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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가족이 함께 여행할 때 호텔에서 필요한 침대, 엑스트라 벙커베드 Extra Bunk Bed


1.


이른바 혼텔족에겐 꽤나 낯설 물건이지만 그 ‘혼자 놀이’가 마침내 헛헛해지면 곧 친숙하게 다가올 이름. 


가족과 함께 호텔을 이용하거나,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들 사이에선 싫으나 좋으나 익숙해져야 하는 어메너티.


엑스트라 베드 Extra Bed


호텔 객실에서 사용되는 여분의 침대를 말한다. 필요에 따라 객실에 넣었다 뺐다 하는 이동용 간이 침대인데 엄밀히 따지면 바퀴가 달린 매트리스이다. 호텔 객실에서 의례히 보던 그 넓직하고 번듯한 침대에 비하면 사이즈도 훨씬 왜소하다. 한때 ‘혼자 자는’族이 애용하던 라꾸라꾸의 호텔 버젼이랄까?



이미지: http://hospitality.serta.com.sg



엑스트라 베드는 단체관광객의 필수 아이템. 값비싼 호텔에 투숙하곤 전혀 호텔스럽지 않은 침대를 요청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다. 3~4만원 추가 비용을 지불해 이 간이식 침대를 넣으면 객실 하나에 3명, 잘하면 4명까지 너끈히 잘 수 있으니 거의 객실 하나 값을 세이빙할 수 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들의 관심사는 잠자리가 아니라 호텔 밖의 무엇들이니까.





가족들이 투숙할 경우에도 자주 쓰인다. 가정 경제를 외면할 수 없는 가장의 결단일 경우도 있지만 굳이 한 방에서 같이 자야겠다는 끈끈한 가족애가 더러 작용할 때도 있다. 가족과 함께 호텔을 종종 이용하는 늙은 몽돌도 아이들을 다른 방에 재운 적이 없다. 아침에 아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애잔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종종 있긴 하지만 반드시 주머니 사정 때문은 아니다.



2.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꽤 친숙한 물건이다. 아이들 둘이나 셋을 방 하나에 몰아 넣기 위한 중산층 부모의 고육지책이지만 소싯적 아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아이템, 바로 2층 침대를 의미하는 외래어이다.


벙커베드 bunk bed


아이들 방이나 기숙사에서나 구경할 수 있던 이 2층 침대를 호텔에서도 볼 수 있다. 첫눈엔 꽤 생경하지만 그 반응이 부정적인 건 아니다. 호텔 역시 기본적으로 주택의 개념에 바탕한 것이니 일반 가정에서 보던 것이 호텔에 있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따지고 보면 좁은 객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니 아이들 방에 2층 침대를 들여 놓던 부모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


이 호텔의 2층 침대, 즉 벙커베드 객실은 비교적 새로운 경향으로, 3, 4년 전부터 외국 호텔에선 꽤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보다 오히려 성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조짐이 보이는데 외국의 호텔에선 다양한 형태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 호텔들이 채용한 경우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이다. 


들으면 알만한 국내 대표 호텔 3곳의 2층 침대를 선정했는데 해당 호텔들이 가진 다른 매력과 함께 거들떠보자.



2.a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면 한번쯤 들리는 잇!플레이스, 동대문에 입지한 이비스 버짓 앰배서더 동대문이다. 그 핫!한 입지 덕택에 왠만한 호텔보다 더 높은 객실점유율을 누리는 곳이다.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동대문



벙커베드를 수용한 3인용 객실을 가족 트리플룸 혹은 페밀리룸 Family Room이라 이름했는데, 아래에는 퀸사이즈 베드, 그리고 위에 다소 작은 사이즈의 메트리스를 얹었다.



이비스 버젯 동대문



객실 사이즈는 5평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경쟁력있는 가격이 강점이며 아코르의 브랜드 스탠다드가 작용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2.b


우리나라 대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한 곳, 호텔카푸치노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벙커베드를 객실로 들였다. 그 모양새가 영락없는 캡슐 호텔의 모듈인데 더러는 파드 pod라 불리우기도 한다. 객실 양쪽 벽면에 캡슐 2개을 쌓아 만들었으니 4인용이며 객실의 이름 역시 쿼드룸 Quad Room이다.



호텔 카푸치노/쿼드룸



늙은 몽돌이 이 쿼드룸을 본 순간 대학의 기숙사, 그리고 프로젝트로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의 합숙이 연상되었는데 실상은 아이들로부터의 반응이 훨씬 뜨겁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 여성들이 이 타입의 객실을 안다면 그 반응 역시 만만치 않을 게 확실하다.


