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호텔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과 스타트업 이슈

최근 흥미로운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12월 18일 호텔아비아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한 호텔 토크콘서트였고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융복합관광-호텔산업 일자리 창출과 이슈"




늙은 몽돌은 '호텔 산업 일자리 창출 그리고 스타트업의 역할과 과제'라는 타이틀로 두번째 주제발표를 했고요, 호텔리어 여러분들에게 적잖이 참고될 내용이라 당일 발표했던 내용을 글로 정리해 블로그에 포스트합니다.




관광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스타트업도 육성하면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일텐데 개인적으로 정부의 이런 노력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발표 제안을 받고 고민을 좀 했더랬어요. 평소 제가 생각해왔던 호텔산업의 일자리 사정과 정부가 오늘 세미나를 통해 의도하는 방향이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입니다.


호텔아비아와 조율을 거쳤습니다. 차라리 호텔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장의 일자리 사정을 가감없이 전달하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정부 당국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따라서, 오늘 발표는 호텔의 입장에 치우진, 편파적인 내용으로 작성된 점 양해해 읽으시기 바랍니다.



발표는 아래 순서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자리 더 만들어야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호텔에 일자리가 더 필요한 것일까요?
다시 말해, 지금 현재 호텔에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구직자들이 호텔에 취업하기 위해 긴 줄을 섰을까요?

아래는 호텔 수급에 관심있는 호텔리어라면 자주 봐왔을 호텔 공급현황입니다.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이후 2016년까지 지난 4년 동안 호텔은 무려 100% 가까이, 그리고 호텔 객실은 48,000개로 6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참고로 관광숙박업 중 휴양콘도미니엄, 그리고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분양형호텔 등 일반숙박업 카테고리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고, 법 테두리 밖에 존재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등의 숙박시설 역시 제외되었습니다.

호텔은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산업입니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는 의미와 다름아니죠.
호텔이 이렇게 늘어났으니 일자리 역시 많이 생겼겠죠? 도대체 얼마나 창출되었을까요?

새로운 일자리

저도 잘 모르겠어요. 관련된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산업이 직면한 현실입니다. 산업 저변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니까요.
여튼 많이 생겼겠죠?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상상력을 발휘하면 됩니다.



24,000개...... 

좀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풀서비스 타입의 호텔은 일반적으로 1개 객실 당 1명 ~ 1.5명을 필요로 하고, 풀서비스 럭셔리 스케일의 경우 2~2.5명, 레스토랑 1~2개, 그리고 제한적인 부대시설을 소유한 리미티드 서비스 호텔의 경우 1 객실당 0.5명, 레스토랑 없이 잠만 잘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버젯 타입의 경우 0.25명 정도를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위 기준은 객실청소나 세탁, 경비, 시설영선 등 최근엔 대부분 외주로 대체된 서비스들의 인원을 포함한 것입니다 (참고로, 케쥬얼 등 파트타임 노동력 모두를 환산해 산정하는 노동력 수치른 FTE Full Time Equivalent라 부름).



예를 들어, 300실 인벤토리를 갖춘 소위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 (대표적인 리미티드 서비스 호텔이라 볼 수 있음)이 하나 새로 개관을 하면 150명 정도의 노동력 소요가 발생한다는 의미겠죠? 다소 많아 보일 수도 있어요. 그동안 노동력집약적인 호텔산업은 필요한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니까.

여하튼,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12년 이후 지난 4년 동안 48,000개 객실이 증가했으므로 새로운 일자리는 24,000개 정도 창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24,000개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텐데요, 2012년 우리나라 전체 호텔산업이 고용하고 있던 일자리의 60% 정도가 지난 4년 사이에 새롭게 생겼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대비 지난 4년 동안 객실이 60% 증가했으니까요. 결코 만만치 않은 규모죠?
 

현장의 사정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과연 이 24,000개 늘어난 일자리는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그동안 취업난이 심각했다니 그 수요를 모두 흡수하고 아직도 대기 수요가 존재하고 있을까요?


호텔 산업에 일자리가 남는지 모자라는지 알 방도는 없습니다. 역시 찾아봐도 이에 관련된 통계는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해요. 호텔에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위 이미지의 좌측은 최근 1,700실을 쏟아내며 서울에 그랜드오픈한 호텔플렉스, 가운데 이미지는 빌라를 포함해 약 2,500실을 조성 중인 제주의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입니다. 4개 호텔 브랜드 중 일부는 개관을 했고 일부는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개관할 예정인데 호텔리어만 5,000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라네요? 마지막 이미지는 12월 개관예정인 강원도의 분양형호텔로 1,100실 규모의 대형 시설입니다. 


