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을 함께 만났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예비호텔리어들의 여러 궁금증들을 풀어보는 시간이에요.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 한다연 예비 호텔리어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황보석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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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늙은 몽돌과 젊은 호텔리어의 허심탄회 토크, 두번째 시간입니다.
일단 자랑질부터좀 하고 시작할까요? 첫번째 토크에 대한 반응은 아주 뜨거웠어요. 젊은 호텔리어들뿐만 아니라 원로 호텔리어들로 부터도 찬사가....(하하)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먼저 올립니다.
오늘 역시 매우 흥미로운 만남인데요, 오늘은 한 분이 아닙니다. 토커 분들의 면면을 보면 오늘 다룰 토픽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듯 해요.
먼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 예비 호텔리어 한다연씨, 그리고 젊은 총지배인 황보석님입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서로 인사 나누시고요, 독자 분들께도 인사 부탁드릴까요?
한: 안녕하세요! 총지배인님. 처음 뵙겠습니다. 총지배인님과 함께 자리하다니 영광이고 떨리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문화관광학부 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에 재학중인 한다연이라고 합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이에요. 호텔을 사랑하고 호텔에 관심이 정말 많은 학생입니다.
황보: 안녕하세요.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총지배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황보석입니다. 대화 나눌 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나왔는데, 열혈 예비 호텔리어이시군요?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오늘 대화 기대되는데요? 몽돌 선배님은 종종 뵙는 분이라 그다지 반갑진 않네요.... (하하)
몽돌: 그나저나 첫번째 토크 읽어 보셨나요? 어떠셨어요?
한: 저는 읽어보자마자 나도 훌륭한 선배가 되어 저런 인터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었어요. 저보다 먼저 그 길을 가고 계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제가 두 번째 토크에 나오게 되어 얼떨떨하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보: 이런 인터뷰는 좀 딱딱한 어조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블로거로써의 몽돌 선배님 배경 때문인지 포맷이 신선하더군요. 편하고 부담없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자리로 생각되었습니다. 요즘 방송도 리얼리티가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이 칼럼도 리얼리티를 표방했기에 더 새로운 느낌입니다. 말주변 없는 저도 이번 토크에 기꺼이 참여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
몽돌: 왠지 엎드려 절 받는 기분이지만 아무튼 말씀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사실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미 말씀하셨지만 흔히 보던 딱딱한 포맷이 아니니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워밍업이 대강 된 듯 하니 들어가 볼까요?
몽돌: 다연씨와 전 페친으로 인연을 맺었잖아요? 2년 가까이 된 듯 한데, 얼마 전 L7 호텔에서 열린 호텔아비아 토크에 참석하셨는데 좀 놀랐어요. 여하튼 사실 그 전부터 다연씨를 관심있게 봐오긴 했습니다. 해외 인턴 생활 등 페이스북에 올라온 소식들이 아주 흥미로웠거든요. ‘호텔을 참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구나’ 생각했었죠.
한: 2014년부터 몽돌님 블로그 글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시간이 빠른 것 같아요. 제가 특별히 홍콩에서의 인턴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13년, 대학 새내기 때 홍콩을 방문했던 기억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브랜드들이 홍콩에는 정말 많았고 국제적인 관광 도시라는 것이 확 느껴졌어요. 그래서 홍콩에서의 인턴을 졸업 전에 꼭 해보자고 다짐했었고 저의 졸업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홍콩 인턴생활
홍콩은 물가가 정말 비싼 국가 중 하나예요. 특히, 집값은 상상초월이었습니다. 제 방 크기가 침대 슈퍼싱글 사이즈였어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침대가 있고 침대 밑에도 공간이 있는데 짐 놓을 공간이 없어 아이들을 위한 놀이 매트를 사서 깔아 놓고 거기에 짐을 쌓아놨었습니다. 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벌레를 집 안에서 보지 못한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그 집에 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홍콩은 바퀴벌레가 정말 많거든요.
