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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그리고 건축과 디자인 [아난티펜트하우스 해운대 + 부산힐튼]


새로운 호텔을 구경한다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죠. 고객이 호텔에 머물며 경험하게 될 매력들 그리고 호텔이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호텔 곳곳에 새롭게 입힌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이런 것들을 하나씩 찾다보면 마치 어릴적 소풍때 보물찾기하는 느낌이랄까요?


누구보다도 먼저 신상 호텔을 리뷰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특권입니다. 하지만 그 특권이 부실하게 낭비되고 있는 건 아닐까 덜컥 의심이 든 적이 있었는데, 작년 말 다양한 배경의 지인 몇 분과 동행 리뷰를 하고 난 후였어요. 


학수고대하고 있던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이었는데, 놀랍게도 동행했던 분들은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궤뚫어 보시더군요? 고상한 뭔가를 봐도 그 진가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는 막눈의 소유자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거죠. 늙은 몽돌이 아는 건 기껏해야 호텔 운영부문의 일부입니다.



오늘은 흔히 볼 수 없는 주제를 다룹니다. 호텔리어와 호텔 건축가,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상업시설 MD Coordinator가 뭉쳤거든요. 부산힐튼과 아난티코브를 1박 2일 동행 리뷰했고, 당시 오갔던 이슈에 대해 다시 얘기해 볼까 해요. 호텔리어의 눈높이로 보는 호텔 건축과 인테리어 이야기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분야의 얘기들이죠? 꽤 흥미롭습니다. 




봉쥬르


늙은몽돌: 오늘 모신 분들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자타칭 저명 인사들이죠? 반갑습니다. 인사 부탁드릴까요?


권희정대표: 상업시설 ‘MD Coordinator’ 권희정입니다. 저는 상업시설을 개발할 때 그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컨셉을 제안하고 상업시설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합니다. 필요시 프로세스 진행과정의 전문가를 섭외하고 그들과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과거 애경, GS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수원역사 AK몰, 건대스타시티, 신림동 포도몰, 사당동 파스텔시티,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등이 있습니다. 최근 마무리한 프로젝트는 문정동 송파 아이파크 하부 상업시설인데 기획 단계부터 약 2년 간 진행했으며 테넌트 유치 업무까지 마무리하였습니다.





류근수대표: 봉쥬르. 한국, 프랑스, 포르투갈에서 여러 건축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구치소, 호텔같은 숙박시설 사업에 많이 참여했네요. 그런 경험을 살려 건축 설계와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이희정지사장: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0년의 홍콩 생활을 정리하고 올 8월에 HBA (Hirsch Bedner Associates) International Korea 지사장으로 부임한 이희정입니다. 린다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HBA는 Hospitality Design계에서 52년 동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글로벌 회사입니다. 호텔 인테리어를 넘어서, 카지노, 리조트, 레지덴셜 등 럭셔리 하이엔드 디자인은 물론, 부티크 라이프 스타일 호텔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트, 조명, 그래픽,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 전반에 관련된 많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늙은몽돌: 세 분 반갑습니다. 아난티코브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의 리뷰를 도와주셨던 박태일 이사님께서도 함께 하셨죠? 안녕하세요?


박태일이사: 안녕하세요? 에머슨퍼시픽 박태일입니다. 유명한 분들과의 토크라 살짝 긴장이 되는데요? 알다시피 에머슨퍼시픽은 아난티코브와 힐튼부산뿐만 아니라 아난티클럽 서울과 힐튼 남해리조트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원관리뿐만 아니라 고객관리를 맡고 있는 제겐 모두 소중한 고객이죠.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늙은몽돌: 이 자리를 빌어 박이사님께 감사 말씀 먼저 드립니다. 저희 동행 리뷰를 위해 일부러 부산으로 내려와 주시기도 했는데, 혹 저희 리뷰 부탁이 좀 부담스럽지 않으셨나요?


박태일이사: 아난티코브는 수년에 걸친 고민의 결과물이자 대표이사 이하 모든 직원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리뷰가 아난티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동행


늙은몽돌: 하루 투숙하며 호텔을 함께 구경했는데 이런 동행 리뷰 어떤가요? 설마 저 혼자 흥미로워하는 건 아니겠죠?


