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형과 동생'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아주 오래 걸렸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 글까지는 올려야겠더군요. 도움을 주신 팀장께서는 결국 다른 호텔로 점핑하셨지만 계실 때 보여주신 성의를 배반할 순 없는 일입니다.
늙은 몽돌은 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하지만 게으른 호텔리어,, 지난 12월에 방문했으니 늑장을 제대로 부렸군요.
그동안 동생에 대해서 여러차례 포스팅을 올렸습니다만 오히려 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형 때문에 이 시리즈가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강남 엄친아인 형이 '갑'의 입지에 있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회춘을 했거들랑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키친
“회춘한 늙은 형”
이 회춘 프로젝트가 지닌 메시지는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럭셔리 명찰의 호텔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한세대 남짓 지난 지금, 꽤 급작스러워 보이는 시장환경의 변화 속에서 맏형 격인 기성 대형호텔들이 본격적으로 회춘모드를 타는 신호탄이 아닐까 예상되거든요.
서울 소재의 호텔들 사정을 조금 더 알아 볼 작정이었지만 요소의 끄나풀들이 아직 제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심었거든요. 그나마 믿었던 유력한 정보통 최모 기자께서는 결혼을 빙자해 신행을 떠나지 뭡니까?!!!
회춘을 시도했거나, 하고 있거나 혹은 계획하고 있는 호텔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할 수 있을 정도의 첩보질을 못했으니 당 프로젝트는 일단 유산시키고요... 하지만 '형과 동생' 시리즈와 그 직전의 '호텔은 뭘로 먹고 사나?' 시리즈에서 이미 썰을 다 풀었으니 그것들을 참조하시면 될 듯 하군요. 아래 링크, 일독 강추!!! 합니다.
'형과 동생', '호텔은 뭘 먹고 사나?' 시리즈
6. 호텔, 그리고 호텔 레스토랑/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아시안라이브가 가진 의미
5. 평범한 동생과 엄친아 형? 코엑스, 그리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4. 강남스타일 뷔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브래서리 Brasserie
3. 범생이 호텔,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 매각, 그리고 잡썰
2. 호텔이 먹고 사는 법 (하)/호텔의 매출형태 그리고 이비스앰배서더 명동
*****
오늘은 다소 부실해 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형이 회춘한 모습을 그림 위주로 간단히 소개해 드리고 시리즈를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늙은 엄친아 형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작년 회춘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문을 닫아 걸어 입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2013년 5월부터 10개월 간 긴 통원치료를 했었더랬지요. 치료비가 얼마나 들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뜯어 고친 부분이 제법 됩니다만 옛모습을 알아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객실은 손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로비와 레스토랑 전반, 그리고 연회장에 대대적인 칼질을 했습니다.
“회춘컨셉”
회춘 컨셉은 록웰그룹 Rockwell Group이라는 미국계 호텔 인테리어 업체가 그렸다는데, 서양적인 웅장함과 동양적인 우아함이라는군요?! 저 같은 깜냥의 눈에 들어올 리 없는 추상이지만 아마도 로비, 라운지 및 그랜드볼룸의 사이즈와 일식당 하코네의 아기자기한 미美를 의미하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실질적으로 회춘을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같이 밤을 새워 봐야....음... 알 수 있는 일이니 저야 짐작하기 쉽지 않고요.. 객관적인 저울질은 2015년 실적이 나와야 가타부타 제대로 따져 볼 수 있을 듯 하군요.
일단 겉으로만 본 바를 솔직 담백 코멘트 해 볼까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로비라운지 & 바
로비와 라운지입니다. 고급스러운 한국적 문양을 살렸다는데 아마도 라운지 곳곳의 문살 형태와 바닥 마감을 의미하는 걸까요?
무지랭이 몽돌의 눈에는 옛부터 이 로비 area가 다소 답답해 보였습니다. 라운지는 마치 동굴 속의 넓은 광장인냥 높고 웅장하지만 호텔로 들어오는 entrance와 프론트 부분 등 리셉션의 층고가 낮아 안쪽의 라운지와 격리됩니다. 이런 이유로 라운지는 오히려 폐쇄적인 안정감과 안락함을 선사하는 듯도 하군요.
구조에 변화가 없어서인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높은 층고에도 불구하고, 자연채광이 가능한 그랜드하얏트나 밀레니엄서울힐튼의 개방감은 없고요, 마치 JW메리어트 서울의 높지만 다소 답답함 느껴지는 로비 느낌이랄까요? 이번 공사로 천정부는 오히려 낮춰졌다더군요.
“회춘 프로젝트의 핵심”
이번 회춘 모드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식음료 부문입니다. 7개의 영업장에서 4개로 축소했는데, 평소 골머리 앓던 부위(직영하던 마르코폴로, 로비 바 블러쉬, 34층의 하바나 시가 바)를 과감히 도려내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랜드키친을 제대로 키웠고, 풀서비스 또는 럭셔리 명찰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남겨 둔 파인다이닝 2곳, 일식당 하코네와 양식당 테이블 34는 다시 손봐 열었습니다.
부러웠던 하코네... 일본 하코네 지방의 자연 경관을 레스토랑에 되살렸다고 하는데 가 보질 않았으니 알 수 없고요, 꽤 넓은 면적을 할애해 실내 정원(샤케이 Shakeii)를 조성했고 정원 옆엔 기역자 형태의 스시 카운터를 배치했습니다.
다소 개방적이었던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사방으로 입식 PDR과 다다미를 배치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뭐 그리 내밀히 할 말이 많다고 계모임조차도 별실을 따로 요구하는 추세, 이미 꽤 묵은 트렌드입니다. 입구에 사케 셀러가 있던데 내부엔 독특한 사케가 있군요?! 일본에서 '자표' 하코네 브랜드로 따로 주문해 들여 온다니 자부심이 대단하지요?!
