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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잘 나가는 일본 호텔산업 그리고 우리 호텔산업의 과제

민낯이 드러나는 moment of truth!


읽으면 배 아프고, 곧 안타까운 우리의 '안습' 처지가 자존심을 할큅니다. 하지만 꼭 읽고 충분히 아파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직시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올바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시장의 급성장세에 대해선 국내 언론들도 꽤 다루고 있죠? 우리를 제치고, 따라잡을 수 없는 스피드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일본 호텔산업을 다루는 기사들은 많지 않았어요. JLL의 한토막 기사 (아래)가 눈에 더 띄었던 이유입니다.


Can Japan’s hotels keep up with soaring demand? [링크]


아래에 간단히 요약하고요,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사정과 비교하며 해설을 추가합니다. 위 기사는 비교적 평이한 수준으로 씌었으니 영어 '쫌' 하시는 분들께서는 읽어보시기 바래요.


이미지: JLL


1.


일본은 2030년까지 외래관광객 6천 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급증하는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숙박 기반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에요.


참고로, 2016년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1700만, 사드로 추세가 헝클어지지 않았던 시기에 추정했던 2018년 전망이 2천만이었습니다. 올해 예상되는 규모는 1300만 선.. 2011년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말았네요.

우리나라로 들어올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선회한 경우도 있을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여행 수요도 엄청납니다. 그 기저엔 엔저가 깔려 있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겠죠?



2.


단기적으론 2020년 도쿄올림픽을 타깃해 엄청난 숫자의 호텔들이 계획되고 있습니다. 2016년엔 지난 18년래 가장 많은 수의 호텔들이 착공했으며 메리어트를 필두로 메이저 호텔 운영사들의 러쉬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군요.



3.


소위 러브호텔 (우리나라 모텔 수준의 숙박시설)은 저가 마켓을 충족시키기 위해 저렴하고 편안한 형태의 독립 부티크호텔로 transform 중입니다.

아울러, 라이프스타일 호텔 컨셉이 전통적으로 부족했던 일본 숙박산업에 안다즈나 목시, 에디션 Edition 등의 인터네셔널 브랜드와 무지 등이 생기를 불어 넣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러브호텔에 대한 일본 정책당국의 접근법은 매우 흥미로운데, 이는 사실 5, 6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먼저 관측되었던 경향입니다. 야놀자를 필두로 여기어때 등 모텔 프랜차이즈도 당연히 이런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불륜 수요에 주로 기생했던 모텔은 조만간 대부분 이런 형태의 소형 호텔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모텔의 40년 역사는 역사의 뒤안길을 걷게 될 것으로 봐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독특한 형태의 중소형 호텔로 변태하는 것이죠.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요.



아울러, 게스트하우스나 레지던스 등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며 활성화하려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의 접근법 역시 동일한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4.


에어비앤비 등 홈렌탈 마켓에 대한 법정 규정 (소위 에어비앤비 법)이 2018년 발효될 예정이라는데, 이로써 오사카에서만 전체 숙박시설의 1/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던 불법 숙박렌탈 시설들이 정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주택 임대 플랫폼 서비스는 지난 6월 일본에서 합법화되었습니다만 에어비앤비와 관련된 잡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도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들이 차츰 정비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방면에서 꽤 늦지요?

자료도 부족하고, 현황을 조사하고 그 영향력을 파악해 대안을 마련할만한 조직이나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모르겠어요. 미국에선 호텔협회가 나서 로비를 마다치 않으며 사사건건 에어비앤비와 부딪치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이 아니라 회원사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이익단체에요. '나와바리' 즉 호텔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활동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 호텔협회 정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위상이 아니에요. 어쩌면 이는 우리의 아픈 현실이자 아직 부족한 저변을 증거하는 예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못할 부분이 아니에요. 우리 호텔산업은 이제서야 막 성장기 초입에 진입했으며 규모 scale이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1세대 호텔리어/오너들이 경영 후선으로 물러나는 시기에나 우리나라 호텔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어요. 이들 기득권은 의도치 않게 변화에의 저항으로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따지고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여하튼 지금 이 순간에도 밑단에선 젊고 새로운 사고의 오너와 호텔리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며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어요.



