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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영등포, 업스케일 호텔의 본색


지난 포스팅에서 바로 이어 갑니다.


관련글: 또다시 깨진 늙은 호텔리어의 선입견, 영등포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오랫동안 업계에선 변방으로 취급 받던 낙후된 입지, 서울 서남권 그리고 영등포...


도무지 이런 업스케일 호텔들이 들어 올 만한 환경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의도에서 흘러 나오는 틈새 수요가 없진 않겠지만 물량은 충분치 않은 듯 했고, 마포 쪽의 밥그릇을 넘보자니 사이즈도 작았고 지리적으로도 다소 애매해 보였습니다. 서울 구중심에 위치한 호텔들의 사정권에도 들거든요.



http://www.courtyardseoul.com/



시장의 잠재력을 제대로 읽어 낼 능력이 없는 늙은 우물안 개구리 호텔리어는,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그 잘못된 선입견을 고스란히 고수하고 있었나봅니다. 제 생각과는 달리, 변변치 않아 보였던 이 지역에 지난 5년 동안 굵직굵직한 호텔들이 앞다퉈 진입했거든요.


영등포 권역의 잠재력


2009년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이후 여의도 금융가의 수요를 주로 타깃팅한 힐튼의 럭셔리 등급 한 곳과 글래드호텔이 여의도에 발을 들여 놓았고, 강 건너 마포엔 롯데시티마포가 김포공항으로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을 정조준하며 코트야드 메리어트와 같은 해 개장했습니다. 마포의 터줏대감 마포가든호텔 역시 베스트웨스턴의 명찰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을 빌려 달고 새단장을 한 후 고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바로 턱 밑에서는 쉐라톤 디큐브시티가 숟가락을 얹었고요, 타깃이 다소 다르긴 합니다만 2007년 개관한 여의도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MEA를 합하면 반경 5km 내에 업스케일 이상 체급의 호텔들이 7 곳입니다. 서울 명동권역의 공급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요시장의 사이즈를 감안하면 이 곳의 사정 또한 만만치 않아 보였더랬지요.






하지만 제 어설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일부 호텔은 객실을 채워 넣는데 고전하고 있습니다만, 같은 바닥의 경쟁 호텔들은 객실점유율 80% 내외에, 꽤 번듯한 ADR (15만원 ~ 19만원)을 향유하고 있더군요. 롯데시티 마포의 경우는 2012년 기준 90%를 넘었고요, MEA 또한 90%선의 객실점유율과 23만원 대의 ADR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늘어난 공급과 차가운 내수경기로 인해 이들 호텔들의 업황 역시 다소 정체되는 느낌이긴 합니다)


과연 이들의 밥그릇을 누가 채워주고 있는 걸까요? 전 무엇을 놓친 걸까요?!.... (비호포 이지춘 전무님의 의견이 궁금하군요. 이 글을 보실까요?ㅎ)



영등포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코트야드 메리어트는 특 2급, 업스케일 upscale 체급으로써 corporate과 FIT market을 노립니다. 여의도와 가산 디지털단지, 마포 오피스타운의 먹거리를 놓고 최근에 진입한 글래드호텔과 롯데시티마포,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 그리고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과 직접 경쟁합니다. 


프리미엄 마켓을 노리는 힐튼의 럭셔리 스케일과, 가족호텔로써 중장기수요(Extended Stay)를 겨냥하며 전혀 다른 시설 수준을 갖춘 MEA와는 시장이 겹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코트야드 메리어트를 보고 온 이후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더군다나, 수요시장이 부풀어 오른 활황기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공급 부문이 주로 성장하고, 저가 수요만 폭증하는 상황에선 좀 달리봐야 할 면들이 생깁니다. 6, 7년 전, 호텔 경기가 직전 사이클의 최저점에 있을 때, 고귀한 특 1급의 명찰을 단 많은 호텔들이 7만원 짜리로 덤핑을 치며 이 정도 업스케일 호텔들의 밥그릇에 주걱만한 숟가락을 걸쳤는데, 시장의 원성을 샀던 그 암울한 시절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영등포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아울러, 본고장 미국에서 구닥다리 '할배들의 호텔'로 굳어진 브랜드 이미지로 이 호텔을 일반화하면 늙은 몽돌처럼 실수하는 겁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는 메리어트 인터네셔널이 코트야드의 모텔급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일신하고,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둔 일종의 포석, 파일럿 호텔로써의 미션을 부여했거든요.