이런 환경에서 6개월 동안 지내면서 ‘어느 곳에서 살아도 잘 살 수 있겠다’라는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고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인턴을 했을 때, 우리나라 대학 재학 중인 학생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모두 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들이었고, 한국 학생들도 타 호텔에 있긴 했지만 해외 호텔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었죠. 사실 외롭기도 했었어요. 그들은 서로 공유할 것이 있지만, 저는 혼자였거든요. 하지만, 그들에게 배울 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함께 더 어울리며 그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도 들어보고 다양한 문화도 접할 수 있는 기회였죠.
호텔에서는 근무하면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시작한 포브스 호텔 별 평가 제도를 홍콩에서는 이미 시작했었고 제가 근무했던 호텔에서는 5년 연속 5스타를 받았어요. 5스타를 받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 등이 정말 많은데 이에 대한 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외에도 기타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매주 한 번 이상은 있는 것 같아요. 트립어드바이저, 문제 해결 트레이닝 등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인턴이었던 저에게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제가 일했던 호텔이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정말 잘 되어 있다고 들어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제 기대 이상이었어요.
몽돌: 각박한 고등학교 생활을 막 벗어나 좀 자유로울 때인데, 대학 새내기 때부터 해외 인턴을 꿈꾸셨다니 대단하군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겠죠? 저도 기회될 때마다 예비 호텔리어들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다연씨의 경험이 오늘 토크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다연씨 대화 상대로 어떤 분이 어울릴까 고민했었습니다. 물망에 여러 분이 올랐는데 결국 전도 유망한 황보석 총지배인으로 낙점했어요. 다연씨의 궁금증을 푸는데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분입니다. 황보석 총지배인은 꽤 젊으시죠? 총지배인 경력이 아주 길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되셨죠?
황보: 음... 막 40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젊다고 말씀해 주시니 기분 좋기도 하지만 좀 어색한데요?
처음 총지배인 직을 맡은 게 2016년 1월 입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 들었는데, 만으로 37세, 우리 나이로 39살에 총지배인을 시작한 것이죠. 아마 아시겠지만, 외국 Accorhotels의 총지배인들과 비교하면 아주 젊은 나이라고 말하긴 그래요. 하지만 국내에선 젋은 축에 속하겠죠. 현재 국내 Accor Ambassador 호텔 내에서 가장 젊긴 합니다.
몽돌: 이력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실까요? 입지전적인 이력의 총지배인이라고 들었는데...
황보: 입지전적이란 말씀은 당황스러울 정도이군요? 제 이력은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었으까요. 경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호텔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경주 현대 호텔에서 주방, 연회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방학 때는 서울로 돌아와 여러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했었죠.
젊은 GM의 이력
그러던 와중에 Holiday Inn Express라는 미국의 작은 호텔에 취업이 됩니다. 학기 중이었는데 원래는 여행도 하고 돈도 벌 목적이었죠. 그 곳 총지배인께서 저를 아주 잘 보셨나 봐요. 얼마되지 않아 Housekeeping Manager로 승진했는데 당시 나이 스물 일곱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죠.
당시에도 국내 호텔 취업은 쉽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소피텔 앰배서더 (지금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 Concierge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베스트웨스턴 국도,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을 거쳐 지금의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동대문에 총지배인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몽돌: 황보 총지배인님의 옛날 얘기를 이렇게 자세히 듣는 건 저도 처음인데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젊은 시절에 그런 도전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은데 말이죠. 미국 생활이 쉽지 않았을 듯 한데, 다연씨의 인턴 경험처럼 많은 걸 배웠을테죠?
황보: 일전 술자리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역시 몽돌 선배님은 제게 관심이 많지 않으시군요? (하하)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어요. 정말 많은 걸 경험했습니다. 다양한 외국 고객들에 대한 이해의 바탕도 만들어졌고, 특히 비즈니스 호텔 운영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죠. 당시엔 한국에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도 전이었 으니까요.
한: 와! 입지전적이라는 표현이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이세요. 그럼 해외 인턴이나 교환 학생을 통한 해외 호텔 경험도 취업이나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예비 호텔리어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황보: 취업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에 대해선 말하기 쉽지 않은데요? Reference를 확보할 수 있다면 영향이 없진 않겠죠? 하지만 오히려 호텔리어로써의 생활과, 더 크게는 인생을 사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드립니다. 해외 인턴이나 교환 학생 기회가 없다면 몇 주간이라도 나홀로 해외 여행을 다녀올 것을 권합니다. 느끼게 되는 바가 결코 작지 않아요.
