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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L7 호텔 명동 그리고 그 경향


상도동 동네호텔 핸드픽트, 강남의 어반 라이프스타일 호텔 카푸치노 그리고 명동의 스타일 L7..... 


리나라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여러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잖아요? 그들 중 L7 명동에는 제 선입견이 고집스럽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외양으로 흉내는 낼 수 있겠지? 하지만 보수적인 롯데의 사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 완고한 조직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호텔리어들이 핫!트랜드, 여행객들이 appreciation 할 수 있는 로컬 고유의 경험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직접 둘러본 후 다시금 느낀 바가 없지 않았는데요, 일단 늙은 꼰대 호텔리어의 선입견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개관 1년 남짓이니 L7 호텔 명동의 정체성은 아직도 형성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대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써 자리매김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L7을 만들어가고 있는 호텔리어들의 그 노력은 존중받을 자격이 부족하지 않아요.


*   *   *


지난 포스트에서는 L7 명동이 호텔롯데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제 주제넘은 생각을 좀 길게 읊었습니다. 오늘은 L7 명동의 주요한 하드웨어를 잠시 보고 가도록 하죠. 가급적 짧게 쓰고 싶은데 찍어 온 이미지들을 보면 마치 화수분처럼 할말이 많아지고 맙니다. 일반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눈에 특별히 띄는 부분만 짚어 보도록 할까요?


관련글: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상징, L7 호텔 명동과 늙은 꼰대 호텔리어 [링크]



L7 호텔 명동의 스펙은 아래와 같습니다.

  • L7 명동 개관: 2016년 1월

  • 운영방식: 20년 마스터리스 (책임임차)

  • 등급: 4성

  • 인벤토리: 254실

  • L7 레스토랑 및 바: 뷔페 2층 빌라드샬롯, 3층 버블라운지 바, 루프탑 플로팅바 (모두 임대)

  • 기타 부대시설: 루프탑 풋스파, 비즈니스 코너, 라운드리 키오스크 등 (피트니스는 설치하지 않았는데 꽤 이례적이죠? 믹스, 주로 관광객의 성격 탓으로 보입니다.)



L7 호텔 명동 그라운드 로비 토드할로우백의 artwork



벽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토드할로우백[각주:1]의 artwork에 대해선 초기 다녀온 이들 사이에서 말들이 좀 있더군요. 어떤 내용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일단 눈에 잘 띈다는 의미입니다. 제겐 나빠 보이지 않던데요? 3층 인앤아웃 데스크 주변에도 이 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1층 그라운드 로비는 쾌적하고 심플해 보였는데 꽤 넓은 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L7 명동은 이 1층 로비를 플랫폼 갤러리 Platform Gallery, 그리고 3층의 프론트데스크를 인앤아웃 데스크 In & Out Desk라 칭했던데 이 역시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겠죠. 이런 흔적은 L7 명동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롯데는 아마도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부정'을 전재로 L7을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어쩌면 롯데의 트라우마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적절한 곳에 적절히 사용되면 '변화'요, 그렇지 않으면 '과민반응'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죠. 더 중요한 건 하드웨어를 형성하는 것들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노란색


알다시피 저 강렬한 노란색은 L7 명동의 시그니처 컬러잖아요? 객실의 쿠션, 의자 등 인테리어 소품과 노트와 볼펜 등의 문구류에도 일관적으로 적용했는데 고객의 뇌리에 L7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캐쥬얼하지만 그렇다고 경박스럽진 않고요, 쉬이 싫증날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지도 않더군요.





아래 이미지는 엘리베이터 홀에서 본 그라운드 로비의 일부인데요, 좌측으로 돌면 호텔의 주출입구입니다. 로비와 비슷한 면적을 뷰피숖 아리따움으로 임대했는데, 한류 관광객들을 타깃해 의도적으로 넣은 구색으로 보이죠?



이미지는 Kradle님 포스트에서



그나저나 요즘 더러 시도되고 있는 이 그라운드 로비 (혹은 어라이벌 로비)의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좀 갈립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기성 대형호텔의 로비에 익숙한 제게도 왠지 이질적이고 허전하며 그리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져요. 최근 개관한 알로프트 명동 그리고 코트야드 남대문 역시 그러합니다. 비효율을 감수하며 1층을 그라운드 로비 혹은 어라이벌 로비로 구상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은 달리 있겠죠?

관련글: 알로프트 서울 명동의 정체성 [링크]


이미지 L7 명동

그라운드 로비 단상


개인적으론 이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더군다나 위 호텔들은 이 번듯한 공간을 대중에게 개방한다고 공표했잖아요? 그럼에도 주변을 오가는 그 수많은 트래픽에겐 여전히 배타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개방의 의미를 '화장실 급한 볼 일' 정도에 한정한 것이었다면 더 말할 게 없어요. 호텔 이용객에게도 지나치는 통로로써의 소극적인 역할로만 소용되고 있으니 이 1층의 비싼 공간이 마치 낭비되는 느낌이랄까요? L7의 경우엔 차라리 벽을 없애 뷰티숖 아리따움에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건 어땠을까요?



