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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명동 그리고 오모테나시 - 국내 일본계 호텔은 어떻게 다를까?

참말로 오래되었군요. 


2달은 족히 걸리고 말았는데 핑계를 허락한다면, 사진 위주로 호텔의 외양만을 간단히 다루는 글도 아닐뿐더러, 휴일에나 짬짬이 쓸 수 있는 처지라 포스트 하나를 작성한다는 게 때때론 그렇게 수월치 않군요.


그나저나, 호텔을 홍보할 요량이면 제게 리뷰 요청할 일이 아닙니다. 늙은 몽돌은 지적질 전문이요, 제 글을 주로 읽는 부류는 호텔의 소비자들이 아니라 호텔리어와 예비 호텔리어 그리고 학교에 계신 분들이거든요.


고객의 눈높이가 아니라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지적질이니 이런 포스트가 소용될 곳은 따로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관행에 젖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때, 외부의 시각은 신선한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명동 로비


오늘 리뷰할 호텔은 그렇지 않아도 매우 궁금했던 곳이었어요. 우리나라 메이저 호텔들이 몰려있는 격전지, 서울 명동 벨트를 구성하는 수많은 호텔 중의 한 곳입니다. 3성 덩치에 불과한 호텔이지만 평범한 위상이 아니에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서울 명동

Solaria Nishitetsu Hotel Seoul Myeongdong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낡고 누추한 빌딩 위, 검은 하늘에 솔라리아의 네온이 처연한 달처럼 떳습니다.


일본 자본에 의해 세워진 호텔입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일본계 호텔은 몇 되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틈새 스케일을 파고들며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혹 이들이 보이는 특성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흔히 봐 왔던 국내 호텔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이 일본계 호텔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오늘 포스트의 주된 내용은 위 궁금증에 관계된 것들입니다. 하루 투숙 경험으로 이런 부분들을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만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는 따질 수 있어요. 주관이며, 틀릴 수도 있으니 저 역시 여러분들로부터의 '지적질'이 필요한 것이죠. 건설적인 비판은 항상 감사히 받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로비


고층에 위치한 솔라리아의 로비는 매우 개방적이더군요. 이곳에서 탁트인 명동 조망을 즐길 수 있는데 야경은 더욱 매력적입니다. 스펙부터 간단히 살펴 볼까요?


  • 브랜드 소유주/운영사: 서일본철도주식회사 - NNR Hotels International Korea Co., Ltd

  • 개관: 2015년 9월

  • 등급: 3성

  • 인벤토리: 312실

  • 레스토랑: Bar를 겸해 1곳 (외주)

  • 부대시설: 비즈니스코너, 미팅룸 1

  • 명동엠플라자 M Plaza (옛 제일백화점) 임대/2027년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명동은 서일본철도주식회사가 해외에 첫번째로 설립하는 플래그십 브랜드라고 언론엔 소개되었더군요. 플래그십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아마도 향후 확장과 성장 중점을 둔 브랜드임을 말하는 듯 하죠? 일본식 분류로는 시티호텔 City Hotel인데, 주로 업스케일에 해당하는 체급의 비즈니스급 호텔로 보입니다. 참고로, 니시테츠는 서철 西鉄 (서일본철도의 줄임말)의 일본말입니다.


Nishitetsu Hotel Group


홈페이지를 검색했더니 니시테츠 호텔 그룹은 니시테츠 그랜드 호텔 Nishitetsu Grand Hotel, 니시테츠 인 Nishitetsu Inn, 니시테츠 쿠루무 Nishitetsu Hotel Croom 그리고 솔라리아 니시테츠 등 모두 4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군요? 


1969년 세워진 니시테츠 그랜드 호텔로 호텔 사업에 발을 들였고, 현재 주력은 니시테츠 인입니다. 20여 개 자매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소형 체인인데 플래그쉽 브랜드 솔라리아로 해외 확장을 막 시작한 셈이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솔라리아 니시테츠 서울 명동은 첫번째 해외 프로젝트이고요, 4월 18일엔 부산에 해외 2호 호텔을 개관할 예정입니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서울의 입지는 핫!합니다. 명동 벨트의 중심부에 자리잡았는데 그야말로 발에 채일 정도로 호텔이 산재해 있는 곳이죠. 밀집도를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이 명동 벨트를 따라갈 곳이 없어요.


하지만 명동 소재의 호텔들 중 솔라리아의 입지는 꽤 독특하고요, 이는 조망에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명동 중앙부에 입지해 가장자리 도로변의 대형 마천루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모습을 21층 로비에서 막힘없이 내다볼 수 있거든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명동에서 내려다 본 명동 전경q


명동을 오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겐 좀처럼 노출되지 않았던 낮고 낡은 건물들의 대비가 매우 이채롭습니다. 중앙부 높은 건물은 아마도 중국대사관인 듯 한데, 오늘따라 왠지 흉물스럽게 느껴지군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서울 명동은 엠플라자 M Plaza 빌딩을 임대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이 빌딩엔 원래 제일백화점이 입점해 있었고 위쪽은 오피스 빌딩으로 사용되던 곳이라더군요. 새로 개보수해 호텔을 열었는데, 옛날의 흔적은 층고 등에나 간신히 남았습니다.