한다연 -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
한: 지방 대학을 졸업하면 서울의 대형 체인호텔에 취업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고 들어 왔습니다. 총지배인님의 노력은 정말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황보: 예비 호텔리어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정도로 취업이 어려운 건 아닌 듯 합니다. 학생들이 너무 주눅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어학 실력 탄탄히 갖추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호텔리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단, 희망하는 부서에 따라 차이가 있겠죠.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학 능력이 그다지 탁월하지 않았습니다. 취업이 쉽지 않았는데, 제가 지원했던 호텔만 당시 약 60여 곳에 이를 정도였어요. 모두 고배를 마시고 말았죠. 마지못해 지인 소개를 통해 광고 회사 한 곳의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바로 전날 그랜드 앰배서더에서 연락이 온거죠. 다행스럽게도 면접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몽돌: 미국의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매니저로 일했음에도 영어 실력이 부족했다 말씀하시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 걸요?
황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랄까요? 죽어라 열심히 영어만 공부해도 부족할 판에 전 일하고 남는 시간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혔습니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더군다나 미국 호텔의 하우스키핑은 멕시코나 과테말라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일하면서 영어를 배운다는 건 쉽지 않았아요.
아무튼, 전 호텔의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전부 지원을 했었습니다. 부서를 가리지도 않았어요. 호텔 경영을 공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호텔 자체를 원했기 때문에 부서를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이죠.
몽돌: 간절함이나 치열함, 혹은 열정을 말씀하시는군요?
황보: 그걸 열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지 모르겠지만 오로지 호텔 취업 만을 생각하며 노력했으니까요. 호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부서는 몽돌 선배님의 재경부일 수도 있고, 인사부 혹은 세일즈 마케팅 그리고 프론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부서가 아니라 호텔에서의 일 자체를 사랑했던 것이죠. 이미 여러 경험이 있었고 어떤 부서에서 일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우선 호텔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고, 대형 체인 만을 고집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황보석 총지배인/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 드리고 싶은 충고가 그런겁니다. 부서가 아니라 호텔에 입사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직이 체계가 비교적 유연한 중형 브랜드라면 노력에 따라 여러가지 업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서가 아니라 호텔 자체가 목표
몽돌: 저도 종종 특강을 나갑니다만 취업이 어렵다면서도 예비 호텔리어들에게서 황보 총지배인께서 가졌던 그런 간절함이나 열정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마치 자포자기한 느낌이랄까요? 가능성도 작지 않아보이니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면 예비 호텔리어의 꿈을 이루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그렇지만 의외로 쉬울 수 있어요. 예비 호텔리어들은 자신감부터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본격적으로 시작도 않았는데 벌써 중요한 질문 여러 개가 오갔네요? 흥미진진합니다. 사실 두 분을 오늘의 토커로 모시는데 꽤 공을 들였어요. 특히 예비 호텔리어나 젊은 호텔리어들께 도움될 수 있는 질문과 답으로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몽돌: 최근 호텔 전공하는 학생들은 호텔 취업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더군요? 전 좀 놀랐는데, 어때요? 그런 얘기 사실인가요?
한: 제 주변만 봐도 느낄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타 업계보다 연봉, 복지 등 처우가 조금은 열악하다고 다들 생각해서 호텔 취업을 기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호텔은 서비스직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몽돌: 황보 총지배인님, 현업에서도 그런 부분을 체감할 수 있나요? 몇 일전 뵈었던 명동 유력 호텔 한 곳의 총지배인께서도 그런 고충을 호소하시더군요.
황보: 그렇긴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를 해 왔는데, 호텔이나 관광 경영을 한 친구들이 호텔에 많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호텔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호텔로 지원하지 않았어요.
