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길,
후정으로 통하는 길이 막혔더군요.
어느새 '결혼'의 시즌이 다시 왔습니다.
이맘 때면 제가 있는 호텔의 후정에선 아름다운 가든 웨딩이 열리곤 해요.
안전 요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잔치를 잠시 구경하고 갈까요?
오늘 웨딩은 다소 아담한 사이즈
옛날엔 후정 곳곳을 테이블로 채우더니, 오늘은 연못 위 데크 주변으로만 순백으로 치장한 테이블 십여 개가 차려졌습니다.
요즘은 그렇더군요.
4, 5백명 규모의 대형 웨딩도 종종 있긴 합니다만 예전에 비해 보기 드물어졌고,
대신 100명 내외 단위의 중소규모 웨딩이 흔히 눈에 띕니다.
'하우스웨딩'이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은 건 꽤 되고요,
요즘은 스몰 웨딩, 셀프 웨딩까지 세간에 회자되고 있더군요.
엄청난 사이즈의 대형 웨딩홀을 갖춘 호텔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고요, 강남 요지의 전문 웨딩홀 역시 예외일 수 없어요.
이들이 시장 트랜드를 읽고 발 빠르게 변신하기엔 덩치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고 호텔 웨딩이 중대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호텔에서의 웨딩은 여러 면에서 꽤 매력적입니다.
아마도 사이즈를 조금씩 줄여 가면서, 더 다양하고 독특한 theme을 갖추며 그 매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지요?
살다보니 그렇더군요.
이런 아름다운 웨딩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담보하는 건 아닙니다.
가진 부副에 의해 아름답게 치장된 과거의 추억은 살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까요.
수 십 년을 같이 걷는 동안 수많은 위기가 부부 사이에 싹트게 되죠.
그 위기를 극복하고, 이루었던 가정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건 물질과 전혀 관련없습니다. 오로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일 뿐이죠.
두분 사시는 내내 오늘의 약속을 기억하며 행복하시길 빕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위기들을 인고해 준 옆지기님께 감사의 말씀을..... 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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