이들 모두 앞의 2016년 공급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2017년 개관하거나 이후 개관 예정인 호텔들이에요.


이들의 채용 사정은 자세하게 다루기는 좀 민감한 이슈라 대강 언급하면,

  • 이들 공히 비교적 뚜렷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 지역과 직종에 따라 양상은 차이가 있지만 특정 직종의 경우 지원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 공들여 채용을 했다손 치더라도 처우나 노동강도에 따라 잦은 이직이 발생한다.

  • 전통적으로 호텔이 갑의 위치에 있던 아웃소싱 서비스에서도 갑을관계가 역전될 조짐도 관찰된다.

  • 이들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결국 호텔의 경영안정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수도권 외 지방의 경우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와중에 위 제주의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보이는 접근법은 꽤 흥미롭습니다. 서울 등 주요 도시의 호텔리어들을 그야말로 빨아들이고 있는데요, 그동안 적용받던 임금 처우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합니다. 오래 전부터 자체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가동하며 호텔리어들을 직접 양성하고 있다고도 해요. 아울러, 외국에 근무하는 한국 호텔리어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관한 호텔들이 참고할만한 사례라 좀 자세히 언급했고요.


예비 호텔리어가 있는데?


혹 '해마다 일자리를 찾아 졸업문을 열고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수천의 예비 호텔리어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생각하는 분이 계실랑가요?




이들의 사정 역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호텔에 취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이를 전공일치도라고 하더군요. 역시나 이런 용도를 충족하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학교에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몇 곳 호텔경영학 전공을 가진 유력 대학의 교수님들께 전화를 돌립니다. 일부에 불과하니 이를 일반화하면 곤란하지만 분위기 정도는 엿볼 수 있을 듯 하죠?



서울 4년제 대학 호텔경영학과 졸업생의 경우 10% ~20%, 지방 4년제의 경우 많아야 30% 남짓의 전공일치도를 보이더군요. 일부 대학의 경우 이례적인 수치를 보였지만 특별한 변수가 존재하는 듯해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2016년 발간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경우 전공일치도는 70% 정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50% 남짓의 전공일치도를 보인다더군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왜 호텔 전공의 경우 이렇게 낮은 전공일치도를 보일까요?


'기피' 


이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규정할 수 있는 한 단어,,,,, '기피'


먼저, 호텔에서 기피합니다. 호텔은 더이상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예비자원을 선발해 교육을 시키다가 소요가 발생하면 현장에 투입하는 방법은 애저녁에 포기했습니다. 인건비 부담때문에 그럴만한 여력이 지금은 없어요. 이미 준비된 경력직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호텔취업을 기피해요. 1년 전 이를 전해 듣고 전 충격에 빠졌습니다. 2, 3년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현상인데요, 짐작하다시피 이유는 간명합니다.

형편없는 처우때문이니까.


  • 신입 호텔리어의 초임 연봉은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 2,000만원 내외,,, 많아야 2,200 ~ 2,400만원

  • 일이 쉽지도 않아요. 노동강도도 쎈 편이고 기본적으로 감정노동입니다. 고객의 갑질에 시달려야 해요. 알게 모르게 착취의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는 멀티태스킹도 한몫하고요,

  • 중소형호텔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법정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 그럼에도 호텔이 요구하는 스펙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나 일본어 구사능력도 요구해요. 외모도 따진다니까요?

  • 도대체 어느 누가 출중한 외모에 이런 스펙을 갖추고도 2,000만원을 받으며 호텔에 근무하려 할까요?


급감하는 노동력 기반

2000년대 초반,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호텔리어란 직업은 불과 20년 만에 전도유망한 젊은 청춘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3D 직업으로 전락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아래 제목의 기사 본 적이 있나요? 얼마 전 12월에 포탈을 훑고 지나갔던 기사입니다.



일본이 우리 젊은 노동력 자산을 빼앗아 가고 있다네요?

호텔리어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행을 자주 하시는 분들께서는 이미 느끼고 계실텐데, 일본의 호텔에 근무하는 한국 호텔리어들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일본뿐만 아닙니다. 싱가폴이나 동남아 등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여행지의 호텔들에는 이미 많은 수의 우리나라 젊은 호텔리어들이 근무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현상을 얘기하려고 기사를 인용한게 아닙니다. 심각한 내용은 따로 있어요. 일본이 이런 접근법을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왔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보다 훨씬 사정이 심각해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출산율 감소세와 더불어 올해 발간된 LG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 역시 일본에 비해서도 심각할 정도라고 보고합니다. 10년 후엔 생산가능인구가 7% 줄어들 예정이며 20대 청년 인구는 무려 20% 감소할 예정이라는군요?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유일한 대안이 뭔지 아세요?

