝트 입안 단계부터 꽤 긴 기간동안 여러가지 물리적, 마케팅적인 고려가 세심히 논의되고 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지요.



 문을 닫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것이 문제로다! 

To close or not to close, that's the question!



"문을 닫을 것인가 열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To close or not to close during renovations/HNN



주로 레노베이션의 규모와 기간, 이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 정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외국, 우리나라 할 것 없이 문을 닫아 건 형태의 전면 레노베이션은 드뭅니다. 모든 영업을 포기한 채 1년 가까이 호텔을 개보수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요. 하지만 그 이례적인 경우를 비교적 최근에,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하긴 했습니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장충동의 호텔신라가 최근에 그랬고, 2010년 시청 앞의 더플라자가 문을 닫아 걸었더랬습니다


재작년 회춘 프로젝트에 착수해 작년에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경우는 일반적인 예를 따랐는데, 그 레노베이션 기간 동안 객실과 기타 부대시설들을 돌렸더랬습니다. 객실은 제외된 반쪽 짜리 프로젝트 (관련글:회춘한 늙은 형,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였는데, 만약 객실이 renovation scope에 포함되었다면 아마도 신라나 플라자처럼 문을 닫아 걸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뜯어 고쳤던 부대시설의 규모가 꽤 방대했거든요.


어쨋거나, 객실을 포함해 일부 부대시설은 정상영업 했습니다만 말이 정상이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고객들로부터 이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과정을 은폐/위장?하기 위해 차단 수단을 강구합니다만 장막을 한꺼풀만 걷어내면 바로 공사판이거든요.



그 파급을 수치로 엿볼 수 있을까요?


2013 서울 특 1급 매출 등 영업현황/매출단위: 백만

위 자료의 객실수는 판매가능객실수로 역산해 산출했으므로 등록 객실수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작년 말 '썰시리즈'에서 써 먹었던 2013년 서울 특 1급 호텔의 매출실적을 따로 정리한 표입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은 2013년 5월 부터 2014년 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로비와 연회장, 레스토랑 등을 뜯어 고쳤습니다. 



 회춘 프로젝트의 댓가 



객실부문을 정상영업으로 돌렸다지만 영향이 없을 수 없지요. 80% 내외가 일반적인데, 위 표의 50%대 2013년 객실점유율은 정상적인 영업상황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수치입니다. 더군다나 1월 부터 4월 까지의 정상 운영을 감안한다면 다소 황망한 수준... 평소 외형이 1200~1300억 수준이니 매출 또한 반토막이 났군요. 레노베이션의 영향이 만만치 않지요?! 


그 바람에 옆에 입지한 젊은 동생, 코엑스 인터컨이 반사이익을 보긴 했습니다. 위 표에 보이는 코엑스의 ADR과 Occ%는 위상에 비하면 과분한 수준이걸랑요 (동일한 management이니 공사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코엑스에 turn-away 했을 수도 있겠군요)


달리 반영해야 할 변수들이 있긴 합니다만 호텔신라와 더플라자는 수백억에 이르는 이 반토막 매출마저도 포기하는 결정을 한 것이니 대단한 용단이지요?!


제목이 많은 걸 대변하는군요... 힐튼 계열의 업스케일 더블트리 레노베이션

이미지http://www.ghidotticommunications.com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재무적인 손실을 감내하지 못하고, 일부 영업을 유지한 상태로 개보수 공사를 들어가게 되면 operation에서 신경 써야 될게 훨씬 더 많아집니다. 민감한 변수들이 개입하고, 영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야 하거든요. 



하나씩 짚어 볼까요?


