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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강남 전문웨딩홀 - 파티오나인


꽤나 유명한 곳이라더군요. 


결혼 적령기를 넘긴 사무실 팀원에게 물으니 금새 압니다. 


저야 뭐 이름을 들은 적도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대표 전문 웨딩홀,




파티오나인 Patio 9




신랑은 업계 대표지 호텔아비아 Hotel Avia의 엄친아, 최종인 기자입니다. 


청첩을 보내 달랬더니...




스마트폰 링크로......


청첩장을 프린팅하는 업체에서 마련해 주나 봅니다. 세상 많이 좋아졌지요?! 

사무실의 또다른 늙은 호텔리어가 이걸 보시더니, '조금 더 있으면 카카오페이로 축의금도 해결할 수 있겠다' 하십니다. 꽤 실현성 높아 보이는 아이디어.....ㅎ




요즘 대세?



요즘은 화려한 호텔웨딩 대신 소규모 하우스웨딩 House Wedding[각주:1]채플웨딩 Chapel Wedding[각주:2]이 대세라더군요. 제가 근무하는 호텔의 웨딩플래너로부터 자조 섞인 푸념을 들은 지 2년은 족히 되었습니다. 


밀레니얼 Millennials 소비자는 실속과 함께 개성을 중시한다니 어쩌면 당연하지요?! 부모 세대에 비해 부유하지 못하므로 낭비를 줄여야 하고, SNS 등 이래저래 본 건 많으니 요구가 많아질 밖에.....



복합문화공간 파티오나인 Patio 9



물주物主인 부모님의 의지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치뤄야 했던, 화려하지만 하나 같이 비슷해 보이는 그 특급 호텔의 대형 웨딩은 선호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듯 하더군요. 대신, 소규모 하우스웨딩 (보통 50~100명 사이즈로 규정했던데 이 또한 획일적이군요. 150명이면 어쩌라고???)과 같이, 신랑신부의 개성을 최대한 반영해 여유롭게 치루는 '파뤼~' 형태의 결혼식이 조명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변화입니다.


그러니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호텔식 웨딩을 표방할 수 밖에 없었던 파티오나인은 동병상련, 호텔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고 같은 편이라 안심한다면 아주 순진한 오판입니다. 파티오나인과 같은 전문웨딩홀 또한 같은 파이를 놓고 호텔과 치열하게 싸우는 앙숙이니까요.








어쨋거나 파티오나인의 채플홀은 꽤 입소문이 난 듯 하더군요. 글을 준비하면서 찾아 본 웨딩 잡지에선 '웨딩플래너가 추천하는 10대 웨딩홀'로 꼽히기도 했고, 웨딩홀 부문에서 머시기 소비자만족 브랜드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스쳐 보기도 했습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한 바닥이니 기사의 신뢰도를 따질 계제는 아니고요....


아마도 파티오나인은 이런 전문웨딩홀(웨딩전문홀?)의 대표주자격인 듯 보였는데, 그래서 더 궁금했더랬습니다. 




호텔과 어떻게 다른가?



호텔에 근무한다지만 이런 분야엔 문외한이나 다름없지요. 대부분의 호텔리어 독자분들도 저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생각되는데, 오늘은 이런 전문 웨딩홀을 간 보며 안목을 높혀 보도록 할까요? 근무하시는 곳의 웨딩과 비교해 보시면 배우게 되는 바가 없지 않을 듯 싶군요. 


편파적인 몽돌은 가급적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요소요소에서 흐트러져, 결국 호텔의 입장만을 편파적으로 두둔하게 될 것으로 능히 예상합니다. 오늘도 역시 말머리가 길어 졌는데 지금부터 좀 보도록 할까요?




