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40년 만의 이별, SK 워커힐호텔과 쉐라톤 그리고 W호텔

페이스북에 다소 길게 포스팅했던 주제이고요, 검색을 통해 블로그로 오실 분들을 위해 내용을 보완해 옮겨 둡니다.



본고장 말로는 Brand Conversion 브랜드 컨버젼이라 하고요, 더러는 Reflaging 혹은 Rebranding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말로 옮기면 '개명' 쯤 되겠죠?


호텔이 명찰, 즉 브랜드를 바꿔 답니다. 독립호텔이 인터네셔널 체인 명찰을 빌려와 달 수도 있고, 유명 체인 호텔이 값비싼 명찰을 버리고 스스로가 만든 간판을 달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야 이런 저런 이름으로 수시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엿장수 맘이죠.


이미지: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의 '개명'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 특히 본고장 미국의 경우 비교적 흔한 경영 수단의 하나인 듯 하더군요. 오랜동안 애지중지, 고객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왔던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시장이 바뀌어 타깃 마켓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며, 혹은 브랜드와의 분쟁에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종종 변화에 대한 오너의 결연한 의지를 상징하는 그 무언가로 작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엄밀히 보면 엿장수 맘으로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간단치 않은 이유는 '돈', 즉 호텔의 비용 그리고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인데, 브랜드를 빌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여러가지 호텔의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효용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말머리가 길어졌는데, 오늘의 포스트는 브랜드 컨버젼을 다룰 것이 아니니 아래 링크의 글들로 대체할까요?


브랜드의 향방/눈여겨 봐야 할 2016 국내호텔산업 동향 (링크)

호텔이 브랜드를 바꾸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링크)

호텔의 명찰값, 프랜차이즈 계약의 모든 것 (링크)


이미지: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리어들껜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뉴스가 아침 지면을 채웠더군요.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무려 40년 동안 달고 있던 명찰을 내린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마도 유력 호텔에 달려 있는 간판들 중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알만한 호텔리어들 사이에선 올해 초 경 부터 얘기가 나돌았어요. 늙은 몽돌은 오래전 기자 한 분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좀 의외였던 건 W호텔의 신분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컨버젼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었거든요. 언론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지위의 또다른 지인 말씀에 따르면 같이 변경될 예정이라 하더군요. 


컨버젼 후엔 아마도 '워커힐 Walkerhill'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지요? 지금의 W호텔을 구분할 별도의 명칭이 따로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확언하기엔 리스크가 좀 따릅니다. 그 명찰의 유래가 아주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워커힐'은 한국전쟁 당시 교통사고로 순직한 미군 워커중장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5.16 군사정권이 미국 위락시설 용도로 1963년 건립, 관광공사에서 운영하다가 1973년 선경그룹(현재의 SK그룹)의 선경개발에 경영권이 넘어 왔으며, 1977년 쉐라톤과 프렌차이즈 계약을 하고 현재에 이릅니다. 2009년 최대주주로 있던 SK네트워크와 합병하게 되죠.


도심의 대형 상용 호텔과는 달리, 아차산 자락에 입지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애초의 설립 취지에 어울리게 리조트호텔 형식을 추가했습니다. 빌라도 있고,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있으며, 야외 레저시설도 갗추고 있어요. 


W서울워커힐은 쉐라톤워커힐의 아랫쪽에 250여개 객실을 갗추고 2004년 개관합니다. 업무 차 출장 오는 고객을 수용하는 일반 상용호텔과는 컨셉이 달라요. 스타일리쉬, 핫한 트랜드와 디자인을 채용했는데 원래 W호텔의 부티크 컨셉이 그러합니다. SK는 애초 고소득 젊은 아베크족을 타깃으로 했다고 하는데 시장에 크게 어필하진 못한 듯 해요. 

 

2003년 최태원회장의 분식회계,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워커힐의 매각이 거론되기도 했었어요. 삼부토건의 벨레상스 경우는 실제로도 그러했는데, 모기업의 운명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구원투수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걸 보면, 호텔의 수익 모델이 아직까지 매력적이긴 한 모양입니다.

 

제 초등학교 시절 차인태씨가 진행하던 장학퀴즈 등으로 한때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본보기로 자주 회자 되기도 했는데, 옛날 최종현 선대 회장 때 차곡차곡 쌓아 올렸던 그 참신했던 기업 이미지는 십수년만에 퇴색하고 말았더군요.



이미지: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브랜드 컨버젼은 급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의미하는 바가 간단치 않아요. 그동안 우리가 숭배해 오다시피 했던 유명 체인 브랜드,,,, 달리 볼 면도 없진 않습니다만 마침내 우리 호텔 시장은 '지고지순'하게 생각해 왔던 그 '브랜드'의 가치와 영향을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방증입니다.





브랜드의 영향은 개별 franchisee에 따라 달리 작용하고, 그 가치는 대부분 direct booking과 loyalty program의 room contribution으로 발현됩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경우, Loyalty Program의 믹스 비중이 전성기 한 때 40% 내외로 보고 된 적이 있었지만, 공급시장이 확대되고 SPG 멤버를 나눠 먹어야 하는 스타우드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도입된 최근엔 아마도 10% 대 수준로 추락했겠지요? 


따라서 투여된 비용과 효과를 저울질 해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의사결정 행위입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곳도 있었죠? 스스로가 만든 명찰을 떼고 브랜드에 귀의한 반포 쉐라톤 팔래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Sheraton Seoul Palace Gangnam Hotel)의 경우엔 나름 긍정적인 영업 효과가 있다더군요. 메리어트의 오토그라프 컬렉션 Autograph Collection으로 소프트브랜딩을 한 플라자의 경우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고요, 아마도 이런 행보를 보일 유력 호텔은 더 있을 듯 싶군요. 


그만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는 시기이긴 하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접근법들이 시도되고 있어요. 브랜드 뿐만 아니라 호텔의 컨셉도 그러하지요? 다소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변화는 우리 시장이 그만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는 곧 성장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소유주 SK 네트웍스의 홍보 담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가능성을 남겼더군요. 스타우드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는데, 경우에 따라 느슨한 프랜차이징 형태로 매리어트 + 스타우드의 마케팅 자산(예약망과 로열티프로그램)만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SK워커힐은 최근 상실한 시내면세점 특허를 재신청하면서 1200억을 투자해 조성할 ‘워커힐 리조트 스파청사진을 제시했다는군요? 이 프로젝트 역시 브랜드 컨버젼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닌 듯 해요. SK워커힐이 작년말 면세점 면허를 상실하기 전에도 컨버젼 얘기는 있었습니다.  



이미지:한국경제 (아래 기사 링크)



브랜드의 지원이 없더라도 '서울 속의 럭셔리 스파 리조트'라는 매력 만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SK의 자신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카지노 그리고 (라이센스를 받게 된다면) 향후 5년간 6000억을 집행할 계획인 구. SK워커힐 면세점 그리고 외국인 전용 스크린 경마장 등의 시설을 복합 유치해 상류층 요우커를 유인할 수 있다면 굳이 값비싼 명찰을 달고 있을 이유가 없겠죠.



어쨌거나 워커힐의 행보를 지켜 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듯 하고요, 성사된다면 - 규모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 도심 속 럭셔리 리조트를 표방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반얀트리와 어떻게 차별화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브랜드 컨버젼과 관련해 급변하는 시장의 향방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군요. 



감사합니다.



참고한 기사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특허 획득 승부수는 '리조트 스파'

'통 큰' 투자...달라진 워커힐 분위기는 '최신원 효과'

쉐라톤워커힐호텔, 40년 만에 ‘쉐라톤’ 브랜드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