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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젊은 호텔리어의 결혼, 늙은 호텔리어의 넋두리

호텔리어의 결혼

근무하는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직원이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에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쉽사리 엄두낼 비용은 아니니까.

 

제가 근무하는 호텔의 경우, 직원이 결혼할 경우 큰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작용하겠죠?! 가령, 음식의 질이나 양에 대해 주방에서 신경을 더 쓴다거나, 부가서비스를 표나지 않게 추가하거나...

 

밀레니엄서울힐튼 웨딩


호텔이야기 편파포스팅, 오늘은 베테랑 몽돌이 근무하는 부서 막둥이 후배 호텔리어의 결혼식을 소개할까요?

제목에도 배테랑이라고 일부러 이름하고 싶었는데,..ㅋ 저번 소개해 드렸던,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작가 제이꼽, 10년 달랑 근무하고 배테랑을 자칭하는 뻔뻔함을 보셨죠? 일단 그 제이꼽이 보다는 제가 훠~얼씬 배테랑입니다~



이들은 CC입니다. Company Couple...

신랑은 주방에 근무하는 전도 유망한 세프이고, 신부는 제 사무실에 근무한지 1년 된 아리따운 호텔리어죠.


 안타깝게도, 후배 직원은 계약직의 신분이었고, 특별한 귀책이 없다면 정규직으로 아무 문제없이 전환될 처지였습니다만, 업무간소화 등의 영향으로 소요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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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만근을 하고 어쩔 수 없이 그만 두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생각을 다시 하게끔 하는 계기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의 경우 인사정책이 굉장히 온화한 편입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오랫동안 없었고, 일부 경쟁호텔의 경우처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없었으며, 독단적인 오너의 입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인사정책이 과격하지도 않았죠.


이런 부분은 일반적으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아마도 제가 근무하는 호텔이 서울 특 1급 중에서는 제일 긴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다고 추세를 거스를 순 없어요.

정년이나 자연 감소분으로 생기는 공석은 점차 외부용역직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정책당국의 특별한 법적고려가 없다면 십수년내 호텔 사무관리직과 특정 직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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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직장 환경이 좋은 점만 가지는 건 아닙니다.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부작용도 상당한데, 근속이 오래된 직원들은 외부의 자극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일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변화에의 적응도 수월치 않아 보입니다. 외부에서 영입되는 직원에 대해서도, 능력에 상관없이 비교적 배타적이라 이들이 적응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 편이죠.

 

호텔의 이런 환경은 경영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러 정책들은 보수적인 색채를 띄게 되며, 시장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제한될 수 밖에 없어요.



호텔리어의 수준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추세는 고스란히 이해가 됩니다.

대부분의 호텔 업무들은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것들이며 따라서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아요. 지금까지는 그나마 있던, 재벌그룹 계열호텔 때의 유산인 일부 유능한 고참 직원들에 의지해 퀄러티를 근근이 유지해 왔습니다만 앞으론 무엇을 버팀목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되네요.


유능한 새싹 직원들이 곳곳에 있기는 하겠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제대로 키워오지도 않았고, 새로 입사하는 신입의 자질도 제 눈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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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인적자산은 곧 상품이요 경쟁력입니다. 이들에 대한 장기투자와 체계적인 관리가 인사정책 전반에 담보되지 않는다면 호텔의 미래는 밝을 수 없어요.

 

동료 여러분들께서도 같이 고민할 수 있길 희망하며, 다른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 여러분들께서도 스스로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 환경에 대해 따져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직원의 고민은 회사가 발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이며, 이런 부분을 경영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갗춘 조직이 비로소 경쟁력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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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보신적이 있는 사진이죠?ㅎ

테이블메너에 관한 포스팅에서 사용되었던 사진인데 이 후배들의 결혼식이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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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잔치국수

 

호텔 결혼식 등의 행사에 참석, 스테이크를 먹는 날에는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어야 비로소 속이 풀리는 꼰대 식성을 소유했는데, 하지만 이 국수를 먹으면 그럴 필요가 없어져요...


 밀레니엄서울힐튼 웨딩


무대가 막을 내리고 화려한 스팟라잇은 꺼집니다.

하객은 가고 나면 그만이지만 호텔리어의 일은 또 계속되죠. 연회부의 호텔리어들이 밤새워 치우고, 그리고 다음날 행사까지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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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에 바람쐬러 나온 호텔의 후정,

봄 가을엔 호사스러운 야외웨딩이 열리던 곳, 젊고 화려하게 단장한 하객들이 오가던 그곳은 지금 한없이 쓸쓸하군요.


밀레니엄서울힐튼 크리스마스 자선열차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완성되었습니다. 연말 분위기는 물씬 풍기고, 들뜬 아이들의 소란이 예쁘긴 하네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긴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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