인력거 아띠/이미지: L7 호텔 명동



1층 그라운드 로비의 목 좋은 곳엔 인력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껜 어색한 눈요기 정도에 그칠 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만만찮은 내력을 지닌 아이템입니다. L7 명동이 아띠라이더스클럽과 파트너쉽을 맺어 선보인 시티투어 서비스걸랑요. 노란색 아띠 인력거로 호텔의 고객을 서울 유명 관광지로 안내하는 것이죠.


작년 아이들과 북촌을 여행할 때 이 아띠를 본 적이 있었는데 한여름 대낮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거구의 외국인들을 태우고 다니지 뭡니까? 이를 보는 제 맘이 편치 않았는데, 아띠 라이더들의 면면과 그들의 가치관을 보니 제 괜한 측은지심이 무색할 정도이더군요. 


외국으로 유학한 젊은 재원들인데 이들은 라이더로써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기는 듯 했습니다. 저 같은 꼰대들의 직업관과는 확연히 다르죠?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보여주고 행복을 전달하며 느끼는 감회는 어쩌면 호텔리어들이 흔히 말하는 '고객 서비스'를 통해 갖는 성취감과 다름 아닙니다.


매력적인 아띠 인력거


L7 명동이 채택한 아띠 인력거 서비스를 처음 들은 늙은 몽돌은 '뭘 이런 걸...' 하고 사실 좀 경시했더랬죠? 왠지 왜색이 느껴지기도 했거니와 다른 나라에 없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행자들이 관광지 여기 저기를 발로 걸으며 구경해야 제맛일테니까요..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아주 뜨겁다네요? 라이더들로부터의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뒷골목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우리의 속살을 둘러봅니다. 이런 서비스가 아니라면 경험하기 쉽지 않은 로컬의 모습일테죠. 따지고보면 각 라이더들은 관광통역가이더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호텔과 아띠 인력거 서비스에 대해 처음 들으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추구하는 바가 곧 '로컬 고유의 경험'이라면 아띠 역시 그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단일 수 있잖아요? 아띠는 명동과 북촌, 그리고 서울의 고궁들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하고, 골목을 누비며 우리 사는 모습을 가감없이 전달합니다.




L7 명동 인앤아웃 데스크



3층의 프론트 (L7은 인앤아웃 데스크 In & Out Desk라 부릅니다)와 로비 역시 쾌적하고 캐쥬얼합니다. 1층 그라운드 로비와는 달리 층고는 꽤 낮아요.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아마도 천정에 사용한 소재 덕분인 듯 하군요? 조도를 낮춘 채 필요한 부분에만 스팟을 처리했는데 이런 시도 역시 공간을 넓게 보이려는 의도로 보이는군요.


인앤아웃 데스트 뒷편에도 노란색 토드홀로우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L7 명동의 케쥬얼 유니폼



L7 명동의 유니폼[각주:2]도 세간에 더러 화제가 되었었죠? 옥스퍼드 셔츠 그리고 청바지에 슬립온 슈즈를 착용했는데 꽤 신선합니다. 헤어스타일 역시 자유분방하군요? 이는 단순히 외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기성 호텔의 그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한층 캐쥬얼하고 경쾌하게 바꾸는 효과가 있고, 호텔 역시 이를 의도해 도입하는 것이죠.


케쥬얼 유니폼


이후 개관한 알로프트 명동 역시 캐쥬얼 유니폼을 선보였는데, 기성 슈트형 유니폼을 채용한 알로프트 강남과도 다른 걸 보면 유니폼에 브랜드 스탠다드를 타이트하게 적용하는 건 아닌 모양이군요? 로컬의 특성을 서비스로 녹여 낸다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 '스탠다드'하지 않은 정체성에 적용하는 브랜드 스탠다드란 어찌보면 아이러니입니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체인형 부띠크 호텔을 의미하는 개념이잖아요? 부띠크호텔이란 저마다 그 특성을 달리한 독립호텔을 말합니다. 따라서 체인 호텔들이 추구하는 부띠크형 호텔, 즉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어쩌면 그 정체성이 다소 이율배반적일 수 있어요. 체인이 적용하는 브랜드 스탠다드와 '독특한 로컬의 특성'이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니까.



L7 호텔 명동의 로비라운지



안쪽으로 돌아 들어오면 라운지입니다. 마치 거실처럼, 혹은 느슨한 도서관이나 캐쥬얼한 카페와 같이 호텔 투숙객들로 붐벼야 생기가 돌 곳이고, 응당 그래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고객들에겐 아직 어필하지 못하는 모양이죠? 드나드는 이들이 많아 보이진 않았는데, 호텔에선 주로 잠만 자고 아침부터 명동 등 온갖 곳을 쏘다니는 투숙객 성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듯 보입니다.