지하 3층 부터 지상 7층 까지의 모든 공간이 웨딩 등의 '행사' 용도로만 지어졌습니다. 홈피에서는 '복합문화공간'이라 소개했더군요. 웨딩과 더불어 '돌잔치도 하고 세미나 등 다른 타입의 연회 행사도 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 쯤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 한데, 사실은 꽤 의미심장한 배경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티오나인의 대표웨딩홀 채플홀



전문웨딩홀이 '복합공간'을 표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웨딩산업의 한계 때문인 듯 합니다. 대단히 Seasonal할 뿐만 아니라, 주말과 공유일에 일감의 9할 이상이 몰리거든요. 다시 말해서, 그 값비싼 공간을 평일날에는 오롯이 놀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다소 궁색하지만, 돌잔치, 세미나, 패션쇼 등에도 한발을 걸치게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당연한 어프로치, 하지만 이 믹스로부터의 매출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면에서 호텔 사정은 나은 편이었습니다. 호텔의 연회수요(기업체 세미나나 컨퍼런스)는 평일날에 주로 몰렸고, 되려 공휴일에 연회장을 놀리다시피 했거든요. 돌잔치나 회갑연 정도나 간간히 열렸었는데, 이내 금맥을 찾게 됩니다. 종종 말씀드렸습니다만, 1990년대 말 들어오면서 그동안 호화사치소비를 조장한다며 금지했던 호텔 웨딩이 법적으로 풀리거든요. 


하지만 이 금맥은 없던 걸 새로 창출해 낸 것이 아니라 다른 놈이 먹던 걸 빼앗아 온 것입니다. 옛날 파티오나인 같은 전문 웨딩홀이 향유하던 밥그릇에 호텔이 주걱만한 숟가락을 얹어 빼앗아 먹은 것이걸랑요. 


그로부터 20년... 처지가 다시 역전될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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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나인 채플홀




파티오나인의 자랑, 채플홀



교회나 성당의 예배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군요. 타이트해 보이는 짜임새, 10미터에 이르는 천정, 그리고 개방감이 눈에 들어 옵니다. 하얀색 버진로드는 대리석이라네요?! 파이프오르간을 내세우던데 예식이 막 끝나 들을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식사공간은 2층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식을 분리웨딩이라 부르더군요.


파티오나인 2층 오마리네 뷔페 


이 2층의 오마리네 O'Marine 뷔페는 때에 따라 세미나 등의 공간으로도 전용되는 듯 합니다. 천정 구조물에도 예배당의 컨셉을 입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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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나인 그레이스홀



4층의 그레이스홀 Grace Hall 입니다. 

예식과 식사가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동시웨딩 형식(분리웨딩과 반대 개념)으로, 호텔에서의 웨딩과 대동소이합니다. 당연히 서양식 코스요리가 서빙되겠지요?!


천정이 낮아 다소 답답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건 저 같은 호텔리어의 생각이고요, 허구한 날 봐 온 게 엄청난 규모의 호텔 웨딩이니 이 정도가 성에 찰리 없지요. 하지만 예비 신랑신부의 선 눈에도 그럴까요??








동시예식 특성상 하루 3회만 예식이 진행되는 듯 한데, 위 채플홀이나 나인하우스홀 같은 분리예식 형태는 점심 3회, 저녁 3회, 하루 총 6회 회전 turnover 시킬 수 있을 듯 하군요. 이 세 곳에서 full로 예식을 받으면 하루 모두 15회이니,


일 최대 15회 * 70% * 주당 2회 * 월 4.5주 * 5만원 * 300명, 

여기다 회당 꽃값 450만원, 흠..... 년 매출이 200억 내외 될랑가요???



한 예식당 허락된 시간은 1시간 30분, 준비시간을 제외하면 각 웨딩에 1시간 남짓 배정되겠군요. 동시예식이 대부분인 호텔보다는 다소 여유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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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나인 나인하우스홀


이날 최기자님의 웨딩이 있었던 6층 나인하우스홀 Nine House Hall...

중세 고성의 컨셉이라는데 경황이 없어 식장에서는 잘 몰랐습니다만 사진으로 보니 꽤 괜찮군요, 바깥엔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하늘정원과 발코니가 있었는데 그 용도를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소 애매하고요...



파티오나인 3층 그랜드홀



식사는 3층의 그랜드 홀,, 

넓은 뷔페 스테이션이 입구 오른쪽에 따로 있지만, 이곳 역시 연회나 세미나 공간으로 전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 퀄러티는 글쎄...



음식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더군요. 가짓 수로만 보면 웬만한 호텔의 뷔페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만, 특급 호텔 수준의 뷔페와 비교하시면 실망할 공산이 큽니다. 가격도 다소 낮지만, 엄청난 수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웨딩 뷔페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요, 일반 웨딩홀에 비하면야 꽤 훌륭한 퀄러티이군요.


