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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에서 꿀벌을 기르는 이유 Beekeeping Hotels [재미있는 호텔 트랜드]


엊그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훑다가 좀 희한한 걸 봤었더랬습니다.


상도동 동네호텔, 네이버후드호텔 핸드픽트 Handpicked Hotel의 김성호 대표님 타임라인이었는데요, 루프탑에 예쁘게 짜여진 벌통을 들여 놨더군요? 


벌꿀 딸 때 동참하겠단 인사치레만 간단히 하고 넘겼었는데, 그 벌통이 자꾸 생각나는거에요. 요즘 유행하는 루프탑 바도 아니고 호텔 옥상에 벌통을 들여 놓다니, 예사롭지 않은 어프로치이지요?



 핸드픽트호텔의 옥상 벌통/이미지 핸드픽트호텔



자료를 좀 찾아봤죠. 아니나다를까 이 도시양봉 Urban Beekeeping은 호텔업계에서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시도이군요? 


페어몬트나 만다린 오리엔탈 등 일부 유명 체인의 호텔들이 언급되고 있고요, 클리프호텔 (Cliff Hotel) 등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예닐곱 개 호텔들이 연합체를 만들기도 했더군요. 작은 가든 herb garden을 조성해 함께 양봉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를 “Urban Bee and Herb Garden Project”라 일컫더군요.





난데없이 호텔에서 양봉이라니, 도대체 어떤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호텔에 돌아가는 benefits이 뭐라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꿀은 빵을 찍어먹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기도 하고요, 샐러드, 칵테일에도 들어갑니다. 위에 소개된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선 꿀을 섞은 생맥주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네요? 이를 벌꿀 생맥주 honey beer라고 한다고.. 



이미지: NBC News



기사에 따르면 호텔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의 꿀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한 호텔은 10만 마리 정도 벌을 친다는데, 벌통 하나에 보통 3만여 마리 꿀벌이 활동한다고 하니 4, 5통 되겠군요?



이런 직접적인 경제 효과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고 호텔의 유니크한 정체성을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뭔가 달라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흥미롭잖아요? 그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여쭙진 않아지만, 이를 도입한 네이버후드호텔 핸드픽트의 시도는 그런 면에서 아주 신선하군요. 





하지만 그 시초는 상업적 목적 만으로 폄훼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더군요. 호텔의 양봉 시도는 더 근원적인 곳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환경운동과도 결부된 어프로치이거든요. 


페어몬트 계열 호텔의 양봉 시도는 꽤 오랜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캐나다 토론토와 벤쿠버의 페어몬트 체인 호텔들에서 처음 시도되었고, 지금은 십수개 호텔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되었더랬죠? 이상 기온과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꿀벌의 생태 환경이 교란되면서 꿀벌들이 사라져가고 있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1/3이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선 꽃가루를 나르는 곤충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이들 곤충 중 꿀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해요.


호텔의 도시양봉은 이런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 두개 호텔의 작은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클리프호텔 양봉/이미지: HNN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겉치레에 그치긴 했지만, 사실 이런 환경운동이나 지역사회를 위한 여러 공헌 프로그램에 호텔이 참여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어쨋거나, 이런 활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호텔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겠지요? 





하지만 이를 관리/유지할 스텝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군요?


호텔에서 시도하는 도시양봉은 관상용이 아닙니다. 고객들 구경하라고 만들어 둔 게 아니니까요. 따라서 벌통과 일정 정도 격리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당연히 있겠지요? 호텔로써도 가능하면 이를 고객에게 노출되길 원합니다. 게다가 소사이어티에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 투어를 요청하기도 한다는군요? 



Cliff Hotel in SF/이미지: NBC News



위험하지 않겠냐고요? 꿀을 채취하거나 해하는 행위를 제외하면 꿀벌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해요. 그래도 쏘일 가능성을 전혀 차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호텔의 고객이나 이웃 주민과 꿀벌들 사이에서 적절한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해요. 반드시 직원과 함께 동행해야 하고요, 아울러 구경하고자 하는 고객으로부터의 법적 의무나 책임에 대한 동의 절차도 필요합니다. 



그나저나, 관심 있다고 아무 호텔이나 선뜻 벌통을 들여 놓을 수 있을까요? 



Fairmont Hotel in SF/이미지: NBC News



천만의 말씀입니다. 최신 트랜드라며 아무 호텔이나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니어 보이는 이유는, 이를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도입하려면 먼저 양봉 전문인력을 채용하거나 이들의 도움(핸드픽트호텔의 경우 어반비 Urban Bees)을 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서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의미인데, 단순한 마케팅 수단, 즉 showing-up 할 요량으로 시도할 수 있는 간단한 컨셉이 아니라는 것이죠. 아울러, 더욱 중요한 점이 따로 있습니다.


호텔이 표방해 온 정체성과 철학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환경보호 활동이나 호텔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공헌 활동에 포커스를 둔 호텔이어야 한다는 점이죠. 이런 면에서 '이웃'을 스토리 기반으로 삼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동네호텔, 핸드픽트의 접근은 꽤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핸드픽트호텔 벌통



나중에 꿀 딸 때 다시 보기로 하고요, 지난번 Creative Hotel & Design. Talk 모임 때 핸드픽크호텔 Handpicked Hotel을 다녀온 후 포스트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쌩뚱 맞은 것으로 먼저 소개 드리게 되었네요.... 



참고한 글

Hotel beehives require staffing, guest considerations/HNN

핸드픽트호텔 양봉

San Francisco Hotels Build Buzz With Rooftop Beehives/N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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