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께서 급호출하십니다.
점심으로 만두를 먹으러 나가자시네요?
'미식가 반열'에 오를 위상은 아니더라도 이름난 맛집들을 두루 섭렵하고 계신 분입니다. 유명한 곳을 또 가나보다 했죠. 하지만 어???
"숙명여대쪽이요"...
택시 기사분께 말씀한 목적지가 영 수상합니다? 숙명여대 주변엔 맛집이라 할만한 곳이 없걸랑요.ㅠㅠ
지하철 역이 있어 오가는 트래픽이 많긴 하지만 여느 역전이나 학교 주변이 그렇듯 맛집 찾긴 힘든 곳이잖아요? 그나마 갈만한 곳은 이자카야 쯔쿠시나 남영동 부대찌개 뒷골목쯤이나 될까요?
쫌 실망입니닷.ㅠ
그렇지만 택시 안에서 말씀을 듣자니 급반색!!!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이 점지한 곳이라고 하네요? 오홋!!
남영동맛집 구복만두
회사 주변이라 종종 스쳐 다닙니다만 이런 곳이 숨겨져 있는 줄 꿈에도 몰랐네요. 외양을 보니 어쩌면 당연합니다. 식당은 작고 번듯하진 않지만 아주 깨끗해요. 20일 전에 바로 옆의 치킨가게로 확장했다더군요.
남영동맛집 구복만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합니다.
약 20분 걸린다는데, 아마도 주문을 받아 바로 조리에 들어가는 모양이지요? 연희동의 오향만두나 천진포자 등 나름 입소문난 만두집들이 그런 식이긴 하더군요.
구복만두 메뉴
더군다나 메뉴엔 '오로지 만두'...
전 개인적으로 이런 집 좋거든요. 일단 전문적으로 보이잖아요? 메뉴에 리스팅된 것 모두를 주문합니다.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군요~
만두가 준비되는 사이 밖에 계신 사장님과 잠시 얘길 나눕니다. 놀랍게도 개업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네요? 급 궁금해집니다.
오랜 세월을 통해 맛에 고집이 생긴 노포도 아닌 곳이 도대체 어떤 비기로 빕구르망에 올랐을까???
미쉐린에서 달아주고 갔다는 인증표식인데 그 명성에 비해 모양새는 다소 초라해 보이는군요.
사장님 말씀으론 사모님께서 중국 한족이시라고.. 200년 장씨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비법을 전수 받은 분이라더군요. 원래 장남에게만 전수된다는데 아마도 땡고집 꽤나 부리신 모양이지요?
생활의 달인 구복만두
그 2년 동안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꽤 난 모양인데 1년 전엔 생활의 달인 (504회)에도 나왔더군요. 찐만두고 아니고 군만두도 아닌 것이 정체성 오묘한 중국식 만두입니다.
후라이팬을 쓰지만 기름이 아니라 물 (빙화수라는데....)로 튀겨요. 이를 수전포라고 한다는데 윗부분은 부드럽고 바닥은 고소할 정도로 노릇하게 익습니다.
구복전통만두
그렇게 구워낸 구복전통만두.....
피는 아주 졸깃하고요, 주재료는 돼지고기인데 냄새가 전혀 없군요. 만만찮은 정성이 깃든 맛입니다.
구복전통만두 가격 5,000원
아이폰으로 대강 찍었더니 이미지가 좀 시원찮은데... 아주 촉촉하고요, 빙화수가 닳아 팬에 달라 붙은 부분들이 달려 나오는데 마치 얇은 누룽지인냥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남영동 구복만두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도 먹어줘야죠?
하나씩 조그마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군요.
남영동 구복만두 샤오롱바오
육즙이 가득하니 요렇게 숟가락에 받쳐 먹어야....
남영동 구복만두 생새우만두/가격은 7,000원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초딩 입맛의 소유자 늙은 몽돌에겐 생새우만두가 가장 낫군요. 새우향이 아주 향긋한데 식감은 일반 만두와 차이가 없네요. 새우가 톡톡 씹혀야 제맛인데 말이죠....
구복전통만두니 샤오롱바오, 그리고 김치만두는 담백한 맛이지만 좀 심심한 편입니다.
남영동맛집 구복만두
생강을 냈는데 왜인지 비로소 알겠더군요.
만두는 우리가 흔히 먹던 것과는 다소 다른 맛의 중국 만두입니다. 제겐 역시 좀 느끼하군요? 생강은 아마도 뒷맛을 개운하게 하는 용도인 듯 싶지요?
식사가 끝나갑니다.
미식을 향한 치열한 열정이 휩쓸고 간 자리는 꽤 난잡하군요.
남영동맛집 구복만두/주차장 당근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왠지, 뭔가 아쉽습니다. 딱 2% 부족한 듯 했는데 왜일까 궁금했더랬죠. 한참을 걸어오는데 불현듯 생각나는게 있지 뭡니까?
'라면'.....
빙고!!! 그 묵직한 중국식 만두의 맛을 입가심할 수 있는 얼큰한 면요리 한 그릇이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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