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 3년 간 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쳤습니다.
공급이 쏟아져 들어왔고, 이 같은 '딥임팩트'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호텔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죠.
하지만 때마침 겹친 메르스가 시장을 일시적으로 왜곡합니다. 틀어진 수급의 민낯은 결국 올해 공개되는 것으로 미뤄졌어요. 아마도 대부분의 호텔리어들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2016년의 시장 모습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겠지요?
여러분들께서는 안녕들하신가요?
* * *
이미 마른 똥, 수급 논란은 좀 철 지난 이슈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호텔들은 이미 적응에 분주하니까요. 하지만 저간의 사정은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더군요. 지난 주 열렸던 호텔아비아 토크 콘서트에서도 이 이슈가 다뤄졌었고, 몇 일 전 다녀온 모처의 자문 회의에서도 주된 안건으로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Let bygones, be bygones!
현업에선 이 같은 논란에 더 매달리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양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이니까. 일부는 브랜드를 바꿔 달기도 하고 (brand conversion/링크: 브랜드의 향방), 전면 레노베이션을 계획한 호텔도 있으며, 더러는 구조조정 안을 놓고 피말리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가진 것 변변찮은 대다수 흙수저들은 가격을 낮춰가며 경쟁력을 유지하려 애써고 있어요.
시장을 호도하는 일부의 행태
이런 와중에, 일부는 마침내 드러나게 된, 뻥튀긴 프로젝트의 민낯을 감추기 위해 특정 시장의 모습을 전체의 것인냥 윤색해 핑곗거리로 쓰기도 합니다. 공급을 부추킨 정책 당국에 모든 부실의 탓을 덤탱이 씌우기도 하겠고, 심지어는, 일부 호텔의 이익을 위해 시장 기능을 제한코자 압력을 행사하는 곳도 있는 듯 하더군요.
시장 정보를 전하는 공식적인 채널도 없고, 알아볼 수단도 마땅치 않으니 아래에서 올라오는 시장동향 보고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이 글을 다시 쓰게 된 계기 중 하나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나저나, 일개 호텔리어가 무슨 자격으로 시장을 논할 수 있냐고요?
늙은 몽돌은 어쩌다, 그다지 원치 않았는데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지랖이 넓어지고야 말았더군요. 크게 달갑진 않지만 여러모로 도움 받는 면도 없진 않습니다. 공식,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거든요. 그 오지랖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시장 상황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 *
먼저 수급 논란의 배경과 경과부터 대강 되짚어 보고 갈까요?
호텔 객실 수급논란의 배경
정책 당국은 2012년 경을 전후해 중국의 관광 잠재력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랍니다. 주로 이들로 인해 매년 11% 정도씩 외래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을 했고, 실제로 이 정도 폭으로 현재 증가하고 있어요. 당시 추정키로, 2020년에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 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질 가능성이 더 커보이는군요.
정치/경제적 외생 변수만 없다면 중국인 관광객을 필두로 외래관광객은 지금의 증가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하는 얘기로, 중국 인구의 5%가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이들 중 일부가 해외여행에 나서면서 전세계 관광지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이라지요? 이는 우리나라만의 예가 아니에요. 더군다나 중국 변수가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국내외 여행 수요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중국은 기름을 끼얹었죠.