예비호텔리어와 호텔리어 처우
그 이유를 보면 처우에 관한 것만 있는 건 아닌 듯 해요. 학생들이 대학을 입할할 때 적성에 어울리는 학과를 선택하기보다는 당시 인기있거나 성적에 맞추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대학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발견하게 되고 호텔이 아니라 다른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죠. 반대로 호텔로 지원하는 타학과 학생들이 많은 걸 보면 꼭 처우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변화되려면 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률적인 가치관들이 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몽돌: 황보 총지배인께서는 자심감이 워낙 충만한 분이라 아직 프레쉬한 예비 호텔리어들의 고충을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제가 얘기 듣는 바는 황보 총지배인님의 시각과 좀 다르군요? 개인적으로 처우 문제는 당장 개선되는 게 쉽지 않아 보이고, 전공 학생들의 호텔 기피현상은 당분간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봐요. 구조적인 이슈입니다. 하지만 호텔은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그런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곧 호텔에서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겠죠. 그때서야 호텔들이 본격적으로 심각함을 느끼게 될텐데 개인적으론 좀 걱정스럽군요.
몽돌: 그나저나, 연봉도 작고, 일자리도 많지 않다면서 다연씨는 왜 굳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 거죠? 호텔리어로써의 꿈도 궁금하군요?
한: 사실 인터뷰 볼 때마다 이러한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요. 전 항상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냥 제가 그 곳에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더라고요. 호텔은 다들 기분 좋은 이유로 방문을 하잖아요.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거나, 가족끼리 놀러오는 등 행복한 모습으로 호텔을 방문해요. 제가 그 속에 있다는 것 자체로 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호텔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
호텔에서 인턴 등으로는 3번, 파트타임까지 합하면 정말 많이 근무했었는데 힘들지만 그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같이 기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고등학교, 대학 초반에는 막연하게 총지배인이 되고싶은 꿈을 가졌었는데, 점점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호텔 디벨롭먼트에도 관심이 있어서 체인호텔 본사에 들어가 호텔 개발 쪽으로 근무도 하고 싶어요. 때문에 대학원을 가서 호텔경영 자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몽돌: 제가 어쩌면 어리섞은 질문을 한 듯 보이는데 우문현답이랄까요? 저도 그랬지만 ‘왜 호텔?’이란 질문에 답하기 좀 궁색한 때도 있어요. 어쨋거나 다연씨의 꿈은 벌써 알차게 영글어 가고 있는 듯 하군요? 황보 총지배인님의 학창 시절 꿈도 그랬을까요?
황보: 제가 호텔을 꿈꾼 이유는 저와 ‘잘 맞는다’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대학 전공이나 취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죠. 제 꿈은 정말 멋진 비서가 되는 것이었고, 대학의 전공을 찾아봤더니 비서학과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여자대학에만 비서학과가 있지 뭡니까? 여대를 갈 수도 없는 일이라 비슷한 일이 뭘까 생각하다 보니, 모든 고객들의 좋은 비서가 될 수 있는 호텔리어가 되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호텔리어, 모든 고객들의 비서!
사실 제가 생각했던 비서의 개념은, 옆에서 무슨 일이든 항상 도와주는 친구같고 가족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경험을 하다보니 그런 모든 부분이 종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곳을 찾기도 했고요. 그래서 모든 산업의 집약체라고 하는 호텔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몽돌: 비서가 꿈이었다니 아주 흥미롭군요. ‘모든 고객의 비서’ 참 어울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한: 총지배인께서는 정말 타고난 호텔리어이신 것 같아요. 저도 호텔리어로써의 꿈을 지니고 공부하고 있지만 종종 걱정되기도 해요. 과연 ‘내가 꿈꾸는 호텔리어란 직업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고요 총지배인님은 호텔리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학교에서 공부하며 보고 배우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호텔리어라는 직업의 매력
황보: 제가 보는 호텔리어의 매력은 ‘다양한 기회’ 아닐까 싶어요. 호텔은 의식주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다시 말해 삶을 사는 곳이라 할 수 있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것들을 호텔이라는 장소에서 근무하며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봐요. 시설, IT, 서비스, 요리, 사무, 재무, 디자인, 인사, 총무, 청소 등….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집약체인 호텔이다 보니 본인이 찾고 싶은 매력을 한 곳에 모아놓은,, 이보다 더 좋은 만물상자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몽돌: 사실 호텔에 근무하며 다양한 직무 기회를 갖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황보 총지배인처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가치관, 그리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어렵지 않게 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한: 호텔리어로써 뿌듯했던 순간도 있으셨겠죠?
