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나풀에게 다시 한번 빌붙습니다. 심어 둔 끄나풀들이 더 있긴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도처에 깔려 있진 않군요. 보고 싶은 호텔들이 많지만 다음에는 끄나풀 없는 호텔의 홍보실에 연락해 '늙은 호텔리어'란 타이틀만으로 룸쇼를 의뢰해 볼 작정입니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JW Marriott Seoul
간단한 소개를 먼저 볼까요?
오래 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부분을 잠시 업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글: 재벌 대기업 계열호텔
JW 메리어트서울은 원래 1970년대 초반, 재계에서 신화로 불리우던 신선호 율산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호텔로 (정확하게는 메리어트 호텔과 신세계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 2000년 9월에 개관합니다.
이후 경영난을 겪을 때 외국 법인 (실질적으로는 통일교)이 60%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이 지분 모두를 최근 (2012년 10월)에 신세계그룹이 사들였습니다. 지분매각 직후 통일교 내 매각 반대파가 집회를 갖기도 했다는군요?
신세계그룹 매입 당시, 일각에서는 그룹의 자금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매입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더군요. 센트럴시티를 놓고 신세계와 롯데가 힘겨루기 양상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들은 국내 최대의 유통 라이벌인데다, 그룹의 2세가 경영권을 물려 받아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로 상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더랬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후, 물밑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메리어트 인터네셔널과 경영위탁계약이 체결된 상태라 영업 깊은 부분까지 경영 간섭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회계, 인사 부분에서는 일정 부분 개입하고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요, 개입 정도는 앞으로 조금씩 확장되겠지요.
'길'님께서 훌륭한 사진을 빌려 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http://blog.daum.net/leavejung
강남 반포에 위치한 JW메리어트서울 호텔의 경영 실적은 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1980년대 중 후반에 개관한 서울 대부분의 특 1급 호텔과는 달리 조직을 파격적으로 구성했는데, 시설 부분 등을 통채로 outsourcing 했으니 경쟁 호텔에 비해 인건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영업이익률은 당연히 높았겠지요.
이에 반해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나 급여나 직원 처우가 경쟁호텔에 비해 우월한 편이 아니어서 이직율은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메리어트계열의 직원 교육 시스템이나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은 꽤 훌륭하니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역시 '길'님께서 빌려주신 사진
메리어트 계열의 본산인 Marriott International은 작은 간이식당이 모태였다는군요. 기내식과 단체급식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세를 늘려 나가다가 1957년 처음으로 호텔사업 (Twin Brigdes Marriott Motor Hotel)에 손을 댔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는 버거킹과 스타벅스도 메리어트가 소유하고 있는 자매 브랜드 중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지만 정확히 확인해 보지는 않았고요....
1990년대 말에 리츠칼튼의 지분 49%를 인수했으면 르네상스호텔그룹 (Renaissance Marriott Hotels and Resorts)도 10억 달러에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했으니, 역삼동의 르네상스서울호텔과 리츠칼튼도 메리어트 인터네셔널의 자회사 브랜드입니다.
국내에도 이미 여러 개의 자매 브랜드들이 영업중입니다.
최근 개관한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170실 2014년 2월 4일 개관, 등급 특 1급),
강남의 리츠칼튼서울
부산 메리어트 (2006년 노보텔로 개명),
여의도의 Marriott Executive Apartment (extended stay, 레지던스 Suites),
최근에는 메리어트의 업스케일 체급인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가 여러 곳에 새로 생겼더군요.
위 호텔들은 경영위탁계약이나 프렌차이징 계약을 통해 동일한 명찰을 사용하지만 이들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은 모두 다릅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는 동대문의 거부 동승이, JW메리어트 서울은 신세계조선, 코트야드 타임스퀘어는 경방, 그리고 판교의 코트야드는 미래에셋이 소유하고 있으며 리츠칼튼의 법인은 전원산업입니다.
메리어트 앞에 붙은 'JW'는 의미가 적지 않아요. JW메리어트 명찰은 메리어트 인터네셔널이 가진 럭셔리 체인 중의 하나인데, JW는 호텔의 창립자 J. Willard Marriott의 이니셜을 땃다고 합니다. JW메리어트는 어퍼업스케일로 분류되는 메리어트 Marriott와는 다른, 그룹 내 최고 등급의 럭셔리 스케일 명찰입니다.