이미지: https://pixabay.com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들어올 예정이니 이들을 수용할 잠자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정부는 여러 연구기관을 동원해 수요를 분석하고 추가 공급량을 예측했는데, 대충 생각나기로 2016년 전후 2012년 객실 공급량의 2배 이상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더군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운영 1 정점을 찍은 2012년에도 서울 호텔 시장의 객실 공급은 거의 상투를 향해 치닫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정부는 객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12년 용적율과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포함한 한시 특별법(관광숙박시설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부랴부랴 마련해 공급을 부추기고 나섭니다. 때마침 시장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었고, 이를 끌어 당길 대체 투자 상품도 마땅치 않았죠.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형국이랄까요? (이 즈음 게스트하우스(도시민박업) 등 다른 숙박 형태의 공급책도 함께 시행)
지금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신규 공급은 이런 과정을 통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아마도 2020년 경까지 계속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간과한 것
저도 멘붕에 빠져 날 선 우려를 쏟아낸 적이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봐요. 그렇지만 정책 당국은 크게 2가지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하나는 스케일간 수급 균형이고요, 나머지 하나는 관광 숙박시설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대체 시장의 잠재력입니다. 따지고보면 수급 논란을 초래한 이유는 공급 부족에 대한 정부의 거시적 시각이 아니라 집행 수단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새로운 공급의 90% 이상은 업스케일 상위 세그먼트 (굳이 따지면 4성 급 이상 대형 호텔)에 집중되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서울 요지의 값비싼 부지를 매입해 호텔을 짓고, 그리고 수익을 남기려면 업스케일 이상의 덩치와 퀄러티를 갖추고, 적어도 십 만원 중반 대 ADR을 타깃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로 늘어난 중국 관광객은 쇼핑엔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잠자리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 보입니다. 기껏해야 7만원 수준의 잠자리를 찾고, 대부분은 4, 5만원 대, 수도권의 저가 숙박시설도 마다치 않는 '희안한' 관광 행태를 띄고 있더군요.
쉽게 정리하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새로 올 것이라며 새로 지어 올린 것들은 15만원 대 이상의 호텔들인데, 정작 이들이 들어 와 찾는 건 5만 원 대 1, 2성 급 숙박시설이라는 것이죠.... 수급 균형이 틀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상황이지요?
심각해 보이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원거리 셔틀을 택하기 전 모색하는 대안이 하나 더 있죠? 불법 게스트하우스와 오피스텔을 불법으로 전용한 레지던스입니다. 추정키론, 법 테두리 내에서 영업하는 시설 (관광호텔 외) 보다 이런 유형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여요. 듣자니 서울역과 홍대 주변, 마포 등지의 상황은 다소 심해 보일 정도이더군요. 아울러, 일반숙박업 카테고리인 모텔에도 꽤 투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 숙박시설
이들은 수급을 판단하는 정부 통계에 옳게 반영되지 않습니다. 결국 시장 상황을 왜곡시키게 되죠. 이 두가지 요인은 엇박자를 만들어 냅니다.
외래관광객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측에선 숙박시설이 모자란다며 추가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호텔이 텅텅 비어있는데 무슨 소리냐?'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공급은 윗쪽에 쏠려 수급 균형을 깼고, 그마저 수요는 정부 통계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시설들로 새고 있었으니까요.
와중에 5성급 어퍼업스케일 덩치의 호텔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추후 다시 다룰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이들 불법 시설들은 여러 면에서 문제를 지니고 있어요. 제도권 숙박시설과의 형평성 문제, 세금 이슈, 주택 가격을 밀어 올리며 정상 세입자를 외곽으로 몰아내는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관광객 안전 등등...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숙박시설에 대한 정책이 시급히 제고되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상황이 이 지경으로 된 데에는 정책 당국의 잘못도 적지 않은 듯 하더군요. 초기엔 이런 시설의 공급을 부추겼고요, 여러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으며, 때때로 시늉 내기 단속을 하며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합니다.
정책 당국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난관이 없어 보이진 않지만, 애매한 정체성을 띈 모텔을 손 봐 관광호텔로 전환하고 (링크: 모텔, 불륜이 잉태한 원대한 가능성), 불법 시설들도 제도권 내로 끌어 들이는 노력이 이뤄진다면 그나마 효율적인 공급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정책을 매만지고 있는 듯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아요. 중화권 관광객들은 호텔 세그먼트의 하단부터 채우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추가로 공급되었던 3, 4성 급 업스케일/미드스케일 덩치의 호텔들도 객실을 꽤 채우고 있더군요. 단 ADR은 애초 기대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고요... 하지만 향후 2, 3년 내엔 갭을 메우며 어퍼업스케일로도 수요가 번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 *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 볼까요?
위에서 짐작을 하셨겠지만, 지금 시장을 보는 시각은 통일되지 않고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별 호텔들이 피부로 느끼는 시장 상황은 스케일마다 다르고, 로케이션마다 달리 나타나고 있어요. 한 방향으로 동조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다변화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군요.