황보: 어쩌면 어리숙한 답변일지도 모르겠는데, 전 항상 뿌듯합니다.
몽돌: 총지배인님의 생각은 역시 일반적이지 않죠? (하하)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황보: 호텔의 또다른 매력은 뭔가를 하면 반드시 반응이 따른다는 것이에요. 그 대상이 고객일 수도 있고, 직원일 수도, 혹은 호텔의 오너일 수도 있지만, 전 그 반응을 즐긴다랄까요? 그리고 작은 부분부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또다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죠. 그 대상들의 반응에서 배움을 모색하기도 하고 또다른 변화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볼 때마다 매 순간 뿌듯해요.
저를 지속적으로 찾아 주시는 고객분들로 인해 뿌듯함도 당연히 느끼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한 선행으로 인해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고객분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직원들이나 동료들을 봤을 때도 저도 같은 팀의 일원이기에 뿌듯함을 느껴요. 생각했던 답변과는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
한: 다른 건 아니지만 고객이나 직원의 반응을 즐기며 배움을 추구한다는 말씀은 정말 새롭게 들려요. 몽돌님께서도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으셨겠죠?
몽돌: 글쎄요? 관리직에만 계속 근무하고 있었잖아요? 황보 총지배인께서 느낀 바와는 좀 달라보여요. 호텔이 아니라 일반 회사와 오히려 비슷한 업무 성격이라.
뿌듯했던 순간은 어쩌면 지금이랄까요?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성장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이렇게 보탤 수 있다는 것. 오늘의 대화도 수많은 예비 호텔리어들과 젊은 호텔리어들이 보게 될텐데 이런 정보는 그동안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이잖아요. 이런 활동을 조금씩 해 오면서 작은 소명의식도 키우고, 보람도 느끼게 된답니다.
한: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호텔 입사를 좀 기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한데요, 유능한 인재를 호텔로 유인하기 위해 호텔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
황보: 많은 호텔들이 다양한 복지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해당 호텔들의 발전가능성을 앞세우며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해요. Accorhotels 그룹에서는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이나 호텔 내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사회공헌활동과 같은 ‘가치’ 부분들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효과를 보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리겠죠?
입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 처우때문일테죠. 앞에서 몽돌 선배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좀 구조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처우 외 직업으로써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호텔에 많습니다.
몽돌: 저 역시 관심이 많은 부분인데, 호텔들이 아직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시점은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조만간 그렇게 느끼게 될 테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하게 되겠죠. 황보총지배인께서도 말씀하셨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처우라고 봐요. 지금처럼 대졸 초임이 최저 임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면 쉽지 않겠죠. 하지만 호텔로써도 고충이 적지 않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인건비 증가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남다르거든요. 여하튼, 전 천천히 개선될 수 있으리라 보고요, 호텔리어란 직업이 다시 재조명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한: 친구들 중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나간 친구도 있습니다. 국내 취업이 어려워 유학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많아졌잖아요? 경력관리도 용이하고요.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하지 않고 우리나라로 돌아오려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국내 호텔 취업을 원할 때 유학 경력이 도움되는지 궁금해요.
유학과 취업
황보: 경제적 여유가 허락하고, 꿈꾸는 바가 뚜렸하다면 유학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외국계 브랜드 호텔에서는 외국어 능력이 중요하게 고려되기도 하잖아요? 더군다나 다연씨 말씀하신 디벨롭먼트 등 국내에서는 다소 취약한 부분들에 대해 제대로 배우며 취업 기회 또한 모색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단지 유학을 통해야 좋은 호텔에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봐요. 경제적으로 희생해야 할 부문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그 정도 기회는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에서도 충분히 모색할 수 있으니까요.
