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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스몰하우스 빅도어/물류창고에서 호텔로. 업사이클링 호텔 Small House Big Door

느닷없이 엄습한 화려한 현재


저 소용없는 문은

외부와의 격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인가,

아니면 현대와 과거의 단절을 거부하는 몸부림인가?


스몰하우스빅도어

클럽룸 테라스



천정을 걷어 냈지만 가장자리의 벽체는 그대로 남겼군요. 

넓은 여백에 덩그러니 좁은 문 하나를 냈는데 사람이 오갈 수 있는 통로는 아닌 듯 했죠.


업사이클링을 거쳐 호텔로 재탄생한 54년 내력의 물류창고.....


스몰하우스빅도어

Small House Big Door


스몰하우스빅도어

Small House Big Door


여느 호텔들과 뚜렷하게 차이나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했더랬죠. 하드웨어든 아니면 세심히 꾸며 곳곳에 숨겨둔 고유의 스토리이든.. 그것이 바로 수많은 호텔들 사이에 섞여 그저 평범한 one of them으로 전락하지 않게끔 하는 차별성이요 곧 경쟁력입니다.





특별해 보이는 게 없진 않았어요. 이곳의 디자인 배경은 좀 이례적이라 합니다. 공간 디자이너들에 의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에 의해 만들어진 호텔이니까요. 따라서 집기들이 대체로 아기자기하고 곳곳에 적용된 아이디어들 역시 재기발랄합니다. 


지인의 추천이나 그동안 세간에 회자되던 얘기들로 제 기대는 다소 과하게 부풀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가 못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입소문만 요란했던 것인지 좀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이 방면엔 꽤 깊은 통찰을 지닌 분께서 주저없이 추천하셨던 곳이니 아마도 전자가 맞지 싶어요.


오너가 곳곳에 숨겨둔 의미들, 그리고 그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느끼는 숨은 매력들을 늙은 감수성이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죠. 값비싼 와인이나 고상한 음식, 사치스러운 시계니 가방,,, 그런 것들에 도통 관심이 없었으니 당대 핫하게 통용되는 유행이 종합적으로 녹아든다는 호텔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그런 것들을 평하는 감수성은 아마 따로 있는 모양이지요? 30년 가까운 호텔리어 생활은 고객의 눈으로 호텔을 보고 좋고 나쁨을 분간하는 것마저 방해하는 듯 싶더군요.


스몰하우스빅도어

현대와 과거의 아름다운 공존



54년된 물류창고를 개조해 만든 호텔이라더군요. 이런 곳에 물류창고가 왜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계단실의 그 옛날 바닥과 브라스 brass 난간, 그리고 복도 위에 노출시킨 투박한 골조, 현대적인 빌딩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4층 테라스의 낡은 벽체 등에 옛건물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만 아쉽게 남긴 의도가 궁금했어요. 차리리 흔적을 아예 없애거나, 혹은 그 옛날 물류창고 컨셉을 호텔의 정체성으로 적극 업사이클링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마천루가 즐비한 파이낸스 블럭에 낮게 깔린 고색창연한 물류창고 호텔이라니... 의외의 입지에 예상치 못한 컨셉의 호텔. 대비가 절묘하지 않나요? 마침 대학에서 디자인 가르치고 계신 교수님 한 분께서 그런 컨셉의 싱가폴 호텔 (The Warehouse Hotel)을 소개해 주신 적도 있었더랬죠.


훌륭한 스토리가 더 날카롭게 부각되지 않는 듯해 못내 아쉬웠습니다만 저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눈으로 보면 그 미니멀한 공간과 오픈소스로 제작한 심플한 나무 가구나 조명, 그리고 공사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다리형 선반, 3D 프린터로 제작한 룸키나 싸이니지 signage, 메뉴판 등 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서울 을지로 금융가 마천루들 사이에 낮게 자리잡은 스몰하우스빅도어


과거와 현대의 공존

대비 


스몰하우스빅도어

인포멀한 1층 리셉션

긴밀한 컨택

레스토랑과의 흐릿한 경계


격식이 파괴된 리셉션. 편안하고 인포멀한 분위기.

고객과의 접촉은 긴밀해지겠군요. 직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할 듯 보이죠? 구멍이 숭숭 뚫린 책꽂이로 레스토랑 비스트로와 리셉션을 구분합니다.


스몰하우스빅도어 1층 비스트로 입구


Small House

Big Door

작은 집

그러나 누구에게나 개방된 큰 문


스몰하우스빅도어 비스트로

흔적 Ⅰ



스몰하우스빅도어

큰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주 개방적인 비스트로를 통합니다. 옛날의 흔적을 천정과 벽에 건 사진에 남겼지만 위압적인 현재에 자꾸 가려지는 느낌이군요.