아울러, 공급이 늘면서 호텔의 타깃마켓 범위가 아주 좁아지고 있어요. '명동권역'이라 부를 수 있는 곳에 입지한 회현역의 티마크 그랜드, 남대문의 코트야드메리어트 등은 명동과 아예 따로 놀고 있는 형국입니다. 옛날엔 강남 입지의 corporate account에서 강북 호텔로 넘어 오는 경우도 흔했지만 지금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네요.
서울 시장 전체를 커버할 순 없으니 주요한 지역 두어 곳의 상황을 위주로 썰을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명동 벨트는 아주 핫!합니다. 3~4성 비즈니스급 호텔들의 객실가동율은 90%를 오르내리고 있더군요. 이들을 채우는 건 주로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믹스입니다. 비중은 50%를 훌쩍 뛰어 넘었고요, 다음으로 대부분 FIT인 일본인 관광객들이 20% 내외를 점하고 있는 듯 보이는군요.
핫!한 명동벨트 호텔
ADR 역시 아주 흥미롭습니다. 기억나시나요? 2012년과 2013년, 이비스명동의 ADR은 20만 원을 넘나들었습니다. 그 정도 스케일의 명동 입지 호텔들 대부분의 ADR이 그랬어요. 하지만 격세지감, 지금은 10만 원에서, 시설 수준이 괜찮은 곳은 12만원 내외의 ADR을 보이고 있더군요.
이 모습이 현재 시장의 특성을 대변합니다. 자세한 자료를 본 적은 없지만 명동 벨트에 들어온 추가 공급은 3, 4년 전의 3배 이상일 듯 하지요? 90% 이상 4성급 업스케일입니다. 그렇지만 길바닥에 널린 저가 수요 역시 만만치 않아요. 어쩔 수 없이 ADR 갭이 크게 존재했고, 목마른 호텔들이 그 갭을 줄이며 시장에 순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명동과 광화문 주변 5성급 어퍼업스케일과 럭셔리 마켓의 상황도 그러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위 수요시장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이들의 운영 현황에 대해서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겠죠? 롯데, 웨스틴조선, 플라자, 포시즌스 등등은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믹스의 구매력, 즉 10만 원으론 턱없는 스케일입니다. 기존 고객들의 하향 이탈도 없진 않겠죠.
기껏해야 70~75% 정도의 Occ%를 보일 것으로 생각되고요, ADR 역시 다소 하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쪽 마켓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돌아와야 비로소 기지개를 펼 수 있어요.
급부상하는 동대문
한창 뜨거운 로케이션이 또 한 곳 있지요? 동대문입니다. 이 곳에도 호텔들이 최근 엄청 공급되었습니다. 수급 사정은 명동 벨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객실가동율과 ADR은 명동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인 듯 보이지만 2016년 full year forecast는 대부분 80%를 웃도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럭셔리 스케일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의 사정은 명동의 그 부류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강남 시장의 양상은 다소 달라 보이더군요. 명동 벨트와 동대문만큼 공급이 많진 않았을 뿐이지 증가하긴 매한가지인데, 일부 세련된 중화권 관광객들은 가로수길 등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명동이나 동대문 정도의 관광 수요가 자라 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5성급 호텔들의 사정은 명동의 그것들에 비해 나은 듯 보이는군요? 이 스케일에선 추가 공급이 없었고, 벨레상스의 물량이 경쟁 호텔로 이전되고 있기도 합니다. 가동율 80% 언저리를 오가는 듯 하고요, 오히려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4성 이하 스케일은 다소 고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군요. 강북의 상황과는 뚜렷이 대비되지요?
강북의 외진 입지, 이문, 성북 등지의 사정은 위와 다르다며 불만을 털어놓는 분들도 없진 않을텐데, 해당 입지는 그 옛날에도 원래 그렇고 그랬던 곳입니다. 저렴하게 짓어 놓고, '적게 먹고 적게 싸는'게 당연한 지역이었잖아요? 비싼 입지, 관광객들이 몰리는 핫한 입지의 호텔과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호텔 매각의 배경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있는 몇몇 호텔들의 매각 소문은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더러는 부정적인 시장 상황을 대변한 것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더군요. 이곳 사정에 밝은 분들의 얘기도 종종 듣고, 때에 따라선 직접 확인을 하기도 합니다. 이견이 크지 않아요.
