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갑자기 초래해 보였고, 마음 반대 켠에선 슬그머니 욕심이 솟구쳤습니다.
'먼훗날, 이런 곳에서 여생의 일부라도 보낼 수 있을까....'
물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 아름다움을 보는 그 짧은 순간에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방금 보고 나온 포도호텔도 아름다웠지만, 이 곳은 차원을 달리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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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크스 비오토피아의 커뮤너티센터 레스토랑에서 본 생태공원, 빌라와 산방산
핀크스 비오토피아 Pinx Biotopia
온천과 생태공원 등 자연이 결합된 휴양형 주택단지라더군요.
'무릉도원'이니, '이상향'이니, 주거공간에 적용하기엔 다소 현란해 보이는 소개 책자의 문구들..
하지만 평소 생각해 왔던 별장이나 리조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긴 했습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커뮤너티센터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마지막은 백남준의 작품입니다.
아파트나 주택처럼 개인 또는 법인이 매입해 소유한다는데, 더러는 휴가철 별장 용도로,
혹은 아예 상시 거주할 주택으로도 사용한다 하더군요.
엄두나지 않아 자세히 여쭙진 않았는데, 50여평 제일 작은 사이즈가 11억을 호가한다고 말했던 듯 합니다.
그저 흘려 들었습니다.
연예인 김희애와 작가 김수현 등 셀럽들이 세컨드하우스를 이곳에 마련했다고도 했지만, 연예인 사는 모습에 솔깃할 나이도 아닐 뿐더러, 휴양지 별장을 엄두 낼 처지도 아니지요.
실상 제게 한 얘기도 아니요, 블로거라 했으니 혹여 글이라도 쓰게 되면 참고하라는 의미였을 터.....
핀크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 내의 빌라들
하지만.........
그 아름다움조차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근 250채 호사스런 빌라와 타운하우스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굳이 볼 필요도 없었더랬지요.
4만평 광활한 생태공원과
물, 바람, 돌 등 제주의 자연을 테마 삼은 천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설치 미술관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사는 여유로운 삶이 욕심 났을 뿐입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
두손미술관
수水미술관
풍風미술관
석石미술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그림이나 작품이 걸린 미술관이 아닙니다.
내부가 전시공간으로 종종 활용되기도 하지만, 그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
핀크스 비오토피아 내 두손미술관
두손미술관 (두손지중地中미술관)
두손을 맞잡아 깍지 낀 형상,
설명에 따르면, 산방산 자연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하는군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내 두손미술관 내부에서 본 두손의 모양...ㅎ
내부에 작품을 위한 전시 공간이 따로 있지만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입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내 두손미술관의 전시관
어둡고 차가운 공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의 케스케이드 Cascade
포도호텔의 메인테마 '공간'의 화두를 이곳에서도 묻는 듯 했습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수미술관
수미술관 (水미술관)
작품을 내부에 한가득 담았지만 걸린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의 수미술관
미술관의 지붕은 뻥 뚫렸는데, 제주의 하늘이 수면에 내려 앉았고,
태양의 움직에 따라 시시각각 변합니다.
제주의 하늘과 태양, 물, 그리고 이들의 소리를 감상합니다.
하늘과 태양과 물은 밖에도 있지만, 수미술관 안의 것은 독특하더군요.
갇혀 있지만 갇혀 있지 않고, 수시로 변합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의 수미술관
공간의 구조가 아주 묘한데, 피사체를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듯 하더군요.
사진이 아주 잘 나옵니다. 이곳 미술관들 중 수미술관이 가장 사랑받는 이유일까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풍미술관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공간
풍미술관 (風미술관)
보자마자 어릴적 시골 동네 어귀의 정미소가 딱 생각났고,
누런 딩겨가 기둥과 서까래에 켜켜이 내려 앉은 내부, 그리고 그 냄새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 풍미술관
바람이 불면, 나무판은 마치 현絃인 듯 신비로운 소리를 냅니다.
전면의 돌은 무덤 속을 지키는 석수인 듯 했는데, 앉아서 나무 틈 사이를 새어 들어오는 빛과 소리를 명상할 수 있는 의자라는군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석미술관
돌이라 이름했지만 시뻘건 녹을 뒤집어 쓴 쇠상자
석미술관 (石미술관)
소통을 거부하는 철옹성, 서울 혜화동 쇳대박물관의 외양이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 견고한 쇠상자 안에 구멍을 뚫고 빛을 주입합니다.
빛이 어둠 속에 자국 낸 그 묘한 여운을 카메라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군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석미술관 내부
맞닿은 벽면에 반원을 뚫었는데 결국 하트모양입니다.
사랑을 타고 쏟아져 들어 온 빛은 막힌 쇠상자 내부에서 굴절하는데,
마치 어두운 곳을 자유롭게 밝히는 사랑의 빛이랄까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석미술관
석박물관 내부에서도 간간이 전시회가 열립니다.
듣자니 비오토피아의 이 4곳 미술관은 입주민에게만 공개된다 하더군요. 미술관 뿐만 아니라 생태공원 또한 입주민의 공유지입니다.
하지만 레스토랑 이용자에겐 특별히 개방된다네요?!
핀크스 비오토피아 레스토랑
레스토랑과 그 주변은 차분하고 기품 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이었던 듯 한데, 곳곳에 이런 예술품을 뒀더군요.
포도호텔 레스토랑과 비슷한 theme이지만 훨씬 넓고요, 메뉴는 포도호텔의 것과 차이가 없는 듯 했습니다.
점심 피크시간을 좀 지났던데 손님이 꽤 많네요.
되돌아 나오는 길,
나는 눈 버렸다고 말했고, 아내는 눈을 높였다고 고쳐 말했는데,
아차 싶었더랬지요.
삶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무심코 드러나는 순간,, 몇 십년 풍파를 겪고도 저 몽돌은 아직 부정적인데 느닷없이 솟는 그 욕심은 제 스스로에게도 생경했습니다.
부러 시간을 할애해 주신 파트장님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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