업스케일 호텔의 본질


등급을 더 상세히 논하면, 특 2급 업스케일 upscale에, 포커스드 서비스 focused service (옛말로 limited service)호텔로써 어퍼업스케일 upper upscale과 미드스케일 mid-scale 사이의 틈새 마켓에 소구합니다. 시설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퍼업스케일과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쓰임새가 많지 않은 기능은 아예 저가 미드스케일의 것을 차용하며 실속을 차리기도 합니다. 각 스케일의 장점만 얄밉게 흡수했다 할까요?!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로비


9평의 객실도 여느 특 1급 체급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달랑 두 개 (따지고 보면 하나) 있는 높은 수준의 레스토랑이 그렇고요, 다소 좁지만 번듯한 EFL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수요를 겨냥해 꽤 괜찮아 보이는 미팅룸을 6개나 갖추고 있을 뿐더러, 특 1급 수준에 버금가는 피트니스센터 또한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수영장을 제외했고, 라운드리는 물론이요, 코인세탁머신 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원하면 외부 서비스에 위탁합니다). 


이후 들어선 신라스테이, 롯데시티, 알로프트, 포포인츠, 글래드 등의 브랜드들이 조금씩 구색 차이를 드러내긴 하지만 대동소이한, 비슷한 경향을 추종합니다. 이런 특성을 띈 호텔들이 이전에 국내에 존재했는지 모르겠지만 코트야드 메리어트를 선구자라 부르기도 다소 애매합니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개발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절충 형태이거든요.





관광호텔업협회가 최근 발간한 2013년 호텔운영현황에 따르면, 영등포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는 150억의 외형에 객실점유율 OCC 82%, 평균객실료 ADR 142,000원을 기록했더군요. 직전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외국인 믹스가 무려 70%이니, 입지 주변에 만만치 않은 호텔수요가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메리어트 로열티프로그램의 영향이 주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일까요? EFL Lounge에 있던 분들도 대부분 서양의 비즈니스맨인 듯 하더군요. 


외식,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기 위해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찾는 몰링족 malling 또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듯 하던데, 호텔은 이런 쪽에도 마케팅 여력을 할애하는 모양이더군요. 특히나, 요우커의 쇼핑에 대한 성향을 감안한다면 잠재력이 꽤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



시장환경에 대한 부분이 너무 길어졌군요. 평소 궁금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 호텔의 나머지 시설들을 짤막히 소개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미팅룸


기껏해야 한 두개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미팅룸, 하지만 모두 6개를 갖추고 있었군요. 층고를 희생시키지도 않았고요, 중앙부의 foyer도 넉넉한 면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칵테일 리셉션 용도로의 쓰임새도 훌륭해 보이더군요.


미팅룸과 피트니스센터


곳곳에 국내 중견 작가의 작품을 뒀는데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한층 부드럽게 변모시킵니다. 내부의 시설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하지만 manning에 여유가 없으니 집기 등이 말끔히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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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사이즈는 100여명 수용합니다. 세미나 등의 비즈니스 믹스로만 이 공간을 다 채울 수는 없지요. 특히 주말이 아쉬운데, 호텔 측에서는 돌잔치를 그 대안으로 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러가지 패키지를 구성했던데 꽤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사족을 붙이면, 호텔에서의 가족모임은 이미 전성기를 지났습니다. 육순 회갑연이니 칠순 고희연은 더 열리지 않더군요. 요즘엔 수명이 훨씬 길어졌으니 이런 잔치를 열면 마치 '이미 오래 살았다'는 서운한 느낌이 준달까요?! 그나마 돌잔치는 나아 보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을 듯 보이는군요. 결혼율도 낮을 뿐더러 출산율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루프탑의 그 오픈 데크를 이용해 소규모 하우스웨딩형 결혼식을 잘 기획해 보는 건 어떨가 싶기도 했습니다 (타임스퀘어에 웨딩 스타일링 전문기업 아모리스가 입점해 대형 웨딩홀을 운영하고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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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피트니스센터