호텔카푸치노는 딱 1개 객실만 이 형태로 갖추고 있으며 가운데의 테이블, 그리고 캐비넷 옷장 등 다양한 어메너티를 경험할 수 있다. 객실도 꽤 넓은 편이지만 그만큼 가격은 비싼 편.


2.c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에이퍼스트호텔 명동의 컨셉도 흥미롭다. 4인용 페밀리룸 타입인데 퀸사이즈 베드 2개와 기둥 뒷편에 2층 침대를 배치했는데 객실은 꽤 넓은 편이다.



에이퍼스트호텔/2층침대 벙커베드를 갖춘 4인용 페밀리룸



오래된 건물을 리뉴얼한 호텔인데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 기둥을 활용한 고육지책이지만 기둥 뒤에 숨은 2층 침대가 오히려 폐쇄감을 선사하는데 아이들에겐 더욱 매력적일 듯.



3.


이 벙커베드는 엑스트라 베드와 그 형태도 다르고 탄생 배경도 같지 않지만 쓰임새는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잠자리를 확보하는 것. 벙커베드 객실을 선택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엑스트라 베드를 따로 요청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스탠다드 타입의 객실에 비해 다소 비싼 객실료가 책정되니 도긴개긴이랄까? 아울러, 엑스트라 베드를 객실에 배치했을 때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객실이 비좁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비교적 흔해졌지만 이 벙커베드 타입을 포함해 3 ~ 4인용 객실은 3, 4년 전만 해도 꽤 생소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위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데 그 배경엔 변화된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그리고 일본인 관광객들 즐겨 찾는데 가족 단위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친구 두어명과 함께 여행오는 FIT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호텔의 다양한 시도는 아주 반가운데, 어쩌면 고군분투, 살아남기 위한 호텔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4.


최근 한 외국 기사에서 스쳐 본 침대는 더욱 기발한데, 한발짝 더 진보된 아이디어를 녹여낸 새로운 형태이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 벙커베드와 엑스트라 베드 두 개의 장점을 합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벙커베드.



이미지 Basecamp Hotel



위 이미지의 객실은 미국 소재 베이스캠프호텔 Basecamp Hotels의 로프트퀸 Loft Queen 타입이다. 겉으론 그 차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이 호텔에서 사용하는 벙커베드는 좀 다르다. 기존의 형태와는 달리 벙커베드를 객실에 들였다 넣었다 할 수 있게 만들어 마치 엑스트라 베드처럼 사용한다. 필요없을 땐 퀸베드만 남겨두고, 고객이 요청할 때는 이 이동용 벙커 베드를 넣는 것이다. 위 이미지처럼 퀸사이즈 베드 위에 교차 설치한다.


엑스트라베드形 벙커베드


객실 면적이 엑스트라 베드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작더라도 층고가 보장되면 이 2층 침대를 설치할 수 있다. 엑스트라 배드에 비해 객실 드나들기도 훨씬 수월하다. 이 엑스트라 베드 타입의 벙커베드는 엑스트라 베드가 그렇듯 한 방에서 함께 자길 원하는 가족단위 투숙객이나 저렴한 비용을 원하는 단체 고객 특히 수학여행으로 투숙하는 학생 단체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벙커베드를 아이들만 좋아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위에서부터 Andaz San Diego, The POD Hotel NY, NU Hotel NY

/이미지 출저: thestar.com



이 타입을 매력적으로 느낄 부류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파자마 파티라는 이름으로 호텔에 캠프를 치고 밤새 수다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2층 침대를 오르내리며 하룻밤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2층 침대 컨셉은 부띠크호텔에서도 채용되고 있다.





하지만 운영면에서 에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하우스키퍼가 객실을 청소하는데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벙커베드 (로프트 베드) 유닛을 옮기는데도 손이 더 간다. 아울러 이를 보관할 별도의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 호텔에나 투숙해 '벙커베드 내놔라' 고함친다면 어줍잖은 진상 고객으로 낙인찍히기 쉽상이다. 벙커베드를 채용한 우리나라 호텔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마저 객실 몇 개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시장 사이즈는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이런 식의 엑스트라 베드형 벙커베드는 미국에서도 ‘신상’ 취급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형태의 엑스트라 베드형 벙커베드를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7평으로 표준화된 듯한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의 객실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가성비를 따지는 가족단위 여행객 그리고 3 ~ 4명 소규모로 여행하는 성인 여성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본 포스트는 호텔아비아 2017년 7월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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