5.


일본 역시 객실과잉공급을 우려하고 있군요?

2019년이면 객실공급이 피크에 이를 예정입니다. 도쿄나 오사카의 경우, 재방문 여행객들이 에어비앤비를 포함해 더 저렴한 형태의 숙박시설을 물색하게 될테고, 여행수요 역시 위성 도시나 지방으로 분산되겠죠.


그렇지만 이는 '쓰잘데기없는 걱정'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환율의 영향이 중요한데, 당분간 안정적인 엔저가 유지될 예정이라 해요. 이를 바탕으로 매년 15% 정도의 증가세를 유지해 2020년이면 외국인관광객이 4천 만명에 이를 전망이라니 수요는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6.


장래 일본숙박산업이 당면할 가장 큰 문제는 초과공급 이슈가 아니라 인적자원, 즉 호텔리어 부족 현상 그리고 건축비 상승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좀 의미심장한 부분인데, 우리나라 호텔산업도 곧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긴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호텔 공급이 많았고 앞으로도 속속 시장으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신규공급 측면에선 오히려 일본보다 훨씬 빠른 대안들을 집행했죠.

인력부족현상은 청소용역 등 아웃소싱 분야에서 그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밖으로 잘 표출되진 않습니다만, 최근 개관하거나 개관 예정인 대형 호텔들은 호텔리어를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성 호텔들도 빈번한 호텔리어의 이직으로 인해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되고 있는 상태에요.


더군다나, 우리나라 출산율을 OECD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저 수준입니다. 곧 닥쳐올 인구절벽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노동집약적인 호텔산업에 대한 영향은 더욱 심대하겠죠. 벌써 외국인 노동자, 소위 외노자 수입을 운운하는 이들도 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멀티태스킹을 고려하는 대형호텔도 있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이에 대한 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공론화 정도는 시급히 이뤄져야 하지 않나 싶어요.


참 어이없고 황당할 지경이랄까요? 그동안 저임 근로로 개고생해 왔는데, 몸값을 올릴 환경이 마침내 도래하니 뜬금없는 외노자 수입이라니...


안타깝지만 회피할 수 있는 이슈도 아닐뿐더러 대안이 달리 존재할 상황도 아닌 듯 해요. AI 등 하이텍 서비스에 의한 인간 노동력 대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소위 비즈니스호텔을 위시해 대부분의 중형급 새로운 호텔에서 이미 labor-tight한 시스템을 구축한 상황이라 키리스나 챗봇 등의 AI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겠죠. 인구에 비해 산업규모가 큰 싱가폴이나 홍콩은 오래 전부터 채용한 정책인 듯 싶고요, 일본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단계에 이른 듯 보입니다.



다른 한편, 이런 과정을 겪으며 일반 호텔리어에 대한 처우라도 조금씩 개선되었으면 좋겠죠? 일면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긴 해요. 지방의 대형호텔이 개관하면서 서울 등지의 경력직 호텔리어들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빨아들이고 있으며, 급여 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호텔들은 브랜드나 스케일에 구애됨 없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 좋은 처우를 제시해야 좋은 자원을 간수할 수 있어요. 사실 페이롤이 낮은 호텔들은 시스템이 안정될 여유조차 없이 호텔리어들이 수시로 들고납니다. 급기야 악순환이 고착하게 되죠. 유력 럭셔리 스케일의 호텔들도 전혀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호텔은 사람의 중요성이 크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호텔리어는 자산이자 상품이며, 이들의 역할이 매출 및 운영효율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죠. 따라서 현명한 오너라면 경쟁호텔들보다 높은 급여를 책정해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하고, 턴오버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임을 인지해야 하며, 이것이 곧 경쟁력임을 더 빨리 깨닫게 될테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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