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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리어의 미래, 그리고 로봇 호텔리어

이 포스트는 지난 2월 24일 코엑스에서 있었던 호텔페어 - 호텔 전문가 컨퍼런스의 강연 '호텔, 휴머니즘이 필요하다'를 간추려 옮긴 것입니다.


위 주제는 꽤 난해했어요. 론을 도출해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 앞으로 호텔 현장에서도 매우 위중한 이슈가 될 '로봇 혹은 테크놀러지와 인간 노동력'에 대해 한번쯤 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호텔리어들이나 예비호텔리어들께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길 희망하며 옮깁니다.



1.


누군지 알아 보실런지요?


헨나호텔 로봇 리셉셔니스트 유메꼬 상    


일본 나가사키현의 헨나 호텔 Henn Na Hotel 프론트에서 리셉셔니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유메코 상입니다.


아래의 분도 꽤 유명한 호텔리어인데요,


요텔 Yotel의 로봇팔, 요봇    


욕 요텔의 짐꾼 요봇 Yobot. 고객의 짐을 받아 보관해주는 일을 하고 있죠.


알로프트의 로봇 버틀러 알로 ALO   


알로 ALO 역시 아주 유명하죠? 알로프트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버틀러입니다. 하는 일은 단순해요. 하우스키핑과 객실을 오가며 물이나 어메너티, 타올을 갖다주는 등 잔심부름을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두 곳의 알로프트에는 도입되지 않았어요.



이녀석은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들에서 채용하고 있는 디지털 컨시어지 고보드 Go Board입니다. 호텔에 관련된 정보 뿐만 아니라 호텔 주변의 관광, 교통, 쇼핑이나 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죠. 아마도 애초엔 컨시어지 일부의 기능을 대체할 심산이었지 않았을까요? 


비교적 잘 알려진 예들만 들었는데 공통점이 뭔지 감이 오지요?



네. 기계입니다. 말하자면 호텔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 호텔리어들이죠.


도입된지 2, 3년 된 것들이고요, 아직은 멍텅구리 기계 수준에 불과합니다. 헨나 호텔의 유메코 상은 아직 사람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해요. 고객이 접근하면 인사 정도 하는 수준이고, 일은 오히려 고객이 직접 해야 합니다. 옆에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Self Check-in Kiosk가 설치되어 있거든요. 로봇 버틀러 알로 역시 마찬가지에요. 프로그래밍된 대로 객실과 하우스키핑을 오가는 수준입니다.


현재 이들은 오히려 호텔을 홍보하거나 호텔을 홍보하거나, 시장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죠.



2.


하지만 이건 차원이 좀 다릅니다.



호텔 모바일앱 Mobile App이고요,


핫텔 로켓체크인/키리스 앤트리시스템


알아보실런지 모르겠는데, 제 스마트폰입니다. 객실 도어의 락셋에 갖다 대고 문을 열고 있는 중이에요. 스마트폰키나 모바일키 혹은 키리스앤트리 Keyless Entry 시스템이라고도 부르죠.


모바일폰을 호텔 객실의 키로 활용합니다. 위 모바일앱을 스마트폰에 다운 받은 후 호텔을 예약하고, 그 앱으로 지불을 끝내면 스마트폰을 객실키로 사용할 수 있죠. 프론트에서 줄서 투숙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요.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고,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PMS를 통해 자동으로 check-in이 이뤄집니다.


시티즌엠호텔 셀프 체크인


참고로, 위 이미지는 시티즌엠 Citizen M호텔[각주:1]에서 사용하고 있는 셀프체크인 단말 self check-in tablet입니다. 도입된지 이미 4, 5년 지난 듯 싶지요? 고객이 직접 투숙 절차를 처리합니다. 


따지고보면 새삼스런 것도 아니에요. 항공권을 공항의 키오스크에서 직접 발권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시스템이니까. 요즘엔 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도 이용객들이 스스로 발권하잖아요? 그나저나 흥미롭지 않나요? 비싼 돈을 지불해 호텔에 투숙하면서도 이런 수고는 기꺼이 감수하는 것 (대신 객실료를 낮게 책정했습니다. 이후 유명세 때문에 새로 개관하는 곳의 ADR은 아주 높아지고 말았지만...).


앞의 헨나호텔과 요텔도 비슷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최근에서야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명동 입지, 3월 초 개관예정인 나인트리 명동 프리미어 호텔이 동일한 개념의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있었죠?


나인트리 명동 프리미어 호텔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요런 모양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리뷰를 통해 더 확인 후 소개드릴 예정이고요... 여하튼 이들 셀프 체크인 시스템은 과도기적 산물입니다. 앞에서 소개해 드린 키리스앤트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모두 사라지고 말 것들이니까요.



모바일 앱(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의 잠재력은 엄청나 보입니다.


이 앱으로 고객은 호텔을 고르고 객실을 예약하죠. 투숙 당일 공항에 도착하면 호텔까지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 어떤 길이 정체되지 않는지 모바일앱의 컨시어지 챗봇을 통해 도움을 받습니다.


