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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리어가 당신에게 절대 말해주지 않는 팁/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목에 솔깃하시지요?ㅋ

 

"체크인 하는 순간, 당신의 행동이 당신의 방을 결정한다"

"호텔직원에게 '날씨 좋다'는 인사는 안 하는게 낫다"

"무엇보다도 '먼저' 팁을 주어라"

 

 

최근에 출간된 아래 서적,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의 말미 부록중 일부입니다. 제목 만큼이나, 호텔에 관심 많으신 분들께서 읽으시면 흥미롭게 느낄 만한 내용도 많고, 호텔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적잖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만 사무실의 귀요미 막둥이 후배 직원이 소개하더군요. 아주 따끈따끈한, 불과 몇 일 전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서적인데, 직접 구입해 읽고는 제게 가져다 줍니다. 읽어 보고 알아서 블로그에 올리라는 것이지요~ㅋ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늙은 몽돌이 이런 류의 책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만 듣보잡에게 보기 좋게 선수를 뻬앗겼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데, 아까워라~~~~~ㅋ

 

우리나라 작가의 저술은 아니고 미국의 10년차 호텔리어 제이꼽 머시기(Jacob Tomsky)가 지은 책입니다만 가당치 않게도 10년 근무하고 배테랑을 자칭했네요?! 이 몽돌도 20년, 주변엔 30년 근속한 호텔리어가 수두룩 헌디....... 


하지만 연식이 오래 되었다고 아무나 이 정도 수준의 책을 저술하지는 못하겠지요?! 

 

 

 

 

전미 호텔업계를 뒤집어 놓은 문제작이라고 소개했던데 내용은 몽돌이 보기에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몰랐던 사실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 아니라 호텔의 치부와 최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VIP 고객들의 낯 뜨거운 행각 등을 적나라하게 까발렸거든요. 커버에 박힌 클립만 몇 개 소개해 볼까요?

 

"미소 짓는 도어맨, 아무것도 보지 못한 룸메이드?"

"당신의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들은 알고 있다!"

"벨맨과 도어맨의 뒷거래에서 VIP 손님들의 낯 뜨거운 행각..."

"서비스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호텔리어들의 생존법"





 

그 듣보잡 제이꼽은 호텔리어로 10년을 근무하면서, 호텔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합리와 부정에 익숙해지고, 급기야는 자발적으로 그 부정에 참여하는 막장 인생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제이콥의 양심에는 털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 오염시킨 제이콥의 양심은 끝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분노조절장애라는 정신질환으로 방어기제를 발동합니다. 치료 와중에 그동안의 경험을 책으로 옮겼는데 이 늙은 몽돌이 보기에도 제정신이었다면 이런 책을 출간할 생각을 못했겠지요?

 

미국과 한국 간의 지리적 차이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 듯 합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내용은 여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현직에 몸담고 있는 몽돌의 처지로 블로그에 소개해도 될까 망설일 정도였는데, 그럴 정도로 내용은 적나라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텔을 둘러싼 여러 사회 문화적 특성 차이 때문일까요?

 

책에 소개된 부정의 근간을 이루었던 팁핑(tipping)의 문제는 다소 낯설어 보일 정도로 선정적입니다. 국내 호텔의 경우에도 팁에 관련한 종업원의 부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책에 언급한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수준은 아니지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Jacob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게 된 주요한 이유는, 인간 본연의 양심이니 사회적 위신 등은 모두 쓰레기통에 처 박아둔 채, 오로지 가진 부로만 갑질하는 일부 고객 때문도 아니요, 동료가 고객을 등쳐먹기 위해 동원하는 잡다한 파렴치 부정 때문도 아닙니다.

 

호텔의 상품은 바로 사람이요, 경쟁력도 사람입니다. 인적 서비스는 호텔의 상품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 요소이며, 이 서비스는 가장 중요한 자산, 즉 호텔리어에 의해 창조되기도 하고 훼손되기도 합니다. 



호텔의 소유주가 이 상품 본질에 대한 몰이해로 인적 자산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언제든 저렴한 것으로 대체 가능한 단순 부품 취급하며 단기 이익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호텔리어의 loyalty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모든 서비스에 대한 약속과 훈련은 무용지물이 되고, 책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직원은 주변과 그리고 스스로의 부정에 대해 둔감해지거나 급기야는 죄의식조차도 내려놓게 되겠지요.

 

호텔은 분노조절장애 보다 더한, 치유할 수 없는 중병을 앓게 됩니다.

 


 

이 책은, 호텔의 여러 업무에 대해 겉핥기 식이라도 일견해 보고 싶은 호텔리어에게 도움이 될 듯도 하고,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겐, 양심에 생길 약간의 상처를 감내해 낼 수만 있다면 여러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만, 특히, 호텔을 소유, 경영하는 사람들이 정독하며 스스로와 조직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책에 소개된 내용을 모조리 믿고 이를 국내 호텔에서 실행에 옮길 궁리를 하시는 분들이 혹이라도 계시다면, 자칫 큰코 다치실 수도 있음을 미리 경고해 둡니다.  


 

 

 

이 몽돌이 블로그 때문에 별 희안한 짓을 하고 있기는 하네요.ㅋ

 

포스팅을 준비하다가 듣보잡 제이꼽이 아직도 호텔에서 근무하는지 (다시 말해, 이 정도 내용의 책을 쓰고도 그 철밥통이 아직 깨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더군요. 책에 소개된 홈페이지를 찾아 갔더니 트윗 주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물어 봤지요. 대답이 없길래 두 번이나.

 

지금은 책이 흥행에 성공해 매우 바쁜 모양입니다. 늙은 몽돌의 기대를 배반하고 스스로 그만 뒀군요. 보험 든다 생각하고 계속 다니지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