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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남해 힐튼, 한국 리조트의 역사를 새로 쓴 이름/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힐튼남해는 2018년 브랜드 컨버젼을 통해 아난티 남해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름만 바뀐게 아니라 힐튼과의 경영위탁계약 HMA를 해지했습니다. 

아마도 골프 리조트라는 정체성의 이슈도 개입되었을 듯 하고, 브랜드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격오지 입지 탓일 수도 있으며, 오너 애머슨퍼시픽의 자신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어요. 이 모두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게 더 맞겠네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굿스테이, 남해힐튼! 


7년 만의 투숙, 개관이 어느새 10년 전의 일이었다네요?


남해 힐튼은 우리나라에 남해를 본격적으로 알린 리조트 호텔이라 이름해도 결코 과할 위상이 아닙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의 자매 호텔이기도 하고요, 고향집 가까운 호텔이라 언제나 반갑고 편안한 곳이에요. 


그동안 안녕한지 꽤 궁금했더랬는데 부모님 뵈러 고향에 내려 간 김에 하루밤 투숙했습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값비싼 호텔이지만 '고힐튼 Go Hilton'이라는 자매호텔 프로그램 (참고: 호텔리어가 되면 좋은 점)을 이용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고요...ㅎ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7, 8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데, 그 사이 남해 힐튼이 얼마나 변했을지 계속 궁금했더랬어요. 엄밀히 말하면, '어떻게 변했을까' 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참신했던 그 하드웨어의 색이 얼마나 바랬을까? 하는 걱정에 가까웠습니다.


자, 간단히 거들떠 보며 남해 힐튼에 얽힌 썰을 풀어내 볼까요?





남해힐튼의 공식명은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Hilton Namhae Golf & Spa Resort


2006년 10월 개관할 당시 꽤 센세이셔널 했더랬죠. '한국 리조트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격렬한 찬사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우리나라 최남단이나 다름없는 그 외진 로케이션도 그러했지만 바다를 바로 면하고, 더러는 가로질러 샷을 날려야 하는 18홀의 씨사이드 sea-side 골프 코스도 한국 최초라 하더군요. 레지던스 개념이 접목된 객실을 포함해, 국내에는 아주 생소한 개념의 럭셔리 리조트 호텔이었습니다.



이미지: 힐튼 남해

 


남해 힐튼은 골프장에 호텔식 서비스와 어메너티를 추가한 골프 리조트 개념으로 접근해야 호텔의 정체성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객실의 사이즈나 성격도 그렇고, F&B 오퍼레이션도 그러하며 스파와 사우나 등 추가한 부대시설도 맥을 같이 해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운영 면에서도 그런 특성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마켓이 다소 달라 보이긴 하지만 지척에 최근 들어선 남해 사우스케이프 역시 그런 유형의 리조트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정체성을 띈 리조트 호텔들이 최근에 늘고 있긴 하더군요. 자료를 찾으니 미국의 경우엔 비교적 흔한 형태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남해 힐튼이 선구자 격이나 다름없어요. 



객실에서 내려다 본 남해 바다와 골프장



남해 힐튼의 소유주는 최근에 그 존재감이 한껏 부각되고 있는 에머슨퍼시픽 Emerson Pacific입니다. 골프 리조트를 주업으로 하는 기업인데요, 기사 몇 개를 뽑아 봤더니 '골프, 리조트 업계의 이단아', '리조트의 신화를 일군 기업' 등 꽤나 선정적인 표현으로 회자되고 있더군요. 속사정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바 없습니다만 남해 힐튼이 탄생한 그 10년 전 1,000원 대에 불과하던 주가 (코스닥)가 최근엔 4만원을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이니 마케팅용 허명은 아닌 듯 보이는군요.


호텔리어들에겐 어쩌면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거느린 구색이 거명되면 금방 알 수 있는 회사입니다. 한 차례 소개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내년 초 경 개관 예정인 부산 기장의 힐튼 (힐튼 호텔 &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그리고 전세기를 띄워 고객을 모신다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도 모두 에머슨퍼시픽의 프로젝트이거든요. 시절 좋을 때 북한에도 금강산 아난티 골프 리조트를 조성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관련글: 동부 부산의 랜드마크호텔, 부산 힐튼



이미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여하튼, 남해 힐튼은 모기업이 현재 보이고 있는 가파른 성장세를 가능케 한 마중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니 에머슨퍼시픽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힐튼 체인과는 경영위탁계약 Manangement Contract을 체결했습니다. 부산 기장에도 힐튼 브랜드를 도입하는 걸 보면 매니지먼트와 오너와의 관계는 원만한 모양이죠?



*   *   * 



남해힐튼은 모두 150개의 스위트룸과 20개의 프라이빗 빌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위트룸은 5 bay 구조를 취해 낮은 층 객실에서도 수려한 남해 바다와 그 위의 섬 그리고 골프장의 푸른 페어웨이를 조망할 수 있다는군요? 


빌라 중 일부는 분양을 해 오너가 따로 있고요, 일부는 회원제로 운영하거나 호텔 고객을 함께 수용 (그랜드빌라 Grand Villa) 합니다.



