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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생고생 첫 바다낚시/초등생 여름방학 추천여행, 문항어촌체험마을




순진한 아이를 부추긴 원흉은 필시 삼시세끼, 만재도의 허접 낚시꾼 참바다씨이겠지요?!



"아빠, 바다낚시 해 봤어요?"


몇 일 전 아이가 물어 보네요?!

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나? 전 짐짓 긴장하며 되물었지요. 


'왠 바다낚시?'


티비에서 봤는데 굉장히 재밌어 보이더랍니다.



이미지: tvN 삼시세끼



바다낚시는 제게도 처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바다낚시는 커녕 민물낚시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아이에게 아빠의 고향을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인데, 하물며, 내내 서울에서만 살던 아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그거 재미없어. 가면 개고생이야. 티비하고는 달라...'

하고 어물거리고 말았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었더랬지요. 막내 놈의 성정은 절 빼닮았고, 한번 꽂힌 건 끝끝내 하고야 말거든요.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절 닥달할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쉬이 엄두가 나질 않았더랬습니다. 경험도 없는데다 낚시대니 뭐니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 요놈에게 뭔 핑계를 대나?'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차,,,

마침 어머니 생신이라 고향 갈 일이 생겼고, 떠나기 전날 혹 하는 마음으로 고향집 근처의 문항어촌체험마을에 전화를 넣었더랬지요.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



사정을 말했더니 낚시 바늘 등의 간단한 채비와 미끼만 사오면 된다네요?!

'옳다구나! 이걸로 대충 떼우면 되겠네....'



자, 발걸음도 가볍게 출발해 볼까요?!





4시간 여 걸려 남해에 도착합니다. 선장님이 말한 남해대교의 낚시점에서 추와 바늘 그리고 미끼를 사고요..

약속한 문항어촌체험마을에 도착해 전화를 드렸더니 기다리라네요?! 곧 배가 도착한다고...

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나 봅니다.



파도 하나 없는 바다, 원래 다도해 남해의 바다는 이런 식입니다.



저희만 둘이군요. 태풍 온다는 소식에 원래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비용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만 설마 추가로 뭔가를 더 요구하지는 않겠지요?! 



15분 정도 바다로 나갑니다.

배 타고 하는 선상낚시나 파도 치는 갯바위에서 하는 갯바위 낚시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 바다 한가운데 부유형 좌대를 만들어 놨네요? 펜션좌대낚시라나? 아마도 꾼들은 밤새워 낚시를 하는 모양입니다. 음식도 여기서 해 먹고...



 망망대해?의 바다낚시좌대 (바다펜션좌대)...



애초의 기대와는 달라 좀 실망했습니다만 이러나 저러나 고기만 낚으면 되니 뭐.....


좌대에 내리니 채비를 내 놓으라네요?!

자... 준비한 것들을 주섬주섬 내놓습니다. 바늘, 추 그리고 미끼...





달랑.....


"낚시대는 오데 있심니까?" 선장이 묻습니다.

왠 낚시대?? 전화로 낚시대니 뭐니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었는데?! 빌려 주는 것 아니었나???

곧 배에 있던 릴낚시 두 개를 꺼내어 주십니다 (알고 보니 돈을 받더군요). 그리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주낚 두 개...





"물은 갖고 오셨지예?"

"뭔 물요????"

어이없는 듯 보시더니 이내 체념합니다. 하긴,, 고생은 우리 몫이니 뭐....





잠시 릴낚시 시범을 보이시곤 되돌아가십니다. 나오기 1시간 전 쯤에 전화 달라는 말씀을 남긴 채....


와중에 아이가 선장님께 묻더군요. 고기는 많이 낚이냐고.. 선장님 대답이 재밌습니다.

"어복이 있으모 마이 잽히고 안그러모 한마리도 못 낚는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이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하지만 한 마리라도 낚으면 성공인 프로젝트,, 속으론 이런 고요한 바다에서 뭐가 낚일까 불안하기도 했더랬지요.