역시 '길'님께서 빌려주신 사진
소개가 많이 길었는데 들어가 볼까요?
1층 현관으로부터 보이는 로비는 층고도 높고 규모도 아주 큽니다. 그렇지만 곳곳의 기둥들과 계단이 시야를 방해해 높은 층고가 선사하는 개방감이 다소 훼손되는 듯도 보이는군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보수적이며 튀어 보이는 것도 없는데, 저야 여러 곳을 다니지 못했으니 비교할 처지가 아닙니다만 이 보수적인 색채가 JW메리어트의 정체성이라고 하더군요.
위에서 내려다 본 뷰는 그나마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2층에 위치한 The Cafe..
호텔 업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직전 포스팅들에서 소개드렸습니다만 호텔마다 온도차는 있습니다. 개관 당시부터 강남 아줌마들의 계모임 장소로 나름 이름을 날렸던 곳, 점심 시간을 넘겨 방문했는데도 손님이 꽤 있습니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경기의 영향을 입지 요인이 다소 흡수하는 듯도 생각되더군요. 경쟁호텔들에 비해 경기 영향이 제한적으로 작용하는 듯도 보입니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의 시설현황을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 갈까요?!
497개의 객실
500여명 수용할 수 있는 Grand Ballroom 과 중소규모 연회실
뷔페레스토랑 The Cafe, 양식당 JW's Grill, 일식당 Mikado, 중식당 Man Ho, 이태리식당 Olivo, Bar Rounge와 The Exchange Bar, Lobby Lounge, Deli Shop 등 10개의 F&B Outlet을 소유하고 있으며
수영장이 딸린 Health Club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식음료 영업장을 갖추고 있는데 한 두 곳을 제외하곤 아마도 고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서울 대부분 호텔들의 경우도 대동소이, 호텔의 레스토랑을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곤 그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요.
JW 메리어트호텔 서울 1층의 로비라운지
객실로 올라가 볼까요?
제일 낮은 등급의 일반형 객실(슈페리어)으로 꽤 넓습니다.
12.5평 정도의 사이즈라고 했는데 단박에 보기에도 제가 근무하는 호텔(11평)보다 넓습니다. 개보수 공사를 최근에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카핏이나 집기는 깨끗하면서 전반적으로 튀지 않고 차분합니다.
밝은 톤 가죽의 임스 체어가 계속 눈에 들어왔는데, 차분한 스타일의 데스크가 주는 무거움을 다소 완화합니다. 램프는 제 허접한 눈에 좀 거슬렸는데 꽤 유명한 제품이라더군요. 지인분의 도움말씀에 따르면 이탈리아 아르테미데의 "톨로메오"로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건축가들 사이에선 아주 잘 알려진 제품이라는군요. 임스 체어와 데스크 램프는 대부분의 메리어트 계열에서 채용한 스탠다드형 어메너티입니다.
Refreshment Center.... 일반 객실에까지 캡슐머신이 설비되어 있지는 않더군요. 커피머신을 전 객실에 넣으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왠만한 호텔들이 JW메리어트와 비슷한 사정이겠죠.
최대 셀링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자랑해 마지 않았던 화장실...
아주 넓습니다.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여성고객이 특히나 좋아할 법 하군요. 내부엔 샤워부쓰가 따로 설치되어 있으며 변기도 파티션으로 일부 분리되어 있습니다.
벽체와 욕조, 바닥을 덮은 대리석 역시 차분하고 튀어 보이지 않지만 보수적입니다. 세면대는 좀 둔탁해 보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개보수 때에도 교체되지 않고 재사용된 듯 짐작됩니다.
메리어트계열중 JW등급에서만 사용한다는 최고등급 어메너티.. 아로마테러피인데 힐튼 계열의 것에서도 봤던 브랜드이군요?!
다소 큰 사이즈의 객실 킹딜럭스(14평)도 봤습니다만 사이즈 외에는 큰 차이가 없군요.
캡슐 커피머신이 있고요...
머리맡에 고정된 독서등...
데스크 램프와 동일한 종류이군요. 가죽으로 마감처리된 헤드보드는 개인적으로 참 좋네요. 견고해 보이기도 하고 세월이 흘러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데스크에 설치된 멀티탭.... 요즘은 아예 매립형태로 설치되던데 이후에 추가로 설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디자인이 희생되는 면이 있습니다. 항상 느낍니다만 표준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네요.