권희정대표: 큰 카테고리 안에서 호텔은 상업시설의 주요시설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분들과 같이 의견을 나누며 볼 수 있었던 건 저에게 아주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상업시설 개발에 있어서도 건축 및 디자이너와의 코웍은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이고 상품을 만드는 일에서 디자인 분야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죠. 상품에 어떤 옷을 입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부분 외에도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운영에 대한 것입니다. 상업시설이나 호텔사업 모두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과 디자인으로 결과물을 잘 포장해도 운영주체가 부실하거나 부재하면 그 건물은 살아 움직일 수 없는 구조를 띄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상업시설은 호텔 운영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늘 생각해 오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호텔운영에 관련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류근수대표: 좋죠. 보통 동종업계 사람들과어 울리면서 늘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하게 되죠. 다른 분야 사람들과 여행을 하며 한 대상을 바라보는 것, 그중에 많이 배웠습니다. 거기다가 맛난 술까지 있으면야…





늙은몽돌: 흠... 건축과 디자인, 호텔 그리고 예술과 인생을 논하는 자리에 술이 빠지면 안돼죠. 린다님?


이희정지사장: 저도 술 좋아합니다 (하하). 호텔 디자인만 늘 생각하던 저도 다른 시각의 질문이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듯 합니다. 혼자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가는 의견을 나누다보면 다음에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될 듯 합니다. 이번 동행에 많은 기대가 되긴 했습니다.


아난티코브와 힐튼부산


늙은몽돌: 아난티코브와 부산힐튼은 한마디로 서프라이징했어요. 그 규모나 시설 수준으로 보면 부산의 랜드마크 리조트로 자리매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이더군요. 부산힐튼은 왠만한 럭셔리 스케일 호텔보다 훨씬 나은 듯 했습니다. 박이사님, 고객들 반응은 어떤가요?


박태일이사: 아주 뜨겁습니다. 외국의 리조트에 온 것 같다는 평도 많은데요, 그동안 국내 기성 시설들이 ‘낯섬’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객은 모순이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그러했습니다. 가깝지만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곳, 완벽한 휴식을 취하기에 딱 맞는 고요함, 하지만 적당한 소음은 필요한 곳.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연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기획한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난티라는 브랜드가 생활의 플랫폼으로 확대 발전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늙은몽돌: 대표님들께선 어떻게 보셨나요? 아마도 제 막눈으로 본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류근수대표: 제가 건축을 하지만 이 사업은 건축의 스케일로 봐서는 더 큰, 혹은 더 작은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놓치면 안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같이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아난티클럽 청담을 보고 해운대를 가보니 에머슨이 그리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큰 그림에 걸맞은, 사업구조에 방점이 되는, 정말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에머슨퍼시픽에 중요한 것은 규모거든요. 


바라건대 다음에는 비회원제 최고급 관광호텔로 한국형 환대산업 시설의 전형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아주 작은 규모로 좀 더디테일에 신경을 써서 말이죠. 중앙 광장에서 보는 겉모습은 확실한 인상을 주지만 그런 디테일한 부분이 아쉽기는 해요. 사진빨이 실구매로 이어지려면 시각도 중요하지만 촉각도 중요하잖아요? 앞으로 그런 디테일에 어떤 값어치를 두고 어떻게 다루느냐에 아난티의 가능성이 있고, 또 그걸 우린 지켜 봐야겠죠.


늙은몽돌: 전 미쳐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대표님께서 짚어주셨군요.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컨셉과 아난티코브의 규모를 보면 에머슨퍼시픽이 꿈꾸는 바가 이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군요? 제겐 오히려 한 사이트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호텔과 폐쇄적인 회원 전용 프리미엄 콘도, 그리고 아난티타운이라는 몰이 믹싱된 개념이 흥미롭더군요. 아난티코브가 성공한다면 아마도 동일한 컨셉의 프로젝트가 추가로 시도될 듯 싶었어요.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이희정지사장: 그 엄청난 규모가 놀랍더군요. 긴 조깅코스를 넣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지 규모가 커서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전문 건축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매스와 과감함 곡선의 사용은 크게 와 닿았습니다. 내부 인테리어 또한 단순해 보이지만, 그 나름의 디테일과 하이라이트가 잘 살려져 있어서 ‘럭셔리’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다만 이미 봤던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비슷한 디자인을 채용한 탓에 처음 받았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순 없었죠. 


