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여고생으로부터...
호텔리어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듯 했는데 아마도 학교 활동의 일부로 멘토에게 편지를 썼던 모양이지요?
제게 멘토로써의 자격이 있는지 솔직히 의심스러워 차일피일 미루다 답장을 간신히 적었습니다. 편지엔 감히 적지 못했지만 전 어린 학생들이 꿈꾸는 호텔리어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거든요.
스스로의 적성이나 가능성, 잠재력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이른 시점에, 너무 일찍 꿈을 제한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호텔리어보다 훨씬 더 원대한 뭔가를 꿈꾸며 노력했으면 하는, 아주 '의례적인' 바램 때문이기도 해요.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흔히들 말하는 '호텔리어의 매력'을 제가 제대로 느껴 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 고객 접촉이 드문 back of house에 주로 근무했습니다), 아마도 일부 고객들의 갑질에 하염없이 노출된 호텔리어의 곤궁한 처지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쌰 우쌰', 마구 용기를 북돋우지 않는 내용의 답장을 괜히 보낸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호텔리어를 꿈꾸는 다른 분들을 위해 답장으로 썼던 내용을 포스트로 남깁니다.
호텔리어 독자 분들께서도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될 만한 내용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 * 양!
평소 부족한 제 글을 관심 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공부하면서 배우는 바를 적는 것들이고, 배운 것들을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예비 호텔리어들과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꾸려나가고 있어요.
편지 잘 받았습니다. 호텔에 관심 있다는 고등학생의 편지를 받고 아주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어떤 계기 때문에 호텔리어로써의 꿈을 키워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 * 양의 꿈과 옹골찬 노력을 응원합니다.
호텔리어로써의 커리어가 매력적이라는 점에 대해선 저도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휘황찬란한 모습만으로 섣불리 호텔리어를 꿈꾸면 나중에 곤란해 질 수도 있어요. 대다수 호텔리어들의 실제 모습은 화려한 그 겉모습과 많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호텔리어로써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성격이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해요. 타인에게 봉사하고, 나의 서비스로 인해 고객들이 행복해 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런 기쁨을 종종 느끼며 살지만 직업인으로써 매일 겪는 건 또 다른 듯 해요. 어학도 중요하고, 서비스 스킬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어쩌면 수단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호텔리어들이 고객을 대하는 일만 수행하는 건 아니에요. 크게는 새로 호텔을 짓거나, 또는 호텔을 사고 파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객실과 연회 등에 대한 세일즈 활동도 하는 호텔리어도 있고요, 인사부나 재경부, 홍보부 등 대부분의 회사에서 수행하는 관리 업무를 하는 호텔리어들도 아주 많답니다. 그러므로 원하는 업무 분야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호텔은 다소 보수적인 듯 해요.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짓고 그 건물 속에 값비싼 객실과 레스토랑을 꾸며 영업을 합니다. 하지만 트랜드가 바뀌고 고객이 좋아하는 것들이 변해도 그런 유행을 재빨리 추종할 수 없어요. 엄청난 그 덩치를 수시로 변화시키기엔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따라서 호텔은 변화에 좀 둔감한 것처럼 보이고요, 그 속의 호텔리어들 역시 이런 운영 특성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호텔리어들이 담당하는 업무도 영향을 미칩니다. 프론트와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지원부서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도 동일한 일들을 반복해서 수행합니다.
성장을 위해 변화를 스스로 추구하지 않으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환경이지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면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들은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과정에 의한 것이든,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큰 꿈을 품고, 그것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노력해서 행복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의 삶을 즐기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하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시기 바래요.
감사합니다.
2016년 6월
김 *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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