프라이빗 빌라/이미지: 에머슨퍼시픽

남해힐튼 그랜드빌라



저도 정확히 아는 바 없습니다만 호텔과 빌라를 따로 구성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소 다른 믹스를 추구하기 때문이겠지요? 빌라의 오너에 비해 호텔은 아무래도 대중성을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빌라는 리조트 호텔의 계절성을 일부 완충할 수 있겠죠.


포스트 이후 추가하는 내용입니다만, KBS 같이 삽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리조트 호텔이 남해 힐튼의 이 그랜드빌라입니다.



이미지:남해힐튼/스튜디어 스위트



가장 작은 규모의 객실 (스튜디오 스위트)가 35평이니 굉장히 크지요? 제가 투숙한 객실은 45평 짜리 딜럭스 스위트입니다. 거실 양쪽으로 침실을 2개 넣었는데, 두 가족이 투숙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 보이는 사이즈이군요. 


리조트의 호텔 답게 취사설비와 주방이 배려되어 있습니다만 지금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사용하지 않아요. 개관 직후 투숙했을 당시엔 객실에서 뭔가를 조리해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호텔과 콘도의 서비스 컨셉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긴 합니다. 


객실마다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배려되어 있고요, 욕조도 아주 큼지막한데, 블라인드를 젖히면 남해의 산과 바다가 고스란히 욕실로 들어오는군요.


  



내부의 어메너티는 모두 힐튼의 브랜드 스탠다드를 충족한 것들입니다. 


이건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아요. 인벤토리가 크지 않은 로컬 리조트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퀄러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몰개성을 양산하는 브랜드 스탠다드의 이면이 문제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런 면에선 브랜드 스탠다드의 효과가 유감 없이 발휘되죠.





집기나 비품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maintenance는 꽤 괜찮게 유지되고 있군요. 스타일은 어쩔 수 없이 좀 올드합니다만 상태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주방과 취사 설비가 갖춰진 레지던스 타입 객실의 경우 일반 호텔의 객실에 비해 코스트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면적도 넓을 뿐더러 감가상각비도 그렇고, maintenance에 소요되는 비용도 일조하겠죠. 따라서 이런 형태의 객실은 일반적으로 단위 판매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요? 남해 힐튼의 객실료를 높인 주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남해힐튼 딜럭스 스위트 객실



마침내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계획하고 있다더군요? 비수기인 내년 2, 3월을 택했던데, 외관이야 어쩔 순 없더라도 내부는 대폭 바뀌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취사 관련된 설비는 모두 없애지 않을까 싶은데, 이럴 경우 정체성과 법적 신분 (휴양 콘도미니엄)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남해힐튼 로비/클럽하우스



남해 힐튼의 내/외부 디자인은 꽤 독특하지요? 외국 건축가의 작품이 아니라 한국 분 (SKM건축사무소 민성진 건축가)의 작품이라는군요? 혹자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외관이라 표현했던데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건물에 드리운 화려한 조명이 아름다우니 남해힐튼의 클럽하우스는 밤에 봐야 제격입니다.


F&B Outlet은 골프장이니 만큼 그늘집을 포함해 여럿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스토랑은 호텔 내부에 설치된 올데이 다이닝 브리즈 (Breeze)와 북카페 스타일의 에이라운지 (A Lounge)로 보시면 될 듯 하군요.



남해힐튼 레스토랑 브리즈



브리즈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뷔페를 주문해 드리고 싶었지만 주말에만 준비되더군요. 일품요리들의 구색은 다양한 편인데 비슷한 가격대의 메뉴도 가치 차이가 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조식도 꽤 괜찮은 편이고요...





저야 풀떼기 위주로 간단히 먹습니다만 대동한 막내 녀석은 서너 차례 분주히 오가더군요. 야채 등 신선한 먹거리는 손도 대지 않고 주로 달다구리로만...




    

에이라운지 A Lounge... 꽤 예쁘게 잘 꾸며 놓았더군요. 요즘 핫한 북카페 스타일을 지향했다는데 설마 개관 때부터 그랬다면 놀라울 일입니다. 


옛날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에이라운지 입구에 아담한 사이즈의 샾이 있더군요. 골프 용품 뿐만 아니라 컵라면과 과자 등 식료품, 기프트도 판매합니다. 역시 이곳은 호텔의 로비가 아니라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입니다.ㅎ



남해힐튼 노천탕



여러 페친분들께서 꼭 가보라며 신신당부하셨던 노천탕입니다. 투숙객에게 무료로 개방되고요. 사이즈가 크진 않은 게 못내 아쉽지만 남해 힐튼이 자랑할 만한 핫스팟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어요. 특히 겨울엔 더욱 좋을 듯 합니다. 





이리저리 바빠 시간이 꽤 애매했었어요. 사전에 말씀을 듣지 못했다면 아마 패쓰했을 어메너티인데 만약 그랬다면 후회했을 뻔 했네요. 강추하셨던 해질녘 노을이 드리운 노천탕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노천탕에서 보는 달빛 어린 바다의 풍광도 만만치 않더군요.