개인적으로 아난티와 힐튼 모두 중후한 색감과 오렌지 칼라의 대비는 따뜻하면서 깊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난티 쪽 야외 수영장의 경우는 규모에 비해 다소 작아 보여서, 우리가 머물렀던 날도 꽤나 복잡해 보이더군요. 다른 시설에 비해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호텔 쪽 야외수영장과 카바나입니다. 바다를 바로 바라보면서 수영장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면, 이젠 해외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난티타운에 대해서는 권희정 대표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지만, 리테일 공간이 전체 프로젝트 안에 같이 들어와 있음으로 해서, 휴양과 엔터테인먼트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의 성격을 띕니다. 또하나의 복합리조트 개발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소비의 중심에 서 있는 밀레니얼들의 문화 소비행태를 보면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그들의 발길을 돌리도록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늙은몽돌: 린다님의 생각은 저와 비슷하군요. 어떻습니까? 상업시설 MD Coordinator이신 권대표님께서는 아난티코브의 다른 면들이 눈에 들어왔을 듯 보이는데...


권희정대표: 저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상업시설을 물리적으로 구분하여 계획한 아난티타운에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상업시설의 일부에 속하는 호텔이 아니라 호텔에서의 상업시설이라는 접근이 우선 신선하더군요. 관광관련 석/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제게 ‘호텔은 또다른 접근이 가능한 상업시설이다’라고 늘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한창 호텔 관련 스타디를 했던 당시 서울시내 호텔들의 운영현황을 들여다 보았을 때 부대시설의 매출이 호텔 수익 측면에서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텔 내 상업시설에 대한 잠재력에 대해 생각했었죠. 당시 서울시내 전체의 호텔내 객실과 부대시설의 수익은 거의 비숫한 수준이었으나 호텔 등급별로 차이가 있더군요. 5성의 경우 부대시설 매출이 객실 매출의 약 140% 수준이었고, 4성 호텔의 경우 객실의 50%, 3성의 경우 20% 정도로 미미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부대시설 매출은 호텔 등급이 높을수록 그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호텔산업에서 부대시설의 현황을 좀더 치밀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아난티타운을 보며 잠시 잊고 있던 호텔내 부대시설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난티타운은 팬트하우스와 프라이빗 레지던스의 회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100% 오픈되는 공간으로 리조트나 호텔 이용객들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며, 가능한 많은 트래픽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시설이더군요. 회원들에게는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휴식에서 재미난 거리들을 제공하고, 일반인들과 섞여 그 즐거움이 더 커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좀더 특별하고 재미난 거리로 그들의 트래픽을 최대한 유도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개발자는 이런 과제를 물리적인 공간 구획과 컨셉개발, 그리고 경쟁력있는 테넌트 믹스를 통해 시설의 차별화와 수익을 조율하면서 그 고민을 풀었던 같습니다. 단순하게 호텔이나 리조트 부대시설로 취급될 부분을 호텔건물에서 분리하여 독특한 컨셉으로 개발한 타운 컨셉의 상업존 아난티타운에 어떤 경쟁력있는 테넌트들이 들어설지, 어떤 운영의 묘로 필살리기를 할지 기대가 큽니다.


디자인컨셉


늙은몽돌: 힐튼 부산의 객실은 투숙했던 아난티 프라이빗 레지던스와 비슷한 디자인컨셉을 띄고 있더군요?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성향 탓인지 디테일에 세심하지 않은 반면 고상한 간결함을 발산합니다. 그게 의도된 건지 아니면 호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군요?


