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건 꼭 소개해 드리고 싶군요.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호텔산업에 새로운 전기 하나가 새롭게 마련되었다고... 앞으로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성장해 나가는데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벤트!
서울 호텔 투자 컨퍼런스
SHIConference (Seoul Hotel Investment Conference)
이미지: 호텔아비아
한국 최초,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열렸던 글로벌 호텔 투자 컨퍼런스입니다. 6월 22, 23일 이틀 동안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되었고요, 컨설팅펌 HVS, 홍콩 소재 호텔 디자인 기업 HBA, 서울로지호텔과 호텔아비아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호텔 산업동향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이름들이지요?
아시아지역 컨설팅 펌 전문가와 투자개발 전문기관 등 주로 칼럼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서 알았던 이들이 연사와 토론자 리스트에 오르내렸고요, 정책 당국의 관심도 작을 수 없었겠지요. 문체부, 한국관광공사, 한국호텔업협회 등이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더군요.
저는 이 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신분이지만 행사를 주관한 호텔아비아의 칼럼리스트로써 press 자격을 강요해 참석했습니다.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렐 정도였어요.
이 컨퍼런스의 의미가 간단치 않아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취약했던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저변을 다질 또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역사는 그리 짧은 게 아니에요. 1800년대 말 호텔이란 명찰을 붙인 서양식 숙박업이 탄생했으니 이미 100년이 훌쩍 넘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은 제한된 수준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던 세력은 주로 재벌 그룹의 구색 역할을 부여 받았던 대기업 계열 호텔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지난 30년 한국 호텔 산업의 중심축을 형성해 왔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아요. 이를테면, 지난 30년 동안 고만고만한 호텔들이 그저그런 시장 파이를 나눠 먹으며 그럭저럭 편하게 장사해 왔다고 할까요?
도입된 브랜드도 제한적이었고, 시장도 크게 역동적이지 않았어요. 글로벌 호텔 시장의 핫한 트랜드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었죠. 서비스 퀄러티 신경 쓰고, 때 되면 글로벌 트랜드 반영해 적당히 레노베이션하고.... 그래도 크게 문제없을, 꽤 안정된 혹은 정체된 시장이었으니까요.
Panel Discussion 패널들의 흥미로운
토론/호텔아비아
하지만 이런 환경은 결국 시장 저변을 키우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호텔 시장의 바탕은 심각해 보일 정도로 취약해요. 국내 호텔 산업에 관계된 연구/보고 데이타는 턱없이 부족한 정도이고요, 몇 있는 국내 컨설팅 펌의 역할 역시 만족스러운 상태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수많은 호텔리어들을 배출했던 학계 역시 예외적일 수 없으며, 호텔 관련 협회도 제 역할을 해 왔다고 보는 사람은 없겠죠?
따지고 보면, 이런 궁색한 상황은 호텔이나, 학계, 정책 당국 등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개별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이 딱 그 정도에 그쳤어요. 시장 규모도 그랬고, 시장 분위기도 그랬고.... 호텔 산업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이런 저런 부족한 것에 대한 개선을 추구하는 측도 없었죠.
국내 호텔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이도 더러 있던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은 (1980년대 올림픽 전후 탄생한) 대형 호텔들에 의해 주도된 1차 성장기를 막 벗어나, 격변기로 진입한 시점이라고 봐야 옳습니다.
한국 호텔 투자 향방
Korea Hotel Investment
Outlook by Mr.Voellm, HVS AP
하지만 마침내 시장이 요동치며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의 방식으로는 마땅히 생존할 수 없는 격동의 시기가 국내 호텔 산업에도 닥치고야 말았어요. 왠지 글이 옆길로 새는 느낌이긴 한데,,,, 말 나온 김에 시장 상황에 대한 생각을 좀 피력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촉발한 원인을 따지면, 꾸준한 국내외 여행 수요 증가로 호텔 수요는 어차피 점증하는 추세였어요. 공급 시장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가 힘을 얻고 있던 와중에 중국의 아웃바운드 여행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름을 쏟아 부었죠.
아울러, 저금리 기조와 시장 유동성 증가 그리고 오피스나 아파트, 오피스텔 등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정체는 호텔 시장으로 돈줄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서울 도심의 빈 땅엔 호텔 외 이익을 낼만한 투자 대안이 없다고도 했더군요. 결국 정책 당국이 규제를 허물며 이를 부추겼어요. 이게 최근 3, 4년의 상황입니다.