그런데 어?????


주낚을 물에 담그자마자 어신이 옵니다. 흥분된 목소리로 

"감아랏!!!! 뭐가 물었나봐"

 헐... 넣자마자 두 마리가 동시에..





장갑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맨손으로.. 

표준어로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시골에선 '깔따구'라 부르는 놈입니다. 매운탕에도 넣어 먹고, 회를 치기도 하고...





기분은 한층 '업'!!!! 

릴낚시로도 낚고요..

감성돔 새끼도 있고, 밀찡어라 부르는 놈이 주로 낚이고..



하지만 업!된 기분은 불과 30분을 가지 못합니다.

아이의 입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더군요. 햇빛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그늘은 없고.... 엄청 덥군요.





태풍 온다더니 바람도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

일기예보가 왜 이래? 씨이~ㅠㅜ 


살갖이 벌써 발갛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지만 썬크림 이런 건 생각치도 못했지요.

고기고 뭐고 다 귀찮아지고.. 미끼도 갈아야 하는데...

목도 말라오기 시작했지만 물도 없고... 땀 닦을 수건도 없습니다.ㅠㅜ





아이는 급기야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데, 몇 마리 낚은 것 때문에 그나마 지연이 되긴 했지요.

"그만 갈까?" 물었더니 재빨리 답합니다. "응~"......



그야말로 개고생을 돈 주고 한 셈인데 따지고 보면 제 잘못입니다. 이리저리 잘 알아 보고, 기본적인 준비물도 제대로 챙겼다면 만재도 참바다씨 낚시만큼 흥미로웠을 체험 활동...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그럴 경황이 없었거든요.



 왕초보 바다낚시 준비물 

(어촌마을 체험용)



혹 바다낚시 체험하시러 어촌마을 찾는 분들은 잘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어촌마을의 담당자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분들을 주로 상대하는 듯 하니 정성들여 자세히 말해주지도 않는 듯 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잘 여쭙는게 중요하고요..



식수와 군것질거리

수건, 챙 달린 모자, 팔토시(쿨스킨), 썬크림

장갑, 바늘용 뺀치나 니퍼

간단한 낚시채비 (낚시대는 빌려주기도 합니다)

고기 담을 용기




문항어촌체험마을 갯벌체험



나오니 마침 물때가 맞아 갯벌체험하는 아이들이 바다를 메웠더군요. 남해 문항어촌체험 코스는 티비에도 종종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니 아마도 많이 알고 계실 듯.... 이곳의 쏙잡이체험도 아주 재밌어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릴 적 기억으로는 붓으로 구멍 주변에 된장을 살살 풀면 이놈이 조심조심 기어 올라 오지요...





문항의 갯벌체험 행사에서 잡을 수 있는 우럭조개 (서해안에선 코끼리조개라고도 부른다네요?!)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사 먹는 모시조개가 아니라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큰 조개인데 맛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출저:남해지족 어촌체험마을 http://vill.seantour.com/Vill/Main.aspx?fvno=3615



원래는 작년에 다녀왔던 지족어촌체험마을의 죽방렴체험을 해 볼까도 했습니다만 역시나 예약이 이미 찼더군요. 그것도 아예 단체로~

아이가 아주 좋아할 만한 체험활동인데 2년 째 실패... 




문항어촌체험에선 장화니 호미, 용기 등을 모두 빌려줍니다알록달록, 아이들 장화가 참 예쁘지요?!

남해문항어촌마을체험 프로그램/ 체험코스 내용과 가격, 연락처  세부 정보는  링크



바다낚시(펜션좌대낚시) 체험, 이번엔 생고생을 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여름방학을 기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체험 프로그램이고요.


낚시가 부담스럽다면 갯벌체험도 훌륭합니다. 제가 다녀 본 경기도 바닷가의 갯벌체험과는 질적으로 달라요. 바다 자체가 다릅니다. 


서울에서 내려오긴 너무 멀지만 가까이 계신 분들께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