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이'.....
혹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지금은 고상한 외래어로 대체되어 사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만 4, 50대 연령의 분들에겐 아마 친숙할 듯 하군요. 한 때 호텔리어를 칭했던 용어입니다.
호텔이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그 때, 높은 담벼락을 올려 일반 대중의 눈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내밀한 장소에서 고관대작의 허드렛 시중이나 들던 하찮은 직업으로 여겼을 테지요? 대놓고 직업에 귀천을 매기던 시절입니다.
늙은 몽돌이 호텔에 발을 들여 놓던 90년대 초중반까지도 주변의 눈초리는 더러 따가웠었죠. 고향의 동네 어르신들껜 호텔에 근무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웠는데, 이게 불과 20년 전의 일입니다. 젊은 세대에겐 꽤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을 듯 싶지만 세상이 변해 가는 건 종종 어이없을 정도로 느닷없더군요.
이런 세간의 인식은 호텔의 문턱이 낮아지기 시작한 2000년 대 초반에 거의 사라지는데, 우습게도 한 드라마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어요. 호텔리어가 화려한 직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결정적 계기, 거의 천만 인구에 회자되었던 그 드라마..... '호텔리어'
호텔리어가 되면 뭐가 좋을까?
이런 과거를 아는 늙은 호텔리어에겐 가끔 생경합니다. 제 블로그를 찾는 이들 중에는 호텔리어를 꿈으로 삼은 고등학생들도 적지 않더군요. 이들은 그 이른 나이에 무엇으로 호텔리어를 워너비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올리게 된 것일까요?
설마, 수시로 드라마 속에서 내비치는 그 휘황찬란한 겉모습 때문만은 아니겠죠?!
일루스트레이터 전신영 (illustrate by 전신영)
감정노동이란 표현이 대변하듯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은 결코 만만치 않아요. 호텔리어의 주요한 업무는 바로 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서비스 퀄러티에 대한 기대 수준을 한껏 높인 고객들을 왠종일 응대해야 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요즘 흔히 말하는 '가성비'를 따지자면 호텔리어에 대한 매력은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큰 돈과 노력을 들여 유학 스펙을 갖춘다 하더라도 원하는 일자리 찾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각고의 노력으로 좋은 호텔에 취업한다 해도 호텔리어에 대한 처우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
가족과 함께 투숙한 건 이번이 처음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을 접하며 얻게 되는 새로운 경험과 relationship, 그들에게 봉사하며 느끼게 되는 보람은 일부 진상 고객으로부터 받는 상처를 벌충하고도 남습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비슷한 업무로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채워야 하는 평범한 회사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도 있어요.
여하튼, 그 계기가 어떤 것이었거나, 스스로가 오랜 동안 원하고 꿈꾸어 왔던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건 어쩌면 큰 행복이자 행운이겠죠.
반드시 호텔리어로써의 자격이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들 중 피부에 확 와닿는 건 따로 있습니다.
전 세계 호텔에서 공짜로 잔다!
뻥이 좀 섞이긴 했습니다만, 힐튼이나, 인터콘티넨탈, 스타우드, JW메리어트, 하얏트, 그리고 이비스 등 인터네셔널 체인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전세계의 자매 호텔들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랜드힐튼/다소 외진 곳이지만 편안한 스테이 즐길 수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 곳곳에 분포된 수 천 개 자매 호텔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타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이 혜택을 이용해 주로 국내의 자매 호텔들을 여러 차례 투숙하기도 했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자유분방한 젊은 호텔리어들은 해외의 호텔도 빈번하게 이용하더군요. 이를 흔히 스텝 레잇 Staff Rate 혹은 Employee Rate이라 부릅니다.
지난달 투숙했던 남해힐튼
몇 개 호텔의 혜택을 간단히 소개해 볼까요?
가격이나 혜택은 호텔 체인마다 제각각이고, 동일한 체인 내에서도 브랜드마다, 지역마다 조건은 다양합니다. 1년 전에 대충 올렸던 내용을 다시 좀 보완해 큰 기준 정도만 말씀드리면..
