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이용 후기가 아닙니다. 음식에 대한 평이 없거든요.....
먹어 봐야 별 소용이 없긴 합니다. 늙은 몽돌은 그야말로 저질 미각의 소유자, MSG의 맛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혓바닥으로 어떻게 와규나 블랙앵거스 육즙의 고상한 맛을 논하겠습니까.
호텔에 근무하지만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여러모로 마음 편치 않아요. 비용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로부터 서빙을 받는다는 게 그다지 기분 좋은 일도 아니고, 매일 봐 오는 환경이라 그런 곳에서 먹어 보고 싶은 욕구도 샘솟지도 않습니다. 호텔 탐방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몸에 밴 습관이 아쉬울 때가 더러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
근근히 두번째 글까지 올렸습니다만 쉽지 않네요. 다녀 온지 1주일 남짓되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찍어 온 사진을 보고 간신히 더듬어 씁니다.
오늘은 지난 두번의 포스팅에 이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를 같이 구경해 볼까요?.
1. 호텔리어가 보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3. 레스토랑과 피트니스/풀 & 스파
4. 웨딩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1.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은 계륵과도 같습니다. 인건비와 재료비, 기타경비 등을 모두 따지면 이익을 남기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환경, 요즘 새롭게 개관하는 비즈니스급 호텔들이 기껏해야 allday dining에 바 하나 정도만 달랑 설치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럭셔리 특 1급 명찰을 달고 중저가 비즈니스 업스케일을 추종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자존심 때문 만은 아닙니다. 브랜드 체면과 별 다섯개의 위신을 개무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실속을 중시하는 이들 업스케일의 주타깃과는 다소 다른, 제법 고급진 시장을 겨냥하거든요.
왠만한 서울 소재 특 1급 호텔의 경우, 한 두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음료 영업장은 그야말로 잘 해야 본전, 연회 Banquet (Meeting & Event, Wedding)에서 벌어 들인 돈으로 다른 영업장에서 싸지른 결손을 벌충하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밑 빠진 독은 하나 둘이 아닙니다. French, Chinese, Japanese, Italian, Buffet....... 각양각색, 모조리 다 갖추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본격적인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 개관했던 대형 호텔들이 대부분 이런 식인데, 아마도 그 당시엔 이 정도 구색은 갖추어야 특급이라며 번듯이 명함을 돌릴 수 있었겠지요.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주로 인건비 때문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전에 올렸던 포스팅 하나를 참고 하시고요..
관련글: 화려한 호텔, 초라한 호텔리어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내팽겨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 많은 호텔리어들과 그 가족들의 밥줄이 걸려 있으니까요. 최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계열의 호텔들이, 그 잘난 낯짝에 똥물 튀는 걸 마다 않고 비정규직 문제나 인턴 오남용 등의 민감한 이슈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크게 보면 도긴개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호텔 어디나 비슷한 사정이겠지요.
http://blog.naver.com/evasionkorea
2.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는 모두 5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습니다.
•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 BLT Steak (2층)
• 올데이 다이닝 allday dining 타볼로 Tavolo 24 (2층)
• 1층 라운지 The Lounge
• 델리 Seoul Baking Company (지하 1층)
• 그리핀 바 The Griffin Bar (11층)
제 눈에는 이마저도 많아 보입니다만, JW 명찰에, 더군다나 슈퍼 울트라 럭셔리 부티크를 표방했으니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구색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올데이다이닝과 루프탑 바 그리고 로비라운지에, 플래그쉽 레스토랑과 델리를 추가했습니다. 럭셔리라도 요즘엔 델리를 따로 두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더군요.
구색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근 개장한 여의도의 한 호텔도 비슷한 규모이긴 합니다 (델리 기능을 겸한 이태리식당이 있고, Fine Dining인 '37 Grill'이 바 Bar 기능을 겸합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입소문으로 판단컨데, 지금까지는 나름 선전하고 있는 듯 하군요.
그러나 긴장의 끈을 늦출 시점은 아닙니다. 개관 초기엔 일반적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목을 끌기 마련이거든요. 승부를 결정짓는 건 이들이 '다시 오느냐 그렇지 않느냐' 입니다. 개관하고 보통 1년 정도 시점엔 대충 판가름 나는 듯 하더군요. 이 시기에 형성되는 평판은 좀처럼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아울러, 동대문 메리어트의 인벤토리 170실을 감안하면 레스토랑이 너무 많지 않나 걱정되는 면도 있어요. 호텔 레스토랑의 주된 고객은 투숙객 (특 1급의 경우 약 6, 70%는 외국인)이 아니라 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내국인들이니 '객실수와 무슨 상관이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벤토리가 가지는 의미는 간단치 않아요.
