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근무하는 사람의 눈으로 본 호텔이야기,
호텔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파포스팅!!!
호텔리어를 소재로 한 또다른 드라마가 방송을 타는 모양이네요? 인터넷에 도배되다시피 홍보 기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7성급 호텔 '완벽한' 호텔리어 눈길"
"7성급 최고급 호텔...."
"6개 국어에 능통한 유학파 호텔리어...."
4월 초 방영될 예정인 MBC의 새 주말 드라마 '호텔킹'...
이를 소개하는 기사의 타이틀과 부제목들 일부를 인용했습니다만 단어 몇 개 옮겼는데도 벌써 진한 분粉 스멜이 폴폴 피어 오르지요?
오늘은 '호텔리어' 를 보는 대중의 시각에 대한 뒷담화를 가볍게 엮어 보겠습니다.
호텔 그리고 호텔리어,,,,, 화려한 외관, 하지만 비교적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함이 없는 소재이긴 한 모양입니다. 10여년 전에도 배용준과 송해교 등이 출연했던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경영권 다툼에다 알려지지 않았던 호텔리어의 일상을 잘 버무려 꽤 인기를 모았더랬지요?!
http://www.imbc.com/broad/tv/drama/hotel_new/
그 당시 저도 호텔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만 즐겨 보지는 않았습니다. 제 성격 때문이었을까요? 드라마 속의 호텔리어는 제가 매일 보는 동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생경하기도 했으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마치 이용 당하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그 드라마 한 편이 우리나라 호텔산업에 미친 영향은 꽤나 컷던 듯 합니다.
제가 호텔에 취직한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호텔 종사자에 대한 주변의 눈초리가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호텔에 근무한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때도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근무자들 전체를 '뽀이'라 통칭하며 비하하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사회적 인식은 호텔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2000년대 초반에 거의 사라집니다.
젊은 세대들은 '뽀이'라는 단어가 한때 상징했던 의미도 잘 모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거의 천만 인구에 회자되며 호텔리어를 화려하게만 그려낸 위 드라마도 나름 역할을 했겠지요. 더군다나, 그 시기를 전후해 호텔 전공을 커리큘럼에 포함한 학교들이 눈에 띄게 늘기도 했고, 아예 호텔 과정만을 가르치는 고등학교나 전문대학들이 생겨 나기도 했으니 국내 호텔 산업의 성장 저변을 확보하는데 적잖이 일조했겠습니다.
http://thumbs.dreamstime.com/z/bell-boy-3879826.jpg
그동안 호텔을 둘러 싼 여러 경영 환경이 바뀌기도 했고, 호텔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도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해 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7성급 화려한 호텔', '호텔상속자', '6개 국어 능통.......' 등 새로운 드라마를 선전하는 저 현란한 문구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의 편치 않았던 기억이 새록 새록 뇌리에 다시 피어 오릅니다.
드라마를 홍보하는 저 자극적인 표현 만큼은 아니더라도, 외국어 두어개 쯤은 기본으로 구사하는 호텔리어도, 그리고 큰 돈을 들여 유학을 다녀 온 호텔리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근무하는 호텔은 드라마처럼 돈 많은 호텔 상속자와의 사랑 놀음이 벌어지는 곳도 아니요, 그들의 사랑과 돈싸움에 덩달아 낚인 직원들이 엑스트라 노릇하는 곳도 아닌, 하루 하루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신성한 직장입니다.
아울러, 몇 개 국어를 구사하고 큰 돈을 들여 외국 유학을 다녀 왔음에도 호텔리어에 대한 처우는 드라마에서 그려 낼 그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볼 면들이 있어요.
호텔은 근무하기에 꽤 매력적인 곳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무턱대고 이런 모습만으로 호텔리어의 꿈을 꾼다면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이직이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동일한 직종일 경우의 얘기고, 한 분야에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그 선택을 뒤집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아요.
이르면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 갈 때부터, 늦게는 취업을 할 때부터 반평생을 꾸려 갈 생활이자 밥벌이가 결정되는데, 이런 류의 드라마가 그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겠지요?!
늙은 몽돌의 젊은 폐이스북, 몽돌은 페북으로 소통합니다
호텔킹의 주된 촬영지(촬영장소/촬영호텔) 평창의 인터컨티넨탈 알펜시아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고 마무리 합니다.
인터컨티넨탈 알펜시아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강원도 개발공사가 출자, 2006년 착공해 2009년 말 전관개관했는데 수요가 여름과 겨울에만 주로 집중되는 리조트형 입지로 인해 경영난도 심했던 듯 합니다. 경영수탁회사 Management Company인 인터콘티넨탈 호텔그룹 IHG와 강원도개발공사 사이의 잡음도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훌륭한 능역을 가졌던 옛동료가 알펜시아로 옮겨 1년 종도 근무했는데.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이후 그곳 소식은 들은 바 없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유치되었으니 일단 숨통이 좀 트이긴 하겠는데, 비수기를 극복할 대책이 시급해 보여요. 저 같은 3자가 말하긴 참 쉽습니다만, 사실 그런 묘수가 있었으면 지방의 수많은 리조트형 호텔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부실해 지지는 않았겠지요..
그나저나, 위 기사 등에 꺼리낌 없이 달아 놓은 '7성'급 호텔은 우리나라에는 물론이요, 미국이나 유럽에도 없는, '선전용' 용어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호텔 등급이야기, '일단 별 갯수 많이 달고 가실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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