힐튼 Go Hilton (옛날 J1D)
1인당 U$50 내외 (일부 스케일은 개별 rate 적용)
년 30 박
무료 조식 포함가
기타 식음료 DC는 호텔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
Hyatt Associate Comp Stay
객실 무료
년 12 박 (호텔 별로 3박 정도로 투숙일 제한 있음)
식음료 20% ~ 25% DC (북미 호텔의 경우 50%)
Ritz Carlton Employee Rate
1실당 U$75/조식 미포함
Inter Continental IHG Employee Room Benefit Program
호텔의 Rate Tier에 따라 U$29~U$99
객실 제한 없음/한 호텔 연박 7박 연박까지
식음료는 호텔에 따라 상이
Marriot Associate Rate (메리어트, 르네상스 등)
KW50,000~KW150,000, 숙박일 무제한
Starwood Star Hot Program (웨스틴, 쉐라톤 등)
U$65~U$120/알로프트, 엘레먼트 등 업스케일 브랜드는 $49~
Ambassador Hotel Group Accor Program (앰배서더, 풀만, 노보텔 등)
U$30 ~U$100 이상 (브랜드 등급에 따라 다양하며 U$30달러 이하도 가능)
식음료 50% DC (조식 50%, 기타 식음료의 경우는 15~20%/호텔마다 상이)
만다린오리엔탈
U$75/95/125 + tax
포시즌스
무료 3박/근속년수에 따라 증가
샹그릴라
$50~$100 (도쿄, 파리, 런던 등 핫데스티네이션 제외)
식음료 20%
반얀트리
Job Grade에 따라 차등 적용, 사원의 경우 년 2,000 포인트 (1포인트 = $1) 부여/1 stay 당 최대 3박
식음료 50%
Best Westen 리퍼럴 계열
궁금해 페이스북에 요청했더니 역시나 리퍼럴간 주고 받는 혜택이 있군요.
현재 국내에 참여하고 있는 체인은 서울가든, 국도호텔, 제주호텔, 해운대호텔, 포항호텔,군산호텔, 해나루호텔 등이고, BAR에서 50% 정도의 할인혜택이 있는 듯 합니다.
힐튼의 Go Hilton을 이용하면 조식 무료입니다.
참고로, 힐튼의 경우 최근에 크게 변경되었더군요. 이전에 비해 그 수준이 대폭 확대되었어요. 아울러 Family & Friend (객실 지인 혜택)도 일정 절차를 거치면 표준 판매요금 Bar Rate의 50%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이용할 때는 여러 제약이 따르기도 해요. 직원 본인이 반드시 투숙해야 하며, 이용 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고요, 투숙할 당시에도 본인 여부를 확인합니다. 성수기 등에는 이 혜택이 제한되기도 해요. 아울러,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엔 스텝레잇 투숙을 불허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재작년 여름의 콘래드서울
신라나 롯데, 켄싱턴과 렉싱턴의 이랜드 호텔앤리조트, 플라자의 한화호텔앤리조트 (리조트 4박 무료, 8박 직원 할인가로 이용), 대명 앰블 등 로컬 호텔들의 사정은 알아 보지 않았습니다만 이에 준하는 혹은 더 좋은 조건으로 자매 호텔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웨스틴조선의 경우, 같은 신세계 계열의 로컬 호텔에 투숙할 때는 무료 혜택이 주어지더군요.
로컬 독립호텔들의 경우, 직원 복리를 위해 숙박권을 교환(바터)하는 방법에 대해 총지배인님 한 분께서 언급해 주셨는데,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 좀 다른 성격의 바터가 지금도 없지 않지만 세금 이슈 등으로 부담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법적 검토를 거쳐 공식적으로 확대 실행된다면 직원들의 복지 뿐만 아니라 벤치마킹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호텔리어들의 시야와 경험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호텔의 객실은 '휘발성재고 perishable stock' 상품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당일 생산한 객실 상품을 그날 판매하지 못하면 재고로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인데, 항공사 좌석과 비슷한 개념이죠? 따라서 많이 팔면 팔 수록 '장땡'인 상품...... 그렇다고 땡처리하지는 않아요. 이를 통해 훼손될 수도 있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일테죠.
소개해 드린 Employee Rate은 남아도는 객실을 직원에게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형태인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나름 효율적인 프로그램?!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야경
달리 보면 염불은 아랑곳 않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스님 꼴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그게 어디랍니까? 타업종에선 누릴 수 없는, 정말 독특한 혜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나저나 제 경우는 좀 아쉽군요. 지금은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만 옆지기님께서는 오랜동안 항공업계에 근무했었어요. 항공사는 아니고, 항공사간 운임을 정산하는 곳이었지만 항공사 직원에 준하는 운임 혜택을 받더군요?
항공료도 아주 저렴하게, 그리고 호텔 역시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으니 아주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저나 옆지기는 큰 관심이 없었더랬죠. 사정도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었고,,,
하지만 지나고 나니 후회가 꽤 되네요. 아이들 때문인데, 지금은 국내 자매 호텔이나마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1년 전 버전을 적당히 업데이트 한 리바이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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