스몰하우스빅도어

아름다운 과거

흔적 Ⅱ



남겨져 54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계단실과 황동 난간.. 그 옛날의 투박한 난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네요.


스몰하우스빅도어..

흔적 Ⅲ



이런 식으로 곳곳에 과거를 남겼어요. 하지만 그것이 54년된 물류 창고임을 굳이 알리진 않습니다. 공들여 과거의 흔적을 남겼으면서도 그것의 내력은 왜 드러내려 하지 않았을까요?

번화한 현대의 금융가, 그리고 50년 히스토리를 간직한 물류창고... 불친절했거나 스토리를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제가 잘 못 알고 있거나...


스몰하우스빅도어..

대비 Ⅰ



천정에 구멍을 뚫은 이유는 리모델링 용적율 때문이라더군요. 의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들은 바 없습니다만 창을 통해 현재와 과거가 극적으로 대비됩니다. 채광은 그렇다쳐도 마천루가 위압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군요.


스몰하우스빅도어

3D 프린팅



오래된 건물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는 현대적인 것들 일색입니다. 마감도 그렇고 표식이며 객실의 가구도 현대 기술의 총아로 각광받는 3D 프린터가 뽑아낸 것들이에요.


스몰하우스빅도어

객실 코너플래져 Corner Pleasure



하얀색 일색, 검박해서 더욱 고상한 객실

마지막 이미지는 욕실 입구와 세면대 박스


스몰하우스빅도어

코너플래져룸 Corner Pleasure  그리고 클럽룸 4th Club



군더더기 없이 알찬 욕실

반신욕, 레인샤워, 사다리형 선반





스몰하우스빅도어



산업 디자이너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

금속 소재 다용도 장... 열고 닫습니다. 속에 티비, 미니바, 전화기, 그리고 도어 중간 부분은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겁지만 꽤 튼튼하군요. 오른편 문을 닫으면 냉장고만한 상자로 변해요.


스몰하우스빅도어


벽에 달린 조명은 배드사이드 테이블로 옮겨 붙일 수 있습니다.

역시 3D 프린터로 만든 것


스몰하우스빅도어


스몰하우스빅도어의 기획자 디자인 메소즈가 제작한 티테이블과 스툴. 마치 예술 작품인 듯 앉기 주저스러웠죠.


스몰하우스빅도어


3D 프린터 그리고 그것이 만든 메뉴

원재료 덩어리를 조각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와이어같은 플라스틱 재료를 뿌려 적층식으로 조형하더군요. 당시에도 쉬지않고 무언가 미래를 깍아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스몰하우스빅도어

Small House Big Door


25개 객실의 작은 호텔. 마치 산업 디자이너들의 실험작인 듯 했죠. 흔히 봐왔던 기성호텔과는 당연히 다릅니다. 우리가 알던 그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시도되었어요. 기성 호텔리어들의 고정관념은 꽤 완고합니다. 어쩌면 매력적인 호텔은 문외한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도 몰라요.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져 당대의 화두로 떠오른 에이스호텔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아쉬운 게 없진 않았습니다. 무언가로 인도하는 '힌트' 처럼 과거의 흔적을 건물 곳곳에 남겼으면서도 그것이 54년된 물류 창고임을 결국 드러내진 못했어요. 단지 흘러간 '과거'만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그들의 쓰임새가 하염없이 위축된 느낌이었죠. 번화한 현대의 금융가, 그리고 50년 히스토리를 간직한 물류창고... 반복됩니다만 공들여 과거의 흔적을 남겼으면서도 그것의 내력은 왜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을까불친절했거나 스토리의 힘을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제가 잘 못 알고 있거나...


스몰하우스빅도어



어쨋거나 스몰하우스빅도어의 기획자 디자인 메소즈가 디자인 호텔을 보는 시각은 예사롭지 않더군요.


화려한 오브제로 치장한 로비나 고급 마감재를 두른 객실만이 디자인 호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일까?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는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란한 콘텐츠로 공간을 채워 넣는 것이 디자인 호텔의 전부가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계획과 생각이 호텔의 언어와 적절히 섞여 서비스로 드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디자인 호텔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고 생각해요."


by http://mdesign.designhouse.co.kr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 생각이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디자인에 불어넣은 그들의 의도나 영감이 보는 이들에 의해 제대로 해석되지 않을 뿐이겠죠. 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보고 자고 먹는 고객들에 의해 이해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투숙객 외엔 오픈하지 않는다더군요? 메일을 보내 강탈하다시피 구경했는데, 객실을 구경시켜주신 그 무명의 호텔리어 분께 감사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몰하우스빅도어의 비스트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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