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를 작성한 계기,
아래 링크의 기사를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호텔도 모르는 호텔 봉사료 10%의 불편한 진실 (링크)
"봉사료 10% 부과 유무 호텔마다 제각각, 소비자 혼란 가중"
"일부 호텔 직원들 연봉으로 산정, 일정치 않은 월급 체계 조장"
기사의 타이틀은 좀 선정적이지요? 호텔이 모를리는 없고요, 그 연원이 간단치 않으니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듯 보이긴 합니다. 여하튼 잊을 만하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이슈입니다. 한때 이에 관련한 논문도 많더니 요즘은 좀 뜸하네요.
호텔의 봉사료는 달리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혼란을 이유로 레스토랑의 가격표를 봉사료와 세금이 포함된 최종가격으로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행정지침 1이 있었죠? 따지고 보면 오늘 다룰 이슈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워밍업이 되었나요? 현행 봉사료 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도대체 어떤 것인지 한번 들춰 볼까요?
우리나라 봉사료 제도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선 그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꽤 길지만 흥미로운 내용이니 '채널 고정' 해 주시고요.ㅎ 아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팁과 봉사료의 의미
우리나라 봉사료의 배경
팁이 가진 문제
우리나라 봉사료의 문제
봉사료, 반드시 내야 할까?
봉사료를 없애면 가격이 낮아질까?
봉사료를 없애기 쉽지 않은 이유
봉사료 제도, 어떻가 개선할 수 있을까
* * *
팁 관행은 우리에겐 없던 것으로, 서양식 서비스/숙박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덩달아 들어온 외래 문화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팁 문화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해외여행을 다니며 호텔깨나 드나든 분들껜 그나마 거부감이 좀 덜할 듯 보이지만 불편하긴 매한가지죠.
고객 입장이 되어 팁을 줘야 할 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호텔리어로써 팁을 받을 때는 더더욱 어색합니다. 저도 초년병 시절 교육을 받으면 더러 팁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호의를 거부하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받자니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았던 기억들이 있어요.
팁과 봉사료
팁 tip은 원래 '빠른 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한 댓가'란 의미 2를 지녔다고 해요. 요즘엔 '인적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금전적 감사 표현'의 뜻으로 일반적으로 수용됩니다. 쉽게 표현하면 '훌륭한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감사의 표시로 호텔리어나 서버에게 주는 약간의 돈'을 말하겠죠?
봉사료, 즉 서비스 차지 service charge도 팁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팁과 흔히 혼용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좀 다른 개념이에요.
참고로, 서양의 경우 팁은 더이상 레스토랑 서버들이 고객들로부터 간간히 받는 '선물 혹은 감사 표현'이 아닙니다. 급여의 대부분을 구성해요. 서버들은 이 팁으로 그들의 생활을 꾸려나갑니다. 그렇지만 서버들은 우리처럼 정해진 급여 (혹은 연봉) 형태보다 오히려 이 팁 제도를 훨씬 선호한다네요? 자신이 들인 노력의 댓가가 그대로 되돌아오기 때문일테죠. 레스토랑의 오너에게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인 면이 큽니다. 유능한 서버를 두면 이들로 인해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이 생기니까요.
We are eliminating the mandatory tip
본고장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본래의 취지가 변질된 듯 보이지만 원래 팁은 '자발성 voluntary'을 전제하고 있어요. 고객의 자유 재량에 의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Service Charge는 '강제성 mandatory'을 띄는데 그렇게 된 배경이 있습니다.