몽돌: 황보 총지배인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호텔 취업을 위해 유학하는 건 좀 부정적이라 봐요. 차리리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고, 1년 정도의 기간으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다연씨처럼 해외 인턴쉽을 활용하며 시야를 넓히고 부족한 언어 능력을 보완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한: 호텔 취업 후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체인 호텔의 경우는 Management Training Program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학생들도 없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커리어 관리에 큰 도움이 될 듯 생각되기 때문일텐데,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짧은 시간 내 메니저 레벨로 올라가는 것이 꼭 좋기만 한 것인지 등 장단점도 궁금해요.
Fast Track
황보: Management Training Program은 매우 훌륭한 기회로 생각됩니다. 우선 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 자체가 신뢰할만 해요. 대강 뽑는 것이 아니라, 심층 면접 및 체계젹으로 마련된 기준들에 의합니다. 관심있는 학생들은 꽤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으로 보여요. 이러한 교육을 이수하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 빠른 성장도 가능해요. 기회가 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빨리 성장하면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게 되고 업무 경력도 충분치 않으니 크고 작은 애로사항을 겪게 되겠죠. 하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경력이 오래 되면 사고가 경직될 수 있는데 젊은 매니저는 더 신선한 시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봐요. 단점이 없진 않지만 가능하다면 빠른 시간에 성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최근엔 여성들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잖아요? 하지만 가정과 일 두가지 모두를 잘하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여성으로서 이러한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고 걱정도 되더라구요. 여성들이 근무하기에 호텔은 어떤지 궁금해요.
여성과 호텔
황보: 호텔이야말로 여성이 근무하기에 안성마춤 아닐까 싶습니다. 호텔의 일은 따지고보면 가사와 흡사합니다. 근본적으로 여성적이에요. 가정의 호스트는 소위 안주인이라고 하는 우리 어머니들이잖아요? 세심한 것까지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여성 분들의 감각이야말로 호텔에 꼭 필요한 형질입니다. 따라서 성차별이 크지 않고요, 여성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된 곳이 호텔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고 있는 Accorhotels에서는 여성 간부 및 총지배인 비율을 매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점점 여성 총지배인님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오히려 남성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어서 걱정이랄까요?
몽돌: 저는 좀 다른 시각에서의 장점을 추가해 볼게요. 중소규모 독립호텔의 경우는 좀 달리 볼 면이 있지만, 체인 호텔의 경우 여성 호텔리어들을 위한 복리후생 제도가 꽤 잘 갖춰져 있습니다. 비교적 눈치 안보고 산휴나 육아휴직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근무환경 자체도 괜찮은 편이에요.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성적 차별도 비교적 적을뿐더러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보장된답니다.
한: 총지배인은 모든 호텔리어의 꿈이잖아요?
몽돌: 그렇죠. 역시 다연씨의 꿈도 총지배인이겠군요?
한: 네. 당연합니다. 저도 꼭 총지배인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총지배인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자질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총지배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황보: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과 이에 따른 소통능력 아닐까 싶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호텔에선 매일 다양한 성격의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아울러 이들 고객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호텔 내 여러 부서의 직원, 거래처 등과의 소통 과정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다양한 경험은 상대방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거든요.
한: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명심하고 있을게요. 총지배인님께서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부딪힌 현실적인 애로 사항 혹은 희생시켜야 했던 부분들 어떤 게 있었을까요? 이와 관련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신가요?
황보: 총지배인을 꿈꾸긴 했지만 그걸 의식하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직원과 고객 그리고 호텔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죠. 어쩌면 총지배인이라는 타이틀은 겉으로 주어진 결과물일 뿐이에요. 누가 시켰던 것도 아니고, 제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오던 과정입니다. 그것이 곧 제가 성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굳이 희생한 부분을 찾으라면 가족에게 좀 소홀했다고 할까요? 다행히 제 아내는 많은 부분을 이해해 줬습니다.
