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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그리고 호텔 레스토랑/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아시안라이브가 가진 의미

20150325


지난 글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평범한 동생과 엄친아 형? 코엑스 인터컨티넨탈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오늘의 주인공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 (이하 '코엑스 인터')는 형 뻘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는 11살 나이 차가 납니다. 


서울의 주요 특급 호텔들과는 많으면 스무 살 정도나 young한데, 한참 전에 태어 난 그 선배 호텔들에 비해 유독 어린 티를 풍기는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코엑스 인터는 얼리어답터?



레스토랑.....


기성 호텔들의 행보를 그대로 따르며 비슷한 시기(정확히는 1년 뒤인 2000년)에 개관했던 JW 메리어트 서울(강남)과는 전혀 다른 구색으로 시장에 진입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의 선택이 더 훌륭했던 것으로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아래 표를 좀 볼까요?!


말씀드린 코엑스 인터와 JW메리어트 서울, 그리고 15년 후에 문을 연 신삥, 동대문 메리어트 (공식명은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로 역시 럭셔리 명찰이며, 최근 지어진 JW메리어트 계열 중 가장 화려한 부티크형 신상입니다)의 식음료 영업장 구색을 비교했습니다. 






특급 호텔의 허울 뿐인 명분



JW메리어트 서울 (표 가운데)의 구색을 먼저 볼까요?! 2000년 출생, 15~20년 앞선 기성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종류의 레스토랑을 다 갖추고 있군요. 양식, 중식, 일식에, 이태리식당도 있고요, 한식당이 없는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허울 좋은 명분에 목메었던 지난 날의 오너들은 풀서비스 full service hotel 로써의 명찰이라도 찰라치면 이 정도 구색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관련글

호텔이 먹고 사는 법/호텔의 수익구조 (상)

호텔이 먹고 사는 법 (하) 


이미지출저: http://www.revoptimum.com/



한 때 거덜먹거리며 부렸던 그 허세로 인해 그들이 2, 30년 후 치뤄야 할 댓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치솟는 인건비는 메뉴들의 원가를 잔뜩 끌어 올렸고, 호텔 밖에선 싼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무장한 경쟁 레스토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호텔의 레스토랑은 더이상 캐시카우 Cash Cow도 아니요, 스타 Star는 더더구나 아니며, 본전이라도 찾으면 다행인, 개 Dog 꼬락서니로 전락했군요. 2000년대 중반 부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불과 10년 사이에 싹수가 노랗게 변했습니다.


JW메리어트 강남의 F&B Outlet P&L을 들여다 본 적은 없으니 그냥 도매금으로 넘겨 짚습니다. 구매력 높은 강남 반포 계모임 마켓으로 인해 영업장 사정은 다른 호텔에 비해 나름 괜찮은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그 정도로 거스럴 수 있는 추세가 아닙니다. 



호텔은 급기야 몸집을 줄여 문을 열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호텔이 작년 이맘때 개관한 동대문 메리어트입니다.



이미지: 더 라운지/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표의 맨오른쪽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업장 구색을 볼까요?! JW메리어트 서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군요. 업장 수가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15년 정도 나이 차가 있으니 업데이트된 시장환경을 반영한, 너무나도 당연한 변화이지요?! 


동대문 메리어트의 '룸 인벤토리가 170실에 불과하니 F&B 영업장의 수도 그럴 밖에...'라고 강변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객실수와 식음료 업장 수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객실수가 500실 가까운 호텔도 그러하니까요.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강남 엄친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10년 차이 동생인 코엑스 인터는 어떨까요?



과도기에 탄생한 변종?



표의 맨 왼쪽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JW메리어트 서울 (이하 '강남 메리어트')와는 확연히 차이 나고, 오히려 15년 뒤, 신상 트랜드를 입혀 새롭게 개관한 JW메리어트 동대문 (이하 '동대문 메리어트')와 비슷한 수의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네요?! 흠....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은 강남 메리어트와는 달리, 15년 뒤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을 갖추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10년 전 태어난 형,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레스토랑들의 부침을 곁에서 지켜보며 타산지석 삼았던 것일까요?


사실을 알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아시안라이브 http://www.iccoex.com/kor/rest/live.do



위 표에 표시된 아시안라이브 Asian Live라는 레스토랑은 하나로 셀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말 그대로 주요한 아시아 레시피를 냅니다. 한식, 중식, 일식, 그리고 인도식까지 (옛날에는 태국식도 있었던 듯 하더군요).... 