사진 예쁘게 나오는 로비라운지


이 로비라운지는 대신 유명 연예인들의 팬미팅이나 모임, 작가들과의 콜라보 장소로 더러 사용된다더군요. 이 역시 호텔을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훌륭한 마케팅 방편이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겠죠. 본래의 기능으로 흥해야 합니다. 라운지 입구의 버블라운지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호텔 측에선 이미 그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더군요. 


그나저나 조명과 소품 탓에 사진이 아주 예쁘게 잘 나오는군요? 여성 고객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죠?



L7 명동의 ATM 스토어



ATM Store란 것인데 사전적 의미로도 '자판기'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위상이 아니에요. 여러 호텔들의 자판기를 더러 봤습니다만 이건 꽤 유니크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한류 관광객을 주로 타깃하는, 의도된 물건이니까요. 1층 그라운드 로비의 아리따움 뷰티숖에서도 동일한 마케팅 의도를 볼 수 있습니다.


유니크 ATM 스토어


판매하는 아이템들은 엑소나 샤이니 등 K-POP 스타들의 이미지를 넣은 세면도구, 트래블키트 화장품, 기념품 등인데 한류 팬들에겐 꽤 어필할 듯 하지요? 하지만 먼저 투숙객들이 이곳 라운지를 번잡하게 오가게 만들어야 할 듯 합니다.





이걸 L7이 제안해 만들었다니 대단하지요? 롯데의 사이즈 혹은 사업을 보는 '그릇'이나 '스케일'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브랜드건 non-brand이건, 왠만한 덩치의 호텔에선 쉬이 엄두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자판기는 소형화되었으면 더 좋을뻔 했는데 호텔에선 이미 개선책들을 모색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ATM 스토어는 장소 문제로 L7 명동에서 새로 조성중인 곳으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자판기가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겠죠? 하지만 호텔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듯 싶군요.



L7 명동 렌티큘러



엘리베이터 속의 이미지월인데 렌티큘러 lenticular라고 부른다지요? 독자분들께서도 어릴 적 종종 갖고 놀던 기억이 있을텐데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 보이던 책받침 같은 것이요. 


디자인하시는 페친 한 분은 옛날 스타일이라며 좀 부정적이던데 늙은 몽돌의 막눈엔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호텔의 전반적인 캐쥬얼 분위기와는 좀 배치되는 느낌이 없진 않지요? 그렇다고 이비스계열의 호텔들과 알로프트가 엘리베이터 내부에 채용한 그 젊은 디자인이 더 좋아 보였다는 건 아닙니다.



L7 명동 사이이다의 사진작품



객실 층 엘리베이터 홀에서는 위 이미지와 같은 사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명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진작가 사이이다씨의 작품이라는데,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와 현재의 명동이 날씨를 수단으로 표현된 것이라네요? 


미술관 느낌의 E/V홀 작품


그러거나 말거나, 여느 호텔의 엘리베이터 홀에서 작품이란 것들을 종종 봐오긴 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더랬죠. 하지만 L7 명동의 것은 좀 다릅니다. 의도적인 조명처리 때문인지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냥 스쳤다 되돌아보게 됩니다.



L7 호텔 명동



요것도 눈에 띄더군요. 라인드로잉 기법을 사용했다는 룸넘버링인데 간결하고 예뻐 보이죠? 화장실이나 라운드리 키오스크, 그리고 부대시설들을 안내하는 signage도 이 폰트와 디자인을 일관적으로 적용했습니다.





본 김에 라운드리 키오스크도 잠시 구경할까요? 



L7 호텔 명동 라운드리 키오스크



여러가지 필요한 것들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허술해 보이지 않아요.



L7 호텔 명동 주차장



주차장 진입로가 꽤 넓어 '어?' 했습니다만 역시 지하 주차장은 다소 협소해 보이는군요. 2012년 숙박업 특별법 특례의 흔적입니다. 외롭게 선 주차요금 무인 정산기가 예쁘군요? 어김없이 노란색....


역시나 할말이 엄청 많아졌는데, 객실에 대한 구경은 다음 포스트로 넘기도록 할까요? 

알비빽~




L7 호텔 명동 관련글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상징, L7 호텔 명동과 늙은 꼰대 호텔리어 [링크]

롯데호텔 L7 명동과 그 경향 [링크]

L7 명동 객실 요모조모 [링크]

L7 호텔 명동 레스토랑 [링크]

데이트 적격! L7 호텔 루프탑바 플로팅 [링크]

L7 호텔 루프탑 풋스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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