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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브랜드 이야기] 부실한 아이와 아빠의 후광/호텔의 브랜드 파워

혹 들어 보셨나요?


Embassy Suites, 그리고 Hampton...


호텔 체인의 이름입니다. 주로 미국에 소재한 호텔들의 체인이니 미국에 거주 했거나 유학 생활을 했던 분들껜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호텔리어들에겐 '듣보잡'이나 진배없었겠지요?! 이들 브랜드와 꽤 깊은 관계에 있는 저 늙은 몽돌 조차도 잘 몰랐던 이름입니다.


그럼 좀 바꿔 볼까요?


Embassy Suites by Hilton, 그리고

Hampton by Hilton...


어떻습니까? 왠지 한결 편안하고 믿음직스러워졌죠?!


http://embassysuites3.hilton.com/


힐튼 인터네셔널 Hilton International의 체인 포트폴리오 중 두 곳인데, 앰버시 스위트 Embassy Suites는 스위트형 객실을 갖춘 어퍼업스케일 upper-upscale 브랜드이고, 햄턴 Hampton은 Focused Service 미드스케일 mid-scale로, 2000여 개 호텔들을 산하에 거느린 대형 체인입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했다면 벌써 알았겠지요.


아무튼, 뒤에 꼬리표 몇 글자 붙였더니 듣보잡으로 보였던 이름이 금새 신뢰도 쩌는 유력 브랜드로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실제로, 힐튼은 이런 식의 re-naming 작업을 새로이 개관하는 호텔과 리노베이션으로 재탄생하는 호텔들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입니다. 


흔히 일컫는 브랜드 아이덴터티 BI (Brand Identity)의 일종이고, 이걸 체인 태그라인 'by chain' tag line 또는 tag line endorsement라고도 일컫더군요.


이런 식으로 꼬리표를 다는 이유가 당연히 있겠지요?! 





최근 본 칼럼에 의하면, 힐튼의 업스케일 체급인 더블트리 DoubleTree by Hilton은 이런 tag line endorsement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평균객실료 ADR 뿐만 아니라 객실점유율 Occupancy Rate 등 핵심 경영지표들이 의미있는 수준의 개선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군요?! 


 꼬리표를 다는 이유 


BI 일환이라 말씀드렸지만 엄밀히 보면 후광효과를 노린 마케팅 수단입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여러 면에서 지지부진하고 못난 자녀들이 경제사회적 입지를 단단히 다진 부모의 이름으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수월하게 입신하는 것... 물론 상처난 자존감을 평생토록 안고 살아야 하긴 합니다만....


그렇다면, 그 위대한 꼬리표를 애초부터 달고 나지, 왜 비싼 돈질을 마다치 않고 뒤늦게서야 이름을 바꾸어 달고 있을까요?


doubletree3.hilton.com


브랜드와 사이즈를 막론하고, 호텔 체인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손바뀜이 비교적 잦았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형 브랜드들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몸집을 키워 왔어요. 위에 언급한 Embassy Suites, Hampton과 DoubleTree 역시 Promus Hotels Corporation이라는 곳으로 부터 1999년 힐튼이 인수한 체인들인데, 이들의 주된 나와바리는 미국입니다. 그 안방에서야 다소 허접하지만 이미 알려진 그 명찰로라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겠지요. 


하지만 곧 또다른 욕심이 생깁니다. 해외 지천에 널린 먹거리를 발견했걸랑요. 빨랑 건너가서 그물을 쳐야 하는데, 어? 힐튼 인터네셔널의 주력인 힐튼 Hilton 체인은 다소 어울리지 않네요?! 닭 잡자고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밀레니엄서울힐튼


어퍼업스케일인 힐튼이 주로 겨냥하는 타깃은 고가 마켓으로, 먹거리가 있을 만한 세계 요지에는 이미 그물을 쳐둔 상태이지요. 하지만 요즘 신흥시장에서 새롭게 흥하고 있는 중저가 마켓을 사냥하기엔 너무 몸집이 비대합니다. 