이런 웨딩홀의 뷔페와 호텔 뷔페식당의 퀄러티를 같이 놓고 비교할 분들은 없겠지요?! 아울러, 호텔 웨딩은 몇가지 이유로 뷔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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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나인 3층 그랜드홀 뷔페


회도 있고, 대게도, 초밥, 그리도 따뜻한 요리들도 골고루 있습니다만, 휫감도, 스시도 평범한 수준의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주류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맥주와 막걸리가 따로 준비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그레이스홀의 동시웨딩에서는 아마도 와인이 필요할 듯 하군요.



파티오나인 3층 그랜드홀 뷔페 오픈키친


오픈키친 형식으로 주방 직원분들이 계속 조리하고 있는데, 꽤 새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를 따져 볼 정도의 겨를이 없군요. 요즘 결혼식이란게 의례 어수선, 음식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빨리 먹고 빨리 가야 할 듯 하니까요. 그렇다고 음미할 만한 특별한 요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면요리도 꽤 다양하더군요. 쌀국수 등을 즉석에서 바로 요리해 주는데, 이런 곳에서 우동과 짬뽕은 처음 봤습니다. 면식이 아니랄까봐 제겐 짬뽕이 제일 맛있더군요. 왠만한 중국집의 것 보다 훌륭한 맛...




얼마예요?...


이곳 저곳에서 줏어 듣자니, 꽃값 형태로 지불하는 대관료 수백만원, 식대는 제일 저렴한 메뉴가 1인 5만원 내외(성수기와 비수기 가격이 따로 책정된 듯 합니다)라고 했으니, 웬만한 서울 특급호텔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군요.

그렇다고 호텔의 웨딩이 경쟁력 쩔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곳에선 벌써 3가지 컨셉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다소 부족하지만 하우스웨딩 스타일로의 연출도 가능한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호텔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부릴 수 있는 융통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입구의 지배인 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일 아르바이트... 시급을 물어보니 업체 수수료 포함해 7천원 가까이 되는 듯 하더군요. 재료원가도 그렇고,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영업이익율이 40~50% 내외 될까요? 대로변에 소규모 부지 있다면 한물 간 비즈니스 호텔 대신 이런 전문웨딩홀 지으면 꽤 짭짤할 듯 했는데...




이런 곳의 주차장은 원래 이런 식입니다. 가능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듯 하군요.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으려 인터넷을 뒤적거렸습니다만 블로그 마케팅의 폐해가 정말 대단하군요. 이 바닥이 원래 이런 줄은 알았지만 그 수준이 짜증날 정도입니다.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것들은 모조리 쓰레기 포스팅(웨딩홀의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웨딩을 알선하는 웨딩샾의 것들)일 뿐만 아니라 뉴스 기사들 마저 그렇던데, 소비자의 눈으로 본 제대로 된 후기들은 이런 쓰레기 글들에 의해 거의 묻혔습니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런 전문웨딩홀이나 호텔에서 웨딩을 고려하시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 여러 곳을 비교해야 할 듯 하군요...


호텔이야기 편파포스팅, 아래 더보기 단추를 누르시면 더 보실 수 있습니다.








  1.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치뤄지는 파티 형태의 결혼식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웨딩과는 달리 신랑신부의 개성이 최대한 반영되고요, 보통 저택이나 팬션, 가끔은 커피숖 등을 빌려 치루더군요. 주로 50~100내외의 하객만 초청한다고 하지만 100명 이상의 규모라고 하우스웨딩의 범주를 벗어났다 하기엔 그렇고요... 주례 같은 겉치레도 없고요, 웨딩 드레스도 자유롭더군요. 대신 신랑신부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이벤트들을 끼우더군요... [본문으로]
  2. 채플웨딩이란 말 그대로 교회나 성당예식을 말하는 듯 합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용어를 흔히 쓰는 듯 하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는 아니군요. 주로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신랑신부가 친한 지인들만 교회 등의 장소에 모셔 소규모로 치루는데, 장소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이런 채플웨딩홀을 대관해 결혼식을 올립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