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년 전만 해도 전 우물안 개구리나 진배없었더랬죠. 대형 호텔에 근무한답시고 세상이 변해가는 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동안 관심 있었던 것들을 배우며 느낀 바를 글로 옮기기 시작했죠. 급기야 가당치도 않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애당초 그런 걸 원했던 건 아니었어요.
여하튼,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시건방을 떨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절실히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한참 부족하구나!
제 9회 토크콘서트는 이비스버젯 동대문에서 열렸습니다.
황보총지배인님을 비롯해 호텔리어들이 도시양봉을 통해 벌을 쳤고, 마침내 채밀을 하게 되었거든요. 도시양봉에 대해 들어보고 벌꿀을 직접 따보는 흥미로운 행사.
우리나라 호텔의 도시양봉은 상도동 동네호텔 핸드픽트에서 처음 시도 (드디어 꿀 따는 날! 꿀벌 호텔 핸드픽트 + 어반비즈 신통방통 채밀 행사) 했고요, 올해 두번째 호텔이 탄생한겁니다. 당연히 핸드픽트의 김성호 대표께서도 참석하셔서 취지에 대한 말씀도 나누셨고, 올해 처음 호텔의 옥상에서 허브와 상추를 기르며 도시영농을 선보인 글래드 여의도의 서승훈 총지배인께서도 참석해 그 의미에 대한 의견도 나눠 주셨어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이들 젊은 호텔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는데요, 서승훈 총지배인의 행사장 독사진은 뒷모습만 찍혔군요? 4차 술자리의 것을 겨우 건졌네요.....ㅠ 좌측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호텔의 신진 호프, 그리고 오른편은 중부대학교에서 예비호텔리어를 양성하고 계신 김건교수님. 워낙 술들을 많이 하셔서.....
[본문 이미지 중 낙관이 없는 것들은 주로 슬리피판다 양광복 이사님 외 지인들의 것을 빌려왔습니다]
2.
전 원래 내성적입니다. 새롭게 얽히는 인연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이에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불편한 자리들을 마다치 않았던 이유는 스스로에게 떳떳했기 때문도 아니었어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그런 자리를 통해 제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배우고, 그리고 자극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 제게 훌륭한 호텔리어의 조건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저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그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 있어선 저뿐만 아니라 우리 호텔리어들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보수적이거든요. 이런 얘기가 오가는 기회는 좀처럼 없습니다.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동대문의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혹 모르니 옷이랑 잘 챙겨 입고요, 귀요미도 합류했어요. 핸드픽트 김성호대표님의 주니어입니다.ㅎ
아코르의 Planet 21과 도시양봉에 대해 빈센트 릴레이 아코르호텔 한국 운영총괄 부사장께서 발표를 하셨고, 꿀벌들이 공들여 모은 꿀, 벌통의 벌집을 채집해 오셨어요.
3.
하지만 호텔리어가 왜 좋은지, 훌륭한 호텔리어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저 역시 어쩌다보니 호텔리어가 되었더군요.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호텔리어란 직업에 대해 크게 만족하거나 실망한 적도 없었는데, 주로 백오피스에 근무해왔던 탓일 수도 있습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직장 생활을 영위해 왔지만 그럼에도 주구장창 호텔리어 25년 생활이 간단한 건 아니잖아요? 호텔리어로써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꼽을 수 있는데 어쩌면 늙은 몽돌의 젊은 시절, 누군가가 제게 '얘기해 줬었다면' 하고 아쉽게 느끼는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항상 공부할 것
업계 동향과 트랜드에 관심을 가질 것
인맥을 소중히 할 것
전 나름 열심히 공부했지만 오로지 제가 맡은 업무에 관계된 것이었어요. 우물안 호텔리어로써 산업 동향엔 관심도 없었고, 어설픈 자신감 그리고 그 부정적인 늬앙스 탓이었던지 인맥은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다랄까요?
위의 것들은 따지고보면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직업과 일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들이니까요.
벌집의 밀납을 벗겨내고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100% 자연산 꿀이 나옵니다.
채밀 행사를 주관하신 분은 최근 유명세를 타고 계신 박진 어반비즈 대표님이시고요... 중늙은 미녀 호텔리어 삼총사도 등장하셨군요?