남해힐튼 객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뷰



남해힐튼 역시 격오지 리조트 Remote Resort의 특성을 보입니다. 맨파워나 물류, 아웃소싱 서비스등 경제적 자원이 풍부한 도심과는 꽤 이격되어 있어요. 따라서 운영 환경이 결코 호의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리한 환경에서도 남해힐튼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퀄러티는 의외로 안정적입니다. 브랜드와 시스템의 힘일 수도 있고, 임직원들의 역량일 수도 있어요. 일단 프론트 라인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은 서울의 특급 호텔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아 보이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어요. 


남해 힐튼의 초대 총지배인은 밀레니엄서울힐튼에 계셨고 지금은 콘래드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하고 있는 닐스 슈로더입니다. 판촉과 마케팅을 책임지셨던 분도 저와 오랜동안 같이 근무하셨던 배테랑이었어요. 지금 근무하고 호텔리어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아 보이더군요. 인터네셔널 체인의 힘이고 시스템이자 브랜드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리셉션의 스텝들입니다.



하우스키핑 등 외부 자원에 의한 서비스는 좀 달리 볼 면들이 있긴 해요. 남해는 아웃소싱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운영 저변이 취약한 곳인데다, 5층 짜리 건물이 넓게 산재해 있어 객실이 규격화된 도심 호텔의 관리 환경과는 천양지차를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우스케이프가 들어서고 다른 리조트도 조성되면 집적 효과를 누릴 수도 있겠죠? 팀장님께서도 잠시 언급을 하셨습니다만 사우스케이프가 지척에 들어서면서 당장 정체된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할 뿐더러, 모자라는 운영 자원 역시 쉐어해야 합니다. 시장을 선점했던 남해 힐튼으로썬 피해의식을 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긍정적인 파급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켓은 미묘하게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사우스케이프의 존재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제반 지원 환경 역시 천천히 개선되겠지요? 한참 공사 진행 중인 제 2의 남해대교를 포함해 도로망 개선 작업도 제 눈엔 반갑더군요. 



남해힐튼 그랜드빌라의 객실



이 이미지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는 페친 분이 제법 계셨으니 추가로 소개해 드릴까요?

일반 스위트가 아니라 빌라동에 입지한 그랜드 빌라입니다. 





침실이 5개, 복층의 객실이고요 베이비 풀이 조성되어 있더군요. 원하면 야외에서 가든 바베큐도 할 수 있어요. 


하루밤 객실료는 조식을 포함해 1백 여 만원이라는데, 일반 커플 여행객이 아니라 3대를 아우르는 대가족 투숙에 특화된 객실로 보이지요? 요즘엔 회갑이나 칠순 잔치 대신 가족 여행을 택하는 경우도 흔해졌더군요. 남해, 남해 힐튼 그리고 그랜드빌라는 그런 가족여행에 안성마춤인 상품입니다. 

 




격오지 로케이션은 동전의 양면을 띕니다. 팀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격오지 입지가 여러가지 운영 난맥을 파생하지만 쉬이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면 아름다운 지금의 상태가 유지될 수 없었겠지요. 더군다나, 일단 들어 오면 반드시 자고 나가야 하는 곳이니 호텔로썬 부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원거리 리조트가 개발되고,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겠죠. 하지만 이는 어쩌면 본래의 상품 매력이 훼손되는 과정일 수도 있어요. 몇 시간이나 차를 몰아 먼 리조트를 찾는 주된 이유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공기, 바다, 산... 사람들로 붐비지 않은 격리된 곳에서 휴식하고 싶기 때문이겠죠? 잘 알려져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하면 격오지 리조트의 매력은 점점 상처 받을 수도 있습니다. 





리조트 호텔 답게 남해 힐튼 역시 주말엔 풀하우스가 되고요, 성수기엔 주중에도 객실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작년 실적은 놀라울 정도이더군요. Occupancy는 메르스로 홍역을 앓았던 서울 도심 호텔과는 두드러진 차이를 드러냅니다. 아무래도 외국인 Mix의 영향 때문이겠죠? 골프 회원권 소유자가 50% 정도를 점유하고, 서울과 수도권 고객의 점유율이 75% 내외를 보인다니 이미 격오지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군요. 


리조트의 계절성 (비수기나 shoulder season)을 극복하는 유효한 수단은 기업 세미나와 워크샾을 유치하는 것일 수도 있고, 주로 스포츠 activities를 추가하는 형태의 four-season stratergy를 채용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남해 힐튼은 이미 의미있는 정도의 세미나를 유치한다고 하더군요. 



할 말이 많긴 합니다만 너무 길어지니 일단 줄입니다. 되돌아 훑어 보니 참 두서도 없이 썼네요. 리조트 호텔의 운영 특성에 대해 포스트를 작성해 볼까 생각 중인데 기회가 된다면 그 포스트에서 조금 더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신 남해 힐튼의 호텔리어 분들에게 감사 말씀 드리고요, 여러가지 따로 배려해 주신 손부장님, 오대리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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