호텔의 영양가 높은 먹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객실입니다. 식음료 영업장 중에서도 연회 부문의 이익율은 꽤 높습니다만 객실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객실 부문의 이익률은 일반적으로 70% 내외, 식음료 영업장의 것은, 호텔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연회 부문을 포함해 기껏해야 15% 내외입니다. 객실 인벤토리의 사이즈가 작다는 것은 곧 호텔의 이익률이 크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레스토랑과 연회가 활황이라면 가려져 보일 수 있지만 만약 이들의 영업이 부진에 빠질 경우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겠지요. P&L의 마지막 라인은 금새 빨간 불을 켜게 됩니다.
3.
영업장들을 빠짐없이 구경하긴 했습니다만 tasting을 못했으니 음식의 퀄러티나 맛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시설이나 분위기 위주로 간단히 설명 올리고요, 나중에 돈벼락이라도 맞으면 다시 방문해 여러 경험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비 안쪽의 라운지 The Lounge 입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로비라운지 The Lounge
넓진 않습니다만 오른편은 온통 유리, 개방감도 좋고 흥인지문을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분위 기도 꽤 캐쥬얼하고 편하며 직원들의 서비스도 경직되지 않았습니다. 테이블의 꽃장식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더군요. 수제 초콜릿과 에프터눈티 등 간단한 요깃거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넓지 않은데다 긴 동선으로 인해 peak time 땐 들고 나는데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네요.
4.
2층에 위치한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 BLT Steak...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BLT 스테이크
꽤나 이름있는 스테이크하우스 브랜드라고 하는데 저야 당연히 처음 듣지요.ㅎ 전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선 홍콩에 이어 두번째 지점이라고 합니다.
분위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라는 듯 전혀 캐쥬얼하지 않으며 정중한데, 호텔이 노리는 주타깃 소비층이 궁금해 지군요. BLT Steak NewYork 홈페이지에 달린 리뷰를 여러 개 찾아 봤습니다만 평이 나쁘진 않더군요. 국내에서는 다소 엇갈리는 듯 하던데 참고할 만한 수준의 평판이 형성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호텔로써는 이 시기가 절체절명의 순간이나 다름없습니다. 공들여 쌓아 온 평판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기도 하지만, 다시 수습하기 위해선 오랜동안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동대문스퀘어의 모든 F&B Outlet은 오픈키친 open kitchen 입니다. 이런 형은 일반 레스토랑에 앞서, 호텔업계에 도입된 지 꽤 되었고요, 고객과의 소통, 위생에 대한 신뢰 등을 넌즈시 의도합니다. 세심한 준비가 부족할 경우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긴 해요. 아울러, 인건비를 고려하면 운영효율은 다소 낮은 편입니다. 훨씬 많은 수의 주방 manning을 요하거든요.
5.
BLT Steak 정면에 위치한 allday dining buffet restaurant 타볼로 24 Tavolo 24...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라면 이 곳을 이용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시간도 그랬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컨셉은 BLT Steak와 상반되게 아주 편안하고 경쾌합니다.
블로그의 글들을 몇 찾아 봤습니다만 호평일색이더군요. 주방의 서비스도 꽤 괜찮다고... 가격이 9만원 대라고 했으니 경쟁호텔 수준에 비해 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싼 편도 아닙니다. 롯데와 조선, 신라의 동급 레스토랑의 가격은 이미 10만원을 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뭘 봤어야 알지......ㅋ
6.
11층의 그리핀 바 The Griffin Bar..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리핀바
데코와 가구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꽤 클래식하고 점잖습니다.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오래된 영국풍 바 오크룸 같다고나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국내에서 제일 많은 몰트 위스키 selection을 갖추었다고 자랑이던데 안타깝지만 늙은 몽돌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았어요. 위스키나 와인 등 외국 태생의 주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막걸리나 소주가 딱 좋고, 위스키나 와인을 먹은 뒷 날은 항상 탈이 나는 몽돌의 체질은 천상 신토불이입니다.... 저라면, 이런 곳에서 편안하게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오리지날 생맥주 한 잔이면 족합니다.
