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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딱딱한 미술관은 싫다. 뒷골목 예술 야행! 스트리트뮤지엄 필동 예술통


예술 작품이란, 

고상하지만 원래 편치 않은 것.

만지고 싶어도 손 댈 수 없고, 불편해도 쉴 수 없는,

딱딱한 곳에 자리 잡은 근엄하고도 가식적인 그 무엇.....



예술통 속 8개 스트리트뮤지엄 중 하나인 컨테이너/이미지: 예술통



하지만 예술통의 그것은 다르다.

골목 곳곳에서 편하게 마주치는 우리의 일상

예쁜 테이블에 앉아도, 친구들과 잡담하고 커피를 마시는 친근한 그곳에도 있다.

갤러리는,

손을 뻗치면 금새 닿는, 가까운 곳 도처에 있다.



예술통 삼거리

 


회사와도 가깝고

그리고 명동도 지척이다.

남산 한옥마을 주변이라 더러 앞을 지나쳤지만

지척에 매력적인 곳들이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길거리 미술관 혹은 뒷골목 갤러리

필동문화예술공간 예술통



뒷골목 예술 야행, 필동 예술통과 스트리트뮤지엄



오늘 야행의 황송 가이딩은 예술통의 머슴(총괄 디렉터)이자 스트리트뮤지엄을 이끌고 계신 박동훈대표이사님이 손수 맡아주셨다. 흥미로운 야행의 호스트, 상업 디자이너이자 필동주민인 권대표님과의 친분 덕택인데, 후일 알고보니 박대표님의 내력이 간단치 않다.


그의 별명은 '미친놈, 똘빡'...

예술가도 아니거니와 미술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덕수상고를 거쳐 예림미술고를 2학년 중퇴했단다. 그게 정규 학력의 전부다. 청계천에서 폐지를 줍다가 충무로 인쇄소로 들어왔고, 밑천없는 바닥 생활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는 현재 핸즈BTL미디어그룹의 대표이사이다.


“나 혼자 누려도 될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동네 사람들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그가 성장한 필동과 충무로에 스트리트뮤지엄을 만든 계기이다.

참고: 광고쟁이 손닿은 남산 아래 골목마다 ‘문화’가 피었습니다/경향신문



 image feat by HeeJeongKwon 



누구나, 언제나, 문턱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동네, 예술통.


충무로와 필동은 한때 번성했던 우리의 과거가 철수하고 난 낙후된 지역이다. 스트리트뮤지엄이 확장한 예술통은 이 버려진 공간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다시 살려낸다.



필동문화예술공간 예술통



예술통의 뮤지엄들은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운영되며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스트리트뮤지엄: 필동과 한옥마을 일대 8개의 거리미술관. 소외되고 방치되었던 곳이 작품의 공간으로 바뀐다. 24시간 무료 개방

  • 오픈뮤지엄: 예술통삼거리 주변 골목 곳곳에 설치된 지붕없는 열린 미술관

  • 마이크로뮤지엄: 직경 45cm, 높이 80cm의 작은 큐브에 회화와 조각을 넣은 초소형 미술관



Ferita #72/안토니오 트리마니 Antonio Trimani

상처! 내 맘의 그것은 마치 바위에 깊이 패인 냥 아직도 아물지 않는다.



Ferita #72

[안토니오 트리마니 Antonio Trimani]의 비디오 작품


Bakery 24와 남학당을 잇는 통로의 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을 스쳐가는 그 많은 이들은 아마도 벽의 일부로 볼까? 캡션이 없으면 작품임을 알아채기 힘들다. 이렇듯 작품들은 흔한 곳에 있다.  


예술가가 아니라 광고가의 손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일까? 접근법이 고리타분한 기성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 예술통에선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미지: imagazinekorea.com



간판은 갤러리이지만 이발소이다. 런던의 할렘가로 불리던 페캄 지역에 들어선 DKUK 갤러리의 실제 모습이란다. 이발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아트 작품을 감상한다. 미술관은 굳이 근엄하고 거창해야 할 공간이 아니다.



스트리트갤러리 Street Gallery



겹, 쌈,

정다운, 한성필 2인전

스트리트갤러리 Street Gallery


이곳은 그나마도 미술관 같아 보였던 공간 스트리트갤러리. 하지만 기성 미술관과는 달리 역시나 편안하게 느껴졌는데, 이는 아마도 관람 격식을 타이트하게 따지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마치 두런두런 회의가 열렸던 듯 익숙한 공간 분위기 탓일까...



베이커리 24 Bakery 24 & Gallery 24



프렌치 베이커리 B24 (베이커리 24)

B24는 빵집이자 커피숖이며 곧 미술관이다.



갤러리 24 Gallery 24



2층 갤러리 (갤러리 24)로 통하는 계단도 온통 '예술'이며 그리고 가까이 있다.





갤러리 24 Gallery 24



정다운, 한성필 2인전 "겹, 쌈,"


스트리트뮤지엄 특별전시관 갤러리 B24

역시 영락없는 카페다.


벽은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자유롭고 딱딱하지 않으며 개방적이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어도 손사래를 치는 이는 없다.



예술통 남학당



조선시대 교육기관 중 하나라는 남학당을 복원한 것이다. 서까래와 대들보의 포스가 장난 아닌데 옛날의 것을 그대로 살렸다. 남학당은 인문학 클래스, 문학 토크쇼, 작가와의 만남, 소규모 세미나나 연회, 출판기념회 등의 장소로 사용된다.