호텔에 도착하면 프론트에서 줄서 기다리지 않고 객실로 바로 올라가죠.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고 객실로 들어섭니다. 앱을 통해 조명을 조절하고 음악이나 티비를 켜고, 냉방을 제어하죠. 배가 고프면 앱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주문까지 할 수 있습니다.


힐튼의 모바일앱 mobile apps of Hilton


마치 블랙홀처럼 호텔의 서비스를 이 앱으로 빨아들이고 있어요. 고객은 호텔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굳이 호텔리어를 접촉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앱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주문하거나 묻거나 도움 받을 수 있으니까....



3.


호텔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런 하이테크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고객 편의를 재고해 상품매력을 높이겠죠.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이들 하이테크놀러지는 바로 호텔리어를 대체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지난 반세기, 호텔의 역사는 어쩌면 인건비와의 전쟁과 다름아니었어요. 현재 역시 가장 중요한 호텔 경영 화두 중의 하나가 이 인건비 이슈입니다.


제가 입사했던 90년대 당시 제 호텔에 근무했던 호텔리어들은 무려 1200명을 넘었어요. 20여 년 지난 지금은 약 600명 쯤 될까요? 그 20년 사이에 호텔리어는 반으로 줄어들고 말았는데, 그 절반의 호텔리어를 잡아먹는 장본인이 누군지 아시지요?


바로 요 물건....



컴퓨터입니다. 원시적인 형태의 로봇...


기술 혁신의 과실을 누구나 공평하게 나눠갖는 건 아닙니다. 일부 자본 권력이 혁신에 의한 물질적 풍요를 독점하죠. 우리 같은 흙수저 인간 사회는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겨 왔습니다. 외국의 한 조사보고서[각주:2]에 따르면 향후 15년 내 전체 노동력의 40% 정도가 로봇이나 AI, 즉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더군요.



4.


모바일앱과 키리스 앤트리, 챗봇 등의 로봇 테크놀러지는 향후 2, 3년 내 호텔에 빠르게 확산될 예정입니다. 앞서 봤던 멍텅구리 기계들 역시 인간을 학습하며 더욱 진화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호텔리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20여년 전 그랬던 것처럼 결국 기계들에 의해 호텔에서 쫓겨나게 될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간 서비스를 로봇이 보완하는 형태로 공존할 것으로 내다 봅니다만 그건 가까운 미래의 얘기이죠. 너무 안이한 생각입니다. 감성 노동력 호텔리어는 오랜동안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을 일자리라 말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득세하고 있는 리미티스 서비스에 걸친 호텔들의 어프로치를 보면 꽤 매정합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지상 최대의 명제는 실속이요, '휴머니즘'과 같은 이상은 거추장스런 말장난에 불과하겠죠.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어필할 수 있다면 로봇으로 호텔리어를 대체하는 것 쯤이야 주저할 일이 아닙니다. 이미 사람이 필요없는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럭셔리 스케일의 경우는 좀 다를 듯 하지요?


차가운 기계 문명이 지배하는 세상, 역설스럽게도 휴먼 서비스의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할 수도 있습니다. 미소, 따뜻한 배려 혹은 휴머니즘은 오히려 더욱 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경험하거나 누릴 수 있는 귀중한 가치가 되겠죠. 휴머니즘은 로봇이니 AI,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로봇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인간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거슬러 반추해 보면 전혀 희망적이지 않죠?


컴퓨터가 도입되고, 호텔에서 호텔리어가 반으로 줄어들 때 사람들은 그만큼 더 행복했는가?

우리의 행복이 기계에 의해 침해 당하지 않을 방법은 뭘까?


앞으로 이에 대한 고민은 더욱 치열하게 해야 할 수도 있어요. 로봇에 의해 일자리에서 밀려난 인간들을 위해 로봇세를 도입해야 하니 마니 막 논란이 시작되긴 했더군요. 빌게이츠의 말[각주:3]입니다. '로봇세로 재원을 마련,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을 재교육하거나 재배치하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그나저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야말로 '안습'이군요? 이런 중차대한 이슈를 공론화할 여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재벌의 소유주는 자기만의 밥그릇을 부정하게 채우다 구속되어 있는 마당이니 '휴머니즘'을 논할 대상이 못되죠.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 역시 나랏일은 그야말로 뒷전이고 자신들만의 이익이 프로그래밍된 로봇과 달라 보이지 않잖아요?


아무래도 이 이슈 역시 국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독고다이', 혹은 각자도생해야 하나 봐요. 참으로 고단한 시절입니다.


감사합니다.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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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판기에서 카드키가? 호텔의 미래를 체험하다. https://brunch.co.kr/@nonie1/22 [본문으로]
  2.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http://www.bloter.net/archives/241535 [본문으로]
  3. 해외선 '로봇세' 놓고 찬반 뜨거운데.. 국내는 잠잠 http://v.media.daum.net/v/2017030217262061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