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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여행서비스, 기계와 인간의 대결/온라인여행사와 오프라인 여행사 그리고 호텔


지인 한 분께서 읽어 보라 권하셨던 기사의 제목입니다. 


우리말로 옮기기 쫌 거시기합니다만, 의역하면 '오프라인으로의 귀환' 쯤 되려나요?


"Travelers Are Embracing Human Travel Agents Again"



제목에 상관없이 다소 당황스러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군요. 하지만 전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이런 추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의 칼럼이 더러 있기도 했더랬습니다.



*   *   *



지난 10년, 업계에 느닷없이 등장한 '기계'는 여행 소비자의 선택을 그 어느때 보다 손쉽게 만들었습니다. DIY do-it-yourself 부킹 사이트, 즉 프라이스라인과 익스피디아와 같은 온라인여행사 OTA는 방대한 데이타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컴퓨터 알고리즘)이 계산해 낸 '베스트 딜'을 인터넷에 뿌리며 소비자에게 환각을 심었고, 여행 소비자들을 쓸어 담으며 다방면에서 허술하고 불완전했던 인간형 서비스, 오프라인 여행사를 사냥해 왔었죠.


하지만 화무십일홍!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한 철 지나면 지고 맙니다. 만고불변,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1.



미국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여행 마케팅 업체인 MMGY Global이 설문 서베이를 했고 그 결과를 포춘 Fortune에서 인용했군요? 


표본 중 32%가 여행 서비스를 예약할 때 OTA가 아니라 American Airlines나 Hilton 등 서비스 제공업체 Service Provider의 사이트를 통한다는군요? 이는 2015년에 비해 6% 정도 상승한 수치라고 하고요, OTA를 이용해 예약하는 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이 변화가 뭘 의미하냐고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리고 아직도 가타부타 말들이 많긴 하지만, 이는 그동안 여행 산업을 다 잡아 먹을 듯 기세등등했던 OTA의 위상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위 증가세는 곧 OTA로부터의 고객 이탈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여행 소비자의 OTA 이용율이 낮아진 건 아니에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DIY Do-It-Yourself 여행 패턴은 이미 대세이니까요. 그렇지만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소비자의 OTA 사용 패턴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여전히 OTA를 search하며 항공편이나 호텔, 여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합니다. 하지만 정작 수익과 연결되는 '예약 행위'는 OTA가 아니라 항공사나 호텔 등 서비스 제공 업체의 사이트에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하면, 재주는 OTA가 부리고 돈은 호텔이나 항공사가 갖는 식이랄까요? (격세지감이라 하기엔 한참 이릅니다만, 그동안 호텔이나 항공사고 재주를 부렸고 OTA가 돈을 벌었었죠). 


이런 경향을 빌보드 이펙트 Billboard Effect, 즉 전시효과라 부르는데, 이미 2, 3년 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던 변화입니다.





소비자 행태에 이런 변화를 불러온 요인을 2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어요.



2.



첫번째, 여행 소비자들은 OTA를 통해 손쉽게 여행 관련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이나 항공권 등 여러 대안에 대한 비교도 클릭 한번으로 가능하게 해 줄 뿐더러, 다른 여행객들의 리뷰도 읽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OTA 알고리즘은 아직 사람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는 '기계'이거든요. 수많은 정보를 띄워 주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 것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은 쓸모 없는 과잉 정보들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죠.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세심한 서비스는 기계로부터 기대하기 힘들잖아요? 갖은 정보를 얻었지만, 이에 대한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고 싶어도 OTA는 아직 '먹통'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수화기 또는 신개념 모바일 챗 (기사에서는 Kayak의 공동 설립자가 만들었다는 모바일앱 Lola가 소개되었더군요)[각주:1]을 통한 인간과의 대화, '휴먼 서비스'를 희구하게 되는 것이죠. 



Lola



다시 말해,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의 '가려운 곳'에 대한 추가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칭하는 전문용어가 있지요? 바로 '상담'이라 부르는 인간형 서비스....ㅎ 


하지만 고전적인 형태와는 약간 달라요. DIY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만 전문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곁들입니다. 이를 통해 여행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여행 상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죠. 그것이 옛날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할 수도 있고, Lola처럼 실시간 챗 플랫폼일 수도 있어요. 


먼 미래엔 어떨지 몰라도 아직 기계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3.



이런 이유로 그 옛날 오프라인 여행사에서 제공하던 맞춤형 여행 컨설팅 서비스가 재조명 받고 있는 듯도 하군요? 


