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흥미로운 곳
여러 부분에 섞인 야누스적인 양면성
미쿡 호텔리어가 포함된 일행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고, 포스트할 생각은 애초 없었지만 재미있는 면들을 보자니 '시상 詩想'이 샘솟는다.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양면성은 특정 호텔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단편적인 현상이 아닐뿐더러, 그것에 숨겨진 함의는 간단치 않다.
이는 우리나라 호텔산업이 파이를 키우며 없던 저변을 만들어가는 시기, 즉 본격적인 성장기에 갓 접어든 지금 드러나는 혼란의 한 단면일 수도 있고, 변화의 과정에서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본디 변화란 혼란을 초래하고, 그 혼란에 적응하는 과정이 성장이며 성장은 또다른 변화욕구를 잉태한다.
현재의 시장 상황은 적잖이 혼란스럽다.
ⅰ) 주로 하드웨어에 적용되고 있는 급박한 변화와
ⅱ) 소프트웨어에 강고하게 남아있는 구습
이 상존하는 혼돈의 시기라 볼 수도 있으며, 우리나라 오래된 대형 호텔이 공히 보이는 모습이다. 그 구습이란 당연히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지닌다.
닥쳐온 변화는 언제나 느닷없다. 변화가 필요한 곳은 항상 뒤쳐진다.
호텔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한 축, 호텔리어들이 변화의 필요를 체감하고, 그 변화에의 기민한 적응을 기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엔,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초석을 마련했던 기성 호텔리어들이 경영 코어에서 후선으로 밀려나야 본격적인 변화가 비로소 가능할 수도 있다. 이들은 어쩌면 기득권을 고집하며 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텔리어만의 문제가 아니며, 조직과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 크게는 산업 전반의 이슈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늙은 몽돌 역시 그 기득권의 일원에 속한다.
소공동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
호텔롯데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La Siene
scene #1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컬러 매칭이나 조명 등 사진빨이 잘 받도록 영업장 곳곳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정작 일부 늙은 호텔리어는 사진 촬영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끝내 예약 여부를 확인하며 '고객'의 자존심에 도전한다.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
카메라를 퉁명스럽게 들이댔던 탓일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지배인의 제지는 '다른 고객의 혹여 모를 불편함에 대한 우려'로 위장된, 사진촬영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이다. 이를테면, '예약도 없이, 사먹을 것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공들여 준비한 음식을 촬영해?' 랄까?
수시로 언급되지만 '고객에 의한 사진촬영'은 중요한 마케팅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왔다며 찍고, 먹을 땐 맛있다고, 잘 땐 행복하다며 찍어댄다. 앉아서도 찍고, 누워서도 찍는다. 도처에서, 수시로 찍어서는 결국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 혹은 블로그나 카페로 퍼트리며 현란한 자랑질을 일삼는다. 결국 고객이 호텔의 홍보를 무보수로 대행하는 셈이지만 부정적인 파급이 확산되는 꼴도 이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로컬의 대표주자, 그룹의 주력 호텔롯데가 이 정도를 모를리 없다.
라세느의 인테리어로 미루어 판단컨데 롯데 역시 그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깨닫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성의 틀을 벗지 않으려는 호텔리어의 강고한 고집이며 30년 동안 체득하며 다져온 관성이다. 이는 사실 호텔롯데만의 경우가 아니며, 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성 대형호텔 대부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나마 기댈건 교육이지만 사실 그것의 밑천은 어렵지 않게 바닥이 드러난다.
이태리산 탄산수 산펠레그리노 S.Pellegrino와 이태리 토스카나의 미네랄워터 아쿠아파나 Aqua Panna. 요즘 쓰는 곳이 많다. 강릉 씨마크호텔과 파라다이스에서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오히려, 호텔롯데가 런칭한 세컨드브랜드 L7에선 정반대의 접근법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 달리 생각되는 바가 없지 않다. 소위 '혁신'이란 건 그 완고한 조직문화로부터 분리되고 난 후에야, 외부에서나 가능했던 것일까?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호텔같은 보수적인 조직에서 변화에 대한 조직 저항은 의외로 매우 강한데, 하물며 순혈주의가 누그러지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롯데다. 결국 구성원의 가치관을 만드는 건 조직이다.
scene #2
국내 5성 호텔의 뷔페는 대충 비슷한 구색을 띈다. 그에 비해 라세느의 그것은 꽤 다양하고 매력적인데, 비교적 평범한 재료들을 많이 적용한 레시피임에도 만만치 않은 내공이 맛에 중요한 양념을 친다. 아마도 노련한 쉐프에 대부분 기인하는 듯 보이는데, 더 크게는 이들이 부단히 노력하게끔 만드는 조직적인 자극 혹은 텐션 탓일 터.
타코도 있고... 딤섬은 즉석에서 반죽을 쳐서 만드는 듯... 중식 스테이션의 구색은 의외로 폭넓지 않은데 맛은 꽤 좋은 편이다. 딤섬 훌륭함. 사시미 등의 선도도 좋다.
이들 젊지 않은 쉐프들은 다양하게 전개된 스테이션 곳곳에 과해 보일 정도로 manning되어 있다. 이들은 접점에서 수시로 고객과 상호작용한다. 고객들에겐 서비스퀄러티로 어필 (친절이 아니라 신속성이나 쉐프와의 소통, 음식의 신선함을 어필하는 등 심리적인 것들.... 일반적으로 쉐프들은 무뚝뚝하다)하게 되지만 레스토랑 오퍼레이션엔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한다.
이는 과연 서비스퀄러티를 위한 경영층의 의도나 노력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변화를 설득하지 못해 비대하게 남은 기성 조직의 단면일까?
육개장이 있다! 꽤 괜찮은 초이스. 그리고 전복짬뽕. 후식으로 얼큰한 면요리는 반드시... 넉넉하게 주는 면이 왠지 달갑진 않다.
노련함은 곧 '오래됨'과 다름아니다. 하드웨어 곳곳에서도 노련함이 묻어 나온다. 다소 올디한 인테리어와 스테이션 데코,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스테이션들.
커틀러리나 차이나웨어, 테이블매트 그리고 냅킨 등 OPE Operating Equipment 역시 그러한데 따지고보면 6~7년 전의 리뉴얼에 걸맞는 에이징이다.
하드웨어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노련한 쉐프들이 아쉬운 부분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달리 해석하면 이들이 필요한 변화를 늦추는 요인일 수도 있다.
모든 건 영업장의 '이익'이 대변한다.
scene #3
캐비넷? 쇼케이스?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덜어 먹을 수 없다. 주요한 스테이션에서 음식은 폐쇄감을 주는 윈도우 케이스에 보관되어 있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스테이션의 담당 쉐프가 따로 만들거나 꺼내주는 형식이다.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
장단점은 극명하다.
음식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코스트 통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뿐더러, 식재료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제약을 고객에게 강요한다. 플레이트를 받쳐들고 일일이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 많이 주세요...' 요청해야 한다는게 기꺼울리 있을까?
여긴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의 값비싼 '뷔페'이며, 음식을 허락받는 기분을 느껴야 할 곳이 아니다. 애초 호텔의 의도가 '더 빈번한 고객과의 접촉'이었다면 쉐프의 응대는 더 세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실제로 각 스테이션에는 꽤 많은 쉐프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는 P&L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변수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호텔의 의도는 무엇인가?
다행이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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