별도로 마련된 룸이 3곳, 도로에 면한 방은 마치 어릴 적 숨어 놀던 다락방 같기도 하더군요. 다소 폐쇄적이고 안락하고, 뭔가 내밀한 속삭임이 가능할 듯도 하고..... 돈벼락을 맞게 되면 타볼로에서 밥을 먹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이곳에서도 반드시 술한잔 할 작정입니다.
루프탑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는 흥인지문과 DDP, 그리고 주변 고층건물의 뷰가 아주 좋더군요.
7.
지하 1층에 위치한 델리 Seoul Baking Company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서울 베이킹 컴퍼니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이곳도 오픈키친, 밖에서 일하는 주방 호텔리어들과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pastry 키친으로썬 흔치 않은 컨셉인데 꽤 신선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마케팅요소입니다.
외진 위치가 문제이긴 합니다. 원래는 접근성이 제일 좋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하는 outlet입니다. take-out 수요가 제법 있기도 하고, 호텔에 빵이나 케잌만 구입하기 위해 잠시 방문하는 고객들도 꽤 많거든요. 하지만, 좁은 동대문 스퀘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델리를 1층에 배려할 공간적인 여유는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외부와 계단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하철 통로와도 곧 연결이 될 예정이라며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더군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나저나, 주변에 그럴만한 넉넉한 수요가 존재할까요? 퇴근하면서 이곳을 들러 갈 대단위 주거단지가 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가끔씩이나마 간단하지만 고상한 메뉴(예를 들어, 호텔의 샌드위치, 간단한 페스트리와 커피 등)를 점심 대용으로 먹고 싶어 하는 직장인 트래픽이 있음직 해 보이지도 않던데, 아마도 제가 보지 못하는 시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 모든 약점들이 용서되기도 하더군요. 이 입소문 (혹은 구전마케팅, 요즘은 viral marketing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을 위해 기울이는 동대문스퀘어의 노력이 꽤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늙은 호텔리어 몽돌을 초대했으니까요...흠...
4월 30일 까지 해피아워 (저녁 7~9시) 시간엔 50% 할인행사를 한다니 그나마 곳곳에 숨어 있는 잠재고객들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
마지막으로 8층에 위치한 클럽 501 Club 501과 9층의 스파 The JW Spa..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클럽 501
이 곳의 여러 시설들과 서비스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화이트톤의 마블로 온통 덮힌 입구의 데코도 그랬고. 다소 넓어 보이는 Fitness 공간도.. 그리고 25m로 좁지만 아름다운 swimming pool에도 큰 공을 들였더군요.
하지만, 정작 제 눈을 제일 자극했던 건 아주 작은 부분이었어요. 월넛 톤의 나무 계단과 난간을 스티치로 덮은 가죽마감, 그리고 유리로 처리한 계단실 staircase 였는데, 언뜻 언뜻 통해 보이는 그 아담한 수영장이 더 고급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피트니스의 사이즈에 비하면 풀은 다소 작습니다.
객실 투숙객이 이곳의 주고객일 수 없습니다. 이들에겐 투숙하며 간간이 이용하는 일종의 부대 시설일 뿐, 주된 타깃은 회원권을 구입하는 외부의 고객입니다. 멤버쉽(refundable)의 가격은 7천만원 정도라고 했으며, 그리고 연회비가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300만원 내외?
이런 쪽의 영업엔 익숙치 않습니다만, 동대문스퀘어 Club 501의 전망은 꽤 밝아 보였습니다. 당장은 동대문스퀘어에서 영업전망이 제일 나아 보이는 부문이었어요. 주된 타깃으로 보이는 동대문 일대 의류시장 점포주들의 재력은 왠만한 중소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만만치 않다더군요.
참고로, 제가 몸담은 카페 회원 한 분의 말씀에 따르면, 만 60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있다네요? 하지만, 동대문 상권의 잠재소비자, 즉 점포주들은 대부분 60세를 넘긴 분들이라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호텔 측의 세밀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졌겠지요?
사진 몇장으로 간단히 떼울 작정이었습니다만 또 길어졌네요. 글을 쓰다보면 이것 저것 평소엔 떠오르지도 않던 잡생각들이 자꾸 지면을 기웃거립니다......
감사합니다.
호텔이야기 편파포스팅, 아래 더보기 단추를 누르시면 더 보실 수 있습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시리즈,그 세번째 글, 레스토랑과 피트니스를 다룬 내용입니다.개관 후 얼마지 않아 올린 포스팅입니다만 역시 다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더군요.손을 좀 다시 봤습니다.http://lee2062x.tistory.com/221#.VV9h5fntnXQ
Posted by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호텔이야기 on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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