현재 6층까지는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고, 1층엔 호텔의 리셉션을 뒀지만 이비스명동 등 복합빌딩에 섞인 호텔들에서 흔히 보던 그라운드 로비의 형태는 아닙니다. 좀 작고 폐쇄적으로 느껴지지만 엘리베어터를 타고 21층 로비에 내리면 시원한 개방감으로 안도하게 되죠.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의 입구와 1층 리셉션


솔라리아 호텔 명동은 일본 특유의 서비스 정신, 오모테나시 ('おもてなし' 보답을 바라지 않는 환대의 정신: '성심성의를 다하는 서비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를 표방합니다. 투숙 전부터 '일반 호텔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어떤 차이를 보일까?'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솔라리아의 호텔리어들과 접촉이 많진 않았어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과 오모테나시


프론트의 직원들은 친철했고, 이것저것 일부러 주문해 보면서 접촉했던 호텔리어들 역시 깍듯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호텔과 차이를 느낄 정도로 각별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설마 오모테나시란 게 이런 건 아니겠지...' 하고 조바심나더군요. 


직원분의 말씀을 빌면 '고객의 요청이나 불편에 '노 no'라고 말하지 않고 끝까지, 기대이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 했으니 크게 불편한게 없었던 제겐 오모테나시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죠. 혹은 흔히 말하는 '훌륭한 서비스'가 결국 지향하는 게 '오모테나시'의 의미와 다름아니니 제게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최근에 우후죽순 들어선 3, 4성급 비즈니스 호텔들의 경우 서비스 퀄러티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5성 호텔의 경우 자체적인 교육 기능을 따로 갖추고 있지만 아래 스케일 중소규모 호텔들은 그런 서비스를 유지할 여력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학교에서 배웠거나, 이전 직장에서 체득했던 것들에 의지할텐데, 그마저 잦은 turn-over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조차 간단치 않은 일이 되고 말았군요. 


아마도 이런 교육 서비스에 대한 호텔의 요구는 점차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고요, 이를 타깃한 틈새 교육 상품도 생겨나지 않을까 예상되지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명동 등록카드


등록카드의 인적 사항은 인쇄된 채 출력되지 않으므로 수기로 작성해야 합니다. '고객과 호텔리어와의 컨택을 늘리려는 계산된 셋업인가? 했더니 시트템 문제 때문이라네요? 호기심 가득찬 제 눈에야 흥미롭게 보였습니다만 아마도 번거로워하는 고객도 없진 않겠죠?


솔라리아 니시테츠 명동 티머니카드


객실키는 재사용하고, 분실하면 패널티를 부과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객실키에 대한 이런 정책이 일반적인 건 아니죠? 솔라라아 니시테츠의 사진이 인쇄된 티머니를 판매하고 있던데 고객들 반응이 좋다네요? 유심카드를 이런 식으로 호텔에서 판매해도 좋을 듯 하군요.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의 페밀리 트리플


제가 투숙했던 페밀리 트리플 타입입니다. 위 이미지는 객실문을 열고 들어서면 당장 접하는 객실의 입구부인데요, 좌측편에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해 배치했고, 안쪽으로 진입하면 거실과 침실입니다.


눈에 띄는 구조와 공간효율


구조가 매우 독특해요. 화장실 부분과 침실부를 인위적으로 구획지었고, 여유롭진 않지만 거실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배치했군요? 따로 묻진 못했습니다만 화장실을 거주공간으로부터 결벽스러울 정도로 격리시키려는 시도는 아마도 일본계 호텔의 특성인 모양이지요?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의 페밀리 트리플


일본 회사의 설계에 의한 것이라는데 극대화된 공간 효율이 어줍잖은 제 눈에도 들어올 정도이군요. 7평 사이즈으로 넓지 않음에도 싱글 침대를 3개나 수용했으며, 여러 편의 기능을 빠짐없이 넣었습니다.


객실마다 공기청정기능을 겸한 가습기가 설치되어 있군요? 고객을 위한 훌륭한 배려, 하지만 소음이 좀 있습니다.


명동 솔라리아 호텔


페밀리 트리플 타입의 객실에만 설치된 듯 싶은데, 침대마다 베드벤치가 붙어 있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침대가 일반적인 것들에 비해 좀 짧은 듯 느껴지더군요? 매트리스(시몬스)와 침구도 아마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온듯 했는데, 일본인 체형에 적합한 것이었을까요? 


이 베드벤치는 내부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으니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무리들에겐 안성마춤 어메너티입니다.


명동 솔라리아 호텔


코너룸 일부를 제외한 모든 객실은 화장실과 욕실을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했군요. 편리하고 위생적입니다.