최근의 시장 수급 불균형은 이런 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양상입니다. 당장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객실 공급의 배경이고요, 롯데와 신라의 세컨드 브랜드도 이런 시장 추이를 먼저 읽은 결과입니다. 업스케일에 주로 쏠린 공급 시장이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지금 당장은 업스케일 이상의 세그먼트가 곤궁한 처지에 내몰렸지만 예외적인 변수 (특히 중국과의)만 없다면 장기 수급은 균형을 찾아 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2차 성장기에 접어든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정부의 공급 정책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하지만 큰 방향은 맞았다고 봐요.
Hospitality REITs
Development by Mr.Hiang/Ascendas
이미지: 호텔아비아
하지만 지금의 한국 호텔 시장은 마치 아동비만 상태에 있다랄까요? 덩치는 갑자기 엄청 불었지만 생각은 아직 유아기의 그것에 머물러 있는... 하지만 시장은 더이상 옛날의 그것이 아니니 당분간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내실은 곧 외형을 추종하겠지요?
호텔 투자/개발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봐요. 호텔 산업은 단계별로 개발, 운영, 그리고 매매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운영이야 개인 소유주나 인터네셔널 체인이 담당했으니 그나마 간단히 접근할 수 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개별 호텔의 개발/투자 유치나 매매 시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브로커들이 개입해 있거나 인맥을 통하는 경우가 많았겠지요.
이들은 투자 유치나 매매 거래를 중개하고 거간을 취합니다. 따라서 이쪽 시장은 official 하지 않아요. 저도 간접 경험을 했습니다만 잡음도 더러 양산되어 왔고요,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시장에 헛소문을 퍼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역시 취약한 시장 저변, 호텔의 소유 구조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주로 개인들이나 일부 대기업 계열기업이 호텔을 짓거나 투자하고 소유하며 운영해 왔습니다. 펀드나 리츠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거래될 수 있는 수단이 활성화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서울호텔투자컨퍼런스 SHIC는 이런 분야에서 비공식적인 거래들을 양성화시키는 공개된 장을 마련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컨퍼런스를 주최할 자격이 합당할 정도로 우리 호텔 시장이 충분히 성장했다고 봐도 되겠지요?
그나저나 이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뭘 하냐고요?
네트워킹에 열심인 참가자들
주로 '네트워킹'합니다....
네트워킹? 흔히 말하는 친목 도모를 말하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효과를 무시하면 큰 코 다칩니다.
HICAP (Hotel Investment Conference Asia Pacific) 등 외국의 경우도 별반 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틀간 열리는 이런 행사에서 구체적인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아요. 후일을 위해 안면을 익히고 서로가 가진 패를 확인하거나, 잘하면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하고,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제법 깊은 수준까지 얘기할 수 있는 공개된 자리 정도랄까요? 매칭이 잘 되면 일은 이후에 진행되겠죠.
더 중요한 점은 공신력이 보장된 컨텍들이라는 점입니다. SHIC는 검증된 투자 전문기업과 개발회사, 그리고 운영사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런 컨퍼런스에 초빙되고 참여하는 이들은 듣보잡이거나 자격과 능력이 의심스러운 개인이 아니에요.
SHIC Welcome Reception 웰컴리셉션
참가비는 천 달러 정도인 듯 했습니다만 미팅과 발표회 그리고 네트워킹과 식사 등의 내용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비용이 아니어 보였는데 저만의 생각이었을까요?
더러는 이마저 부담스럽다 했는데, 아마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외 기관에게 SHIC의 존재 가치가 충분이 증명되지 않은 탓이었겠죠? 인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행사 당일 참가한 분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더군요.
행사 주관하시는 분들은 꽤 걱정을 많이 하셨더군요. 말 못할 고민도 많았으리라 짐작되고요, 처음이니 더러 미진한 점도 있었겠죠. 하지만 최초 행사 치고 아주 성공적으로 마감되었다고 생각해요.
2일차 런치는 포시즌스호텔 마켓키친에서
내년 두번째 행사에 대한 기대가 작지 않습니다. 조만간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더군요. 우여골적이 없진 않겠지만, 그 틀을 튼실히 다지며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내실을 갖추는데 이바지할 수 있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호텔 산업에 종사하는 일인으로써 그 도전정신을 응원합니다.
HBA 린다님, 서울로지호텔 신대표님, 호텔아비아 장대표님, 그리고 이외 관계된 많은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