그렇지만 흔한 올데이다이닝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가지 단품요리를 섞어 서빙하는 형식이 아니고, 마치 독립된 식당처럼 복도 사이로 구획이 꽤 뚜렷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스시와 딤섬, 인도 수제난을 즉석에서 요리하는 오픈 키친이 따로 있으며, 다다미 등 다양한 별실도 따로 갖추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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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양새는 2003년 개관한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레스토랑 8 eight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 곳은 마치 대형 푸드코트인 듯도 하더군요. 오픈키친으로 프랑스풍의 카페, 이탈리안, 누들, 스시, 그릴 등, 8가지 컨셉의 요리를 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합쳤다는 점에서는 아시안라이브와 동일하지만 성격은 다소 다릅니다.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레스토랑 8은 8가지 동서양 요리를 한자리에서 모두 맛 볼 수 있는 뷔페의 개념에 더 가깝거든요).



따로 각각 만들어도 될 걸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합쳐 구성했던 것일까요? 단지 공간의 효율성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디자인 컨셉[각주:1]으로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요???


저야 디자인에 대해선 무지하니 제대로 논할 자격이 없지만, 경리쟁이로써의 눈에 들어 오는 건 있습니다. 인건비를 타깃팅한 시너지..... 자잘한 비용 효과도 있겠지만, 업장 여러 개를 합해 운영하면 인건비 측면에서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manning을 줄일 수 있거든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아시안라이브 이미지: 웨딩검색 Wef 



코엑스 인터컨이 애초 이를 의도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물어 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결과를 놓고 보니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구나' 어림짐작하는데, 아마 그랫겠지요?! 


하지만 다양한 고객 기호를 모두 겨냥해 이런 저런 음식을 섞어 내면 세이빙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트랜드는 오래 가지도, 확산되지도 못하고, 그저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변종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늙은 몽돌의 어설픈 주관입니다.




새로운 경향



이후 호텔업계에서 보인 경향은 다소 과격합니다. 경쟁력 없어 보이는 건 모조리 없애버리거든요. 소비자의 복잡미묘, 섬세한 취향을 모두 겨냥하지 않습니다. 다 잡지도 못할 두마리, 세마리 토끼를 타깃팅하며 헛힘 빼지 않겠다는 심산, 돈 되어 보이는 한마리만 제대로 쫓겠다는 것이지요. 동대문 메리어트가 그랬고, 포시즌스 광화문 또한 그러하겠지요... 


이에 발 맞추어, 기성 호텔들은 식음료 영업장을 하나씩 없애고 있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이 2013년 리노베이션을 기해 여러 개 영업장을 그랜드키친 Grand Kitchen으로 합했고요, 또다른 특 1급 역시 레스토랑 3개를 하나로 합했으며,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또한 중식당을 폐쇄한다(중식 메뉴 일부는 테라스로 이관)는 핫한 소식이 호텔리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호텔들 또한 숨죽여 눈치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지요?! 단물 다 빨아 먹었다고 그냥 뱉어 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수 많은 호텔리어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 있거든요. 


하지만 호텔 객실에 대한 수요조차 지금의 상황으로 정체되면 호텔은 오래 견디지 못할 듯 합니다.....




최근 몇일 째 올리고 있는 글들이 계속 호텔의 레스토랑에 대한 내용으로 쏠리고 있군요. 호텔리어들이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급과잉과 호텔 레스토랑의 수익성 문제는 업계의 가장 핫한 포테이토입니다. 객실영업사정이 괜찮을 때는 가려져 있던 문제, 하지만 지금은 객실부문에 그럴만한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지 먹고 살기도 빠듯해졌거든요. 호텔수익의 95% 이상을 점하고 있는 양대 축, 객실과 식음료부문 모두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마딱트렸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고요, 호텔과 호텔의 레스토랑에 대한 잡설이 더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따라 가시기 바랍니다.










♠♥♣★





그나저나 주객이 한참 전도되었군요. 코엑스 인터를 구경하고, 코엑스 인터의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논해야 하는데 전혀 엉뚱한 내용을 계속 말하고 있으니.... 더이상 포스팅을 고무줄처럼 늘일 수 없으니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의 다른 부분을 함께 올립니다. 잠시 편한 마음으로 눈요기 할까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의 로비입니다. 10년여 만에 다시 구경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저 쇼파와 엄브렐라 타입 (아님, 꽃인가요?ㅎ)의 라이팅은 눈에 띄는군요. 제 선눈엔 다소 그로테스크해 보인다랄까요?!


지난해 말이니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위에서 본 로비 라운지의 모습인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보다 오히려 넓어 보이는군요. 여기서 다양한 F&B 프로모션을 하던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모니 볼룸인데 banquet 타입으로 600여명을 수용한다니 작지 않은 사이즈, 꽤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군요. 




30층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 고객들 때문에 창쪽을 찍지 못했습니다.

바와 이탤리안 레스피를 서빙합니다. 뷰야 더할 나위 없지요?!





객실도 여럿 봤습니다만 너무 좋은 것들만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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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레스토랑 8은 슈퍼 포테이토 Super Potato라는 꽤 유명한 일본 디자인 회사의 작품이라더군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