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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대한항공(한진그룹) 송현동 한옥호텔/왕궁터에 호텔 짓는 몰상식한 나라

 

 

 

특급호텔이 학교주변에 들어서면 아이들 교육환경에 위해危害요소로 작용할까요? 광복 이후 시민의 발길을 허락치 않았던 땅, 그것도 왕궁의 터전에 호화 관광호텔이 들어서도 괜찮은 걸까요?

 

 

제목이 꽤 자극적이지만 소심한 늙은 호텔리어가 뽑아 낸 건 아닙니다.ㅋ

 

최근 다음의 탑라인을 장식했던 기사 제목인데, 경복궁 바로 옆에 지을 계획인 초호화 호텔에 대한 논란을 다뤘습니다. 결국 정치권으로 문제가 번졌으며 특혜 시비까지 제기되고 있군요. 

 

 

"왕궁터에 호텔 짓는 몰상식한 나라 어디 있나"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4040318468062607&outlink=1 

 

 

 


그동안의 경과를 간단히 추려 내면,

 

1.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 부터 2900억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밝힙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송현동 한옥호텔의 시설내용은,

  • 주변 환경을 고려한 4층 규모의 한옥호텔과 한옥게스트하우스, 

  •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추가한 듯 보이는 문화복합시설 (영빈관, 공연장, 갤러리 등) 입니다.

 

대한항공 송현동 한옥호텔 조감도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

 


2.

 

하지만 학교보건법의 벽에 부딪히는데 (해당 법에 의하면, 숙박시설의 경우 학교주변 50m 내에는 절대 불가, 200m 내에는 관할 교육청의 재량에 따른다고 합니다) 교육청이 허가를 내 줄리 만무하지요. 대한항공은 급기야 행정소송을 내지만 2012년 끝내 패소합니다.

 

 

대한항공 송현동 한옥호텔의 위치/반경 200m를 표시한 파란선 안에 학교가 벌써 3곳이 보이긴 하네요?

바로 옆엔 경복궁이 있습니다.


 

3.

 

대한항공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특급호텔이 유해시설로 치부되어 숙원사업이 무산되는 현실을 수긍할 수 없었겠지요. 이후 정치권에 얼마나 기웃거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도 지저분한 MB정권 2011년, 유해시설이 없는 조건으로 학교주변에도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지만 폐기되었습니다.



 

4. 

 

교육계는 물론, 관할 당국인 종로구와 최종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청의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져 갈 무렵,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GH가 드디어 구원투수로 나섰습니다. 정부는 최근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한항공의 오랜 숙원을 풀어 주기 위한 정지작업에 분주한 모양입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92501070124034002

 

 

 

대한항공(한진그룹)이 과연, 타협안으로 제시된 종로구청 자리와의 대토代土도 마다하고, 정치권과 행정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채, 재벌 특혜시비에 따른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까지 감수해 가며 이곳의 호텔을 밀어부쳐야 할 이유는 뭘까요?



저 같은 나부랭이야 알리 없지요...


제가 그동안 알던 한진그룹은 이렇게 저돌적이지 않았습니다. 사풍도 꽤 보수적이었고, 따라서 변화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룹의 계열회사 포토폴리오도 고색창연했는데, 이 호텔 건립건에 관련해 한진그룹이 최근에 보인 일련의 대응들은 아주 생경해 보일 정도입니다.

 

매입 이후 5년 사이에 그곳 땅값이 50%나 올랐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만 설마 부동산 투기를 염두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ㅋ









아마도, 한진그룹은 호텔 사업에 꽤 큰 비중을 두는 듯 합니다. 대한항공 (저가 항공사 진에어 포함)이야 애초부터 그룹의 주력이었지만, 한때 튼실했던 해운이나 건설 등은 이미 단물이 다 빨려 사양길에 올랐습니다. 뭔가 든든한 먹거리가 새로이 필요한 시점이었지요.

 

 

크게 튀길 순 없어도, 큰 위험부담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캐쉬를 짜 낼 수 있는 사업으로 호텔만한 대안을 찾긴 어려웠겠지요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인천하얏트와, 그 바로 옆에 최근 지은 쌍둥이 호텔도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더군다나, 경복궁 바로 옆의 입지는 상징적인 요소를 포함해 꽤 매력이 있어 보이긴 하더군요.


 

늙은 몽돌은 애초 이 호텔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국이 너무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출장이나 관광으로 내방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머물게 될 특급 호텔이, 여관이나 모텔(실제로 학교보건법에서는 위해시설로 간주합니다)과 동급으로 취급 받는게 쫌 거시기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인용한 뉴스를 자세히 보고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위 지도에서 경복궁과 건립예정부지의 위치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경복궁 바로 옆의 특급 호텔이라... 

더군다나, 이 건립부지는 간단치 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위 뉴스링크 참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특급호텔이 학교주변에 들어서면 교육환경에 위해危害요소로 작용할까요? 

광복 이후 시민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땅, 그것도 왕궁의 터전에 호화 관광호텔이 들어서도 괜찮은 걸까요?


 


한진그룹(대한항공)의 호텔사업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오래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빌려 오면, 한진그룹(대한항공)은 제주에 두 개의 호텔(서귀포 칼호텔, 제주 칼호텔)을 오래 전부터 운영하고 있었으며 2008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을 매입하였고, 2000년대 초반 인천공항에 하얏트리젠시 인천을 개관했습니다. 바로 옆에 쌍둥이 호텔 빌딩을 짓고 있었는데 개관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입니다만 한진그룹은 90년대 초반 서울 여의도에 400실 규모의 특 1급 호텔을 짓기도 했었습니다. 건물을 다 올린 이후 급작스럽게 호텔을 포기하고 오피스빌딩으로 용도를 변경했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한진그룹도 현대자동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서울 요지에 내세울 만한 특급호텔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호텔사업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지대했었습니다. 조양호 회장의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을 공부한 재원이라고 알려졌으며. 최근엔 칼호텔네트워크라는 법인을 새로 맡겨 국내 호텔을 총과하게 했습니다.

 

얼마 전 범한진그룹으로 분류된 조현호 회장(故조중훈 회장의 막내동생 조중식 전 한진건설 사장의 아들)의 CXC 종합캐피탈이 여의도의 한 호텔을 인수하려다 돈줄이 막혀 무산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제 예상과 달리 한진그룹과 조현호 회장과의 관계는 그리 깊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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