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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신신호텔 비스트로 다인홀


75실 짜리 꼬맹이 호텔이 우리나라 호텔 산업에 던지는 의미는 가볍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꼭 한번 와 보고 싶었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 왔습니다. 하지만 직딩 블로거 몽돌의 사정은 갑자기 난처해졌더군요. 느닷없이 닥친 변수로 글 쓸 여력을 제대로 간수할 수 없었습니다. 


부총지배인께서는 신신호텔의 차별성을 논하고 싶어 하셨지만 저는 더 묻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 소갯글로도 제가 다시 곤궁해질 처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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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처음 들은 건 1년 가까이 됩니다. 


고상한 호텔의 그것 치고는 꽤 생경하게 들렸던 이름

도심 뒷골목, 허름한 모텔 외벽의 부실한 간판이었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이름?

지만 호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바로 그 이름...



신신호텔



내력을 귀동냥 하고서야 비로소 그 이름이 친숙하게 들려 왔습니다.

무지랭이 몽돌은 1년 전에 그 존재를 처음 알았고, 메스컴에 오르내린 북창동 신신호텔의 스토리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 오더군요.





신신호텔은 오래 전, 1960년대 초반에 이곳에 터를 마련했다니 요즘 한창 떵떵거리는 서울의 대표 호텔들보다 십 수년 윗 연배입니다. 민국 최초의 남성 사우나 신신사우나와 서양식 바베큐를 내는 식당 (킴스바베큐)을 갖추고 있었고, 한때는 정재계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꽤 회자되던 이름이었다지요?! 



1960년대 신신호텔



하지만 1994년 문을 닫습니다. 그 정도론 턱없이 부족했겠지요.

청난 덩치와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자랑하며 서울 요지마다 넘쳐 나는 서양 유명 브랜드의 폭압적인 위세 앞에서, 오래되어서 낡고, 몸집까지 보잘 것 없는 토종 호텔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도는 도무지 찾기 쉽지 않습니다. 


려한 역사도, 훌륭한 서비스에 대한 철학과 애정, 그리고 오너의 뚝심조차도 때론 무용지물이더군요.



이미지: 신신호텔



한동안 호텔업을 접었는데, 창업주의 영애 김화영 대표께서 선대의 유지를 이어 2013년 현재의 신신호텔로 다시 문을 엽니다.


낡고 어색해 보였던 그 이름을 그대로 다시 달았는데, 자존심의 표현일까요? 아니면 자신감의 발로였을까요? 새로운 것이 온통 넘쳐 나 이내 식상해지는, 그래서 오래된 것이 오히려 귀해진 세상에서, 그 낡은 이름은 이 늙은 호텔리어의 뇌리에 되려 새롭게, 그리고 오래 남았습니다. 



이미지: 신신호텔



부티크 호텔,,,,  

로컬 독립호텔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궁색하게 느낄 때 의례히 입에 올리게 되는 이름, 그래서 벌써 식상해지기 시작한 유행어....

놀랍게도 신신호텔은 이 이름을 완강히 거부하더군요. 그렇다고 당대의 화두, 부티크 호텔이나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지니는 함의를 폄훼할 의도는 아니었던 듯 합니다.


흔한 최고를 지향하지 않겠다고, 따라서 '컴포티드 비즈니스 호텔 Comforted Business Hotel'이란 가식적이지 않지만 짜임새 탄탄한 이름으로 스스로를 규정합니다. 

아마도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몸집에 어울리는 이름을 재단하겠다는 의지일까요?



이미지: 신신호텔



그렇지만 호텔 본연의 기능에 결코 소홀하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둘러 본 호텔의 차림과 만나 본 몇몇 호텔리어들로 미루어 생각컨데, 스스로를 부티크 호텔로 이름한들 흠 잡을 사람은 하나 없어 보이더군요.



젊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탄생한 콜레트럴과 어메너티의 디자인은 꽤 신선합니다. 이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일본의 캡슐호텔 나인아워 Nine Hours..



