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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곧 사라지고 말 호텔의 스탠다드 서비스 10가지


믿을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호텔은 핫!한 최신 기술들을 어느 산업보다도 빨리 서비스에 도입해 고객들에게 제공한 적이 있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최첨단 TV, VOD 등의 신상 제품과 서비스를 호텔에 와서야 비로소 구경할 수 있었는데 말 그대로 새로운 하이텍 경험을 판매하던 곳이 호텔이었다랄까?


일장춘몽. 안타깝지만 그 영화롭던 과거는 한나절 단꿈으로 전락하고 만다. 호텔은 더 이상 시장에 막 나온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닐 뿐더러, 고객이 소지한 하이텍 기기의 사용 환경을 갖추는 것조차 버거워 한다.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는 호텔이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은 호텔의 먹거리를 이미 여럿 빼앗아 갔다. 호텔 객실의 전화와 모바일폰 렌탈 서비스는 사멸의 길로 치닫고 있으며, 몇 년 전 객실마다 설치되었다 이내 사라져 간 팩스머신과 렌탈 노트북은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냉정한 시장은 관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 둔중한 몸집의 소유자 호텔은 힘겹게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잠시 뜨거웠지만 이내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으며 예기를 상실해가고 있는 서비스를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매력들을 모색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 때 호텔의 스탠다드 서비스를 구성했지만 가치를 상실해 앞으로 곧 없어질 서비스나 어메너티.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유료 Wi-Fi


한 때 이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빼앗긴 전화 수입을 벌충할 수 있었던 꽤 짭짤한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도처에서, 하물며 동네 커피숖도 무료로 제공하다. 제 아무리 콧대높은 럭셔리 7성급 호텔이라 할지라도 3, 40만원 객실료를 지불하고 투숙한 고객의 반발을 감수하고 1, 2만원 껌값에 불과한 비용을 감히 청구할 수 있을까?



2. 룸서비스


24시간 하루 왠종일 가능한 룸서비스. 원할 경우 새벽 3, 4시에도 산해진미를 주문해 먹을 수 있었던 럭셔리 호텔 서비스의 상징.



호텔카푸치노에서 사용하는 룸서비스용 철가방




안타깝게도 당신의 다음 방문에서는 이 고상한 서비스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익은 고사하고, 룸서비스에서 나오는 매출이 서버와 쉐프의 인건비를 커버하고도 남는 곳이 있다면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뜨거운 장에 손을 지질 일'이다.




요즘 같이 각박하고 급변하는 세상에 돈되지 않는 대고색 서비스를 하염없이 유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주가치 극대화, 다시 말해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기업들이 돈먹는 하마, 룸서비스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많은 호텔들이 부대시설 리스트에서 룸서비스 이름을 지웠으며 Grab N Go로 대체하거나 그마저도 부담스럽게 느끼는 곳은 배달앱 사용을 넌즈시 유도한다.



3. 객실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카드로 된 객실키는 그 옛날 메탈키의 운명이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운명이다.



국내 한 호텔에 도입된 키리스앤트리 로켓체크인



대부분의 체인 호텔들은 모바일폰을 객실키로 활용케하는 키리스엔트리 시스템을 빠른 페이스로 도입하고 있으며, 기민한 몸집의 중소형 독립호텔들 다수가 이미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4. 프론트 데스크


헐.... 프론트 데스크도?


안타깝지만 호텔의 입구에서 만면에 미소를 띄고 반갑게 고객을 맞는 프론트 데스크 호텔리어들도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의 '이상한 호텔' 헨나에서는 로봇이 고객을 맞고 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 호텔에서도 체크인 키오스크를 설치해 고객이 직접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키리스앤트리와 맥을 같이하는 경향이며, 모바일폰 앱을 활용해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으로 체크인 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선보이고 있다.


미래에는 호텔에서 휴먼 호텔리어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값비싼 럭셔리 스케일 호텔에선 오히려 호텔리어에 의한 휴먼 서비스를 차별적인 상품으로 내걸 수도 있다.



5. 객실 데스크


밀레니얼들이 데스크에 앉아 뭔가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들은 객실의 쇼파나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모바일폰을 보거나 태블릿을 만지작거린다. 호텔은 큰 부피로 객실의 면적을 갉아먹는 데스크를 없애는 대신 데스크나 티테이블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워크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있다.