'양질의 외국인 노동자 수입'입니다.


호텔리어로썬 정말 황당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저임으로 그야말로 '개고생'을 마다치 않아 왔는데, 수급상황으로 인해 몸값이 좀 오를만하니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한다네요?


안타깝지만 싱가폴 등 인구에 비해 경제규모가 큰 곳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상황입니다. 한껏 커진 산업을 지탱할 노동력이 없으니 수입을 해서라도 산업기반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현재 일본이 보이고 있는 현상이고 우리나라 역시 곧 처할 상황에 불과합니다. 훨씬 심각한 상태로...



다시 상황을 좀 정리할까요? 적어도 우리 호텔산업에서는,

  • 그동안 일자리는 많이 늘었지만 이를 채울 노동력은 이미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 낮은 처우가 주요한 이유이며,

  •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력 위축추세는 더욱 심각해질 예정

  • 아울러, 호텔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예인데, 현재 사업승인이 난 호텔만 서울에서 170여 곳, 추가 공급될 객실은 약 26,000실 

  • 더군다나, 세계 여행인구는 매년 5%, 호텔은 2% 정도씩 성장할 예정이다.

  •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늘어난 일자리를 채울 방법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우호적인 변수가 없진 않습니다.




우리의 호프. 오늘의 주인공.... 스타트업이 있으니까요..


미묘한 위상의 스타트업


위 이미지는 대표적인 형태의 스타드업들입니다.


잘 알려진 헨나호텔의 로봇 리셉셔니스트 유메꼬상... 이들은 곧 프론트의 호텔리어들을 대체할 예정이에요. 고객들은 모발일키 혹은 키리스체크인으로 더이상 체크인하기 위해 프론트에 긴줄을 설 필요가 없죠. 모바일폰으로 객실문을 열고, 객실의 조명이나 음악, 공조 등 물적환경을 통제합니다. 모바일폰의 앱으로 룸서비스 주문도 할 수 있을 뿐더러, 필요할 경우 컨시어징 서비스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론트의 리셉셔니스트를 대체하는 건 사실 로봇이 아니라 이 키리스앤트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적지 않은 호텔들이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방이나 레스토랑도 예외일 순 없어요. 간단한 요리는 이미 로봇이 하고 있고, 딜리버리 역시 로봇이 수행합니다. 객실 손님의 자잘한 요구도 이 로봇버틀러가 담당하게 되겠죠. 그리고 예약이나 상담 업무도 곧 챗봇으로 대체될 예정이에요. 우리나라 모텔 프랜차이즈 여기어때는 알프레도라는 챗봇을 이미 도입했고요, 레드타이버틀러는 컨시어징 서비스를 로봇화하고 있다고 해요.


관련글: 새로운 호텔 비즈니스 트랜드



이들의 서비스는 일자리 면에서는 다소 미묘합니다. 동전의 양면을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당분간은 일자리를 놓고 호텔리어와 경쟁할 대안들입니다. 일자리를 죽여요. 호텔리어 입장에선 이들 스타트업들이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며 방어적으로 반응할 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저 역시 이번 발표를 주저하게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하지만 회피할 수 있는 트랜드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장기적으론 호텔산업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니까요...


혼란스럽습니다. 지금 상황은 일종의 과도기라 할까요?

따라서 정책당국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융복합을 위한 우선순위




먼저, 스타트업 육성과 함께 구인난에 빠질 호텔산업에 대한 대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론 호텔의 일자리에 영향이 없는, 외부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공생관계 스타트업을 먼저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L7 명동이 인력거 서비스 '아띠'가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어요. 호텔은 이들 서비스로 매력적인 가치를 추가할 수 있고, 아띠는 호텔과의 콜라보를 통해 관광산업에 새로운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이런 효과가 가능한 스타트업 영역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VR의 잠재력 역시 대단해 보이더군요.


다음으로, 저노동집약형 호텔이 증가함으로써 발생하는 공백서비스에 대한 스타트업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노동집약형 호텔이란 고용규모를 제한한 소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과 같은 시설들을 의미하는데, 이들의 속성은 꽤 labor-tight합니다. 기성 대형호텔들이 자족하던 서비스를 갖추지 않고 포기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 기능이에요.