달리 말하진 않았지만 제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부티크 호텔의 속사정이 그렇듯, 토종 독립호텔이 스스로의 이름으로, 자신의 운명을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지탱하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아니면 대형 체인과 느슨하게 나마 손을 잡는 게 더 나을 대안인지... 


독립호텔의 끊임없는 고민거리이자 곧 숙명,

최근의 '핫' 포테이토,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Soft Brand Collection이 호텔리어들에게 투척하는 숙제이기도 하지요.





신신호텔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제 처지가 마뜩치 않으니 언제일지 모를 훗날을 기약하고요, 오늘은 그저 북창동 신신호텔의 비스트로 다인홀 DineHall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올립니다.



★   ★   ★



신신호텔은 북창동 한국은행을 옆으로 끼고 외진 골목을 제법 올라가야 비로소 찾을 수 있습니다.





약속보다 30분 일찍 도착했고, 다인홀의 문은 열려 있지만 손님은 아직 없더군요.

어슬렁거리며 이리 저리 외양을 구경합니다. 


호텔은 2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로비를 안쪽 건물의 지하에, 올데이다이닝 다인홀은 바깥쪽 건물에 배치했군요. 여느 호텔과는 달리 리셉션을 입구에서 한 계단 내려간 지하층에 뒀는데, 어떤 디자인 의도를 숨겼는지 따로 묻진 못했습니다. 5층 짜리 낮은 건물이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을까요?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일본 국적의 리셉셔니스트가 꽤 부티크스러웠습니다....



이미지: 신신호텔



빈티지 컨셉으로 소탈한 멋을 낸 다인홀은 아주 개방적입니다. 사이즈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지만 업장 내의 계단으로 이어진 지하에 좁지 않은 공간을 숨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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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인홀의 시그너쳐 매뉴나 진배없는 함박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스쳐 듣기론, 선대 창업주께서 애지중지하셨던 메뉴라 하셨던가??...





피자와 파스타 구색도 다양했습니다만 그런 메뉴를 택할 캐쥬얼한 자리는 아니었고요...

언뜻 봤던 메뉴엔 꽤나 합리적인 가격들이 나열되어 있더군요.





사무실의 후배 직원이 언급한 적이 있던 블랙앵거스 등심 스테이크는 다인홀에서 제일 비싼, 플래그쉽 메뉴였더군요. 하지만 역시 합리적인 가격, 400g의 양이 눈에 띄었는데, 기념일 등 중요한 이벤트에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인 듯 보였습니다. 


다인홀의 크래프트 비어 역시 꽤 괜찮다고 들었으나 근무 중에 잠시 나왔던 터라 가까스로 참습니다. 늙은 몽돌은 맥주 한 잔에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는 축복 받은? 체질의 소유자인데 근무 중 낮술을 입에 올릴 깜냥이 못되지요.



이미지: 신신호텔



독자 분들껜 죄송하지만 먹었던 음식의 맛을 논할 형편이 못됩니다.

시간이 너무 짧기도 했고 할 말도 너무 많았던 터,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던 그 함박스테이크가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던 막간의 자리였거든요. 맛평을 할 만한 자격을 갖추려면 후일을 기약해야 합니다.



오래된 이름, 그러나 새로운 철학아시나요? 신신호텔그리고 비스트로 다인홀의 함박스테이크...http://oldhotelier.tistory.com/669#.VYluifntnP0

Posted by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on 2015년 6월 23일 화요일



포스팅 제목과는 달리 다인홀에 대한 내용은 부실하군요. 이미 잘 알려진 곳, 몰랐던 호텔리어들께서는 소개글 정도로 가볍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적이긴 합니다만 제 처지가 원상을 회복한다면 조금 더 충실한 내용으로 찾아 뵙도록 하지요.


자리를 마련해주셨던 최기자님, 황 부총지배인님 그리고 원 MGR님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도움 받은 글

스테이폴리오/비즈니스호텔에 디자인 감성을 더하다, 북창동 신신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