기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0년에 비해 오프라인 여행사는 반으로 줄었다고 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담 친화형 사무실 (일종의 카페나 와인바 같은)을 꾸며 놓고 각 여행 분야 전문가들과의 특화된 상담을 주선하며 오프라인 여행사의 옛 영화를 재현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신개념 오프라인 여행사 Departure Lounge



현재 이런 '휴먼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행 마켓은 역시 Luxury 세그먼트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류는 그렇지 않은 여행자에 비해 여행 퀄러티에 더 신경쓰게 마련이잖아요?



이는 OTA의 성장과 배치되는 경향입니다. OTA가 잡아 먹었던 허약한 경쟁자, 고전적인 오프라인 여행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형태이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DIY 여행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 OTA가 아니라 여행 전문가의 도움을 곁들여 더 값진 여행을 계획하는 형태인 것이죠. 


그렇지만 이런 형태는 OTA의 위상을 위협하는 정도로 성장하지는 않을 듯 보이지요? 아마도 쉐어의 일부를 갉아 먹으며 여행 시장 상단에 틈새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울러, 기사를 추천해주신 지인분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즉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또다른 융합의 노력들이 시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지고 보면 위에 소개해 드린 롤라 Lola 역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위 챗 서비스, 즉 기계와 인간 서비스가 결합한 융합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어요.  



4.



두번째, 기계 OTA로 부터 고객이 이탈하는 이유는 항공사나 호텔 등 Service Provider가 가진 강점 때문입니다. 이를 다룬 기사는 여러 번 봤는데, 의미하는 바가 결코 간단치 않아요.


OTA와 호텔 간 10년 전쟁의 양상을 보면 좀 웃깁니다. 자세히 얘기하긴 너무 긴 스토리이니 아래 링크로 대신하고요, 시간 나시면 차례대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꽤 흥미로워요. 


쉽게 풀어 쓴 호텔과 OTA의 복잡미묘한 관계

호텔과 OTA 간의 밥그릇 싸움을 대변하는 것, Rate Parity

호텔과 OTA의 전쟁, 전황을 살필 수 있는 몇가지



호텔이나 항공사는 중개인 OTA와는 달리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Service Provider 입니다. 다시 말해 예약은 OTA를 통하더라도 결국 고객은 호텔이나 항공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호텔에 투숙하게 되고, 호텔리어의 인적 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호텔은 고객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을 유혹할 수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OTA를 통하지 않고 호텔로 다이렉트부킹 direct booking 하라고'... 가격도 비슷한데다, 포인트도 적립해 주고, 무료 와이파이 혜택도 부여하며, 때에 따라선 조식도 공짜, 업그레이드는 옵션, 호텔의 모바일앱을 다운 받으면 체크인/체크아웃 때문에 마냥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고...... 


호텔은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고[각주:2], 이런 노력이 여행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OTA를 통하지 않고 호텔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할 때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추세의 변화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지금은 호텔의 반격이 막 시작된, 다소 혼란한 시기이거든요.





5.


이런 추세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지요? 최근 알파고로 인해 인공지능, 즉 기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엔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이 기계가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은 아직까지 제한적이에요.


사실 로봇 호텔리어는 이미 호텔 업계에 하나 둘 도입되고 있었습니다. 키리스 엔트리 Keyless Entry, 로봇 버틀러 등을 이런 류로 볼 수 있는데[각주:3], 당장은 상징적인 마케팅 효과만 타깃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일부 서비스는 10년 내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객에게 호소하는 상품 매력보다는 비용 면에서의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ALO of Aloft



여하튼, 호텔 분야에서 기계의 역할은 인적 서비스를 보완하는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용 효율에 포커스를 맞춘 미드스케일은 적극적인 채용 움직임을 보일 수 있지만, 럭셔리나 어퍼업스케일에서는 세상의 추세와 역행해 오히려 인적 서비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체성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호텔이 판매하는 가장 중요한 상품은 누가 뭐래도 인적 서비스, 즉 '휴먼 서비스' 이니까요.




참고한 글

Travelers Are Embracing Human Travel Agents Again

by Phillip Pantuso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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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일한 서비스는 아닙니다만 비슷한 종류의 모바일앱 서비스를 런칭하려는 스타트업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문자기반 컨시어지 서비스라는데 저도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 서비스이군요? https://www.goodatlas.com/. [본문으로]
  2. 호텔 자체의 예약망을 통해 들어오는 예약을 Direct Booking이라고 해요. 로열티프로그램을 강화하며 회원수를 확대하기도 하고요, 체인망을 늘리기도 해요. 그 좋은 예가 최근 있었던 메가딜, 메리어트의 스타우드 인수합병입니다. 객실예약 획득 비용이 OTA (OTA commission)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본문으로]
  3. 일본 하우스 덴보스의 '이상한 호텔'은 흥미 위주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호텔리어가 로봇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