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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한여름 미술관 여행 - 질 바비에 에코 시스템/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가 원해서 갔던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생인 큰 아이 숙제 때문에 덩달아 들렀습니다.


세랜디피티! 마치 노다지를 발견한 느낌?ㅎ

피서가 따로 없군요. 시원하고 그리고 붐비지 않고...


지적 허영심도 잠시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 머무는 동안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져요.ㅎ





국립현대미술관 MMCA 서울관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겉으로 보는 외양과는 다르더군요. 내부는 아주 넓습니다. 지하 공간도 좁지 않고 개방적이군요.

자연 채광으로 미술관 어디에서나 분위기가 밝고 여유로워요.



율리어스 포프-비트.폴 펄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



엄청난 규모의 설치 미술도 구경할 수 있는 공간..





그동안 서울시립미술관만 편애했었는데, MMCA도 만만치 않군요?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래가 시원하다 했더니 바닥에서도 차가운 바람이 올라옵니다. 지인 말씀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공조를 하면 냉난방 비용이 절약된다고...

아무튼 피서지로써 손색이 없군요.ㅎ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지 않게 배려했는데,

책을 읽어도 좋고,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마춤,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는 달리 입장료가 있어요.

성인 4천원.. 몰랐습니다만 현대카드 멤버에겐 등급에 따른 할인혜택이 주어지더군요.





2,000원 짜리 한나절 피서치곤 꽤 알차죠?


그나저나 좋다고 마냥 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온 목적이 따로 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구경해 볼까요?





에코 시스템 Echo System 

질 바비에 Gilles Barbier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6.4.13~7.31





큰 아이는 보고 느낀 바를 작성해야 합니다.

보이는 건 동일하지만 저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죠. 이쪽 방면으론 저도 만만치 않게 무식한 편이라 제 느낌은 아이들에게 큰 소용이 없을 듯 했습니다.




 

질 바비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 예술가인데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예술가라고 합니다.



질바비에 다변증



다변증은 '말을 제어하지 못하고 계속 말하는 증세' 또는 '의미없는 말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요.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건 속이 텅 빈 말풍선입니다.





두상은 질바비에 자신의 것이라고 합니다. 몸에 난 반점, 주름 등 정말 사실적이죠?



꼬인 이야기로 된 세계 - 물방울



말이 얽히고 설켰고, 이 꼬인 소통은 결국 갈등을 양산합니다.



질바비에 길가에서 즐기는 소풍



연극의 주인공은 통닭, 그리고 주의 깊게 듣는 청중의 모습

다변증의 것과는 달리 말풍선엔 "Hello?", "How are you?" 같은 단어와 문장이 담겨 있는데, 원활한 소통을 의미하는 걸까요?



질바비에 조용한 남자 (연구)



바나나가 박힌 머리 (외상적 주입)



질바비에 고기에 거주하기 (마을)



이 작품도 재미있군요. 고기 속에 집을 마련해 살고 있습니다.

뭘 의미하는 것일까 고민스러웠는데, 초딩 막내의 해석이 놀랍더군요. 고기에 기생해 살면서, 그 고기를 소비하며 스스로의 터전도 망가트리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그나저나 저 정육점에 내걸린 듯 한 고기는 실제의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꽤 재미있어요.

초딩 막내도 뭔가를 느끼려 열심히 보더군요. 작품에 대한 해석은 오히려 저보다 나은 듯 했습니다. 나이 들면 감수성까지 늙나 봐요...


옆 전시실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폴 펄스와 흥미롭게 대비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정보의 홍수, 그리고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는데, 질바비에 역시 쏟아내는 무의미한 말들을 주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질 바비에의 에코시스템 전시는 7월 31일이 마지막이었군요.

소개가 좀 우습게 되고 말았는데, 사실 이 전시회 말고도 흥미로운 것들 많았습니다.



이미지 http://www.mmca.go.kr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엎어진 배의 앞모습, 내부는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군요. 전 이 모습을 보면서 딱 세월호가 생각났습니다.....



더운 여름날, 해변으로 계곡으로 더위를 피해 숨어드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 손 잡고 미술관 나들이 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입니다.ㅎ

외국에 계신 지인분들께서도 이런 문화적 인프라를 부러워 할 정도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