따라서 서비스매너교육이나 PMS, STR, 홍보스킬과 같은 실무 교육들. 아울러 홍보와 마케팅, 객실판매대행에 대한 수요도 생기고 있고요, 예약채널 매니지먼트 서비스는 이미 뜨거울 정도죠. 통계와 전문 운영컨설팅 업무에 대한 수요도 재조명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글: 비즈니스호텔이 특급호텔과 다른 점


마지막으로, 이들 스타트업들은 장기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써도 정책당국에 의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규제완화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요. 위에서 언급한 키리스엔트리가 100% 의도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객등록카드 작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더군요. 지금처럼 등록카드작성을 위해 프론트에 들러야 한다면 키리스엔트리가 노리는 효과는 반감되고 맙니다.




하지만 호텔은 당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갓 겪기 시작한 구인난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호텔에 당장 필요한 것


먼저 호텔리어 처우를 개선할 수단들이 필요합니다. 일단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수급에 작용할테고요, 일부 호텔들의 근로 관행에 대한 행정당국의 실태조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법정수당 정도는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악행을 유지하면서 구인난을 호소하는 곳은 없어야 마땅하고, 오너나 경영층이 이를 외면하면 곧 닥칠 위기를 맞아 후회하게 될 겁니다.


두번째, 노동력부족에 빠진 호텔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멀티태스킹을 고려하게 되겠죠. 이 멀티태스킹으로 생산성은 높일 수 있지만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중소형호텔들에선 그런 경우가 이미 없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어요.


산업이 본격적으로 멀티태스킹을 도입할 때 행정당국이 가이드라인 정도 만드는 개입 정도는 필요합니다. 외국에 그런 사례가 없지 않아요. 노동력이 부족한 싱가폴이나 대만의 호텔업계가 2010년 경 멀티태스킹을 도입할 때 노동당국이 이를 검토하고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멀티태스킹 도입으로 증가하는 노동강도 그리고 생산성에 상응하는 보상을 강제한 적이 있으니까요.


관련글: 호텔산업과 멀티태스킹



세번째, 호텔산업은 현재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공급이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졌고요, 사드 덤탱이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와중에 내년부터는 16.4% 최저임금이 오르게되죠. 노동집약적인 호텔산업이 받는 타격은 훨씬 심대합니다. 아웃소싱 서비스 대부분도 영향권에 들어오게 돼요.

따라서 이를 완충할 지원책이 필요한데, 정부에선 선별적인 지원책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호텔은 해당이 되지 않을텐데, 악영향이 크므로 수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당분간만이라도 간접적인 방법의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관련글: 호텔리어와 최저임금, 대책과 대안


학생노동력 착취문제로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화된 산학실습을 다시 살리는겁니다. 이에 대한 학교의 수요는 상존합니다. 호텔은 기본적인 교육시스템을 전개하되 이들을 노동력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죠. 이전처럼 호텔은 일정 부분 allowance를 지급하고, 정부가 차액을 지원합니다. 호텔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고, 대신 학생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이죠. 학교에선 경험할 수 없는 현장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재정인데, 이런 식의 지원이 이례적이거나 뜬금없는 게 아니에요. 인턴제를 시행하던 옛날에도 존재한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 한 분께서 제의한 안인데 저 역시 크게 공감했습니다. 관광호텔의 등급평가 요건에 고용규모를 추가하는 것이죠. 호텔리어를 늘리면 서비스 퀄러티는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호텔이 제공하는 무형의 가치, 서비스란걸 계량화해 평가하기란 쉽지 않아요. 따라서 이런 요건을 평가요인을 활용하면 평가가 객관화될 수 있습니다.


*  *  *




발표한 내용을 급하게 글로 옮겼습니다.


당일 세미나에서 느낀 점이 적지 않았어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부 조직과 현장의 의사소통 기회는 앞으로 빈번하게 생겨야 합니다. 부담스럽고 번거롭겠지만 정책/행정 조직에 근무하는 공직자 분들이 현장을 속속들이 알아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형태의 세미나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들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채널들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당일 질의/토론시간에 쏟아져 나온 호텔리어들의 목소리는 많은 것을 대변한다고 봐요.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의미이고, 그동안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 이들 호텔리어들의 거침없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좀 뿌듯했습니다.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기반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생기고 있는 단계이며,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리 마련해주신 호텔아비아 장진수대표님, 그리고 관광공사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한 글


Hotels Of The Future Will Rely Heavily On AI And Robotics

Robotics are set to revolutionise hospitality and guest servicing

Hotel 2025

[전선익의 재팬톡!]'구인난' 日, '취업난' 韓에 러브콜 보내는 사연

Hotelier vs Rob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