피트니스센터.... 역시 사이즈나 시설 수준은 왠만한 특 1급 호텔의 그것에 버금가는군요. 이 또한 상용 호텔로써의 기능에 충실한 부분이고요.... 하지만 호텔 투숙객에 포커싱한 듯도 합니다. 샤워실을 내부에 두지 않았거든요. 


여쭤보지 않았는데, 인근 주거단지나 오피스 타운으로부터의 피트니스 수요가 제법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이런 시설요소 때문에 맴버쉽을 판매하는데 제한이 따를 듯 하군요. 아울러, 수영장이 없으니 비수기에 써 먹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 하나를 잃은 셈입니다. 여름 패키지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듯 했는데, 홍보 담당자 분 역시 대체 패키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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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조형예술품


호텔 요소요소에 배치된 조형예술품들이 다소 딱딱해 보이는 공공지역에 품위를 덧입힙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눈에 잘 들어 오지는 않았어요. 동행한 디자이너 분의 말씀을 듣자니 꽤 유명한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네요?! 작품을 소개하는 간단한 푯말을 고객들이 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디자이너 분의 말씀을 빌면 이 팬던트 또한 아주 유명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체코산 라비스트 Lavist 천정 유리조형물이라는군요?! 다소 외진, 5층 메인로비에서 4층 미팅룸으로 내려가는 계단실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부분에도 디자이너의 세심한 의도가 깃들어 있더군요. 계단의 바닥 마블 곳곳에도 문양을 조각해 넣었습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를 소유한 법인은 (주)경방입니다. 원래 영등포 공장부지와 경방필백화점이 있던 곳을 허물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개발했고, 여기에 호텔을 집어 넣었는데 오픈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더군요 (타임스퀘어는 상업, 업무, 문화와 레저가 어우러진 도시형 엔터테인먼트 문화공간으로 백화점, 극장, 패션몰, 식음매장 등 약 200개의 매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채용과 사풍, 그리고 직원처우


정규직 직원은 60~ 70명, 도급직원을 포함해 약 120명 정도 manning이니 인원 규모도 크지 않군요. 직원간의 팀웍은 훌륭한 듯 했고 저마다 열성적이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노출시키자 달린 댓글의 내용은 한결 같더군요. 아울러, 경영층에서도 이런 부분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듯 합니다. 가족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직원 행사도 종종 열린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제가 근무하는 늙은 호텔이 정규직 550명 규모이니 왠만해선 표나지 않지만 이런 manning 사이즈의 호텔에서 팀원간 알력이 생기고 라인 세우기 시작하면 한마디로 졸망하는 겁니다 (최근에도 그런 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 같은 활동에 더 열성적인지도 모르겠군요. 직원선발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지: 호텔아비아/한국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된 호텔, 그 안의 사람들



최근 부임한 이근직 총지배인 또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메리어트 계열호텔에서만 25년 근무한 분으로, 메리어트 호텔 최초의 국내파 총지배인이라네요?! 더군다나 재무통이 총지배인으로 오른 경우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경리쟁이인 저 몽돌과는 일면식이 없지만 제 바로 위의 선배 호텔리어들과는 교류가 잦았다는데, 합리적이고 성격 또한 원만한 분으로 알려졌더군요.


채용 정보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의 홈페이지에 노출되고요, 2년의 계약직 신분을 거쳐 결격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이런 채용형태는 안타깝지만 업계의 경향으로 이미 굳어졌군요. 한 두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채용합니다. 직원 처우는 일반적인 서울 특 2급 정도의 수준인데 특 1급 기성 대형호텔들과는 차이가 조금 있은 듯 합니다. 



너무 길어졌는데 그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호텔을 보여주신 홍보담당 권예리님과 동행해주신 디자이너 린다님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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