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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나는 나를 아는가?

 

 

 

 

 

나는 과연, 독도문제로 일본인과 논쟁이 벌어졌을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20년전 몽돌은 베트남 하노이의 호텔프로젝트에 파견되어 밤낮없이 몸빵치고 있었습니다. 

주고객이 일본상사의 직원들이거나 일본대사관 주재원들이었는데, 아주 오래 전임에도 독도문제는 지금과 별반 차이없이 큰 이슈였어요일본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은근히 신경쓰였었는데, 고민은 꽤 되었지만 그렇다고 따로 공부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들과 제법 친해진 뒤에도 이 같은 민감한 문제는 서로가 일절 입에 담지도 않았어요.

 

 

아이들 덕분에 관심이 생겨 최근에 와서야 겨우 우리 역사책도 한 두권 사 보고, 필요할 때마다 블로그 등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보기도 합니다만 지금도 자신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이 미덥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굴곡진 우리의 과거 때문일까요? 공부할 여유는 없어도, 우리네 역사문제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역사책을 읽었습니다.

 

존경하는 블친, 병약한 미소녀 짐순이님ㅋ(http://rgm-79.tistory.com/482)께서 얼마 전 구미가 당기는 책을 소개하셨더랬지요 . 구입한지는 꽤 되었습니다만 그동안 짬을 내기 쉽지 않았는데, 주말 전후로 속독, 아니 대강 읽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A Korean History for International Readers'

휴머니스트/전국역사교사모임/2010/이마넌...

동일한 내용으로 영문판도 같이 출간되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다며 왜 한국어으로 되어 있냐?"며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서서 급하게 겁니다..ㅎ

 

 

 

 

 

역사책을 읽은지 한참 되긴 했는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책의 내용도 그렇지만, 시험을 보기 위해 의무적으로 외워야만 했던 그 시절과 필요에 의해 읽는 지금이 차이없이 느껴질 리 없지요.

외국인을 위한 책이라 명명했지만 실상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말머리에서 장황하게 적기도 했습니다만, 지금도 외국인들과 가까이 생활하면서도 우리네 역사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할 말이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요. 사무치게 자랑스럽진 않었어도, 그래도 떳떳해야 할 우리 과거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글 반, 그림 반 술술 읽힙니다.

 

우리가 읽기에 다소 깊이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데, 외국인을 위한 책이라 했으니 그 복잡다단한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집어 넣긴 부담스러웠겠지요. 하지만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고하게 지지해 내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도 읽는 내내 마음 답답했었는데, 세계사를 읽으며 맘 한구석 안타까웠던 인간차별, 우리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반복된 그 신분제도와 그리고 결국 귀결되는 민중의 희생을 때로는 약 오를 정도로 무덤덤하게 적어 냅니다.  

 

 

 

물이 고이면 썩고, 부당한 차별과 수탈이 극에 달하면 민중은 급기야 목숨을 내걸고 변혁을 위해 일어섰습니다. 성공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새로운 권력은 또다시 썩어가지요. 옛날과는 달리 그 썩은 물은 더욱 더 큰 희생을 강요하며 완고해졌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모습이기도 합니다.

 

 

 

 

책의 첫장 부제에서부터 언급된 내용입니다만,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한 고민의 과정이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전국역사교사모임>이 만들었는데 친일 논란이 있었던 교학사의 것과는 전혀 다른 책...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또다른 나를 만나는 체험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에게 늘 익숙했던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되돌아 보는 과정, 우리의 과거로 익숙치 않은 여행을 떠나 볼까요?

 

외국인 독자 때문이었을까요? 서두에서 소개드린 바와는 달리 독도문제를 깊이 다루진 않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