팁은 서비스가 고객에 의해 개별적으로 인지, 평가될 수 있는 레스토랑 서버에게 적용되는 개념이라면 서비스 차지는 catering이나 banquet과 같은 집단적 성격의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반대 급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행사에서는 팁의 대상이 특정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면서도 그것이 고객에 의해 개별적으로 인지되지 못해 팁을 받지 못한다면 서버에겐 상대적 불이익이 초래되겠죠? 이런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강제성 팁핑, 즉 service charge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봉사료와 우리나라 호텔
우리나라 호텔들이 채용한 봉사료 제도는 팁이 아니라 service charge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강제성을 띄고 있으므로 'mandatory tipping'이라 달리 일컫기도 해요. 3
봉사료를 강제했으니 별도의 팁을 따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국내 호텔들이 오래 전부터 '노티핑 no tipping'을 천명해왔던 배경이죠. 정액의 팁을 '봉사료' 형태로 이미 징수했으니 호텔리어가 추가로 팁을 요구한다면 고객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행위입니다. 실제로 90년대 까진 이런 일들이 더러 논란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정착되었어요. 국내 호텔 레스토랑이나 현관에서 호텔리어에게 팁을 따로 줘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느끼진 않잖아요?
우리나라의 봉사료 제도는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호텔의 의사에 기인해 생겨난 것도 아니니 봉사료에 관계된 혼란의 책임을 호텔에만 덤탱이 씌우면 좀 억울해집니다.
자료를 보니 봉사료 제도가 우리나라에 최초 도입된 건 70년 대이더군요? 이전에 팁 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주로 유흥업소 등에서 과도한 팁을 강요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정부(당시 관광호텔을 관할했던 교통부)는 이런 혼란을 줄이고 자발적인 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1979년 호텔업계에 ‘10% 봉사료 제도’ 도입을 권고합니다. 4
이것이 현재 봉사료 제도의 원형이 되지만 법령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었어요. 여하튼, 인적 서비스가 주된 상품인 4, 5성 급 (당시 특1, 2급) 호텔들 대부분이 봉사료 제도를 채용했고, 팁에 관계된 잡음 (주로 과도한 팁을 요구함으로써 발생했던)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죠.
하지만 봉사료 제도 도입 이후 한 두 차례 중요한 변화를 거쳤고, 이를 개별 호텔들이 달리 적용하면서 제도적 일관성이 헝클어지게 됩니다. 결국 봉사료의 형태와 내용이 호텔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게 돼요. 따라서, 우리나라 봉사료 관행이나 도입된 배경, 변천해 온 과정 등에 대해 현업 호텔리어들이 소상히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팁 관행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고요, 여행자들을 위한 각국 여행지 정보에는 팁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이기도 해요. 봉사료 service charge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저마다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종종 제기되는 봉사료 문제는 오히려 간단해 보일 정도입니다.
To tip or not to tip... or should it be banned?
100년 팁 역사를 가진 미국의 경우는 그 양상이 더 심각하고요, 최근까지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팁이 레스토랑 서버의 급여 중 중요한 부분을 구성합니다. 생계가 주로 팁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런 면이 문제를 더 첨예하게 만들어 왔어요. 타이틀만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은 이슈들입니다.
급여가 일정치 않음으로써 생기는 생계 불안정성
레스토랑과 주방 등 직원 간 형평성 문제
메뉴 가격 인상 문제
급여에 대한 세금 이슈
서비스 퀄러티
전반적인 효율성 문제
그리고 고객에게 초래하는 혼란 및 불편
다행?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미국의 경우처럼 복잡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팁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권 국가에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변질되지는 않았는데, 대부분 팁 voluntary tipping이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service charge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그 내용이나 논란이 되는 부분들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듯 하더군요.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봉사료 문제
1970년대 말에 도입했다니 우리의 봉사료 제도는 이미 40년 묵은 관행입니다. 우리가 채택한 방식 역시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겉모양새로만으론 크게 복잡해 보이지 않아요. 소비자에게 혼란이 초래된다는 정도? 하지만 이 봉사료 제도의 이면을 뜯어보면 좀 난해합니다.
봉사료가 도입되어 시행된 그 40년 동안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면 사회적 합의나 법, 또는 정부의 권고 등을 빌어 문제를 간단히 개선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시행 이후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거칩니다. 이를 개별 호텔들이 달리 적용하면서 그 형태의 일관성이 허물어졌고, 결국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맙니다. 핵심은 호텔리어의 급여에 관계된 것이에요.