Renovation 시기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야 뭐.... 가급적 피해가 가장 작은 기간, 즉 비수기에 공사가 수행되어야 하고요, 반대로, 성수기에 접어들기 전에 공사가 끝나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심 상용호텔들이 일반적으로 겨울에 객실공사에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은 '고객'이란 이름이 테이블에 오를 때부터 시작됩니다. 팔랑귀, 변덕꾸러기 고객들이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불평거리를 찾아 내거든요. 사소한 것에도 불평을 쏟아내는 그들을 아주 세심히 핸들링 해야 합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Renovation에 착수하기 몇 개월 전부터 고객에게 renovation의 내용을 호텔의 공식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적절히 공지해야 할 뿐더러, 공사중에도 투숙 고객에게 로비 등지의 signage와 레터 등으로 공사 내용과 예상되는 불편 등을 알립니다. 혹여나 renovation을 숨기려는 시도는 그야말로 문제의 씨앗을 잉태하는 최하책입니다. 결국 알게 되거든요.


Renovation Notice/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공사중에는 고객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는 모든 방편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소음과 진동, 공사 인력이 고객에게 노출되어도 고객들에겐 불편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투숙하는 고객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객실 개보수 공사의 경우 소음과 진동을 완충할 수 있는 Buffer Floor을 두며, 가급적 층을 나눠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고객들이 호텔로 돌아와 수면을 취하는 저녁시간은 당연히 피해야 되겠지요.


이 정도까지가 제가 알고 있던 호텔 레노베이션의 내용이었습니다.....



*****



하지만 최근에 본 한 칼럼은 이 늙은 몽돌을 또다시 우물안 개구리 처지로 전락시키고 말았군요.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대책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그 칼럼이 오늘의 포스팅을 만들게 한 주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일반적인 레노베이션 고객 대책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부는 이미 현업에서 시행중인 것들입니다. 주요한 내용들을 간단히 간추려 볼까요?!




위 사진들을 보니 불현듯 머리에 떠 오르지요?!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카페 395 레노베이션을 알리는 페이스북 클립인데, 완공 2개월 여 전부터 지속적으로 레노베이션 경과를 전달하더군요. 노림수는 뻔합니다. 



 레노베이션은 또다른 마케팅 기회 



레노베이션은 고객에게 숨겨야 할 골치 덩어리가 아니라, 고객 불편을 예고해 불만을 완충할 뿐더러 오히려 새로운 상품과 경험에 대한 고객의 기대감을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이런 활동은 이미 현업에서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수단이기도 해요. 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경우 처럼 레노베이션 2, 3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공사 진행과정을 SNS 등을 통해 잠재 고객들에게 노출하면서 관심을 고조 시킵니다. 


외국의 사례입니다만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곳은 고객들을 초청해 목업룸 mock-up room (견본룸 혹은 쇼룸?)을 공개하기도 하고, 공사 진행 상황을 알리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힐튼 인터네셔널의 업스케일 브랜드인 더블트리 Double Tree by Hilton 한 호텔은 아예 고객들이 빈번히 오가는 로비에 목업룸을 설치하기도 했다는군요?!



Tip off guests to renovations before check-in/HNN



심지어는, 계획단계에서부터 고객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해 레노베이션을 하나의 흥미로운 경험의 장으로 승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객의 로열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접근법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호텔의 팀원들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팀원들을 디자인 단계부터 참여시키기도 하고, 이들에게 공사 후의 모습이 어떠할 것인지 상세히 소개하며, 공사 경과를 수시로 공개해 관심을 유지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들이 바로 고객들에게 스토리를 전파하는 최일선의 주체이니까요..



놀랍지 않으신가요? 레노베이션에 대한 전통적인 호텔의 대처법은 고객불편과 불평을 최소화하는 방법들에 포커스가 맞춰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또하나의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활용해 호텔에 대한 로열티를 쌓을 또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니... 


이런 기획력과 집행력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01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새로운 객실 목업룸 mock-up room



제가 근무하는 호텔도 최근 객실을 회춘시키는 레노베이션에 들어 갔는데, 늙은 몽돌은 담당자가 아닐 뿐더러 감 놔라 배 놔라 할 깜냥 또한 아니니 관련된 내용들이 적절히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쓴 또다른 계기이기도 했습니다만 위에 논한 바 대로 치밀하게 레노베이션 전과정을 집행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참고한 글


To close or not to close during renovations

by Ed Watkins

HNN contributor

Tip off guests to renovation before check-in

By Alicia Hoisington
Managing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