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전혀 몰랐더랬어요.
이소정 총지배인님의 선물로 그 명성을 전해 듣고 이것저것 찾아봤더랬죠? 여의도 한식당 곳간과 음식발전소를 운영한다는 요리연구가 이종국은 최근 미슐랭 투스타 쉐프로 등극한 분이더군요.
호텔 카푸치노 그리고 이종국의 집밥 골라보
'집밥'이랍니다. 콜라보 메뉴엔 식사 종류로 너댓 가지, 안주류 '주안상' 시리즈로도 몇가지를 리스팅했더군요. '호텔에서 즐기는 집밥’, ‘가장 서민적인 요리를 호텔에서 먹는다’는 메뉴 컨셉이 아주 흥미롭지요?
어쩌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나요? 한창 뜨고 있는 젊은 호텔과 쉐프의 기득권에 대한 치기어린 도전일 수도 있고, 크게 보면 변화하는 과정의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이게 시장에서 수용되면 트랜드가 되는 것이고,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변화를 추구하는 수많은 노력들 중 하나를 구성하니까요. 퓨전이란 변화의 과정이 밟게 되는 필연적인 양상의 하나입니다. 머물지 않고, 다른 것들과 섞여 더욱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며 주류를 형성하기도 하죠. 실패해도 그만, 원래 생명이 사는 것이란 변화하는 것입니다.
호텔 카푸치노 그리고 이종국의 집밥 골라보
그 메뉴엔 커리도, 파스타와 우동도 있었으니 전통적인 한식의 형태를 고집한 게 아닙니다. 경계를 넘나들며 그야말로 우리가 집에서 흔히 먹는 '집밥' 음식들을 재해석했군요? 요리연구가 이종국은 유명 요리학교나 스승으로부터 요리를 배운 적이 없다더군요. 물려받은 감각과 학교에서 전공한 미술을 바탕으로 여태 없었던 스타일의 메뉴들을 창조해냅니다.
메뉴판엔 우리가 흔히 보던 재료, 하지만 다소 복잡해 보이는 레시피가 적용되었음직 한 메뉴들이 올라 있군요? 푸드 아티스트로, 음식의 차림새에도 남다른 조예가 있다 했는데 이런 대중적인 콜라보 메뉴에선 아마 구경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주저했지만 그냥저냥 감수할 만한 정도? 이만원 내외이고 가장 저렴한 건 만오천원의 콩나물비빔밥이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여긴 로드샾이 아니라 4성급 호텔입니다.
잔뜩 부풀어오르는 기대를 억누르고 'Hot Eatsue 스페셜 스프 커리'를 주문합니다.
호텔 카푸치노 레스토랑 핫이슈
앙증맞은 사이즈의 식전빵이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는데 신선하고 맛있군요.
플레이팅 좀 보세요.ㅎ 예쁩니다. 아마도 대나무 소재일까요? 집밥 시리즈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게 아니라 원래 개관 때부터 사용하던 겁니다.
호텔 카푸치노 그리고 이종국의 집밥 콜라보, 스프커리
밥과 스프 커리가 나왔습니다. 역시 금속 플레이트가 눈에 먼저 띄지요?
우리가 평소에 먹던 것과는 스타일에서 다르고 재료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커리에는 구운 감자, 호박, 연근 그리고 그린빈 등이 듬뿍 들었고, 두툼하게 썬 삼겹살 한 덩이가...ㅎ 가격 (2만 2천원)이 만만치 않은 이유일까요?
호텔 카푸치노 + 이종국의 집밥 콜라보, 스프커리
'스프'면 우리말로 '국'인 것이고, 응당 밥을 말아도 되는 것이니 이렇게 말았죠. 점도 역시 우리가 먹던 것과는 다르고 그야말로 국과 비슷합니다. 혹여 불안해 서버에게 다시 물었더니 말지 않고 그냥 떠먹어야 하는 것이라네요?
'괜히 물었나?.... 그나저나 왜???'