류근수대표: 환대산업시설은 기획, 설계, 시공 그리고 운영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시설은 주택과 같아서 팀원 각각이 이런 시설을 이용해 본 체험, 공유하는 철학이 대단히 중요하죠. 조금이라도 부족한 팀원이 있으면 결과에 바로 표가 납니다. 아난티에서도 손스침, 독서등, 수건걸이 등 소소하지만 바로 몸에 베기는 것들이죠. 이런 부족함은 호텔의 개발/운영 형태가 체인이든 리퍼럴이든 독립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딱 이 경우는 아니지만 사실 호텔사업을 국내 대형 설계회사에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있어요.


이희정지사장: 사실 우리같이 객실을 두루 둘러보지 않는 이상 고객은 그런 디테일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Typical, Suite, E-Suite, P-suite 정도로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구분을 주거나 혹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마감이나 가구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며 다양성을 추가하죠. 그런 측면에서는 약간 단순해 보이는 면이 있긴 합니다.


아난티 프라이빗 레지던스의 경우는 멤버쉽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 색상이나 마감이 좀 더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하이라이트된 침대옆 펜턴트 디자인이나 가구 디테일들은 훌륭해 보이는 것들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그런 디테일들이 좀 더 나타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권희정대표: 아난티에서 건축은 엄청난 비중으로 느껴졌고 꽤 잘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아난티 건축에는 힘이 있고 강한 메세지를 느낍니다. 메스도 있고 디테일도 있으며, 힘을 줄 때는 강하게, 그리고 필요없는 곳에선 완전 힘을 뺀 듯한 리드미컬한 전개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또하나 맘에 든 포인트는 컬러매칭입니다. 고고한 듯한 보라빛이 감도는 다크브라운과 발랄 세련된 오랜지. 아난티란 단어를 생각하면 이 컬러 조합이 같이 연상될 만큼 참 좋은 느낌을 받는 부분입니다.


저에게 아난티건축은 단조롭지만 디테일이 있어 세련되고, 강약이 있어 편안하고, 컬러가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그런 건축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아난티서울과 부산에서 같은 느낌의 건축물로 느낀다는 건 아난티 identity를 건축적인 면에서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네요.


늙은몽돌: 흥미롭습니다. 세 분은 그 단순함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하시는군요. 아마도 세 분 관점과 종사하고 계신 분야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지요? 전 그 유사함이 혹여 감동을 상쇄하는 익숙함이나 식상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우려한 적이 있었는데 긍정적인 아이덴터티로 해석하시는 권대표님의 견해도 신선합니다. 


현재


늙은몽돌: 최근엔 우후죽순, 새로운 호텔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하지만 건축이나 디자인 부문에서 옛날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은데 역시 문외한의 막눈 탓이겠죠?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호텔들의 디자인 그리고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류근수대표: 한국 호텔 디자인의 수준을 외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봐요. 굳이 비교하자면 서유럽, 미국, 일본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텔 건축업 수준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높고 세련되죠. 그들만이 가진 시장, 손님맞이 문화가 산업에 섞이고 그걸 유기적/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하지 GDP같이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뭉뚱그려 말하면 디자인의 수준은 대중의 수준입니다. 저도 외국 회사에서 한국 일을 했었지만 외국 회사를 고용한다고 디자인 수준이 높아지고 호텔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잠시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죠. 쉽게 말하면 그릇도 이뻐야 하고 담은 음식도 이뻐야 하고 식당도 이뻐야 하며 서비스를 주고 받는 사람의 맘가짐도 이뻐야 이쁜거죠. 예를들어 맛은 없는데 그릇만 이쁘면 한 철장사 밖에 못합니다. 외국 회사를 고용한다고 그냥 호텔 디자인의 수준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남과 다를 확률이 높아지기는 하겠죠.


이희정지사장: 우리나라는 인테리어 부분보다는 건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소위 말하는 스타 건축가분들도 꽤 있고, 해외 건축가들과의 컴페티션에서 좋을 성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인테리어 부분 특히 호텔 디자인, 더 나아가서는 럭셔리 호텔 디자인 부분은 많이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테리어의 경우 컨셉 및 기획 디자인은 대부분 외국 회사에서, 실시를 국내에서 진행하는 형태가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사고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외국 회사의 경우 컨셉 설정의 단계에서부터 많은 리서치와 논리적인 디자인 사고를 가지고 접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리서치는 인터넷이나 정보 문화의 발달로 어느 정도 진행을 하긴 하지만, 논리적 사고에 의한 디자인 컨셉 설정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죠. 