김종구 특별전/남학당



김종구의 [쇳가루 산수화]


벽에 뺨을을 대고 보면 쇳가루로 만든 산 그리고 골짜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동훈대표님께서 직접 시연을...ㅎ



남학당



남학당의 1층은 B24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도 도예작가들의 작품들이 더러 전시되어 있다. 마치 편안한 공방이랄까? 아님 험악한 현실로부터 잠시 피난한 안식처?.... 실제로 난 이런 곳, 혹은 작은 도서관에서 그런 '삘'을 느끼곤 한다.





그나저나 저 중앙의 테이블과 벽에 붙은 선반들의 포스 역시 장난이 아니다. 훌륭한 작품은 좋은 그릇에 담겨야 한다.



예술통 삼거리



예술통 삼거리

삼거리 하늘에 덩그러니 내걸린 등이 예술이다.

좌측 건물이 한식당 필동식食, 그리고 오른편의 건물이 소극장 형태의 복합문화공관 코쿤홀 Cocoon Hall이다.



예술통 코쿤홀



이곳에선 콘서트나 연주회, 시사회, 토크콘서트 등이 열리는데 그 속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



예술통 코쿤홀



고풍스러운 의자는 영국에서, 그리고 저 소품들은 어디서 수집했을까?

마치 옛날 영화관 생각도 나고

80년대 학창 시절의 그 연극도

그리고 시네마천국...



 예술통 마이크로뮤지엄/image by LindaLee



뭔가? 했다. 예술적 감각의 쓰레기통인가?


마이크로 뮤지엄 Micro Museum...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가 참여한 '풍경 landscape'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작은 규브 속엔 작가들의 회화나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이 큐브가 예술통 삼거리 주변에 13개인데 모두가 각기 미술관이다. 그 옛날 만화경을 보듯 한껏 부푼 궁금증으로 허리를 숙여 작품을 감상한다. 40년 전 어린 시절의 그 앳된 '나'가 애뜻하게 가슴으로 다시 들어온다.





길거리로 나선다.

스트리트뮤지엄지붕없는 오픈뮤지엄이 뒷골목 곳곳에 흔하게 섞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온갖 더러움이 어둠에 가려지는 적적한 밤에 봐야 훨씬 아름답다.





거대한 연필이 미사일처럼 땅바닥에



스트리트뮤지엄 사변삼각



윤석남 Green Room

사변삼각


비탈진 길, 거대한 콘크리트벽 속에 삼각형 프리즘을 세운 듯 미술관을 심었다.





담벼락에 그려진 뭔가가 있는데 저것도 필시 오픈뮤지엄을 구성하는 예술품이리라.

문득 개미마을이 생각났다.





김원근 '길몽 Good Omen'





사쿤 KunCat



스트리트뮤지엄 둥지



다발킴 Dabal KIM의 <NOMADIC SCENE> 展

둥지 Nest


육교 밑 자투리 땅에 숨겨진 보금자리

내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뮤지엄 '둥지' 자체가 예술이다.



스트리트뮤지엄 ㅂㅂㅂㅂ벽/역시 뮤지엄 자체가 예술



오윤석 Today of today 2

ㅂㅂㅂㅂ벽 뮤지엄


벽은 가려진 곳, 단절을 의미하는 동시에 무관심의 상징이다. 이런 가려진 평면에 소통의 공간을 들여놓았다. 작은 윈도우는 어린 시절 담벼락 틈새에 머리 박고 들여다보듯 옹기종기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술통 소개자료 중]





놀랍게도 남산한옥마을 속에도 뮤지엄이 있다.



남산한옥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한옥마을을 구경했던 몇년 전,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24시간 개방된다고..

관광객들에게도 꽤 매력적일 곳인데 좀 늦은 시간이어선지 오가는 이들이 거의 없다. 오히려 운치 작렬. 축축한 밤공기 탓에 엔타워의 불빛이 젖어 있다.



스트리트뮤지엄 우물



Narcissus 이병찬

스트리트뮤지엄 우물


스쳐 지날땐 '이런 곳에 저게 뭐지? 우물인가? 귀신 나오겠는걸?....'

이곳은 제대로 보지 않았고, 스트리트뮤지엄 중의 하나란 걸 뒤에서야 알았다.





스트리트뮤지엄 8곳의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B24에서 무료 음료를 준다.



필동 펍충무로 Pub Chungmooro



야행으로 허기가 지면 

오픈뮤지엄의 한 스팟인 펍충무로에서 맥주에 수제 퓨전요리를 곁들여도 좋고

예술통 삼거리의 한식당 필동식食에서 정성스로운 한식 한 상을 받아도 훌륭하다.



예술통 반반식당


면식이라면 반반식당에서 국수반 고기반



필동 예술통 안내지도



필동 예술통 스트리트뮤지엄, 길거리 갤러리는 이런 포스트를 통해 볼 게 아니라 직접 골목을 거닐며 느껴야 한다. 부담스럽지 않고 가까이 있다.

낮엔 답사니 뭐니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듯 했는데, 데이트 야행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명동과 남산 주변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써의 잠재력도 부족하지 않다. 


매주 수, 금요일 오전 오후 2차례 정기 스트리트뮤지엄 투어 프로그램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5인 이상일 경우 별도 신청이 가능하다.


예술통 홈페이지: http://www.yesultong.com/

스트리트뮤지엄 홈페이지: http://www.streetmu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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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예술 야행 주선해주신 권대표님께 감사 말씀 올리고요, 몸소 가이딩해 주신 박동훈대표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예술 뒷골목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