객실조명/공조 control system (Banella System), 전화기, 티비 등도 up to date된 제품들이 아닌데, JW메리어트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돈으로 유행을 사야 하는데 모든 아이템들을 500개씩 갖춰야 하니 전화기 하나도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고요. 서울에서 최고급을 지향하는 두어 곳 호텔이 아닌 다음에야 적정해 보이는 선에서 타협하게 되죠.
한강을 면하고 있으니 뷰는 아주 훌륭합니다. 야간에 갔으면 더 좋을 뻔 했네요.
온 김에 30층에 위치한 EFL (귀빈층 라운지)도 한번 둘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도 최근에 개보수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꽤 넓고 편안하며, 전반적으로 미려해 보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은 2개 층으로 EFL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이곳은 넓은 대신 1개 층이군요. 일반적으로 4~6 층을 귀빈층으로 차별화하니 라운지가 위치하지 않은 다른 층의 고객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운영 효율은 당연히 1개 층을 넓게 배치하는 게 좋을 듯 생각됩니다.
미팅룸도 따로 준비되어 있고요, 단체(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공간도 한쪽 구석에 구획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입구, 우든 플로어의 내부는 깔끔하며 따뜻한 느낌이고, 가죽쇼파와 테이블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운영 방식이 다소 독특했는데 주방과 F&B 기능자체가 EFL에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어 운영되는군요?! 음식도 주방이나 F&B 직원들이 아니라 EFL직원들이 직접 준비합니다. 장단점이 있어 보이는데, 일관적인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지만 타부서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듯 합니다. 아울러, 스케쥴링이나 manning 부분에선 그 효율성이 의심스럽기도 하군요.
라운지 스테이션에 무쇠솥이.....
밥과 국을 담아 보온하는 용도라고 합니다. 독특하네요. 외국인에게 눈요기가 될만 합니다.
작지만 굉장히 독특해 보이는 서비스였습니다만,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쁜 비즈니스맨들이 EFL에서 아침을 아주 간단히 해결하고, 커피 등을 가져 나갈 수 있게 배려했는데, 이런 서비스 컨셉은 최근에 확산되는 듯 하더군요.
보너스 샷 그랜드불룸입니다
제 눈에는 다소 작아 보였습니다만 500명 내외 수용 가능할 규모입니다. 오랫동안 개보수를 못했다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벽체 등에 세월의 흔적이 뭍어 있군요. 하지만 무대장식으로 뽀샾을 하고 휘황찬 조명으로 무대를 스팟하면 이러한 외관들은 대부분 숨겨지기도 합니다.
소프트한 정도로 손을 대도 몇 십억이 소요되니 다소 낡았다고 쉽사리 레노베이션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7년 ~ 10년 주기로 수십 억대 규모로 손을 보는데 JW메리어트의 경우는 다소 늦춰졌군요.
다른 부분들은 기성 특 1급 호텔들과 대동소이, 시설 내용 등에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뿐입니다.. 큰 차이는 오히려 숨겨져 있지요.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는 내용, 각고의 노력으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서비스 퀄러티나 사풍과 조직문화, 직원 사기 등 무형요소입니다.
호텔이 문을 열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다 보면 이런 물적 시설들은 어쩔 수 없이 흠이 생기고 유행에 뒤쳐지기 마련이죠. 새로운 유행을 덧입혀 경쟁력을 회복하는 건 어쩌면 쉬운 일입니다. 돈을 쏟아 부으면 되니까요....
그나마 그 경쟁력을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위에서 말씀드린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쉽게 형성되지는 않지요?! 오너의 경영 철학이 전제되어야 하며,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소유한 경영진이 요소에 포진해야 하고, 인사정책 등을 일관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가능한 일이며, 이를 일선에서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호텔리어들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모두 사람의 일이란 의미인데, 이는 곧 창업주 John Williard Marriott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경영철학이기도 해요. 이 훌륭한 경영철학이 국내의 호텔들에서도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제대로 들어 본 바 없지만, 국내 호텔 산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을 생각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꿈처럼 들리는군요.
전해 듣기로, 메리어트 인터네셔널 조차도 이익의 크기에 유혹되어서 '사람'을 재단하는 일은 흔해진 듯 보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탓할 일은 아니군요. 국내 대부분의 호텔들이 그러하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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