또한 디자인 컨셉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HBA같은 회사는 운영과 결부되는 디자인을 합니다. 우린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부문과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를 협의하면서 디자인 컨셉 뿐만이 아니라, 운영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가 협의 과정에서 도출되기도 하죠. 이러한 오랜 경험들은 글로벌 운영사들로 하여금 우리같은 호텔 전문 디자인 컨설턴터를 의지하고 협의할 수 있는 디자인 파트너로 인식하게끔 만듭니다. 호텔 디자인은 인테리어 디자인의 꽃이라고 할 만큼 복잡하고 유연한 사고가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호텔 디자인은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늙은몽돌: 류대표님과 린다님께선 각기 다른 분야를 언급하셨지만 비슷한 한계를 지적하시는 듯 보이는군요. 종종 얘길 나눴습니다만 우리나라 호텔산업은 이제서야 막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류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그 대중의 수준이란 것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천천히 시나브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요. 권대표님껜 다소 익숙하지 않은 질문일 수도 있겠군요?


권희정대표: 한창 한국에 관광객이 급증하는 반면 호텔이 엄청 부족하다며 그 수를 늘리는데만 너무 집중한건 아닐까요? 최근에 공실로 고민들이지만요. 공급에만 포커스가 맞춰졌지 질적인 평가를 받는 호텔 프로젝트는 제 머리 속에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 시장에서 에머슨퍼시픽은 상당히 경쟁력있는 전략을 잘 선택하고 실행한 것 같습니다.


운영과 디자인


늙은몽돌: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은 결국 호텔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봐요. 공간 배치나 동선 등은 호텔의 서비스나 오퍼레이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호텔의 서비스 퀄러티에 반영되죠. 잘못된 디자인은 호텔의 경쟁력을 훼손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호텔을 짓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운영이나 기능적 효율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더러 있거든요. 그럴땐 욕 나오죠.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거죠?


권희정대표: ㅎㅎ욕하시면 안되죠. 상업시설도 똑같습니다. 운영을 배제한 디자인은 그림에 불과합니다. 호텔도 그렇겠지만 보이지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상업시설의 경우는 고객, 테넌트, 물류 크게 3가지 동선이 교차합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고객동선만 인식되지만 보이지 않는 테넌트들의 동선과 물류 동선 등을 알아야 해당 프로젝트의 건물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수 있겠죠.





말씀하신 사례들은 상업시설 개발과정에서 수도 없이 봐왔고 시정하지만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반복되는 일입니다. 대형 쇼핑몰의 경우 지하로 화물트럭이 내려가야 하는데 램프의 폭과 높이가 부족하다던지, 기둥들을 고려하지않고 동선을 낸다든지, 음식점을 유치해야 하는데 배기설비 시스템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팀 구성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들을 코디네이트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유사 프로젝트를 경험했던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구요. 운영사와의 코웍 또한 중요한 포인트인 듯 합니다. 이런 건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 같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류근수대표: 그것은 일반인들이 가지는 오해입니다. 건축가는 스스로를 창녀라고 합니다. 고객이 돈만 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건축가이죠. 그 말은 좋은 건축주를 만나면 좋은 건축이 나오고 나쁜 건축가도 좋은 건축가가 됩니다. 전 문제가 건축주에게도 있다고 봐요.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모릅니다. 그러니 제대로 시킬 줄도 모르는 거죠. 그런 건축주와 일하면 결과물도 뻔합니다. 만약 아난티가 성공이라면 그건 건축주의 몫이 커요.