다시 묻고 싶었지만 원하는 답이 나올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이리 먹으나 저리 먹으나.... 일반적으로 먹는 방법이야 정해져 있다지만 달리 한다고 크게 문제될 건 아니죠. 퓨전을 말하는데 경계를 벌써 그어 놓으면 어쩌라고... 한창 떠오르는 쉐프의 음식 철학을 서버들이 굳이 이해해야 할 건 아니지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이종국의 '주안상' 시리즈에 있는 아이템도 소개해 드릴까요? 이로부터 2주 후, 핫이슈에서 모임이 있었고, 당시 안주 삼아 주문했던 메뉴들 중 몇입니다
호텔 카푸치노 + 이종국의 '주안상' 콜라보
'오징어 치즈통찜과 쭈꾸미 바베규'란 주안상 대표 메뉴입니다.
궁극의 술안주라 소개했던데 낙지와 쭈꾸미 그리고 문어 삼총사를 모두 맛볼 수 있습니다. 오징어의 속을 채운 건 마치 맵게 양념한 타코의 속인 듯 했어요.
같은 자리 지인 한 분이 재미있는 평을 했는데, '맛있긴 하지만 각각 재료의 속성들이 섞여 본래의 맛을 뛰어 넘는 퓨전의 본질이 달성된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고....ㅋ 꼰대 입맛의 소유자 늙은 몽돌은 이런 맛평에 좀 약합니다만, 다소 가볍고 날카롭고 다가왔다 여운을 남지 않는 맛.... 이랄까요? 흠
호텔 카푸치노 레스토랑 핫이슈
이게 마늘 치킨 튀김이었나? 주안상 메뉴는 아닌 듯 했는데, 약하게 간을 하지 않은 치킨과 다소 강한 간의 잔새우 튀김의 궁합이 좋군요.
호텔 카푸치노 레스토랑 핫이슈
베트남 스타일 스프링롤과 삼결살구이... 20년 전 베트남 파견 근무할 당시 자주 먹었던 음식인데 감회가 새삼스럽습니다. 역시 맛있지만 스프링롤은 제외하는 게 더 나을 듯 싶더군요.
이 역시 이종국 콜라보 메뉴는 아닙니다. 하지만 요리연구가 이종국의 '집밥' 그리고 '주안상' 메뉴는 카푸치노 핫이슈가 추구해온 아시안 스트리트 퓨전 레시피와 정체성이 묘하게 겹치는 듯 보이는군요?
호텔 카푸치노 루프탑과 핫이슈
탁트인, 아름다운 강남 야경을 보는 기분은 더욱 묘했습니다. 호텔 카푸치노에서 볼 수 있는 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 북쪽으론 남산의 N타워 그리고 동쪽으론 잠실의 롯데타워까지 거침없이 내다 보이죠.
직장 초년병 시절 파견나갔던 그 베트남의 프로젝트는 당시 하노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것이었어요. 호텔엔 이미 루프탑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유행을 한참이나 앞서나갔다랄까요? 홀로 올라온 늦은 저녁, 그 루프탑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노이의 야경은 정말 멋졌고, 한편으로 묘한 자존감을 느끼게 했으며, 아울러 왠지 슬퍼지기도 했었더랬죠.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호텔 카푸치노 레스토랑 핫이슈
저야 이 방면엔 문외한이라 뭐라 말 보태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이런 식의 콜라보는 꽤 신선해 보이는군요? 셀럽 쉐프 (Celebrity Chef)는 활동 폭을 더욱 넓힐 수 있고, 호텔로써는 유명 쉐프의 인지도를 활용함과 동시에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보완하거나 레시피 도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얼핏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종국 쉐프는 작년 년말엔 호텔카푸치노의 갈라 뷔페, 그리고 웨스틴 조선과의 갈라 디너를 선보였더군요. 셀럽 셰프와의 콜라보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원래도 인터네셔널 체인 호텔에선 체인 내 자매호텔의 유명 쉐프를 초빙해 프로모션을 하기도 하고, 메뉴에 대한 도움을 받기도 했었어요. 내국인 쉐프들의 성장 그리고 국내 호텔 레스토랑 시장의 위기가 맞물려 조금씩 위축된 것으로 보이는데 호텔 카푸치노의 이런 민첩한 어퍼로치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하는군요?
아울러, 이러한 계기는 한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킵니다. 요리연구가 이종국 쉐프 역시 그 유명세 만큼이나 할 말이 많은 듯 하더군요. 옳고 그름을 따질 계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대찬 주장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대통령 영부인까지 굳이 나서 피같은 돈을 삽질로 날리던 그 아픈 과거가 있어 비로소 가능해진 일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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