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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롯데에서 L7 호텔 명동이 의미하는 것

선입견이 없진 않았죠. 초년병 호텔리어 시절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도 있었고, 세간의 입방아에도 미담만 오르내렸던 곳이 아닙니다. 모기업의 사풍이나 기업 관행에 대해 말들이 없지도 않았잖아요? 


그럼에도 롯데가 새롭게 런칭한 L7은 꽤 궁금했었습니다. 지닌 의미가 여러 면에서 간단치 않아 보였기 때문인데, 마침내 호텔아비아 토크를 빙자해 요모조모 구경을 했더랬어요. 느낀 바가 적지 않았던 리뷰였고 총지배인님과의 인터뷰 역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세간에 강고하게 자리잡은 선입견을 탈피하기 위한 롯데의 노력도 강하게 느껴졌는데, 이는 어쩌면 25년 제 꼰대 고집에 울리는 경종과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히려 바뀌지 않고 과거의 틀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L7 호텔 명동 L7 Hotel Myeongdong


풍부하고 우수한 롯데의 인적자원은 꽤 부럽더군요. 아울러 변화에 둔감한 (더러 완강하게 저항하는) 공룡 조직에서, 변화에 둔감해지지 않은 구성원과 경영 책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건 과연 조직일까, 아니면 그 사람 자체일까.... 준비된 자원을 발탁하고 적소에 활용하는 것, 그걸 곧 조직 역량의 하나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영자의 철학과 노력이 그 둔중하고 보수적인 조직에 수용된다는 점도 꽤나 신선했는데 이는 곧 해당 조직이 문제를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며 변화는 물밑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종종 뵈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씀을 나누면서 경영자의 노력 역시 예사롭지 않았음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배현미 총지배인께서는 롯데호텔 40여년 역사에 여성으로썬 처음으로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분이라더군요.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롯데호텔 출신의 여성으론 첫 대리 · 과장 · 팀장을 맡으며 '유리 천장'을 하나씩 깬 분'이라고도 했습니다. 


배 총지배인님의 경영관과 내력 등을 직접 듣자니 역시 아무나 그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었더군요. 아울러 수많은 여성 예비호텔리어을 위한 롤모델로써의 자격에도 부족함 없어 보였습니다. 본인은 부인할 수도 있겠지만 배현미 총지배인은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한 상징이기도 해요.


명동 L7 호텔


그나저나 롯데의 외적 성장은 꽤 놀랍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체인호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럭셔리 스케일 시그니엘을 얼마전 런칭했지만 향후 롯데호텔을 대표할 브랜드는 아마도 L7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확장 주력이었던 롯데시티가 표방하는 '합리적 가격의 비즈니스 호텔'이란 정체성은 대표성을 부여할 정도로 매력적이진 않잖아요? 이에 반해 L7과 같이 로컬의 고유한 문화를 수용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그 잠재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등 본고장의 경향이 그러해요. 이는 잠시 뜨거워졌다 곧 사라져가고 말 유행이 아닙니다. 강남 그리고 홍대에 L7을 추가로 런칭할 계획이고요, 위탁운영 형태로 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더군요. 새로운 롯데시티 브랜치에 대해선 더 들은 바 없습니다.


롯데가 이 L7이란 브랜드에 부여한 의미는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국내 호텔산업의 보수성을 상징하는 대표 주자 롯데가 그 고리타분한 틀을 깨려는 시도이니까요. 어쩌면 이는 곧 국내 호텔 산업이 우여곡절을 겪고 성장통을 앓으며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L7 호텔 명동 풋스파


