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늙은 호텔리어의 단골집] 충무로 부산복집/격이 다른 튀김, 복튀김

 



마침내 제대로 찾아왔군요.

 

충무로 부산복집....

 

 지난 번의 개망신으로 인해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께서 저를 배제한 채 몸소 예약을 하셨더군요.

관련글[충무로 맛집] 부산복집

 


이곳은 잘 찾아가야 합니다. 

주변에 '부산복집'이란 간판을 단 곳이 여럿이거든요.





몽돌은 이번이 겨우 두번째이니 단골집이라 이름하기엔 어림도 없지요?!

하지만,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들이 대우가 잘 나가던 1990년대 자주 찾던 곳이기도 했거니와, 이날 같이 동행했던 중늙은 호텔리어도 몰래 데이트할 때 자주 찾던 곳이었더군요.

 

이제서야 찾아온 제대로 된 충무로 부산복집


개망신 후 인터넷으로 여러번 다시 찾아봤던 오리지날 충무로 부산복집의 외양....

이곳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휘황찬 간판을 빼곤 의외로 초라하군요.

먼지가 앉아 누렇게 변색된 타일도 연륜을 상징하기엔 턱없이 누추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는 꽤 번듯합니다?!

1층 홀에는 테이블이 십수개, 그리고 2층에도 그만한 좌식테이블을 뒀으니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그나저저 젊은 세대들이 '복'을 알기나 할까요?

먹을게 넘치는 시절, 비싼 가격임에도 아쉬운 양의 복은 그 맛을 모르곤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옛부터 회사의 회식이나 접대로 그 맛에 간신히 길 들여진 4, 50대나 향수로 가끔 찾는 음식...

아니나 다를까 오가는 손님들은 모두 40대 이상의 중년층이군요.




충무로 부산복집의 연륜은 누추한 외양이 아니라 색바랜 저명인사의 사인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이에 낀 욕쟁이 저명인사의 그것은 전혀 반갑지 않군요...




돈을 쫒는 언론들이 이런 식당을 그냥 둘리 만무합니다. 

듣기론 1968년 문을 열었다니 근 50년 되어가나요?




메뉴는 당연히 '복'이 전부입니다.

복지리와 복매운탕이 12,000원이면 아주 저렴한 편이라지요?!

주인장은 서슴없이 말합니다. 수입산 냉동 황복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감 때문에 되려 안도합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나쁜 놈들이 천지인 험악한 세상이니까요...




복지리를 시키자 스테인레스 솥단지를 척 얹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시로 홀렸기로서니, 놋그릇도 아닌 이 투박해보이는 쇠솥단지에서도 이 집의 오랜 내력이 느껴질 정도라니...ㅎ




복이 아주 넉넉하군요.

다진 마늘과 함께 식초를 얹는데 전 그 은은하게 새콤한 맛이 왜 나는지 몰랐더랬습니다.

식초를 넣는다는 말에 적잖이 실망했었는데 냄새 등을 잡아 준다네요?!

하지만 복지리에 섞인 그 식초의 맛이 꽤 오묘합니다.




미나리를 수북히 얹습니다.


제 어릴 적, 어머니께선 너무 맛있다며 제 밥숟가락에 미나리 무침 한줌을 얹곤 하셨더랬지요. 하지만 지금과 다름없이 못났던 저는 짜증을 숨기지 못했었습니다.

그 특유의 맛 (석유 맛?)이 못내 싫었거든요.

하지만 후회가 뒤섞인 지금의 맛은 어느 채소의 것 보다 훌륭합니다....


01



비록 볼품은 없지만 복집의 참맛은 사실 이 복튀김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건 먹어봐야 비로소 그 진정한 맛을 논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입에서 녹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지요.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께선 튀김옷의 색이 너무 노랗다며 타박이었습니다만 몽돌은 그런 걸 가릴 계제가 아닙니다. 




복불고기도 당연히 먹고요...

간은 당연히 자극적이지만 넉넉한 복이 중화해 냅니다.




볶음밥으로 마무리합니다.




참고로, 전에 잘못갔던 '그' 충무로의 부산복집은 알고보니 '이' 충무로 부산복집의 자매점이더군요.

친동생분께서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동일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맛은 동일하지 않으니 우리가 의례히 말하는 그 손맛의 영향일까요?



2014년이 이젠 한달 남짓 남았군요.

올해는 유난히 다사다난했고, 이런 한 해를 다시 보고 겪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그로부터 배우는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