이희정지사장: 앞서 잠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러한 부분들은 디자이너가 충분히 운영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디자인을 했거나, 운영 파트와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형 호텔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뿐만아니라, 디벨로퍼, 오퍼레이터, 건축 및 그에 따른 전기 및 기계 설비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가 이루어 져야 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항상 오류를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개인적으로 우리는 순수 예술가라기 보다는 상업 디자이너라고 (Commercial Designer)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이윤 추구를 도울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디자이너라는 입장에서 물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고 싶은 욕구를 항상 있지만, 본인만의 아름다움이 운영상의 문제를 야기한다면 아마도 그 부분은 잘못된 디자인이겠죠. 이러한 디자인 오류를 볼 때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러한 부분은 제 자신에게도 항상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오너, 건축가, 디자이너


늙은몽돌: 만들어진 결과물을 이용하는 호텔리어와 MD 코디네이터의 시각과 그 결과물을 창조해내는 건축가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입장 차이는 좀 분명해 보이는군요? 건축주의 가치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겠지만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역량이 작용한다고 봐요. 


그동안 호텔들 리뷰를 해오면서 저도 가끔 경험하는 경우인데요, 린넨 등을 보관할 펜트리가 누락된 호텔도 봤고 직원/업무용 엘리베이트가 생략된 호텔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외국 기사를 보니 레스토랑을 짓긴 했는데 실수로 주방을 빠트린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네요?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자질이나 능력 문제에도 기인할텐데, 유능한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단계에서 이런 부분들을 철저히 고려해 결과물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





류근수대표: 건축주나 발주처에 속해서 사업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외국 호텔 업체가 디자인 매뉴얼을 제시해도 국내 설계사가 그걸 무시하거나 간과하면 그런 사건이 터지겠죠. 외국에도 미국을 제외하면 어떤 특정 건축 유형의 전문 건축가, 건축회사는 많지 않아요. 그 말은 건축가는 모든 건축 유형을 다 설계하는 직능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사업 실적을 따지죠. 왜냐하면 건축주 스스로가 사업 자체를 몰라서 그런 부분이 있어요. 건축주가 건축 사업만이 아니라 환대산업에 대한 본질을 모르는거죠


이희정지사장: 저는 지금 이런 부분을 한창 하고 있어서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호텔의 경우는 크게 두가지 성격의 공간으로 나누죠. 손님들이 서비스를 받는 공간인 FOH (Front of House), 손님들의 서비스를 위해 호텔리어들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서비스 동선 공간 BOH (Back of House)가 있죠. 말씀 하신 부분들은 BOH에 해당하는 공간들로 이런 부분들은 대부분 건축쪽에서 담당하고, 호텔 운영사가 있을 경우는 호텔 운영사 측에서 검토 및 의견을 주면서 작업을 진행을 하는 형식이긴 합니다. 


보통 인테리어 디자인사의 경우는 FOH 디자인을 위주로 하지, BOH는 보통 잘 모르거나, FOH와 BOH가 만나는 오픈키친 정도만 협의나 디자인에 관여를 하긴 하죠. 하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는 클라이언트가 이런 부분에서도 아주 세심하게 신경써서, 의도치 않았지만, 저희가 이러한 부분에 다른 컨설턴트들과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이 느끼지만, 이러한 부분일수록 운영 노하우나 필요한 공간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여러가지 오류가 생겨요. 따라서, BOH 의 경우 운영 부문의 가이드라인이 건축가나 디자이너에게 잘 전달되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영쪽 가이드라인이 없을 경우는 경험있는 디자이너나 건축과들과 작업을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도 호텔 디자인은 앞에서나 뒤에서나 한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서요, 전체적인 팀웍이 제일 중요한 작업인 듯 합니다.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권희정대표: 제 경우 국내외 많은 설계 및 디자인 회사와 코웍을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으로 회사마다 스팩과 경험치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상업시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설계 디자이너에게는 거꾸로 많은 가르침을 받는 반면 경험이 없는 회사와 일을 하게 되면 매일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데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는거죠. 디자이너의 화려한 이력에 숨어있는 전문가적 자질을 발견하고 그런 회사를 선택하는 일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 수행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


늙은몽돌: 분야는 약간씩 다르지만 세 분 모두 코디네이터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하시는군요. 전 문외한입니다만 호텔 건축과 디자인이란 게 워낙 방대한 분야이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해야 하므로 여러 견해들을 취합하고 입장차를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오너나 디벨로퍼의 투자 성향이나 예산 등의 이슈가 건축가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겠죠? 짐작입니다만 이런 일은 허다하게 발생할 듯 싶은데.