'명동의 문화 지리적 특성을 살린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 휴식공간을 지향', '최신 패션과 뷰티 트렌드', '노란색', '젊은 감각', '힐링'..... 언론에 노출된 L7의 정체성은 꽤 현란해 보입니다. 기사의 내용만 보면 마치 라이프스타일 종합선물세트랄까요?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추구하는건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는데, 오히려 고객의 관심과 내부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역효과가 파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프로젝트를 입안하며 좋아 보이는 모든 것들을 욕심냈다면, 지금부터는 그들 중 소구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요소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코어 벨류를 남기는 과정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L7 명동은 본격적인 확산을 위한 베타테스트 혹은 파일럿 테스트 베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쨋거나 처녀작 L7 명동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수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여념이 없는 듯 하더군요. 엄청난 돈으로 공들여 빚어낸 하드웨어, 포름알데이드가 아직 잔존한 프레쉬한 시점임에도 이런저런 변화를 모색하는 건 여간해선 보기 쉽지 않아요. 전 들으며 롯데의 저력을 다시금 느꼈고 이를 가능케 하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참고로, 중구 명동벨트에는 롯데 계열 호텔들이 L7을 포함해 3곳이며 모두 동일한 시장을 타깃하고 있는 듯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각기 지향하는 정체성이 그러한 것처럼 고객 성향도 조금씩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롯데는 시너지를 위해 본점 한 곳으로 마케팅 기능을 통합운영하고 있다던데, 엄밀히 보면 이는 시너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계열 호텔들의 고객을 서로 잠식하는 자기잠식효과 cannibalization effect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게 더 타당하겠죠?


명동 L7 호텔


늙은 몽돌은 당시 재계 서열 3위를 오르내렸던 대우그룹에 공채 입사합니다. 가슴에 단 노란 뱃지는 프라이드의 상징이었지만 그 어줍잖은 자만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어요. IMF로 그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계열사들은 뿔뿔이 찟기고 말았습니다.


1990년대, 대기업 계열 호텔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는 경쟁 심리가 팽팽했었더랬죠. 롯데는 지명도가 부족한 독립호텔의 처지로, 1100실 엄청난 인벤토리를 채우기 위해 매일이 전쟁과도 같았을 험난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몇 되지도 않았던 대형 체인 호텔들은 값비싼 명찰 덕택에 해외 출장자들로 어렵지 않게 객실을 채웠죠. 하지만 롯데는 일본발 단체 관광객들을 주된 먹거리로 삼았고, 이는 저같이 교만한 호텔리어들에게 롯데를 얕보는 구실로 소용되곤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 단체는 호텔의 체면을 갉아먹는 값싼 믹스였고 외면하기엔 아까운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랄까요?





하지만 격세지감, 세상은 어느새 바뀌고 말았더군요. 어쨋거나 그 치열했던 생존기는 롯데를 성장시킨 밑거름이 되었겠죠. 롯데호텔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호텔체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힘겨운 시절을 지탱했을 조직적인 위기의식은 이내 각박한 조직 문화와 관행으로 고착되었고, 더러 민감한 사안을 매개로 부정적인 내면들이 외부에 표출되어 왔었죠.


L7 호텔 명동 L7 Hotel Myeongdong


L7을 보며 새롭게 느낀 점은 세간에 부정적으로 각인된 롯데의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노력 역시 물밑에서 치열히 전개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어요. L7은 그 변화의 노력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천명된 아이콘과 다름아닙니다. 성공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한 때 주제도 모른 채 업신여기던 일개 호텔리어가 이 자리를 빌어 그 노력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노파심에서 추가하자면, 그룹 채널을 통해 우수한 자원을 어렵지 않게 조달할 수 있었던 환경이 파생해 낸 동전의 뒷면, 그 순혈주의에 대한 반성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변화는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자각하고 있겠지만 순혈주의는 호텔리어를 자만감에 빠트리고, 그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드는 지름길일 뿐더러, 종국엔 변화를 가로막는 바리케이터로 작용하기도 해요. 그들은 외부에 수시로 노출되거나, 혹은 변화에 한껏 노출되었던 자원들을 수혈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길어지니 좀 잘라 갈까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L7 명동의 공용부와 객실 등에 대해 이미지 위주로 설명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인사 말씀 먼저 올릴까요? 총지배인님과 선윤님, 그리고 박형진 대표님, 여러모로 배려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하시기 바라고요, 뒤에 들은 말씀입니다만 배현미 총지배인께서는 L7 홍대 개관총괄도 겸직하게 되었다시더군요? 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만 왕축하! 그리고 건승하시길 빕니다.



L7 호텔 명동 관련글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상징, L7 호텔 명동과 늙은 꼰대 호텔리어 [링크]

롯데호텔 L7 명동과 그 경향 [링크]

L7 명동 객실 요모조모 [링크]

L7 호텔 명동 레스토랑 [링크]

데이트 적격! L7 호텔 루프탑바 플로팅 [링크]

L7 호텔 루프탑 풋스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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