이들 새로운 먹거리를 제대로 타깃할 수 있는 체인은 포커스드 서비스 focused service (혹은 selected service)의 업스케일 또는 미드스케일에 걸친 더블트리 DoubleTree나 햄턴 Hampton이 제격인데, 이들의 이름은 해외에서 그야말로 듣보잡이나 다름없네요?! 


 아빠의 후광 


하지만 아빠의 후광을 입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꼬리표 하나를 달자 마자 없던 신뢰가 이내 생기는군요. 너나 없이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려는 이유, 이미지를 먹고 사는 호텔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런 듯 합니다. 우리나라 독립호텔들이 초창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이자, 요즘 제주도 등 지방에 들어서는 분양형 호텔들이 특정 명찰을 비싼 값(하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저렴하고 까탈스럽지 않으니 수요가 쏠려 잡음을 양산하고 있겠지요?!)을 주고서라도 빌려와 달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늙은 몽돌의 편파적인 주관, 중요한 부분만 부각해 과장되게 말씀드렸으니 적당히 걸러 들으시고요,,,,


http://hamptoninnjacksonhole.com/


힐튼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 라이프스타일과 소프트 브랜드 컬렉션인 Canopy by Hilton, Curio - A Collection by Hilton 에도 꼬리표를 달았군요. 효과가 꽤 쏠쏠한 모양입니다. 힐튼 인터네셔널만 이런 식의 접근법을 보인 건 아니니까요. 


여러분들께서도 이미 비슷한 명명법을 본 적이 있을 듯 하군요. 달리 본 면들이 있긴 합니다만, 최근에 서울역 인근 동자동에 개관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Four Points by Sheraton[각주:1]이 그렇고, 국내에서 천천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Courtyard by Marriott[각주:2] 역시 그러합니다 (아래 각주 참고).





그렇지만, 호텔산업이 성숙기에 접어 든 나라의 밀레니얼들은 이런 정형화된 스타일의 호텔을 싫어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는군요?! 최근 독립호텔들이 주류인 부티크 호텔이나 저마다 개성이 다른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대형 브랜드의 럭셔리 스케일이 이런 테그 라인을 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리나라의 사정은 다소 다른 듯도 생각되는군요. 유니크한 특성을 지닌 소형 호텔들도 생기고 있지만 최근에 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짱짱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인터네셔널 체인 호텔들입니다.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경우, 시장의 사이즈로만 보면 급작스럽게 성숙 단계로 접어 든 듯 보이지만, 수요 측면을 따지고 들면 아직 한참 덜자란 미숙아 처지라 할까요?


 성숙한 공급, 미숙한 수요 


저도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사이즈는 작아도 꽤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호텔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던데, 이들이 빨리 자리를 잡아 특색없이 몸집만 골리앗인 인터네셔널 체인과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대형 브랜드의 업스케일 체급은 대부분 국내로 들어 온 듯 한데 힐튼의 더블트리는 아직 소식이 없군요. 하얏트의 업스케일인 하얏트 플레이스 Hyatt Place도 동대문에 계획되었다가 무산되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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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간단히 하나 투척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꽤 길어졌군요...


감사합니다.


뒤에 본 관련 칼럼

When to buy in or bypass ‘by chain’ taglines




  1.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Four Points by Sheraton의 모태는 1995년 탄생한 쉐라톤 인 Sheraton Inn입니다. 1998년 쉐라톤 브랜드는 스타우드로 인수되는데, 이후 2000년에 지금의 이름,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으로 리런칭했습니다. [본문으로]
  2.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의 경우는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비교적 이른 1983년에 탄생한 브랜드인데, 인수합병을 통해 매입한 브랜드가 아니라 메리어트가 직접 만든 업스케일 체인입니다. 하지만 역시 '메리어트'의 후광효과를 의도 했겠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