권희정대표: 제 짧은 경험으로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오너의 성향과 자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때 오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오너의 철학과 목표가 어디있느냐가 곧 그 프로젝트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류근수대표: 글쎄요. 그걸 막을 수는 없겠죠. 예산은 절대적으로 존중해야죠. 그래서 다들 돈많고 좋은 건축주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희귀해요. 그런 면에서 아난티 설계회사는 복받았죠.


투자 성향보다는 개인 취향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죠. 달리 말하면 전 국내 한 자동차 회사가 추진했던 ‘플루이틱스컬프쳐’가 좋았습니다. 세련된 맛은 없었지만 뭔가 스스로 해보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너가 참을성이 없어요. 계약직 사장들도 임기내에 뭔가를 내야 하는 조급함이 있고 그러다보니 더 연마하지 못하고 ‘벤비아믹스’로 되돌아갑니다 (센터페시아 위는 벤츠, 중간은  BMW, 아래는 아우디). 재벌 일가가 이끄는 환대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켜 보지를 못해요. 쉽게 베끼는 거죠. 둘러본 몇몇 호텔에는 오너만이 아니라 총지배인까지 호작질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건축가, 디자이너가 설자리가 없습니다.





이희정지사장: 이런 사항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일입니다. 예산이 충분하다고 다 되는것도 아니라, 오너들의 고집을 꺾는다고 다 잘된 디자인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에 오너 자신의 색깔을 담고 싶어하는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무한 예산에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디자이너로서는 최고의 프로젝트가 되겠죠. 미들이스트 쪽에는 그러한 프로젝트들이 많다고는 합니다. 그래서, 늘 두바이나 유럽쪽 오피스들이 좀 더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 입장은 Listen to the Client & Operator 입니다. 거기서 부터 어떤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가 가늠되기도 하죠, 오너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간다는 입장은 아니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디자이너가 여러가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거죠. 제일 힘든 경우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호텔’, ‘유니크한 호텔’과 같은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에 집착할 경우입니다. 어느정도 가장 좋은지, 어떻게 가장 좋은지, 어떻게 유니크한지 등등의 여러가지 부가적인 방향성이 나와야 저희가 ‘ 왜(Why & Reason)’라는 것과 함께 덧붙여서 보다 논리적인 접근을 디자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 디자인에 있어서 ‘왜’는 너무나도 중요한 디자인 시작점입니다.


저변


늙은몽돌: 알다시피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저변은 꽤 취약해 보입니다. 최근 공급 폭증에 맞물려 비로소 성장 초입에 진입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에요. 아마도 국내 호텔 건축이나 디자인 역시 비슷한 상황이겠죠?


류근수대표: 최근에 와이어드 호텔, 무지호텔, 퍼블릭 호텔 소식을 들으면서 저 사람들은 참 다양하게 호텔을 개발한다란 생각을 합니다. 그 배경에는 지금 시장을 정확히 읽는 눈과 함께 앞을 내다보는 눈도 있어야 해요. 지금까지 비지니스호텔, 체인호텔, 재벌호텔이 이끌고 있는 한국시장은 변하고 있고 그렇다면 그 시장을 따라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디자인은 당연히 따라갈 겁니다.


이희정지사장: 비즈니스급 세그먼트는 단기간에 많은 물량들이 공급되었지만 좋은 퀄리티의 호텔들이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아온 호텔카푸치노, 핸드픽트호텔, 신신호텔, 글래드 라이브, 호텔 28 등 소형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고 봐요. 요즘에서야 라이프스타일 호텔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져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위 예들은 그러한 논의가 있기 전부터 해외 사례들을 충분히 벤치마킹해서 잘 표현해 낸 호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는 이러한 호텔들의 부족한 부분에 토를 달기도 합니다. 장점 만큼이나 단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꽤 선전하고 있다고 보고요, 그들의 새로운 것을 향한 시도는 인정받아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개선


늙은몽돌: 우리나라 호텔의 건축, 디자인 저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류근수대표: 디벨로퍼와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고 건축주, 총지배인 그리고 건축가/디자이너는 서로를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도 더 성숙해져야 하겠죠. 너무 많은 걸 원하나요?  그런데 이 일이 그렇잖아요? 


