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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 부가세 영세율 적용에 대한 단상


호텔산업 활성화 방안 1. 호텔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 호텔업 안정화, 관광객 유치 위해 영세율 도입해야.... (링크)



늙은 몽돌의 시선을 확 잡아채는 흥미로운 타이틀.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호텔 객실에 대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재도입하자'는 취지의 기사이다. 천둥벌거숭이 시절이었으면 반갑게 읽고 스쳤을 글이지만 고민이 많아진 요즘엔 역시 잡생각들이 많아진다.




  • 영세율을 적용하며 세수를 줄이면 그만큼 국민 부담은 커진다. 과연 그 부담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영세율 파급이 큰 것일까?

  • 인위적으로 낮춰야 할 정도로 현재의 우리나라 호텔 객실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인가?

  • 10% 낮아진 호텔 객실 가격은 우리나라의 관광 매력을 높여 다른 나라로 갈, 혹은 그렇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을까? 링크한 기사에서 인용한 데이타는 지금의 시장 상황과는 괴리된, 최소 8년 전의 것들이고, 더군다나 2012년 대비 객실료는 이미 2, 30% 낮아진 수준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드로 인해 차갑게 식고 있는 관광 산업에 영세율로 온기를 불어 넣으려는 각계의 노력은 배척되어야 할 게 아니다. 더군다나 전혀 생소한 정책 수단도 아니다. 그렇지만 위 언급된 이면들을 곰곰히 생각하면 그 영세율이란 게 반드시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건 아닌 모양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영세율로 인해 세수가 줄면 다른 경제 부문에 희생을 요구해야 하거나, 아니면 국민 경제에 추가적인 세부담을 지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정되지 않았던 경제적 자원을 특정 경제부문에 투입하려면 우선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은 명확히 전재되어야 한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내용들은 과연 그러한가?



영세율은 다른 경제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그 효과는 단기적이고 지협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작 더 시급한 건 우리나라 관광 상품들의 매력 자체를 높이기 위한 노력 아닐까? 호텔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저리 융자 등 단순하고 단기적인 효과에 치우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미비한 제도를 개선하거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등 그 본질에 우선 집중되어야 한다. 우리 사정은 아직 기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덩치는 부쩍 커졌지만, 호텔 산업에 관련한 추세를 짚어 보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하나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 척박한 환경이다. 그 저변들을 닦는 노력이 방치된 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외국인 대상 객실료를 낮추자는 발상이 시장에서 거부 반응없이 수용된다면 우리 수준은 그야말로 '갈 길 한참 먼' 것이다. 기사에 언급된 '국가 관광 경쟁력'을 인위적인 호텔 상품 가격 조정으로 추구한다는 건 하책이다. 더군다나 영세율은 부쩍 늘어난 내국인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로컬 호텔들에 대한 역차별로 비춰질 수도 있다. 


영세율로 호텔 산업이 보는 직접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외래관광객이 증가하는 만큼 객실 가동율이 상승하는 정도의 일시적인 효과가 파생된다. 호텔 산업은 오히려 허약한 기초체력을 키우는데 더 집중해야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