주로 짚어볼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봉사료의 강제성 여부
호텔별 상이한 적용이 초래하는 고객 혼란
직원 급여 이슈
봉사료, 반드시 지불해야 할까?
도입 당시와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 호텔들은 봉사료를 부과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는 주된 이유이며 언론의 입방아에 구실을 제공하는 부분입니다. 좀 정리해 볼까요?
봉사료 부과하는 호텔: 웨스틴조선, 호텔신라,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롯데, 더플라자,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코엑스), 그랜드힐튼, JW메리어트서울 등
봉사료 부과하지 않는 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 파크하얏트, 포시즌스서울, 그랜드앰배서더와 아코르 계열, 코트야드메리어트 계열, 세종호텔, 반얀트리 서울, 서울가든호텔 등
짐작하셨겠지만, 오래된 4, 5성급 호텔들은 대부분 봉사료를 부과하고 있고요, 등급에 상관없이 최근에 생긴 호텔들은 봉사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는 추세를 띕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등 오래된 대형 호텔임에도 '봉사료 부과하지 않는 님' 사이에 뜬금없이 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중간에 바꿨기 때문이에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봉사료는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에요. 따라서 원치 않으면, 혹은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설명하기엔 좀 복잡 미묘하지만, 현재의 봉사료에는 팁의 성격이 모두 희석된 채 옛날의 흔적을 가격표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봉사료를 부과하는 게 맞냐, 아니냐?'라는 원론을 논하는 건 더이상 의미없어요. 호텔이 책정한 판매가격 구성 요소의 일부를 따로 표기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의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로 재료비, 경비, 인건비 그리고 마진을 들 수 있잖아요? '봉사료는 인건비의 일부이고, 봉사료가 가진 배경으로 인해 이 인건비의 일부가 가격표에 따로 표기되는 것 뿐'이라고 돌려 설명하면 이해가 좀 쉬울까요?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려는 호텔의 저열한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란 불평도 더러 있었어요. 그런 바램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부정한 의도 때문에 인위적으로 '봉사료 별도'란 표현을 사용해 왔던 것도 아닙니다. 역시 옛날부터 있었던 흔적을 제대로 지워내지 못한 때문이죠.
참고로, 2, 3년 전엔 소비자 혼란을 이유로 레스토랑의 메뉴는 봉사료와 세금이 포함된 최종 가격으로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행정 지침 5에 대해 말머리에서 잠시 언급했는데, 이는 봉사료를 없애라는 의미가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는 표기법을 수정하라는 것입니다.
봉사료를 없애면 가격이 낮아질까?
읽는 내내 궁금했을 부분이지요?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ㅎ 요지는 위와 반복됩니다.
봉사료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호텔에서는 호텔리어의 인적 서비스가 개입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봉사료가 부과됩니다. 서버에 의해 서비스가 이뤄지는 레스토랑은 물론, 객실료에도 10%의 봉사료가 추가로 매겨지죠. 메뉴 또는 객실료에 10% 봉사료를 붙인 금액에서 다시 10% 부가세를 추가 (소위 '텐텐'이라 칭하는 이유죠?)한 금액을 소비자가 지불하게 됩니다. 반면 봉사료 제도를 채용하지 않은 호텔들에서는 객실이나 메뉴 가격에 10% 부가세만 추가해 지불하면 되겠지요?
그렇다면 봉사료 제도를 채용하지 않은 호텔의 메뉴나 객실 가격은 봉사료를 부과하는 호텔의 그것보다 저렴할까요? 혹은, 봉사료 제도를 없애면 그 봉사료 만큼 가격이 내려가게 될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봉사료 유무에 관계없이 시장 가격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호텔 고객 역시 (어쩔 수 없이) 봉사료를 감안한 최종 판매 가격을 인지하고 경쟁 호텔의 그것과 비교합니다. 봉사료는 이미 서비스 판매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수가 아니며 그저 유명무실한 과거의 흔적으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봉사료를 채용하고 있는 A호텔의 객실료는 20만원입니다. 여기에 봉사료 10%를 추가하면 22만원이 되겠죠? 소비자는 부가가치세 10%까지 포함해 242,000을 지불해야 합니다. A호텔이 만약 봉사료를 없애게 된다면 20만원에 세금 10% 더한 22만으로 가격이 수렴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A호텔의 객실 상품에 대한 가치는 시장이 이미 결정했습니다. 부가가치세 포함 242,000원.... 만약 봉사료 제도를 포기한다면 해당 호텔의 객실료는 22만원으로 수정되겠죠. 여기에 세금 10% 더하면 결국 242,000입니다.