한편,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건축회사도 디자인 수준이 올라가려면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선후배 사이에서 경험이 전달되어야 하죠. 하지만 환대산업처럼 시장에 민감한 분야는 그런 노동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겠죠. 시장이 작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노력을 해야죠. 그 중에 하나만요? 건축주의 수준이 높아야 하죠.



이미지 by 류근수대표



이희정지사장: 건축을 포함, 디자인이라는 부분은 아이디어와 경험의 싸움인 듯 합니다. 많은 토론과 협의의 장이 있으면 좋을 듯 합니다. 저 역시 한때 호텔 디자인관련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퍼블릭한 기회가 많으면 많을 수록 고민의 대한 방법이나 해결책들이 좀 더 보편화 되기도 할 듯 하고요. 그러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듯 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충분한 시간과 합리적인 예산의 편성이 더 잘 된다면 좀 더 성숙한 디자인들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저희는 해외사라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국내 디자인사의 경우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라이언트쪽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권희정대표: 전 어쩔수 없이 상업시설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호텔내 상업시설의 잠재력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기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향


늙은몽돌: 디자인이 곧 호텔의 매력 자체인 경우도 있잖아요? 지금 상황은 다소 바뀌고 있지만 부티크 혹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란 게 곧 유니크한 디자인의 호텔로 해석된 때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호텔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류근수대표: 음… 작게든 크게든 지역문화를 점점 중시하게될 것 같아요. 전 지금 한국에서 부티크니 라이프스타일이니 하는 라벨들은 말 그대로 딱지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봐요. 다들 외국서 베끼고 섞어서 포장을 하는데 이제는 한국만이, 서울만이, 성북구만이, 성북동만이,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담은 시설이 나와야죠. 정책과도 맞아요. 도시재생말이죠. 그리고 기획에서 설계, 운영을 함께 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꺼예요. 총체적이어야 하는 산업의 특성이 그런 경향을 부를 꺼예요.

 

이미지 by 권희정대표



이희정지사장: 저는 항상 이 부티크와 라이프스타일의 정의에 대해서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좀 더 라이프스타일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이 유니크하다는 생각은 명확하게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같군요. 라이프스타일은 개개인이 다 달라서 그야말로 그 어느 하나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없잖아요. 아마도 그러한 면에서는 유니크한 게 맞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임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호텔의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만큼이나 다양할 순 없지만 그러한 다양성이 잘 표현된다면 유니크한 호텔이 되긴 하겠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티크는 보다 비주얼적인 면에 중점을 둔다면,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비주얼이 될 수도 있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 봐요. 앞으로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어떤 experience를 줄 것인가가 중점이 될 듯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는 것은 소형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넘어서 호텔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현재는 소형호텔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호텔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럭셔리 호텔들도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권희정대표: 글쎄요. 큰 방향에서 자연친화 등 환경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반면 로봇이나 아이티의 발전이 계속 적용되겠죠? 그리고 개발시장 자체가 복합화/다양화되면서 특별한 것과의 콜라보 등의 노력들이 차별화나 경쟁력을 위해 계속되지 않을까요?



늙은몽돌: 인터뷰는 꽤 흥미진진했는데 논의된 내용들의 무게는 만만치 않군요? 한정된 지면에 충분히 담아낼 수 없어 안타까습니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깊은 수준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바쁘신 와중에 참석하셔서 소중한 의견 개진해 주신 네 분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곧 다음 동행 리뷰 준비해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본 인터뷰는 호텔아비아 2017. 08월 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늙은 호텔리어의 허심탄회 토크]

호텔 그리고 건축과 디자인


권희정 포트락 대표

류근수 루트 디자인 파트너스 대표

박태일 에머슨퍼시픽 이사

이희정 HBA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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