4.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뭔가를 공부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극이요 위안이기도 해요. 업계 동향과 트랜드에 대한 관심은 시야를 폭넓게 만들죠. 그렇게 만들어진 넓은 시야는 훌륭한 커리어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호텔리어로써 몇 년 살면 대부분 느끼게 되죠. 우리나라 호텔업계는 정말 좁습니다. 한 두 사람만 거치면 우리나라 대부분 호텔의 호텔리어들을 알 수 있을 정도잖아요? 더군다나 이직은 몰라보게 흔해졌어요. 저 역시 reference call을 더러 받는데, 부정적인 언급을 가급적 삼가한다지만 표현 하나에도 묻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인맥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따지고보면 거창한 게 아닙니다. 가장 먼저 동료 호텔리어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야 하는데 그 출발은 자신이 맡은 직무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젊은 호텔리어들에게 '폭넓은 인맥'에 대해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을 알면 배우는 게 많을 뿐더러 필요할 때 중요한 도움을 주고 받을 수도 있잖아요?
아울러, 경쟁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를 덩달아 경쟁자 취급하는 건 매우 어리섞은 일이에요. 그들도 따지고 보면 동업자요,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상사나 동료 직원으로 다시 얽히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까요.
2부 행사도 흥미로웠어요.
필동 예술통, 스트리트뮤지엄 예술 야행 (뒷골목 예술 야행! 스트리트뮤지엄 필동 예술통)으로 필동의 예술통과 스트리트뮤지엄의 밤 그리고 예술을 감상했더랬죠.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하셨어요. 예술통의 나유미 매니저께서 가이딩을 해 주셨고요, 예술통의 머슴이자 스트리트뮤지엄의 대표이신 박동훈 대표님과도 마지막에 잠시 인사를 나눴습니다.
예술통 펍충무로에서의 뒷풀이.
만남은 3차, 4차까지 이어졌습니다만 늦은 시간임에도 귀가할 생각들을 않으시는군요.
그동안 쌓아 두었던 얘기들이 많았나 본데, 주된 관심사는 당연히 호텔입니다. 곳곳에서 흥미로운 얘기들이 오갑니다.
5.
옛날 한 때, 저보다 더 늙은 호텔리어께서 자주 하시던 공자의 말씀입니다. 삼인행 필유아사언 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 반드시 스승이 있다'라는 의미라는데, 인용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배우고 성장하려 한다면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만 호텔리어들이 공식적으로 만나 인사하고 의견을 나누며 배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모임은 많지 않아요. 그마저도 직위나 경력 등 자격을 따지죠. 관심이 많아도 참석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매월 열리는 호텔아비아 토크콘서트는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 호텔리어들의 모임이에요. 매우 느슨하고 자유롭습니다. 예비 호텔리어도, 젊은 호텔리어 그리고 저처럼 늙은 호텔리어도, 그리고 호텔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어요. 수익을 추구하는 모임도 아닙니다.
누구나 환영받아요. 우리나라 대표 호텔들을 이끌고 있는 총지배인들뿐만 아니라 호텔 디벨로퍼나 마케팅,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학교에서 예비호텔리어들 양성하고 계신 교수님들도 참석합니다. 호텔의 다양한 분야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도 있고, 호텔 투어를 통해 핫트랜드를 직접 느낄 수도 있으며, 세미나를 통해 궁금했던 부분들을 배울 수도 있어요.
채밀한 벌꿀은 판매합니다. 비누로도 만들어서 판매하고요. 수익금 전액은 좋은 일에 사용되도록 기부한다고 하네요?
개인적인 욕심을 숨기고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아니지만 왠지 그렇게 비춰질까 조심스러웠습니다. 때마다 페이스북에 행사 공지를 공유하고 참석을 독려하지만 다른 포스트들에 비해 여러분들의 관심은 많지 않더군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도 했는데 좀 안타까웠습니다.
6.
호텔 토크콘서트와 같은 이벤트는 더욱 성장해야 하는 우리나라 호텔 산업의 저변입니다. 우리 호텔들이 건전하게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밑바탕이라고 봐요. 여러분들의 참여로써 그 바탕이 비로소 튼실하게 다져지는 겁니다.
우리 호텔리어들은 그동안 너무 샤이하고, 그리고 보수적이라 말수도 적었으며, 설령 해야 할 말들이 많았어도 얘기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잖아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소란스러울 정도로 떠들며 얘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 그것이 이런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술 취하면 가방도 잊고 다니는데, 왠일인지 선물도 하나 챙겼더군요? 이비스버젯 동대문이 따로 준비한 벌꿀과 벌꿀 비누입니다.
늙은 몽돌도 아직 한참 더 배워야 하고 그러기위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할텐데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우리나라 호텔들이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지 얘기도 들어 보고, 경쟁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도 만나서 자신이 부족한 건 뭔지, 그래서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확인하고 자극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