봉사료와 호텔리어 급여
그렇다면 해결책은 꽤 간단하잖아요? 봉사료를 없애고, 가격은 봉사료를 포함한 것으로 내세워 시장의 손에 맡겨 두면 됩니다. 그런데 왜??? 소비자와 언론의 원성을 마다치 않으며 그 허울 뿐인 봉사료 제도를 여지껏 유지하고 있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이 우리나라 봉사료 제도의 뒤에 숨겨진 본질이자 미국과 서양의 팁 제도가 핫포테이토로 종종 뜨겁게 달아 오르는 배경입니다.
바로 '머니 토크 money talk'.... 호텔리어의 급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죠.
고객이 서버에게 주는 팁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취하는 수익의 일부가 아닙니다. 서버가 고객에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댓가이고요, 이 팁이 서버의 임금 대부분을 구성합니다. 레스토랑 오너가 서버에게 따로 책정한 급여는 미미한 정도에 그칩니다.
팁의 일종인 봉사료 역시 다르지 않아요. 호텔이 고객으로부터 봉사료 service charge를 (대신) 받으면 호텔의 수익 (매출)로 취급하지 않고 호텔리어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로 계상해 두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죠 (호텔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매월 급여를 지급해야 할 때나 혹은 매 분기 등 달리 정해진 시점에 호텔리어에게 배분하는데, 이때 분쟁의 씨앗 하나가 잉태됩니다.
A Restaurant Server Explains Why We Shouldn't Abolish Tipping
'누가, 얼마나 가질 것이냐'.... 미국 레스토랑의 팁 제도가 가진 민감한 문제 중 하나도 서버와 cook간의 배분 형평성 문제이거든요.
우리나라 봉사료는 기여도에 기초, 호텔에 의해 산정된 요율에 의거해 호텔리어들이 나눠 받았고요, 관리직 역시 배분 대상에 포함되지만 배분비는 크지 않았어요. 그 대신 호텔에서 책정한 기본 급여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 배분율의 형평성은 끊임없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심리적인 도전을 받게 되죠.
만만찮은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봉사료는 영업 성과, 즉 매출에 연동합니다. 메뉴나 객실 판매가의 10%가 봉사료이니 당연하잖아요? 매출이 증가하면 봉사료도 덩달아 늘지만 영업이 부진한 비수기엔 줄어들게 되죠. 봉사료가 임금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임금 규모가 일정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생계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요. 성과에 연동한 인센티브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인데 호텔의 영업을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겠죠? 하지만 ADR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작용합니다.
봉사료가 호텔마다 다른 이유
일부 기성 호텔들은 위 부정적인 면들에 주목하게 됩니다. 노조와의 긴 협의를 거쳐 위 형태 (급여 성격을 띈) 봉사료 제도를 차츰 없애게 되죠. 봉사료를 호텔 매출의 일부로 돌리는 대신 급여 체계를 대폭 손봅니다.
급여는 더이상 영업 성과에 연동하지 않게 되고요, 말 많던 배분 이슈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런 호텔들조차 가격표에 붙은 '봉사료' 표기를 지워내지 않은 곳이 더러 있어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굳이 지워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나눠 볼까요?