호텔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오너들의 성향은 크게 2가지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 '투자가형'이 그 하나고, 호텔을 지어 운영해 보려는 '호텔리어형'이 나머지 하나죠. 원래 그런 로망을 지닌 자산가들 많잖아요?
투자가형은 어느 시점에 기대했던 수익을 남기고 손을 털고 나오려 합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물건들은 바로 이들의 소유물들이라 할 수 있어요. 시장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손해를 감수하며 나오는 매각 물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지캡처: MBC
그렇지만 거래가 쉽게 이뤄지진 않아요. 호가 차이가 꽤 크게 존재하는 편인데, 역시 시장을 보는 시각이 작용합니다. 매각을 하려는 측은 향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매각가를 낮추려 하지 않아요. 매입을 원하는 측에서야 가급적 싸게 매입하려 하겠죠. 매수를 원하는 이들은 시장에 적지 않은데, 확신이 없으니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거래가 체결되고 가격이 노출되면 시장의 향방을 직접 증거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작용하겠죠?
아울러, 리츠나 부동산펀드에 의해 시장에 진입했던 호텔들 (대부분 마스터리스로 운영됩니다)은 향후 1, 2년 내 자산이 청산exit 됨으로써 소유 구조가 바뀌게 됩니다. 시장 전망이 매각가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매각 행위 자체가 시장 전망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형태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해요.
향후 시장 전망
여러 호텔들의 관계자 모두 장기적인 시장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아요. 대규모 신규 공급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했지만 그럭저럭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케이션 별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스케일들이 각기 다른데, 전반적이 상황은 차츰 호전될 것으로 보여요.
2018년을 지나면 신규 공급은 당분간 소강상태로 접어들 예정이고, 중화권을 위시한 외래관광객의 증가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니 일부 스케일로 이들 수요를 다 받아내기엔 한계가 있겠지요?
자문 회의에서도 흥미로운 얘기가 오갔습니다. 한시 특별법이 유인한 객실 공급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특별법이 아니었더라도 천천히 시장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것들이었다는 점이죠. 다시 말해서, 특별법은 이들 예정 물량을 더 빠른 시기에 시장으로 유인한 효과 정도를 발휘했다는 것인데 꽤 설득적이지 않나요?
얘기치 않았던 변수만 없다면 장기적인 수급은 크게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드 같은 정치적 변수가 생기면 한마디로 엿 먹는 겁니다. 수급 전망이니 뭐니 다 같잖은 소리 되는 것이죠. 일부 시장에서 벌써 그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던데, 더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지 않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객실 부문 외 레스토랑 등 5성 대형 호텔의 부대시설은 달리 볼 면이 있어요.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링크: 호텔 레스토랑의 경향과 해법), 이들의 민낯은 그동안 객실 부문의 성과에 가려져 있었다랄까요? 하지만 객실이 고전하면서 부대시설의 결손을 더 완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현재 그런 부분들이 더 날카롭게 부각되어 보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호텔 산업에서 레스토랑의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볼 만한 곳들이 없진 않지만 여러 면에서 로드샾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 졌어요. 요는 럭셔리 혹은 어퍼업스케일 풀서비스 호텔로써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떤 레스토랑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입니다.
위는 늙은 몽돌이 보고 들으며 느낀 서울 일부의 시장 상황입니다. 이런 사정을 공신력있는 다른 곳으로부터 듣지 못하고 부족한 제가 적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참 어이없기도 해요.
옳고 그름을 떠나, 저 역시 일종의 사명감은 느끼고 있습니다. 호텔리어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건전히, 더 크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인데 글을 관심있게 보고 계시는 독자 분들의 생각과도 큰 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덧붙여, 올해 초 호텔아비아에서 기획 기사 (위 이미지에 링크)를 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만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여기서 주로 다루는 시장은 서울입니다. 다른 지역은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80%는 서울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서울의 사정이 곧 한국 호텔시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사정을 왜곡시키는 경향도 없지 않아요. 지방의 관광산업 발전을 의도치 않게 외면하고 말았으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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