“새로워진 그랜드키친”
그랜드키친의 사이즈 또한 대단합니다. 동선이 꽤 긴데 요소 요소에 오픈형 라이브 스테이션(Kitchen Piazza)을 배치했고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카페 395와 비슷하지만 곳곳에 semi 폐쇄형 PDR을 설치했군요. 하코네와 괘를 같이하는 경향입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키친
맨 안쪽으로 다소 넓은 공간의 홀이 있으며 돌잔치 등의 가족모임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합니다. 개인적으론, 그것이 객실이거나 레스토랑이거나, 그랜드키친과 같이 원목과 대리석을 섞어 쓴 바닥마감이 좋더군요. 음식을 맛봐야 조선이나 롯데, 밀레니엄서울힐튼 등의 것과 제대로 비교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여유는 없었고요..
“두고 봐야 할 최대 규모”
새롭게 단장한 그랜드볼룸에 대해서는 말들이 좀 있습니다. 국내 특 1급 호텔이 갖고 있는 연회장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후회 막심한 허세로 남을 것인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군요.
지난 포스팅에서도 웨딩의 최근 경향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호텔에 그렇게 큰 사이즈의 연회장이 지금도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엊갈리는 듯 합니다. 호텔 연회장의 주된 먹거리 웨딩이 사이즈를 줄여 가고 있는 최근의 경향과는 엊박자를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MICE 수요를 발생시키는 주변의 시장환경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군요.
관련글: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강남 전문웨딩홀 - 파티오나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
천정은 한국 고유의 떡살 문양을 모티프로 사용했다네요?! 카펫 또한 한국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수화樹話 김환기 선생의 유작 '십만 개의 점'이란 작품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고 설명 들었지만 그저 귀만 호강한 셈입니다. 사이즈에 눌려 그 미적 가치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건 있었습니다. 어느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짜임새인데, 다소 엉성해 보였던 그 옛날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못 알아 볼 정도이군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델리 Grand Deli
1층의 델리 (전문용어로는 빵집) 그랜드델리입니다. 좀 놀라웠는데 특 1급 호텔 빵집 치고는 가격이 아주 비싸진 않네요?! 이유를 물으니 주변의 백화점 등과 경쟁하므로 이익율을 낮추어 가격을 하향조정했다고 합니다. 구색도 풍부하고요, 요기할 수 있는 셀러드나 샌드위치 류도 다양하던데 가까이 계신 분들께서는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회춘 속사정”
대놓고 드러낼 순 없지만 이런 회춘 프로젝트가 노리는 바는 결국 인력구조조정입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은 범생이 호텔답게 영업장을 축소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는 않았다더군요.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자연 감소분으로 완충하고 단기계약직과 케쥬얼을 대체하는 형식으로 흡수했겠지요.
그렇다고 직원들이 해피해 하지는 않았을테지요. 이런 변화 자체가 가족들의 생계를 회사에 의탁한 직원들에게는 두려움이거든요. 회사가 독한 마음 먹고 결손 영업장 폐쇄를 근거로 직원을 정리해고할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내부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고객의 평판을 먹고 사는 호텔이니 사회적인 논란을 감수하며 쉽사리 채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닙니다.
파르나스타워 조감도/미국 KMD,창조건축설계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사이트는 파르타스 타워 공사현장입니다. 이 타워 상층부에 스타우드 계열의 최상급 명찰 더럭셔리컬렉션이 들어올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른 소스로부터 얻어 듣기론, 호텔은 빠질 듯 하다더군요?! 그 배경에 대해 들은 적은 없었지만 아마도 불투명한 호텔업황 때문이었을까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소식은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 볼 일입니다.
“그리고 회춘하지 못한 곳”
20년만에 다시 본 객실인데 이번 레노베이션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터치업한지 5, 6년 되었을까요?! 인터컨의 객실을 본게 20년 전인데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군요.
객실은 깔끔하고 쾌적하고, 그리고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 보이기도 했는데 넓게 보이기 위한 디자인 의도 때문일까요?
“새로운 빠워”
새로 보게된 것이 있습니다.
호텔의 지하에 retail, 즉 쇼핑몰, 이름하여 파르나스몰... 코엑스몰과 이어지는 지하의 공간을 전문 쇼핑몰로 다시 꾸며 식당, 페션 상가들을 유치했군요. 모기업 파르나스호텔은 이곳에 꽤 심혈을 기울이는 듯 합니다. 전문회사와 인력들을 동원해 오랜동안 기획했다더군요. 바로 맞닿은 코엑스몰과는 다소 차별화된 느낌이고요.
이런 류의 전문 리테일은 강북 호텔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듯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핫한 유형은 아닙니다. 여의도의 IFC몰도 비슷한 형태로 보시면 될 듯 하고요, 다른 호텔들 또한 양복점, 잡화점 등을 호텔 내부에 갖추고 있긴 합니다만 전문성이나 규모 등의 차원이 다릅니다.
호텔의 고객이 아니라 주변의 직장인 트래픽을 주로 타깃팅한다니 호텔에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다각화라 해야 할까요? 일단 임대를 하면 변덕스러운 경기의 영향을 완충할 수 있을 듯 생각됩니다. 하지만 매달 정해진 임대료가 아니라 매출에 연계된 수수료를 취한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의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강북에 새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도 이런 컨셉을 도입할 모양이던데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롭군요.
도움 주신 팀장님 그리고 호텔아비아의 품절남 최기자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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