봉사료 부과하지 않는 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 파크하얏트, 포시즌스서울, 그랜드앰배서더와 아코르 계열, 코트야드메리어트 계열, 세종호텔, 반얀트리 서울, 서울가든호텔 등
봉사료 부과하는 호텔: 웨스틴조선, 호텔신라,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롯데, 더플라자,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코엑스), 그랜드힐튼, JW메리어트서울, 리츠칼튼 등
봉사료 부과하는 호텔 중 매출이 아니라 급여 (부채)의 일부로 처리하는 호텔: 웨스틴조선, 리츠칼튼, 그랜드/코엑스인터컨티넨탈 등
웨스틴조선이나 리츠칼튼 그리고 인터컨이 급여 성격의 봉사료 제도를 고수하고 있군요? 이들이 기존의 체계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급여의 한 부분을 구성하므로 호텔과 호텔리어 모두 민감해 할 수 밖에 없는 이슈이고요, 급여 체계를 통째 고쳐야 할 뿐더러, 노조와 회사 간 교섭을 통한 합의가 전재되어야 합니다.
개선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더라도 갈 길은 멉니다. 이 급여 성격의 봉사료가 정액 급여 형식으로 바뀌게 되면 급여를 구성하는 다른 임금 요소에 직, 간접적인 영항을 미치게 돼요. 기본급이 커지게 되므로 상여율(보너스)도 조정이 필요하고요, 초과근로수당이나 야간수당 등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통상임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퇴직금 산정 베이스, 평균임금에 미치는 영향 6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런 미묘한 부분들 때문에 회사측과 조합이 골머리를 싸메고 유불리를 따지며 지리한 싸움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호텔들은 지금에서야 봉사료 제도를 없애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호텔들이야 유명무실, 실효는 전혀 없고 골머리만 아픈 이 봉사료 제도를 일부러 채택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봉사료,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급여 성격이 아닌 봉사료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호텔들은 어렵지 않게 '봉사료' 표기를 bill에서 지울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Net (혹은 Gross) Room Revenue에 기반해 체인/travel agent에 지불하는 커미션이 관련될 수도 있으니 내부적인 조정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리츠칼튼이나 웨스틴조선, 인터컨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차츰 바뀌긴 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들의 경우에도 소비자 혼란은 없앨 수 있습니다. 전례가 있잖아요? 레스토랑 가격표에서 봉사료를 숨긴 방법을 다시 쓰면 되는 것이죠. 봉사료 제도가 가진 근원적인 이슈는 해당 호텔과 호텔리어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봉사료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없어졌고, 계기만 마련된다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현재의 표기 방식을 고수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군요.
혹 위 언급되지 않은 호텔의 봉사료 제도 현황을 추가하고자 하는 독자분들께선 댓글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본문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I 호텔의 ***님을 비롯해 도움 말씀 주셨던 여러 호텔리어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Your Guide to Tipping Around the World
유종근 (1994) 관광호텔 봉사료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Treatment of Service Charge for Revenue and Expense Reporting In the Hospitality Industry
To tip or not to tip... or should it be banned?
Everything You Don’t Know About Tipping
The Business Case for (and Against) Restaurant Tipping
- 2012년 2월 17일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2013년 1월 1일부터 모든 음식점은 메뉴판에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등을 모두 합한 최종 가격을 적어야 한다. [본문으로]
- 팁은 서양의 개념입니다. 여러 썰들이 있긴 하지만 팁 tip이란 표현은 원래 17세기 영국에서,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감사 표시'라는 팁의 의미 (gratuatiy)는 15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생겼다는군요? [본문으로]
- 법적 강제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자유재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본문으로]
- "호텔 봉사료 10% 안내도 된다" 매일경제 2006-12-14 20:08 교통부가 시달한 "관광호텔 봉사료제도 실시요령(1979.7월)은 경영주가 객실료 및 식음료의 10%를 "봉사료"로 계상하여 징수하고 그 징수한 전액을 타 목적에 사용하는 일 없이 전종사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모든 음식점은 메뉴판에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등을 모두 합한 최종 가격을 적도록 강제 [본문으로]
- 봉사료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고요, 하지만 퇴직금을 계산하는 평균임금에는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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