모든 객실의 화장실엔 최신형 비데가 설치되어 있고,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자동으로 커버가 열리고 닫힙니다. 가급적 손을 사용하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이 역시 '오모테나시'의 일부라 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화장실마다 작은 사이즈의 수전과 basin을 설치해 손을 씻을 수 있게 했더군요. 전 이걸 보고서야 비로소 '뭔가 다르긴 하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죠. 벽지로 물이 튀니 좀 조심스럽고, 관리 부담을 지우지 않을까 신경쓰입니다.


그나저나 비데의 센서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객실을 드나들어도 이를 인식해 하릴없이 열리고 닫히더군요. 감도를 조절해야 하나??


명동 솔라리아 호텔


역시 모든 객실에 욕조를 설치했군요. 목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는데, 욕조의 사이즈는 꽤 클뿐더러 국내 일반적인 형태보다 훨씬 깊습니다. 7평의 객실에 분리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대형 욕조라니, 앞에서 말씀드렸던 공간 효율이 선언에만 그친게 아니죠?


명동 솔라리아 호텔 욕실 어메너티


솔라리아 니시테츠의 욕실용품들인데, 칫솔과 치약, 빗 그리고 면도기까지 제공합니다. 샴푸 등 어메너티는 디스펜스 타입인데 퀄러티는 꽤 괜찮은 것들이라더군요.


명동 솔라리아 호텔


컵 등을 수납하는 용도로 유리 캐비넷을 선반마다 뒀군요? 먼지 앉는 걸 막자는 의도일텐데 역시 세심... 카핏이 깔린 객실의 먼지, 만만치 않아요. 


참고로 위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머신은 일부 객실에만 비치되어 있는 것이고, 제가 투숙한 객실엔 전기 주전자와 드립 커피를 제공하더군요. 젖은 티백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그마한 차이나가 아주 앙증맞지요?


명동 솔라리아 호텔


사와이 드립커피인데 꽤 유명한 제품이라네요? 이런 쪽으론 문외한인 늙은 몽돌은 당연히 처음 듣는 브랜드이지만 만족스럽습니다. 


저녁이 되기도 전에 모두 마시고 말았고, 프론트에 전화를 넣어 미네랄워터와 드립커피를 더 요청했더랬죠? 역시 친절히 갖다 줍니다. 오모테나시를 몸소 느껴보기 위해 제법 무리해 보이는 요구도 일부러, 그리고 가급적 많이 해 보고 싶었어요....


하드웨어 곳곳에 숨겨진 오모테나시


사실, 호텔리어들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아 쉬이 느낄 순 없지만 객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세심한 배려들에서 '오모테나시'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훌륭한 인적 서비스가 전제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명동 솔라리아 호텔


낡은 건물이라 공조는 중앙식이더군요. 저녁엔 아이들이 좀 추워했고, 프론트에 요청하자 금새 담요를 갖다 줍니다. 새벽엔 너무 더워 아이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더군요...


명동 솔라리아 호텔


요건 옷장 내부에 예쁘게 걸린 분무형 액체인데 뭔가 했더니 탈취제라더군요? 매우 요기해 보이는 아이템인데, 국내 호텔들 역시 채용해 봄직합니다. 아니나다를까 로스 loss가 적지 않다더군요. 객실 어메너티 가져가는 건 국적을 가리지 않나 보죠? 솔라리아 투숙객 중 일본인 비중은 70%에 이른다고 합니다.





솔라리아 니시테츠는 호텔 본연의 서비스에 매우 충실합니다. 모든 걸 넉넉히 갖춘 호텔은 아니지만 객실 곳곳에서 세심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어요


희생시켜도 될만한 것들은 과감히 없애는 대신 기본기에 자원을 집중합니다. 컨퍼런스룸이라 부를만한 공간도 없을 뿐더러 (프론트 곁에 8인 수용하는 미팅 공간이 있긴 합니다), 레스토랑도 조식을 해결할 수 있는 아웃렛 (바 기능을 겸하는) 하나만 설치했고 그 흔한 피트니스조차 설치하지 않았군요.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명동과 등급


인벤토리만 놓고 보면 작지 않은 체급에 해당함에도 솔라리아 니스테츠의 등급은 3성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부족한 부대시설에 주로 기인한 듯 싶지요? 하지만 로컬 호텔들과는 달리 이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듯 보이더군요.


어차피 등급보다 일본 배경을 더 중시할 일본 관광객을 주로 타깃하는 호텔인데다, 호텔 조성 초기에 등급은 미처 고려하지 못한듯 보이더군요 (일본엔 국내와 같은 호텔 등급제가 없습니다). 어쨋거나 이런 '사이즈'나 물적 위신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이고요, '잠자고 쉬는 호텔의 코어 기능'에 자원을 집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길어지니 잘라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글: 명동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과 부대시설 그리고 현지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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