한: 어떠한 면 혹은 마음가짐이 총지배인이라는 자리까지 오르시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황보: ‘즐기자’는 마음가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런 걸 해 보면 좋지 않을까?’, ‘이런 걸 새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정신. 호텔은 정말 다양한 기획을 해 볼 수 있는 곳이잖아요? 전 그런 것을 즐기면서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음자세가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총지배인님께서는 호텔리어로써의 일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 같아요. 그런 후배를 찾아 보긴 쉽지 않을테죠? 그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후배 직원이 있었을텐데요, 어떤 모습과 행동 때문에 총지배인님 기억 속에 그렇게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후배 호텔리어?
황보: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아직 현업에 있고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직원이 많아서 대답하기 좀 곤란합니다. (하하) 사실 같이 일했던 직원은 모두 다 기억에 남아요. 굳이 꼽자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한 친구이고, 그런 이유로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건 기본이에요.
몽돌: 저도 한마디 보탤까요? 스스로 알아서 일할 줄 알고 적극적인 마음자세를 가진, 그리고 성격도 밝고 좋아야 하며 그리고 선배 위할 줄도 알아야 하고….. 마치 완전체를 원하는 것 같죠? 하지만 그런 후배들이 없진 않아요. 그런 이들은 마치 송곳처럼 어디에서도 눈에 띈답니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질문할 줄 아는’ 후배. 쉬워 보이죠? 질문을 한다는 건 그만큼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요즘 젊은 분들 중에선 결코 찾기 쉽지 않아요. 이유를 따지자면야 학교 교육까지 들먹여야 하겠지만.
여하튼, 제 눈엔 황보 총지배인도 그런 분이고 그리고 다연씨도 그런 자격 충분히 갖춘 듯 한데요?
한: 듣기 좋으라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기분 좋은데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선배들이 좋아하는 후배 호텔리어가 되겠습니다. 최근들어 외국에서 살고 싶고,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총지배인님도 외국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몽돌: 그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궁금한데요? 다연씨도 외국 호텔리어 생활 관심이 있나 보군요?
한: 네, 저는 대학 오기 전부터 외국에서 생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외 인턴도 다녀왔고요. 물론 가서 사는 것과 짧은 시간만 지내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겠지만요. 홍콩, 싱가폴, 캐나다 등 환대산업이 발달되어 있는 국가에 가서 호텔리어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 커리어에도 다양성을 주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삶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고요.
외국에서의 호텔리어 생활은?
몽돌: 이 질문엔 제 생각을 말씀드릴까요? 지난번 토크의 주인공 앨리스박 이사님의 경우가 일종의 롤모델일 수도 있겠는데요? 늙은 몽돌도 질풍노도, 젊은 호텔리어 시기에 2년 정도 외국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직장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외국인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지고요. 하지만 결코 오랫동안 외국에 머물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앨리스박 이사님의 경우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바로 베트남으로 건너가 호텔리어 생활을 하고 계신데, 불편한 걸 크게 느끼지 않은 듯 하더군요. 아마도 개인적인 취향이나 커리어 목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어요.
한: 저번 토크를 다시 읽어 봐야겠네요. 혹 더 궁금해지면 박이사님께도 연락을 해 보고 싶어요.
몽돌: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해 연결을 시켜드리도록 할게요.
한: 감사합니다. 최근 IT 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키오스크가 체크인 & 아웃을 대신하고, 로봇도 등장하는 걸 봅니다. 노동집약적인 호텔 산업에서 이는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총지배인님께서는 호텔리어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몽돌: 역시 학생으로써의 다연씨 신분때문에 대부분의 질문이 채용, 경력관리, 직업 전망 등에 집중되는군요?
한: 네. 아무래도 취업이 급선무고 가능한 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니까요. 호텔리어가 과연 평생동안 즐겁게 그리고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텔리어의 미래
황보: 일전에 관계자 분들하고도 이러한 이슈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부분에 있어서 변화가 있겠죠. 대부분의 호텔 고객은 아직도 인적서비스 즉 휴먼터치를 기대하고 호텔로 옵니다. 외국으로 여행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죠. 아는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기계 즉 컴퓨터와 대화해야 한다는 건 너무 삭막하잖아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 수록 휴먼 서비스의 가치는 더욱 부각되겠죠.