6. 카펫


대부분의 호텔들은 객실의 바닥재로 카펫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관리하기 쉽지 않고, 비교적 잦은 교체로 큰 비용이 소요되며, 청소하는데도 애를 먹는다. 요즘엔 관리하기 쉽고 깨끗하며 내구성이 강한 원목마루나 강화마루 또는 타일을 대신 사용하는 추세이다.



힐튼부산의 원목 바닥



7. 성경


호텔 객실의 침대맡 서랍에 언제나 보관되고 있던 성경은 몇년 전부터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일부 무신론자 단체는 바이블 프리 룸 Bible Free Room을 주창하며 호텔 객실에서 성경을 제거해 가고 있는데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배경에서 출발한다. 때론 무신론자 고객 혹은 타종교를 신봉하는 고객으로부터의 불평도 없지 않았는데, 객실에 비치하지 않는 대신 고객이 원할 경우 따로 제공한다. 불경이나 코란을 제공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이미지: time.com



참고로, 1880년대 말 호텔 객실에 성경이 배치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여하튼 호텔의 성경은 기드온 바이블 Gideon Bible이라 불리우는데 기드온협회가 무료로 배포해 왔다.



8. 욕조


헐~ 욕조는 왜????


불과 10년 전 모든 호텔의 욕실에 붙어 있던 욕조. 이 욕조 역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간단히 샤워할 수있는 부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릉씨마크호텔의 근사한 마블 타입 욕조


여행객들은 욕조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대신 밖을 쏘다니기 바쁘며, 요즘의 출장객 역시 욕조에서 한가하게 보낼 여유는 없다. 호텔의 입장에서는 공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욕실에서 종종 발생하는 미끄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9. 옷장


여러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호텔 객실에 놓인 그 사각형 옷장은 공간을 엄청나게 잡아 먹는다. 이를 없애는 대신 벽을 활용해 개방형 렉을 설치하거나 옷을 걸 수 있도록 벽에 훅을 달기도 한다.



위 핸드픽트호텔/아래 글래드라이브


최근 국내에 들어서는 소위 라이프스타일 호텔들 전반에서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객실의 스페이스를 희생시키며 자신의 옷가지를 굳이 옷장 내부에 숨겨야 할 이유는 없다. 


흥미로운 핫! 트랜드 하나를 추가하면, 국내 모 전자회사에서 개발한 옷장형 스티머 (스타일러스)가 럭셔리 스케일 호텔에서 차츰 채용되고 있으며 옷장 대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10. 비즈니스센터


이미 4성급 호텔에선 비즈니스센터를 볼 수 없다. 컴퓨터 한 두 대를 둔, 로비 한 구석의 비즈니스 코너라는 공간이 이를 대신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색하는 정도의 제한된 기능을 수행한다.



에이퍼스트호텔 명동의 비즈니스코너


국내 5성 호텔의 경우엔 옛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그 기능은 측은해 보일 정도로 축소되었다. 고객이 비즈니스 센터에 들러 복사를 하거나 프린트를 해야 할 필요 자체가 줄어 들었는데, 사실 이 모든 건 고객이 소지하고 있는 노트북이나 모바일폰으로 해결하는 세상이다. 


그나마 비즈니스 코너라도 남겨진 이유는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호텔의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 때문이 아니라 등급 이슈가 작용한 탓이다.





따지고보면 이들 대부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매력을 지닌 대안으로 대체되는 것이며, 더러는 호텔의 수익성을 재고할 수 있는 방편들이기도 하다. 


호텔은 그 가치가 탈색되는 어메너티를 줄이고 고객들이 새롭게 열광하는 또다른 가치, 해당 호텔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인 서비스 등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호텔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것들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운영하던 혹은 관계되었던 호텔리어들도 덩달아 함께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호텔 산업에서 말하는 기술혁명이란 곧 호텔리어의 축소와 동일한 의미이다. 미래 언제인가엔 인간 호텔리어에 의한 따뜻한 휴먼서비스가 다시 각광 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참고한 글

12 Once-Standard Things at Hotels That Are Rapidly Disappearing

출저: 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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