관광, 호텔업에서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효율이나 편의성 측면이 재조명되겠지만 인적 서비스의 가치는 오래토록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몽돌: 좀 보완하자면 호텔 본연이 숙박기능만을 제공하는 이코노미나 미드스케일에서는 이 AI기반의 서비스들이 대폭 채택되며 호텔리어들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그런 경향은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체크인 키오스크 뿐만 아니라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자판기도 일종의 로봇 서비스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럭셔리 스케일의 경우는 호텔리어에 의한 휴먼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커지게 되겠죠. 흔히 말하는 인적 서비스는 어쩌면 비싼 댓가를 치뤄야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상품이 될 수도 있어요. 여하튼, 이 로봇들이 호텔리어를 점점 대체하는 건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당분간은 호텔리어 일자리를 놓고 기계와 첨예하게 싸울 일은 없겠죠.
한: 총지배인님께서 이루고 싶은 그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황보: 전 큰 꿈은 없습니다. 원래 제 꿈은 프론트 지배인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전 꿈을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없죠. 굳이 꼽자면 호텔에서 오래 일하는 게 꿈이랄까요? 아울러,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총지배인 꿈을 가진 이들의 젊은 롤모델이 되고 싶기도 해요.
한: 의외로 소박해 보이는 꿈이네요? 그 목표를 꼭 이루시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황보: 감사합니다. 힘이 되는데요?
한: 마지막 질문인데요, 이 부분은 꼭 여쭈어 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직원을 선발할 때 가장 먼저 보시는 부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스펙 등 총지배인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채용기준
몽돌: 많은 예비호텔리어나 젊은 호텔리어 분들이 궁금해 할 부분이군요? 저조차도 궁금한 질문입니다.
황보: 위에서 질문하셨던 부분 중에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호텔의 노력을 언급한 부분이 있죠? 저만의 채용 기준에 대해 말하기 전에 ‘호텔에서 생각하는 유능한 인재’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초기에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 되어야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창한 외국어 능력’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적극적인 자세나 열정 혹은 도전 정신’이 더 중요해 보이더군요. 외국어가 다소 부족하거나, 인사관리 혹은 재무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열정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보니까요.
현장에서 자주 느껴요. 제가 선발했던 직원들 중에는 영어가 아주 유창하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고객으로부터의 평이 더 훌륭한 적이 많더군요. 그 이유가 궁금해 이리저리 살펴봤죠. 그들은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고, 고객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대화하더군요. 영어 능력이 반드시 중요한 건 아니에요. 때론 손짓 발짓 동원하지만 고객은 그들의 진심이 담긴 행동에 감동하는 것이죠. 어차피 영어는 다른 나라의 언어이고 어쩌면 능숙하지 않은 게 당연한 겁니다. 고객은 수단일 뿐인 영어가 아니라 마음을 느끼고 진심을 이해하게 되죠.
저는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 모든 지원자들을 빠짐없이 인터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력서는 지원자 능력의 극히 일부만을 담고 있는, 대부분 과포장된 종이에 불과하니까요. 토익 점수가 없어도 외국어란에 ‘가능’ 표기만 있다면 면접을 봅니다. 그리고 면접에서 능력을 가려내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역시 ‘열정’입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채용 기준이에요.
한: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몽돌: 대미를 장식하시는군요. 저 역시 100% 동의합니다. 가장 중요한 능력은 겉으로 드러난 성적이 아니에요. 사람의 생각과 마음자세이죠. 이런 부분은 호텔의 인사 담당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죠?
이것으로 오늘의 토크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예상치 않게 엄청 길어지고 말았지만 정말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두 분 오늘 소중한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 이 자리에서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보: 사실 제가 정답만을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도 많았고요. 하지만 다연씨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면 취업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좋은 후배와 말씀 나누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오늘 주로 다룬 주제는 제게도 꽤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아마 예비 호텔리어들, 그리고 앞으로 커리어 관리를 착실히 해야 할 젊은 호텔리어들뿐만 아니라 호텔을 운영하시는 분들께서도 관심있어 할 듯 해요. 양질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게 조만간 업계의 화두로 대두될 전망이고, 이럴 경우 호텔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이 포스트는 호텔아비아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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